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손녀의 배신
오창훈, 임서영님 안녕하세요.
하루 중 제일 즐거운 때가 오후 2시 15분이 되면 이어폰을 귀에 꽂고 <즐거운 오후 2시>를 청취할 때인데 매일 즐거운 방송을 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리사랑'이란 말이 있듯이 자식들도 사랑하지만 손주들을 더 사랑하게 되는게 모든 조부모들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몇 달전 손주들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제 아내의 이야기를 했었는데 오늘은 착하고 예쁜 작은 아들의 큰 손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작은 아들의 큰 손녀가 태어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리면서 이야기도 해주고,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기도 하는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서 참 세월이 빠르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드네요. 저도 그만큼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저는 이 큰 손녀가 어린이집에 취원할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퇴근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저희 집에 데리고 가 함께 놀아주다가 아들이 퇴근하면서 데리고 가는 생활을 여지껏 하고 있는데 평일 퇴근 후의 제 시간은 이 큰 손녀의 시간에 맞추어야 할 정도이지만 저는 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고, 때론 기다려지기도 한답니다.
작은 아들의 큰 손녀는 결혼 후 3년 만에 태어 났는데 당시 부터 저희 집에서 우리 손에서 키우다 시피해서 그런지 손녀도 아빠, 엄마보다도 우리 부부를 무척이나 잘 따릅니다. 어린이집에 갔다 와서도 자기 집 보다 우리 집에 있는 걸 더 좋아해서 자기 집에는 가지 않으려고 할 정도였답니다. 아빠가 퇴근하면서 데리러 오면 할아버지 집에서 자겠다고 엉엉 울면서 떼를 써서 속상하게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우리 부부가 작은 아들네 집에 갔다가 돌아오려면 할아버지 따라 가겠다고 울기도 많이 울었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예 우리 집에서 지내고 잠을 잘 때는 할머니는 제쳐두고 꼭 제 옆에서만 잠을 자곤 했지요. 종종 아들 내외한테 "주말에 피곤한 엄마, 아빠 편히 쉴 수 있게 벌써부터 딸이 효도 햄신게" 말하면서 농담도 하곤 했지요.그런데, 기다리던 둘째가 지난 4월말에 태어나 육아휴직 중에 있는 며느리가 열심히 육아 중에 있는 가운데 큰 손녀의 행동이 싹 바뀌어 버렸지 뭡니까?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할아버지!" 하면서 품에 얼른 와서 안기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집에 가서 동생을 돌봐야 한다면서 곧 바로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하고, 주말이 되어도 저희 집에는 올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동생 곁에만 붙어 있네요.동생이 태어나기 전 부터도 다른 집 아기들을 보면 부러워 하면서 엄청 이뻐했었는데 동생이 생기니까 아주 신이 난 모양입니다.
집에 가서 보면 기저귀도 자기가 바꾸어 주겠다고 하고, 우유도 직접 먹이기도 하면서 동생 곁을 따나지를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곁에 없으면 안될 것 같앗던 큰 손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에 기특하고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제가 가끔 큰 손녀에게 "무사 이제는 할아버지 집에 자러 오지 않으맨?"하고 물으면 당연한 듯 "동생 애기니까 가서 돌봐줘야지!"하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집 사람한테는 농담으로 "할아버지 마음도 모르고 이제는 할아버지를 배신하네"라면서 웃기도 하지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속담이 떠 오릅니다.
오늘도 퇴근하면서 "할아버지!" 하면서 품에 안기는 손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됩니다.겨울철 감기 조심들 하시고 즐거운 방송 계속 부탁드립니다.
신청곡: 유지나, 송해의 <아버지와 딸> 노래 부탁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