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저희 아부지께 수요일 새참 부탁드립니다 사연 제발 읽어주세욥><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 토박이 대학생입니다. 진짜로 정말 중고등학생때 수학여행 빼고 딱히 여행이라고 해서 육지로 간 적은 없었는데 저번학기에 대학교 간에 교류수학 프로그램이 있어서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한학기동안 공부를 하러 갔었습니다. 제가 막내에 늦둥이라 그리고 어릴적에 좀 아팠어서 자주 큰 병원에 왔다갔다 했어서 부모님께 더욱 아픈 손가락이 되었답니다. 그런 제가 몇달 전에 난생 처음으로 서울 자취를 위해 캐리어에 짐을 챙기고 나서의 설렘반 걱정반이란 말할 수도 없는 정도였죠 음...엄마랑은 모녀지간에 애틋함이랄까 그런게 있으니까 서로 더 표현하고 안아주고 그럴 수 있었는데 아빠랑은 그러지 못했던거 같아요 평소에도 대화가 많지 않은터라 잘갔다오라는 흔한 말들과 덤덤한 걱정들만이 오고갔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언니한테 들어보니까 언니가 육지로 대학 갔을때는 별로 크게 걱정이 안됐는데 작은딸 간다니까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고 저 가기 전에 언니한테 말씀하셨데요 원래 저희 아빠가 좀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툴고 뒤에서는 하는데 막상 앞에서는 못하시고 그래요.. 아무튼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기도 했는데 그것도 몇달 잠깐이지 공기 좋은 제주도랑 집이랑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생각나더라구요 저희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시는데 자취방에 누워있다가 밖에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들려도 마치 아빠가 온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가끔 전화하면 여전히 표현은 서투르시지만 많이 애틋해진 아빠의 마음을 알게돼요 그리고 제가 늦둥이라고 했잖아요 제가 22살인데 아버지가 64살이세요 제 나이 또래에 다른 사람들의 부모님들 보다 확실히 연세가 있으시죠 어릴때는 가끔 아빠랑 같이 있다가 아는 애가 "어?너네 할아버지구나.!!"하면 솔직히 그땐 어린 마음에 저만 조금 창피한거 같았는데 언젠가 제 고등학교 졸업식이었나 그때 아빠 오실거냐고 물었을때 아빠가 바쁘다고 그리고 자기가 가봤자 머리 다 벗겨지고 쭈글쭈글 늙었는데 할아버지 소리 들을일 있냐고 웃으시면서 농담하셨는데 아 어쩌면 어릴적 그 날 아버지의 마음도 되게 속상하고 창피하고 저한테 미안하셨을거란걸 알았습니다. 뭐 사실 저희 아버지가 머리가 벗겨진건 맞아요ㅎㅎ나이 드신것도 맞아요 담배도 누구보다 열심히 피우시고 술도 누구한테 꿀리지 않을만큼 정말 열심히 마신답니다(약간 디스인가요?) 그치만 그런 당신의 나이가 있기에 저와 언니가 있고 그런 당신의 빠진 머리칼이 보여주는 시간 속에서 저희는 자랐고 저와 언니가 잘먹고 잘입고 어느 누구에 뒤지지 않게 배울 수 있고 누릴 수 있었던 환경 뒤에는 아버지 당신의 소주 한 잔, 뿌연 담배 연기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도 이제 조금씩 더 알게되는거 같아요. 마냥 어린줄 알았던 저도 어느새 취업 걱정을 하고 부모님의 둥지에서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네요 아빠도 마냥 세고 강한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목소리도 그모습들도 많이 바래지고 약해지셨네요...언제나 우리 자리는 그대로 일줄 알았는데 조금씩 저는 앞으로 아빠는 뒤로 가는 것 같습니다. 올해가 아빠가 정년퇴직 하시기 전 마지막 해입니다. 저희 아버지가 부두에서 일을 하세요 언젠가부터는 나이도 있으시니까 허리랑 팔 다리가 아프다고 쉬는날이면 파스 붙이시고 계속 누워만 있어요 이제 그런 생활도 1년 남짓이라고 생각하니까 후련하시기 보다 많이 서운하시고 불안하시나 봐요. 평소에도 자기 힘든거 속시원하게 털어놓는 타입은 아니셔서 겉으로는 안보이지만 제 눈에는 다 보입니다. 아빠한테 '아빠 이제까지 탈도 많고 마냥 좋은 일들만 있었던건 아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줘서 고맙고 이제 좀 쉬어도 돼~~' 라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좀 힘들고 돈 버는 일 보다 그냥 웃을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고 더 편하고 나른하게 쉬었으면 좋겠다고요.!!물론 술이랑 담배는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제가 막걸리를 좋아해서 저 내려가면 가끔은 같이 막걸리도 한잔 할 수 있는 날도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뭐 다 꺼낼 수는 없지만 22년 같이 살면서 서로 좋고 기쁜일도 많았지만 싸우고 상처주고 서운한 일도 많았거든요. 아무리 가족이라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 그 아픔들이 쌓이다보면 벽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근데 제가, 그래도 제가 이번엔 한발 더 아버지께 다가가보려고 합니다. 가족이니까. 부모자식이니까. 다시 한번 아버지의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어요. 요즘은 더 가까이 있고 더 가치를 매길 수 없이 소중한 것들에 감사함과 그 중요함을 느껴요 아마 몸이 떨어져서 있을땐 몰랐던 그 소중함을 더 깨닫나봐요 아빠도 지금쯤이면 제 소중함을 깨닫고 있겠죠?ㅎㅎㅎ 아무튼 아무튼 이런 제 마음을 꼭 새참과 함께 아버지께 꼭 전해주셨으면 정말 제주mbc사랑합니다....그리구 저희 아빠 며칠전에 생신이셨는데 제가 아직 서울이라서 직접 못챙겨드렸어요 그니까 dj분들이 큰소리로 '제주시 일도2동에 사시는 문두흥씨 작은딸이 아빠 64번째 생일 다시 한번 축하하고 그동안 너무 감사하고 고생했어~~음..앞으로도 아마 속 많이 썩일거 같아^^그래두 나두 최선을 다하고 항상 내 자리에서 엄마 아빠가 물려준 내 모습 그대로 빛날 수 있게 노력할게.!! 아빠도 응원해주고 나도 언제나 아빠 응원하고 제일 아빠 생각 많이 하고 제일 사랑할게.!!' 라고 전해주세요.....꼭꼭 부탁드립니다ㅠ 돈이 없는 대학생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생일 선물이네요..두서없는 제 사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