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24일(화) [키워드뉴스] 맹장수술비 1천만원/향약 갈등 행정은 뒷짐(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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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안녕하세요.
윤/오늘의 키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1. 맹장수술비 1000만원
김/맹장수술비 1000만원, 입니다.
윤/맹장수술 진료비로 1000만원... 납득이 잘 되지 않는 금액인데요. 어떤 연유일까요.
김/95년생 베트남 여성이 제주시 연동의 H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이 10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청구했던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충수염(맹장염)으로 이 병원에서 '95년생' 베트남 여성 A씨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H병원이 이 여성에게 10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청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1000만원에 달하는 '맹장수술' 진료비는 의료보험체계에 익숙한 국민들로서는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윤/그렇죠.
김/지난 11월 말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A씨는 충수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A씨는 병원으로부터 수술비와 입원료를 포함한 진료비가 1000만원에 달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윤/급성충수염은 수술 시기를 놓치고 방치해 복막염으로 발전하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잖아요?
김/그렇습니다.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 하지만 A씨는 1000만원을 당장 구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200만원을 구해서 병원에 낸 뒤 수술을 받을 수는 있었습니다.
윤/그나마 200만원이라도 구해 수술을 받을 수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김/그런데 수술 후 병원에 입원했지만 800만원에 가까운 나머지 진료비를 마련할 방도는 마땅치 않았습니다. 수술은 받았지만 마음대로 퇴원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윤/어쩌다 A씨는 맹장수술 진료비로 1000만원을 내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을까?
김/답은 의료수가에 있습니다. 의료수가란 의사 등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돈을 의미합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사람, 차상위 계층,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의료수가를 정부가 정합니다. 하지만 비보험 수가, 비급여, 일반수가 수가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성형, 미용, 또 아직 검증 받지 않은 신약 치료 등에 대해서도 병원이 수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윤/그래서 그런 쪽으로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김/그렇습니다. 수가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 오래되었죠.
윤/좀 더 들어보죠.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람들에게는 소위 보험수가를 적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일반수가를 적용한다...
김/건강보험이 통제 하지 않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비보험 수가를 산정해서 적용하는데요. 성형 등 의료관광을 오는 부유층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병원이 자체적으로 수가를 적용해 고수익을 올리는 영리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윤/맹장 수술비로 1000만원을 청구받았던 베트남 여성 A씨가 부유층이었던 걸까요?
김/이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긴급한 의료행위가 필요한 상황에서 배제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바로 1995년생 베트남 여성 A씨가 그러한 경우입니다. A씨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입니다.
윤/맹장수술 진료비 1000만원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겠습니다. 의료관광을 온 것도 아닌데 진료비 1000만원을 내게 됐군요.
김/무슨 일일까... 확인해보니 H병원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외국인에게는 일반수가의 2배를 더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맹장 수술... 일반수가는 어떻게 되죠?
김/맹장수술의 경우 세부 진료 내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일반수가에 따른 진료비는 통상 약 300만원을 조금 넘습니다. 국민의료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는 수십에서 백만원을 조금 넘는 정도의 진료비만 내면 됩니다.
윤/그런데 H병원이 이 베트남 여성에게 청구한 진료비는 국민보험 가입환자의 열배에 달하네요?
김/H병원은 A씨에게 일반수가에 두 배를 더해 총 진료비 973만5269원을 산정했습니다.
윤/그런데 이 베트남 여성 같은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는 의료 관광을 받으러 다니는 부유층 외국인과 경제적 상황과 의료의 목적이 다르잖아요?
김/그렇습니다. 이에 H병원이 A씨에게 일반수가에 2배를 더 적용한 것이 온당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 여성의 경제적 상황과 긴급한 수술과 처치를 요한다는 것을 병원 측이 판단했을 텐데 인도주의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따르는 거죠.
윤/이후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이후 A씨가 진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는 소식이 도내 천주교 산하의 한 이주민 지원 센터에 전해졌습니다. 센터 관계자는 H병원 측에 합당한 의료수가를 적용한 것인지 문제제기했고, 병원 측은 결국 500여만 원으로 A씨의 진료비를 낮췄습니다.
윤/문제를 제기하니까 500여만 원을 낮췄군요.
김/베트남여성을 지원해준 센터 관계자는 “의술은 인술이라고 했는데, H병원이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외국인 노동자 환자를 대상으로 과연 인술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관광이 목적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반수가에 2배가 넘는 수가를 더 적용해서, 10배에 이르는 진료비를 청구했다가, 시민사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결국 진료비를 그 반으로 낮춘 건데요. 병원 측의 인도주의적 대응이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죠.
윤/이 같은 사례가 더 있을 것도 같은데요.
김/같은 병원에 발생한 유사사례 두 건을 더 확인했습니다. 그 중 한 경우를 소개해드리면 태국인 B씨의 경우 농기계에 손가락이 절단돼 H병원을 찾았는데 10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청구하자 제주대학교병원으로 갔습니다. 제대병원에서는 진료비가 약 300만원 정도 나왔다고 합니다.
