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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수) [오늘의 시선] 도서정가제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은?(현택훈 시인)

2020년 09월 24일 15시 41분 56초 2달 전 | 수정시각 : 2020년 09월 24일 15시 42분 32초 | 조회수 :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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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현택훈입니다.

윤 : 4주 만에 뵙습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현 : 어느덧 계절도 여름에서 가을에서 바뀌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하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만 정말 특별히 해낸 것도 없이 한 달이 또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윤 :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 사회 이야기를 해보는 시간인데요. 시인의 눈에는 한 달 동안 무엇이 눈에 들어왔나요?

현 : 네. 이 프로그램에서도 몇 번 언급된 것으로 아는데요. 도서정가제에 대한 사항입니다.

윤 : 도서정가제는 지난 번 문학계 불공정 관행에 대해서 언급할 때, 출판계 불공정 관행으로 얘기할 수 있다고 한 점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현 : 도서정가제는 말 그대로 책을 정가대로 판매는 제도입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누구나 같은 가격에 책을 사도록 하는 것이 도서정가제입니다. 하지만 현행은 완전 도서정가제는 아니고, 부분적 도서정가제입니다. 현재 도서 정가에서 10프로의 할인과 5프로의 적립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인터넷 서점에서는 그 정도의 할인가로 책을 구매합니다. 대형 인터넷 서점에서는 할인율을 더 높이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려고 합니다. 그래서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논의의 시점을 뒤로 미루어 놓고 진행해왔는데요. 오는 11월 20일 도서정가제 개정을 하거나 현행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시점입니다.

윤 : 그럼 이 부분적 도서정가제는 언제부터 시작된 건가요?

현 : 책의 정가를 정하고 할인을 금지 또는 할인율을 제한하는 현행 도서정가제는 2003년 2월 처음 도입됐습니다. 처음에는 학습 참고서나 실용 서적은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의 경우에는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은 적도 있었는데요. 2014년 11월부터는 발간 기간이나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책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개정됐습니다. 할인율이 아예 없는 건 아니고, 도서 정가의 15프로 이내에서는 할인을 허용한 부분 도서정가제입니다.

윤 :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할인율이 커지면 구매력이 올라서 좋은 것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또 자유시장경제 구조에서 상품의 가격의 탄력적으로 운영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 결정이 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 : 그렇습니다. 그래서 도서정가제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도서정가제를 찬성하는 입장과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서로 대립을 하는 형국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점이 있습니다. 도서의 할인율이 커지면 그 손해의 폭을 작가의 인세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윤 : 책이 원래 가격보다 할인이 되면 아무래도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은데요.

현 : 현재 우리나라는 독서인구가 지속적인 줄어들고 있는데요. 책을 소비하는 인구가 감소하는 이유는 미디어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시대라는 영향이 더 크기에 도서정가제 폐지가 독서인구를 늘게 할 거라는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반면에 자본주의 시장에서 도서만 왜 굳이 정가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사고로는 도서 정가로 시장에 맡겨 놓아야 한다고 여기는 겁니다.

윤 : 도서정가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에서는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책은 고고한 척 가격을 내리지 않는 모습이다,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현 :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인 점은 확실합니다. 독서는 즉각적인 감각을 주는 미디어에 비해 책은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승부가 안 되는 겁니다. 또 우리의 교육이 독서가 읽기의 강요로 이루어졌는데, 독서는 곧 지식을 얻는 거라는 인식이 어른이 되어 책을 멀리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실제 책을 읽지 않는 이유를 들어보면 ‘시간이 없다’는 의견이 가장 많습니다.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요. 꼭 그렇지도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 조사에서 대체적으로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사고 싶지 않은 책을 사고 싶게 만든다는 설문조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독서인구를 늘리기 위해 도서정가제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설득력이 약합니다.

윤 : 그렇다면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진짜 속내는 뭘까요?

현 : 아마도 젊은 층에서 수요가 많은 웹툰, 웹소설에 대한 대비인 것으로 보입니다. 웹툰, 웹소설이 영화나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요. 이 분야를 도서정가제에 포함해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압니다. 만약에 포함이 된다면 무료 맛보기 제공이 차단되게 됩니다. 현재 최근에 오디오북도 많이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고, 전자책 시장도 점점 범위를 넓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가 공격적 마케팅의 방해 요소가 되는 겁니다.

윤 : 소비자층이 점점 젊어지고 있고, 지금 젊은 소비자들은 웹소설, 웹툰을 많이 보는데요. 그들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현 :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가성비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할인해서 구입하면 좋다고 생각을 할 텐데요. 그런데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도서정가제 때문에 웹소설·웹툰의 무료보기 기능이 사라진다’는 정보가 퍼졌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도서정가제는 국제표준도서번호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을 받은 전자출판물에만 적용하는 것이기에 사이트 올린 웹소설이나 웹툰에는 도서정가제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윤 : 그렇다면 제주에는 특히 특색있는 작은 책방들이 많은데요, 이 도서정가제에 대한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아무래도 도서 할인의 폭이 커지면 동네 책방들이 많이 반발할 것 같습니다.

