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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9일(월) [로스쿨] 성범죄에 따른 강제추행죄의 해석범위 확대와 법원의 판결 사례 의미(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성범죄 중 하나인 강제추행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최근 치킨집 강제추행 사건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우선 이 사건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은 최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한 치킨집에서 자신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옆 테이블에서 일을 보던 여성 종업원의 신체를 손으로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법원은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한 A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윤> 어떻게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것인가요?

최>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의 증거로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신체를 만졌다’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법정 진술이 유일하다”며 “이 같은 증거만으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설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윤>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증거로 부족했다고 판단했군요.


최>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치킨집 내 CCTV 영상 내용을 결정적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A씨와 일행이 대화하는 중에도 손을 뻗는 장면이 자주 보이고, 단순히 손을 뻗은 것만으로 이를 추행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공소사실 증명이 안됐다고 봤습니다.

윤> 비슷한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요.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서는 유죄가 확정이 되었던 것 같은데 어떤가요?

최> 그렇습니다. 작년 12월이었는데요. 대법원 형사2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은 어떻게 유죄가 나왔던 것인가요?

최> B씨는 2017년 11월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일행을 배웅하던 중 옆을 지나치던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혐의로 기소가 됐는데요. 재판에서는 추행의 고의성, 피해자 진술, 식당 CCTV 영상의 증명력 등이 쟁점이 됐었습니다. 1심은 “피해자가 피해내용 등을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손이 스친 것과 움켜잡힌 것을 착각할 만한 사정도 없어 보인다.”라며 검찰이 구형한 벌금 300만 원보다 무거운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B씨를 법정구속했습니다.

윤> 법정구속까지 됐었군요.

최> 그렇습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기관에 3년간 취업제한도 명령했습니다. B씨의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하다는 사연을 올리면서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B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역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CCTV 영상을 근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추행 정도와 가족들의 탄원 등을 고려해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윤> 항소심에서 형량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유죄가 인정된 것이군요.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구요.

최> 네. B씨는 대법원에 상고까지 했지만 대법원은 “피해자 등의 진술은 내용의 주요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윤> 비슷한 유형의 강제추행 사건이었지만 치킨집 사건에서는 무죄가 나왔고 곰탕집 사건에서는 유죄가 나왔습니다. 두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 사건기록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판결문에 설시된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면 피해자의 진술과 현장의 CCTV 화면이 결정적으로 차이가 있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곰탕집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엉덩이를 움켜쥐었다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했고 진술의 일관성이 유지가 되었던 반면 치킨집 사건에서는 누군가의 손이 신체를 만졌다라는 다소 구체적이지 못한 피해자의 진술이 있었죠. 그리고 치킨집 사건에서는 현장 CCTV 화면에 추행 장면이 찍혀 있지 않았던 반면 곰탕집 사건에서는 신체 접촉이 있을 수도 있었던 것처럼 보이는 CCTV 화면이 찍혀 있었던 것이죠.

윤> 그렇군요. 치킨집 사건도 이제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니까 앞으로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또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건 모두 강제추행 사건이었는데 강제추행죄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가요?

최> 강제추행은 형법 제298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 굉장히 단순하게 규정이 되어 있네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곰탕집 사건이나 치킨집 사건을 보면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지적해 주셨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분명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벌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폭행, 협박에 이은 추행이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1983년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정립이 되었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팔로 힘껏 껴안고 강제로 두 차례 입을 맞춘 사건이 있었는데 원심 판결은 위의 행위에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폭행, 협박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제추행죄에 있어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다는 것은 먼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그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뒤의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다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한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렇게 폭행행위자체가 추행행위로 인정되는 경우를 실무에서는 기습적으로 추행한다고 해서 기습추행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있습니다.

윤> 1983년도면 거의 30년 전부터 법원에서는 기습추행도 강제추행으로 인정하고 있었다고 봐야겠군요.

최> 그렇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강제추행의 성립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가 형성되어 왔다고 볼 수 있고 현재는 폭행, 협박이 전제되지 않은 기습추행도 당연히 강제추행이 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윤>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판례 중에 소개해 주실 만한 판례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최> 강제추행의 종류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요. 폭행·협박에 이은 추행행위 중 신체접촉이 있는 경우와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 기습추행 행위 중 신체접촉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강제추행이 인정되나요?

