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1월30일(월) <로스쿨> 빌라왕 사건 (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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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빌라왕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빌라왕 사건으로 많은 임차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뉴스를 전해드렸던 것 같은데요. 이 빌라왕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작년 10월 주택을 1139채 보유한 임대업자 김 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빌라왕’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는데요. 죽은 빌라왕 김 모씨의 사건이 불거지자 수도권에서만 빌라를 1000채 정도 가진 사람만 4명, 300채 이상은 16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왔고 추후 더 많은 피해자들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급증시키고 있습니다.
윤> 제주에서 숨진 빌라왕 정 모씨 사건도 있었던 것 같은데요.
최> 그렇습니다. 2021년 제주에 살면서 서울에 빌라 수백 채를 소유하다가 숨진 ‘빌라왕’ 정 모씨 사건도 있었습니다. 제주에 거주하던 40대 정씨는 서울 강서, 양천구 일대에서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 채를 사들여 세를 놓다가 2021년 7월 돌연 사망했는데요. 그러자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의 신고가 빗발쳤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정씨 사망 후에도 누군가 그의 명의로 잔금을 치러 빌라를 매입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추적 끝에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A씨를 ‘집주인’으로 특정한 뒤 전세사기 공범으로 입건했습니다.
그러니까 정씨는 돈만 받고 이름을 빌려준, 이른바 ‘바지 집주인’ 이었던 것이고 뒤에서 이를 조종한 세력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윤> 한 사람이 수백 채, 심지어 1000채를 넘는 주택을 보유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취득하게 된 것인가요.
최> 빌라왕들은 소위 ‘부동산 갭 투자’를 통해서 많은 주택을 보유할 수 있었는데요. 갭 투자란 실제 매매가 되는 부동산의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이가 적은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을 전세를 끼고 매입해 그 시세차익을 얻는 부동산 투자방식을 말합니다.
이 빌라왕 일당들은 아직 시세가 정확하게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을 주로 노렸는데요. 예를 들어 한 신축 빌라가 있고 건축주가 원하는 매매가격은 2억원이라고 가정해 볼게요. 빌라왕 일당들은 이런 신축 빌라를 노리고 매입에 나섭니다. 수십 명의 브로커, 공인중개사들을 동원해서 전세 세입자를 구해옵니다. 본인들이 매수하는 가격은 2억원인데 전세를 2억2천만원 정도에 내놓고 세입자를 구하는 것이죠. 그러면 자기 돈 한 푼도 없이 집을 사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에는 2억원으로 산 빌라가 가격이 오르겠죠. 그러면 적당한 가격에 처분해서 다시 다른 빌라를 사고 이런 방식으로 수백 채, 심지어 1000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윤> 갭투자를 통해서 자기 돈 한 푼 없이 이렇게 많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군요. 신축빌라, 오피스텔 같은 경우에는 시세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으니까 임차인들이 오히려 매매가격보다 비싸게 전세를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구요.
최> 그렇습니다. 이 전세사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신축빌라, 오피스텔 계약을 정말 조심해야 하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신축 주택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전세 같은 경우에는 나중에 돌려받는 돈이니까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세사기범들은 이런 허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신축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경우에는 정확한 시세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매매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전세를 들어가는 경우도 많이 있구요. 매매가격과 거의 차이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소위 ‘깡통전세’가 되어서 나중에 보증금 반환을 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그런데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최>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보증이 이행되려면 임차인들이 임대인에게 계약해지 통보를 해야 하는데요. 그런데 이미 임대인은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상속인이 결정되어야 계약 해지 통보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숨진 김씨 같은 경우 62억 원의 종부세 체납으로 인해 소유한 많은 주택이 압류된 상태로 이에 따라 이들 주택을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과연 상속을 받겠다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씨의 아버지도 아들이 진 다른 빚 때문에 살고 있는 집도 결국 경매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면 상속인들이 될 사람들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절차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임차인들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윤> 보증보험에 가입한 임차인들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임차인들은 더더욱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네요.
최> 그렇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임차인들은 현재로서는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해서 막막한 상황입니다. 임대차계약서 작성 후에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라도 받아두었다면 최우선변제권이 있어 그 집이 경매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일부 금액은 회수가 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마저도 해두지 않았다면 전세보증금 전부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죠.
윤> 피해자들이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라고 하는데요. 앞으로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할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특별대책을 내놓는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어떤 대책들이 있는 건가요.
최>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은 지난 12월 22일 피해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전세사기 지원방안 설명회를 개최했고 이후 12월 30일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세사기 전담 대응조직’을 구성, 운영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악성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전세 사기 단속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고, 또한 전세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전세 사기 피해 지원 센터를 통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위한 법률 상담과 임시 거처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HUG 등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주택도시기금에서 1억 6000만원까지 연 1%대 저리로 긴급자금 대출을 지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윤> 법률상담과 임시거처 제공, 긴급자금 대출이라.. 필요한 대책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요.
