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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6월 3일(수) [오늘의 시선]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예술복지정책 (현택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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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윤 : 4주 만입니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현 : 네. 저는 시 쓰는 거 외에는 생계유지를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강사를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 19로 인해 수업이 연기됐다가 6월 들어 이제야 시작하려고 해서 마치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처럼 설레고 그렇습니다.
최근에 비정규직근로자센터에서 코로나19 피해를 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를 지원하는 재난기금을 받을 수 있어서 숨통이 조금 트였습니다.

윤 : 그렇군요. 마치 기근처럼 이 시기를 다들 어렵게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현 : 네 오늘은 최근에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임명을 두고 논란이 있었는데요. 제주문화예술재단과 예술 복지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윤 : 네. 며칠 전이었죠. 제주문화예술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이승택 열린도시연구소 소장을 임명했습니다. 잡음이 많았죠? 먼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어떤 기관인가요?

현 : 네.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 지역의 문화 예술 진흥을 위해 설립된 재단입니다. 설립 목적을 보면, 제주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문화 교류 사업을 통해 지역간 국가간 이해와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여 제주 지역의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2000년 8월에 제주문화예술재단 설립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하고, 2001년 4월에 개원했습니다. 제주 지역의 예술가들의 창작 지원을 주 사업으로 하고요. 자체 기획 사업으로 여러 가지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예술 활동이 도민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게 하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역할은 제주 문화예술계에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그렇군요. 이런 문화예술재단은 다른 지역에도 다 있는 거겠죠? 예술가들이 이 재단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현 : 네. 우리나라 전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은 서울문화예술재단, 부산은 부산문화재단 식으로 각 지역마다 문화예술재단이 있습니다. 이 재단이 설립되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인데요. 전 정권에서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있어서 정부에서 문화계 사람들은 관리하면서 정치 성향에 따라 지원을 배제하는 일도 있었듯 이 지원이라는 것이 자칫 정부에 의한 통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떤 예술가는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 라고 말하는데요. 그래야 재단 눈치 보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자본주의 나라에서 예술활동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정말 좋은 작품이지만 대중들에게 외면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난한 예술가들은 재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 : 왠지 예술계에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정규직이 아닌 예술가들에게도 4대보험에 가입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국회의원인 도종환 전 문화부 장관은 원래 시인이잖아요. ‘접시꽃 당신’이라는 유명한 시집 기억납니다. 그 영향일까요? 예술가들에 대한 복지는 어떤가요?

현 : 처음에는 그 문제가 논쟁이었습니다. 예술을 노동으로 볼 수 있는가. 저는 예술도 노동이다, 라고 생각하는데요. 처음엔 예술이 마치 고귀한 것으로만 생각해서 노동일 수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도 이젠 거의 예술도 노동이고, 그래서 그에 따른 소득이 발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벌써 9년 전 일이던데요. 한예종을 졸업하고 장래가 촉망받던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가 안타깝게도 굶어 죽는 일이 발생했었습니다. 그때 발견 되었을 때 세 들어 살던 그 집 현관문 밖에 붙은 쪽지가 참담했었는데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드려 주세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예술인 복지법이 만들어지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예술인 등록제도를 통해 예술 활동을 증명하고, 창작 지원금을 통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윤 : 그래도 더디긴 하지만 어쩌면 복지 사각지대였다, 라고 할 수 있는 예술인 복지에 대한 제도가 정립되어지고 있는 거군요. 마침 요즘 이 코로나 시대에 공연이나 전시가 다 취소되고 연기 되니까 공연 예술가들이나 전시를 준비 중이던 미술가들은 더 힘든 시기를 보내온 것으로 아는데, 포스트 코로나?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지금 스크린 극장에도 관객들이 거의 없을 거구요.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은 또 계속 나타날 수도 있는데, 제주의 예술가들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어떻게 지냈을까요?

현 :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전임 이사장이었던 고경대 이사장이 개인적인 문제로 지난 1월에 임기 9개월을 남기고 사퇴를 했습니다. 그래서 이사장이 공석인 공백기로 5개월 정도 흘렀는데, 이때가 코로나19로 모든 공연 활동이나 전시 등이 취소되는 기간이잖아요.
이사장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로 인한 예술가들의 피해를 확인하지도 못했고요. 물론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속절없이 일 년의 반이 지나갈 줄은.... 하지만 이사장 공모를 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더 소비해버렸습니다. 재단 이사에 추천한 후보 두 명을 도지사는 이례적으로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인물로 인사를 하려고 재공모를 하고, 재단 이사들을 교체하고, 교체된 이사도 총 11명 중에 친 도정 성향의 예총 전현직 임원 7명을 배정하고, 다시 좁혀진 후보 중에서 그 인물을 선정하는, 이렇게 절차적인 문제를 일으키면서 꼭 그렇게 측근을 낙하산 인사 식으로 내정해도 되는 건지, 그걸 바라보는 심정은 허탈합니다. 그러느라 코로나 시대에 예술가들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었던 겁니다.

윤 : 절차상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논란이 꼭 생깁니다.

