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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18일(수) [오늘의시선] 제주어 시에 대한 형상화와 제주어 시의 매력(현택훈 시인)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현택훈 시인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현 : 안녕하세요. 현택훈입니다.

윤 : 오늘의 주제는 뭔가요?

현 : 사실 요즘 코로나 19 영향으로 생각난 소설이 있어서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인데요. 이 소설을 통해 전염병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볼까 생각했는데요. 오래전에도 읽다가 덮었는데, 다시 읽으려고 하는데 반쯤 읽고 멈췄어요. 오늘의 시선 날짜는 다가오고, 그래서 역량의 부족을 느끼며 소설과 사회적 현상을 맞물려 사유하는 건 좀 뒤로 미루고요. 지난 시간에, 제주의 젊은 시인들을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제주어 시’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윤 : 네^^ 소설과 사회 이야기 궁금한데요, 다음에 준비해 주시고요.
그럼, 제주어 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현 : 네. 오늘은 제주어 시입니다. 제주어로 쓴 시라는 의미인데요. 제주어가 유네스코 지정 소멸 위기 언어인 것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제주도에서도 제주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제주어 시로 소통해야 문학적 성과와 함께 제주어를 보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

윤 : 아, 제주어 시라면...... . 그럼 현 시인님도 제주어로 시를 쓸 때가 있으시겠네요.

현 : 네. 아무래도 제주가 고향이고, 시가 언어를 다루는 예술이니까 제주어가 민감하게 들어옵니다. 그래서 제주어로 몇 편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윤 : 독자들의 반응이랄까, 특히 제주어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경우, 어떤 방응을 보이고 차이점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현 : 네. 그래서 저도 다른 시도 그렇지만 제주어 시는 발표 전에 주위 사람에게 꼭 보여줍니다. 특히 제주어 시는 나이가 좀 있으신 분께 보여드려요. 제주어가 자연스럽게 구사됐는지 저도 궁금해서요.

윤 : 제주도가 고향이이어도 제주어가 어렵군요.

현 :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닐 시기에는 제주도의 교육 정책이 제주어를 쓰지 말고 표준어를 통한 교육을 강조하던 시기였어요. 지금 세계화를 외치는 것처럼 그때는 방언, 사투리를 쓰는 건 왠지 촌스럽고 창피한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제주어를 잘 쓰지 않았어요. 시를 쓰면서 제주어 시를 써야겠다는 어떤 숙명 같은 게 느껴져서 제주어 시를 쓰는데, 그래서 제주어 사전을 봤더니 제가 모르는 낱말이 너무 많은 거예요. 시는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해야 하는데, 모르는 낱말을 억지로 사용하면 부자연스럽게 되겠죠. 그래서 그 중간 단계로 제주어에 대한 마음을 산문으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 낱말에 대한 느낌이나 그 낱말을 들었던 기억의 에피소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낱말에 대한 마음이 조금 넓어지더라구요.

윤 :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제주어 시를 쓰는 시인들은 얼마나 되나요?

현 : 아, 네.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의 김광협 시인은 아주 일찍 제주어 시를 썼는데요. 서귀포 호근동에 태어난 그는, 그의 시비가 호근동 마을회관에 있고요. 서귀포 시내에도 ‘유자꽃 피는 마을’이라는 시비가 세워져 있을 정도로 서귀포가 사랑하는 시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김광협 시인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연구소에 나비박사 석주명 박사가 근무하던 곳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전신이었던 경성대학교 생약연구소가 서귀포 토평에 있었습니다. 석주명 박사는 생물학자이면서도 놀랍게도 제주어 연구도 했는데요. 그가 만든 제주어 사전이 있습니다. 그 사전이 특별한 것은 각 낱말이 제주도 지역마다 각기 다르게 쓰이는 점을 다 기록했어요. 저는 문학적 상상력으로 소년 김광협과 석주명 박사가 만났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아무튼 어린 김광협은 훗날 제주어 시를 씁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였는데요. 시를 보면,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곧 제주어 시로 형상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윤 : 서울에 살면서 제주에 대한 그리움이 곧 제주어 시를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이군요. 이 언어에 그 지역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고향 을 생각하면 고향 언어가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 같네요. 또 다른 제주어 시인은 누가 있나요?

현 : 네. 황금녀 시인. 고훈식 시인, 양전형 시인 등이 있습니다. ‘고른배기’, ‘착한둥이’, ‘베롱헌 세상’의 황금녀 시인은 제주 어머니의 제주어를 주로 들려주는데요. 특히 어린 시절에 자연 속에서 놀던 이야기들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고훈식 시인은요. ‘곧건 들읍써’, ‘요보록 소보록’, ‘아빠랑 함께 읽는 제주어 동시’ 등의 제주어 시집을 냈는데요. 교훈적이고, 체험에서 묻어난 제주어 시를 주로 보여줍니다. 양전형 시인은요. ‘허천바레당 푸더진다’, ‘굴메’ 등의 제주어 시집을 냈는데, 제주 문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제주어를 사랑 노래나 인간 관계에 대한 쪽으로도 확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윤 : 그렇군요. 그런데 각 지역의 언어로 시를 쓰는 것이 제주도에만 있는 일은 아니겠죠?