윤/의료수가의 문제도 있고... 또 구조적인 문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요.
김/제주에 머물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역시 제주도 농업 현장 등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온 사람들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과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의료영역에서도 A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따릅니다. 제주 농어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주로 들어와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의료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아 인권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큽니다. 환자 스스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보호자가 병원으로 데려 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윤/어떤 개선책이 없을까요?
김/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의료 안전망의 구축과 지원의 필요성이 부각되며 외국인노동자 의료공제조합 등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제주에서 외국인 노동자 의료공제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는 종합병원은 제주대학교병원이 유일합니다. 1차병원 포함해서 10개가 안 됩니다. 제대병원 말고 도내 종합병원들이 솔선수범해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인도주의적인 협력에 나서준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윤/베트남여성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김/병원을 퇴원한 이후 어렵게 마련한 300만원을 찾아들고 미납 진료비를 지원해준 이주민 지원 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센터에서 병원에 납부한 진료비는 A씨에게 빌려준 것이 아닌 순수 지원금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진료비 지원금 전액을 갚으면서 센터의 지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A씨는 최근 베트남으로 돌아갔습니다.
윤/그럼,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2. 향약 갈등, 행정은 뒷짐
김/향약 갈등, 행정은 뒷짐, 입니다.
윤/향약과 관련한 갈등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마을향약과 관련한 주민 갈등이 제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행정당국은 다시 뒷짐을 지는 모양새입니다.
윤/향약이 무엇인지부터 들어볼까요?
김/마을향약. 마을의 자치 규약인데요. 관련해 발생하고 있는 주민 갈등 문제는 만들어진 지 오래된 마을향약이 급속한 개발과 이주민 유입이 되고 있는 현재 그대로 적용하기는 좀 어렵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마을향약 역사... 오래됐잖아요?
김/그렇습니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향약은 향촌규약의 준말인데요. 마을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약속입니다.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향약의 덕목은 하나씩 누락되고 있고 있습니다. 향약이 최초로 실시한 지역은 중국 북송 말기 때 섬서성 남전현이라고 합니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는 덕업상권, 잘못은 규제한다는 의미의 과실상규, 예의로 서로를 사귄다는 뜻의 예속상교, 어려운 일은 서로 돕는다는 환난상휼. 이 4대 목적을 담고 있습니다.
윤/이 뜻만으로 보면 참 좋은데 말이죠. 이 가치들이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김/‘제주도 마을 향약(규약)의 내용과 특성 분석’이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향약에서 과실상규의 경우는 과거에는 엄하게 적용하고 있었으나 현대사회에 와서는 그 적용이 약화됐습니다. 잘못에 대한 처리 문제... 이건 사법당국이 하고 있죠. 예속상교의 경우 웃어른에 대한 예우는 지금도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의 모습은 지금도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윤/주민들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과, 예의로 사귀는 예속상규는 계속 이어져야할 가치일 것 같습니다.
김/네, 연구진도 향약 분석 결과를 통해서 덕업상권과 예속상교는 공동체 회복운동으로, 환난상휼은 사회복지적 기능과 역할을 하도록 하며 읍·면자치 마을자치의 정신으로 승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윤/근데 계속 향약과 관련한 말썽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행정당국이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 하지 않는다는 거죠. 향약과 관련해 발생하는 갈등에 대해서 제주도가 적극 나서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10월 18일 제주시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 향약 전수조사를 통해서 표준안을 만드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당시 도의원들은 당시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 문제로 인한 주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천읍 선흘2리 사례에 주목했습니다.
윤/현재 선흘2리는 제주동물테마파크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새로운 이장을 선출하면서 ‘한 마을 2마을회장’이라는 말을 듣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김/그렇습니다. 주민들이 이 문제를 사법적으로 풀기 전에 제주도가 나서서 해결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교래리, 강정마을에서도 선거권 문제로 갈등이 일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 마을은 마을회장 피선거권을 20년 이상 거주자로 제한하는 등 마을회의 진입 장벽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고요. 이런 마을에서는 마을회장 되는 일이 도지사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윤/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지난 제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강철남(더불어민주당, 연동을) 제주도의원은 충남 당진시의 사례를 들며 고희범 시장에게 마을 향약 표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향약 전수조사를 통해 표준안을 마련하면 현재의 상황과 맞지 않는 오래된 향약 조항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거죠. 이에 고희범 제주시장은 “마을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표준화 작업 등을 통해 불합리한 조항을 정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마을 향약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해보겠다”고 답했습니다.
윤/마을향약 전수조사와 표준안 작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네요?
김/하지만 어제 제주시에 확인한 결과 확인 결과 제주시는 향약 전수조사를 아직 진행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에 없다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사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향약 표준안 마련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주시 관계자는 향약과 관련한 문의가 오면 변호사 자문을 구해주는 정도는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향약으로 인한 주민 갈등... 결국 행정당국이 다시 한 번 뒷짐을 지겠다는 모습입니다.
윤/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의 김재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