현 : 제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작은 서점들이 더 많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주가 갖는 상징적 의미가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온/오프라인 대형 서점들과는 분명한 차별로 책방을 운영합니다. 대형 서점들이 놓치는 인간 중심의 공간 형성, 각각의 책방마다의 큐레이션, 낭독화, 북콘서트 등 아기자기한 독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점이 동네 책방의 매력입니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제주 책방이라는 이미지를 사는 셈입니다. 그런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작은 책방에 갈 필요가 없는 것으로 소비자들은 길들어질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제주뿐만 아니라 작은 책방들은 거의 다 도서정가제 폐지가 아닌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안 된다면 도서 공급률이라도 조정해 달라고 의견을 제시하지만 이미 공급률은 출판사와 대형 서점들이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기에 공급률 조절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사실 동네 책방, 작은 서점도 자영업인데요. 공급률이 보통 70프로 정도 됩니다. 그럼 책이 만 원이라면 삼천 원이 남는 셈입니다. 보통 작은 책방에 손님이 많이 오지 않으며, 코로나19 영향으로 더 줄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낭독회, 독서회 등을 통해 작은 서점의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윤 : 작가들은 이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현 : 작가들은 소비자이자 창작인데요. 도서 할인율이 높게 가는 시장 흐름으로 가다보면 현재 10퍼센트 정도의 인세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계약을 할 때 시장 흐름이라는 이유로 저작권료를 줄이게 될 겁니다. 특히 독립출판을 하는 작가에게 타격이 클 겁니다. 도서정가제가 수정되다 결국 시장 논리로 폐지가 된다면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책을 구입할 테고, 독립 출판 서적들은 대부분 대형 유통망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작은 서점에서만 판매를 하고 있는데 도서정가제가 폐지되고 작은 서점들이 문을 닫으며 독립 출판 작가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독립출판 도서들이 소수의 특정 독자들을 만족하는 책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살 거라는 기대보다 몇 사람이라도 자신의 책을 읽고 공감할 사람을 찾는 식입니다. 그러면서 책이 다양해질 수 있는 건데요. 책은 결국 그 나라의 문화를 기록해 놓은 건데, 자본의 논리로만 출판을 한다면 마침내 독자들은 점점 책을 외면하게 될 겁니다. 그럼 그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다른 사업으로 바꿀 테고, 그러면 작가들은 책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흐름으로 가게 되니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것에 의견을 모으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작가회의의 경우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했습니다.

윤 : 그러면 출판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현 : 동네 책방뿐만 아니라 출판계에서도 도서정가제 폐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것보다 유통에 중점을 둔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상업성이 약하더라도 책의 의미를 둔 책들이 만드는 출판사의 의지를 꺾을 수 있습니다.

윤 : 출판사는 대형 출판사도 있고, 1인 출판사도 있고 그런 것으로 압니다.

대형 출판사와 작은 출판사는 의견이 좀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대형 출판사는 플랫폼 사업자들과 함께 파격 할인가라는 마케팅을 활용하기 쉽겠지만, 작은 출판사들은 그러한 책값 늘리는 마케팅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도서정가제가 폐지된다면독서출판 시장이 대형 사업자의 독점, 과점으로 이어지고, 양질의 책보다는 공장형 상업성 짙은 책만 제작이 되고, 결국 소비자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됩니다.

윤 : 그렇군요. 작가, 출판사, 독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좋은 해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문화콘텐츠라서 지나친 시장 논리가 아닌 정부의 보호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의 사례는 어떤가요?

현 : 네. OECD(경재협력개발기구) 가입 국가 중에서 도서정가제를 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중국 등 다섯 나라 정도이고,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북유럽 대부분 국가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과 영국은 도서정가제를 하지 않는데요. 대신에 미국은 동네책방을 보호하려고 40% 넘게 책 이익금을 주고, 도서관에서 동네 책방 통해 책을 구입하도록 하는 식으로 동네 책방 지원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완전도서정가제를 실시하거나, 동네 책방을 지원하는 것을 제도화하거나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윤 :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서점에 가서 직접 펼쳐보면서 책을 구입해야 책을 구입하는 제 맛일 겁니다. 저도 가끔 지나다 동네 책방이 아직 있거나 새로 생긴 작은 서점을 보게 되면 반갑기도 한데요. 어서 이 코로나19가 사라져서 마음 편히 서점에 가서 책을 들쳐보면 시간을 보내는 여유를 누리면 좋겠습니다.

현 : 네. 예전에 레코드 가게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음원 사이트를 통한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로 인해 시내에 가면 꽤 있었던 레코드 가게들이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제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도서정가제를 수정하고, 나중에는 폐지가 된다면 거리에서 서점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시내에 나가면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레코드 가게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건들을 팔거나 체험할 수 있는 가게들이 있는 그런 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정말 시장 논리대로만 하지 말고, 시장 구조가 그렇게 된다면, 정부의 정책으로 자영업자, 작가, 독자, 출판사, 유통 회사, 소비자들이 서로 갈등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윤 : 네. 오늘 현택훈 시인과 함께 도서정가제에 대한 시선을 들어보았습니다.

(마무리) 다음 달에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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