현 : 네. 백석 시인이 대표적인데요. 백석은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시인인데요. 평안도 말을 시에 많이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구현한 시인으로 평가 받습니다. 그의 시 ‘여우난곬족’을 보면 평안도 방언을 구사합니다. 평안도 언어를 몰라도 이 시에서 전하는 공동체 문화를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이 점을 주목하고 싶은데요. 문맥에 따라 백석의 시를 읽으면 모르는 평안도 말이 나오더라고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제주어 시는 전부 제주어로 해버리면 제주가 고향인 저도 모르는 말들이 아주 많아요. 그럼 사람들이 그런 제주어 시를 읽고 감흥이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드는 겁니다. 제주어 시라고 해서 100퍼센트 제주어만 지향하는 것은 번역이 돼버리는 셈인데요. 그런 제주어 시를 수록한 제주어 시 시집에는 표준어로 해석한 시가 옆에 같이 수록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러면 제주어 자체의 맛깔을 전하는 것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증거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윤 : 그럼 현 시인 님이 생각하는 제주어 시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현 : 부끄럽지만, 시 쓰는 입장에서 경험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면요. 만약에 제목만 제주어이고, 시 내용에는 제주어가 없으면 그 시는 제주어 시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은 제목을 통해 더 집중해서 제주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제주어를 말한다고 해서 종결어미를 제주어로 바꾸는 것에 신경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시에서는 어조, 분위기가 중요한데 그것을 끌고 가는 힘이 어미에서 많이 나옵니다. 그러면 제주어로 어미를 다 통일해 버리면 제주어 시의 화자는 전부 제주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리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래서 어미도 중요하지만 제주어 명사에 더 집중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윤 : 그럼 이쯤에서 제주어 시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한 편 들려주시죠.

현 : 부족하지만, 제주어를 생각하면서 쓴 저의 졸시를 읽어보겠습니다.

<은하수를 끌어당기는 할락산 아래>

현택훈


살레에 넣어둔 빙떡 먹고
삥이 한가득 핀 벨진밧으로 가요

별이 내려앉아 벨진밧
별빛 가루 흩어진 그곳에서
하늘강셍이처럼 놀아요

별이 내려앉아 흩어진 섬에 살아서
땅강아지도 하늘강셍이

별빛 반짝이듯 반짝이는 섬
베롱베롱 제주어
제주어로 맹글어진 섬에
살아요

윤 : 새로운 느낌이 드네요. 이렇게 제주어 시를 쓰거나 읽으면서 느낀 점들이 많을 것 같아요.

현 : 제가 제주어 시를 쓰거나 읽으면서 제가 느낀 점 중에 하나는요. 이 제주어가 같은 제주도 섬에서도 동서남북 또 어휘가 다를 수 있는 점이 어렵기도 하고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제주시에서는 바다에 나는 고둥을 산북에서는 보말이라 하지만, 산남에서는 고메기라 합니다. 앞에 말씀드렸던 석주명 박사가 다시 생각나는데요. 마치 나비를 분류하듯 제주어를 그렇게 분류한 점이 놀라운 것입니다. 제주도에서 고정국 시인이 있는데요. 그 분은 위미가 고향입니다. 그가 쓴 제주어 시집 ‘지만울단 장쿨레기’가 있는데요. 제주어 시를 쓰면서 위미의 기후, 문화 등이 고슨란히 담겨 있어요. 이러한 점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성산포, 모슬포, 한림 등 마을마다의 이야기가 다 있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그래서 또 제가 지난 시간에 이어 이번에도 윤상범 아나운서님께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목소리가 좋으시니 제주어 시를 낭독해주시면 청취자 분들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윤 : 뭔가 불안했습니다.^^ 어떤 시죠?
김광협 시인의 시 ‘운동고장 타젠 가난’이군요.





윤: 네. 운동고장이 인동꽃이군요. 부모님이 계신 산에 핀 인동꽃을 보며 쓴 시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런데 여기에도 표기돼 있는데, 아래아 표기가 돼 있습니다. 이 부분도 제주어에서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현 : 네. 맞습니다. 제주어ㄱ에는 아래아가 살아있는데요. 문제는 굳이 아래아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제주어임을 강조하기 위해 아래아를 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특히 가게 이름이나 어떤 상호를 보면요.

윤 : 네. 앞으로도 더 다양한 제주어 시를 접하면 좋겠습니다.

현 : 저는 제주도 시인은 꼭 제주어 시를 써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는 언어를 다루는 일이니까 제주에서 시를 쓰다보면 제주어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으니 그때 제주어의 시적인 순간을 표현을 하면 좋겠습니다.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언어를 잘 듣고 정리해서 써도 시가 될 수 있거든요. 그들의 말에는 오랜 세월이 묻어 있으니까요. 그것이 제주의 문화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고르다 제주어로 쓴 책이 있으면 더 반갑게 맞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 네. 오늘 제주어 시를 살펴봤습니다. 요즘 제주어를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로 제주어의 위상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잊힐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이렇게 문학 작품으로 제주어를 이어가는 부분도 분명히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저도 제주어 시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현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