최> 그렇습니다. 우선 가장 일반적인 경우인 폭행·협박에 이은 추행행위의 사례부터 보면, 폭행·협박으로 항거를 곤란하게 한 다음 가슴·엉덩이 같은 성적 부위를 때린 경우라든지, 골프장 여종업원인 피해자들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골프장 사장과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피해자들에게 어떠한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협박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목 뒤로 팔을 감아 돌림으로써 얼굴이나 상체가 밀착되어 서로 포옹하는 것과 같은 신체접촉이 있게 되는 이른바 러브샷의 방법으로 술을 마시게 한 사안이 있었습니다. 신체접촉이 없는 경우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해자들을 칼로 위협하는 등으로 꼼짝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실력적인 지배하에 둔 다음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자신의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주고 피해자들로 하여금 이를 외면하거나 피하지 못하도록 한 사안에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윤> 자위행위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군요. 오늘 처음 알게 됐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그리고 기습추행으로 인정된 사안을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피고인이 청소년인 피해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려 기소된 사안에서 가해자는 자신의 행위가 폭행에 해당할 뿐이고 행위 당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강제추행죄의 성립이 인정되었구요. 플라스틱 자로 피해자인 여성의 엉덩이 부분을 5회 가량 때린 사건에서도 그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강제추행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위 행위들은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으로 인정된 사안인데 폭행, 협박 없이 갑자기 사람의 신체를 만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이 성립합니다.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던 피해자의 왼쪽 옆구리를 양손으로 1회 쓸어내리듯이 만져 강제추행한 사건에서 죄가 인정되었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던 피해자인 여아에게 다가가 손으로 피해자의 팔꿈치부터 손등까지 쓰다듬고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뺨을 쓰다듬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사안에 대해서도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윤> 예전에 우리 어릴 땐 동네 지나가던 아이들 보면 귀엽다고 어른들이 엉덩이도 토닥거려 주고 뽀뽀도 하고 그렇게 하셨거든요. 그런데 이게 이제 잘못하면 강제추행죄가 될 수도 있겠군요.

최> 그렇습니다. 여자 아이와 악수를 한 후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갑자기 손등에 뽀뽀를 한 사안에서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이 성립하였고, 가게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 있는 여아에게 “너 예쁘다, 뽀뽀하자”라고 말하면서 갑자기 피해자의 볼에 입을 맞춘 사건에서도 같은 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자기 손자, 손녀처럼 너무 귀엽고 예뻐서 만지고 싶고 뽀뽀해주고 싶더라도 심각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위와 같은 행동을 삼가야 하겠습니다.

윤> 성범죄에 대해서 엄단해야 하는 것은 맞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법을 적용해서 사회 전체가 삭막해지고 인간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최> 그렇습니다. 판례의 흐름으로 볼 때, 형법상 강제추행 개념의 해석 범위는 두 차례의 전환점을 거치며 확대되어 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기습적인 방식의 강제추행을 처음 인정한 1983년 대법원 판결이 그러했고, 또 신체접촉이 없는 강제추행을 처음 인정한 2010년 대법원 판결도 그 몫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판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비판도 있어 왔습니다. 기습추행에서 폭행의 강도를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할 만큼 낮추어 잡는 것은 사실상 모든 행위를 추행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신체접촉이 없는 추행을 신체접촉이 있는 추행과 동등하게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윤> 학계의 비판은 있지만 결국 대법원 판례 동향을 보면 강제추행이 성립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어떠한 추행행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최> 그렇습니다. 법원에서 강제추행의 성립을 아주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상대방 이성의 명시적인 동의 없는 신체적 접촉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윤> 살짝 스친 것도 심지어 신체가 닿지 않더라도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하니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 네. 그리고 과거에는 강제추행의 대상이 부녀자로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대상이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강제추행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여성이 남성을 강제추행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남성 범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남녀 모두 강제추행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윤>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경우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는건가요?

최> 그렇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강제추행죄의 경우 친고죄였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고소가 취하될 경우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2013년에 친고죄가 폐지되면서 강제추행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법원에서 형량을 정할 때 피해자와 합의가 되어 고소가 취하되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게 됩니다.

윤> 그렇군요. 어쨌든 형량을 줄이려면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최> 그렇습니다. 실제 성범죄 사건을 맡아서 진행하다보면 무죄를 다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되었는지 여부가 양형을 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라면 연락이라도 할 텐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합의를 봐야 하는 건가요?

최> 성범죄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하고 조사를 받게 되면 피해자가 원할 경우 검찰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를 지정해 주게 됩니다.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합의를 해달라고 직접 연락하거나 피해자를 찾아가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해자 국선 변호사를 통해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윤> 피해자 입장에서 만약 가해자와 연락도 하기 싫고 절대 합의를 해줄 생각이 없다고 하면 합의를 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 없는거죠?

최> 그렇습니다. 합의를 해주고 안 해 주고는 전적으로 피해자 본인의 의사에 달려 있습니다. 본인이 입은 피해의 정도가 심하고 가해자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면 합의를 해주지 않으셔도 무방하고, 가해자는 그에 합당한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윤>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강제추행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