최> 그렇습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당장 집을 잃게 된 피해자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긴급자금 대출 같은 경우에는 사실 기존에 전세자금을 마련할 때에도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상당부분 충당을 했을 텐데 추가로 대출을 더 받아서 다른 집을 마련하라는 것이거든요. 기존 대출이 있는 상태에서 추가 대출을 받게 된다면 청년 세대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당장 전세자금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임차인들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높은 이자의 사채를 쓰거나 회생, 파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전세자금 대출 연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니까 전세자금 대출도 변제할 수 없을 것이고. 대출해준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어쨌든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고. 어쨌든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이 대출 연장이라도 좀 해 달라. 이런 입장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아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신용도에 큰 손상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있는 부분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통해 오는 4월 1일부터 집주인의 동의 없이 임차인이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 때문에 임차인이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을 담고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전세 계약 이전에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임차인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에도 맹점은 있는데요. 집주인의 동의는 받지 않아도 되지만 일단 전세 계약이 체결된 이후 임차인이 집주인의 체납액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확인을 해야 계약 체결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될 텐데 계약 체결 이후 뒤늦게 확인해봐야 뭐하나. 이런 비판인데요.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약사항으로 ‘계약 체결 이후 체납이 확인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넣는 것이 피해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많이 올라가 있다고 하던데 어떤가요.
최> 그렇습니다. 21대 국회 이후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이 15건 이상 올라가 있지만 법안 심사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임차인 보호를 위한 법안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주택도시기금법, 국세징수법, 공인중개사법, 형법 등 여러 법안을 개정해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늘 그렇듯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법안은 단 두 건에 그쳤고,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0건이라고 합니다.
윤> 결국 사건이 터지고 서민들이 피해를 입고 나서야 정부, 국회에서 급하게 미봉책들을 내놓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지금이라도 사기꾼들을 철저히 검거해서 엄중히 처벌하고 피해자들을 진정성 있게 구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 네. 말씀하신 것처럼 피해자들을 진정성 있게 구제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범죄행각을 벌인 사람들에 대해서 엄벌에 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다행히 최근 빌라왕 사건의 배후가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천빌라 김회장이라는 바지사장을 내세운 뒤 전세 사기 행각을 벌여온 배후 세력의 인물 ‘신씨’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윤> 빌라왕 사건의 배후 ‘신씨’가 검거가 되었군요. 신씨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피해 회복이 될지 이런 것들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경찰은 진짜 몸통은 검거된 신씨라고 최종 판단했는데요. 신씨는 전세 사기 행각을 진행할 빌라를 확보하고, 집주인 타이틀을 내줄 빌라왕을 구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십 명의 브로커들이 함께 공모하여 활동했으며 이 조직은 빌라 물건을 확보하면 그 즉시 공인중개사 측에 연락을 하면서 전세 계약을 빠르게 체결해 오는 방식을 펼쳤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 씨와 전세 컨설팅업자, 브로커 등 수십 명이 계약 건 당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건축주들로부터 챙겨 받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윤> 그런데 최근 숨진 이 빌라왕들 뒤에 동일한 배후 조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하던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최> 네. 최근 숨진 김씨, 정씨, 송씨가 5곳의 빌라를 나눠서 사들인 정황이 발견되었는데요. 김씨와 정씨는 매입 시점도 겹치는 등 배후가 같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검거된 신씨가 숨진 빌라왕들 뒤에서 전부 조종을 한 것인지 앞으로 수사 결과나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에는 매매도 잘 되고 전세 세입자 구하는 것도 어려움이 없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가 시작되니까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부동산 경기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기 때문에 임차인들이 전세보증금 돌려받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허술한 법적 규제를 전세 사기꾼들이 파고들어서 심각한 손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지금까지 사망한 빌라왕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소유권 모습을 보이고 있는 빌라왕들이 수십명 더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더욱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정리를 좀 해주시죠.
최> 정부에서 아무리 좋은 대책방안을 내놓고 피해자 구제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이러한 사기 범행에 속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축 빌라나 신축 오피스텔 같은 경우 시세가 정확하게 형성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매매가보다 비싸게 전세 보증금을 지급할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은 거래를 피하시는 것이 좋겠구요.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등기부를 반드시 확인하셔서 과도한 근저당 채무가 잡혀있지는 않은지 확인하셔야 되고, 임대인 동의를 얻어서 체납된 세금은 없는지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전세보증금반환 보증보험에 꼭 가입을 하시고,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꼭 받아두시는 것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증금을 회수하실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나 청년들을 상대로 범행이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청년들은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부동산 거래경험이 많은 어른들이나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