현 : 네. 이승택 신임 이사장은 원희룡 도지사의 선거 캠프 비서실장이었습니다. 선거 캠프로 가기 전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이었는데, 그 자리를 사퇴하고 선거 운동하러 갔다고 그때도 비판이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신임 이사장과 행사 자리에서 인사 몇 번 나눈 정도라서 잘 알지 못하는 분인데요. 물론 재단 이사장으로서 일을 잘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코드에 맞는 인물로 이사를 배치하고, 처음 원하는 인물을 임명하면, 추천제도가 유명무실해지잖아요. 이사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도지사의 인사권을 보장하라는 식으로 나오면 이건 백주대낮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렇게 해도 될 거라는, 평소에 도지사가 문화예술계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점이 증명된 셈입니다.

윤 : 그럼 좀 확대해서 문화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무래도 문화정책에 따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에 정책이 중요하겠죠?

현 : 네. 문화정책에도 보면 정책 단계부터 예술가들의 의견을 듣는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제주 문학의 면에서 보면, 제주도립미술관처럼 제주문학관 건립이 현재 추진 중인데요. 그 준비 단계로 제주문학의집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 예술 공간에 대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에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문화를 담당하는 정부 부서를 만든 것이 1959년입니다. 이때 초대 문화부 장관이 소설 ‘인간의 조건’을 쓴 소설가 앙드레 말로입니다. 그는 임기 동안 프랑스 여러 지역에 ‘문화의 집’을 지었는데요. 영화, 연극, 음악,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것이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문화 프로그램의 효시입니다. 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가 되는 경우도 있고요. 프랑스는 문화정책에서 문화가 나라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하고, 이러한 활동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원으로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문화정책에 ‘보호’라는 말을 넣어 문화보호 정책이라 해서 자국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문화가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쳤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 : 그렇다면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일 중에서 잘못된 문화정책이라 여겼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요?

현 : 시집을 내기 위해서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출판비용을 지원금 신청할 수 있습니다. 또 단체에서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해 추진하려고 사업비를 신청하기도 하는데요, 작품성이나 문화 향유의 측면 등에 대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면, 이나라도움이라는 정산 시스템을 통해 진행을 해야 하는데요. 저는 실패한 문화정책의 사례로 이나라도움이라는 정산 시스템을 들 수 있겠는데요. 문화 지원금에 대한 사용내역을 확인한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과도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어 이 이나라도움을 이용한 예술가들은 이나라, 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킨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이나라도움을 이용해 봤는데요. 시집 한 권 내기 위해서 시를 쓰고 정리해야 할 시간에 이나도움에 들어가서 끙끙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나라도움 사용법을 알기 위해 정산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을 보면, 예술가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어 예술 활동 시간을 없게 만드는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윤 : 코로나 19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나 했는데, 다시 또 고개를 드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자리가 공백 기간이라서 예술인 복지에 대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어 보입니다.

현 :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인 복지 증진계획이 있어서 2017부터 2021년까지 추진되어야 하는데, 거의 활동이 없습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복지지원팀이 신설되어야 하는데 아직 신설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예술인 융자 제도가 있는데요. 예술가들에게 무이자 대출이긴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예술가들은 신용보증기금에 보증료를 내면서 대출을 해야 하고요. 상환 기간도 매우 짧습니다.
한편 다른 지역을 보면요. 경기도는 총 50억 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해 문화뉴딜 코로나 백신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극복 예술치유 온라인 콘텐츠 제작 보급, 수제 아트 마스크 제작 기부,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버스킹 공연, 의료자원봉사를 통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등의 코로나 시대의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소액 다건으로 이루어지고 있고요. 독립영화 상영권이나 전업 예술인을 위한 긴급 작품구입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 : 그렇군요.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잘 된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겠어요. 앞으로 예술인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요?

현 : 앞에서 말씀 드렸듯이 예술인복지법이 생기고, 한국예술인복재단이 문을 열고, 그 흐름에 맞춰 제주도에서도 문화예술인 복지 조례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조례는 현재 제정만 되어있지 실질적으로 진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산시의 경우는 2017년에 부산예술인복지센터를 설립했습니다. 하지만 제주는 예술인 실태조사나 코로나 19로 인한 예술인 피해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2015년에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의뢰한 '창작여건 개선을 위한 문화생태지도 구축사업 보고서'가 있긴 한데, 일회성에 그쳤고요. 그에 따른 진행은 없었습니다. 제주도는 계획만 있고, 연도별로 진행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주의 문화예술가들도 예술활동증명을 위해 예술인복지재단을 통해 등록을 해야 합니다. 재단은 등록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민원 서비스를 해주면 좋고요. 예술활동증명이 되어야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주위에 얘기를 들어보면, 예술활동증명제도를 잘 모르는 예술가들이 많은데요. 또 예술가들이 주로 비판 정신이 있어서 어떤 틀이나 제도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이건 당당하게 나의 활동을 증명하는 일이니까 꼭 신청하기를 바랍니다.

윤 : 네. 문화는 그 나라의 정신입니다. 최근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데, 이 점 또한 우리 문화가 펼친 결과일 겁니다.

현 : 네. 문화는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야 향유하는 사람들도 각각 자신에게 맞는 문화를 체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다시 일상의 예술을 펼치는 평범한 예술 활동을 많이 보고 싶습니다.

윤 : 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


현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