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검색
라디오제주시대

라디오제주시대

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1월4일(수) <오늘의 시선>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자연과 사람을 향한 측은지심) (독립언론 ‘오롯’ 김은애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독립언론 ‘오롯’의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김은애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좀 원론적이죠? 그런데 때로는 원론적인 것 안에 답이 있을 수 있기에. 재미는 없지만 꼭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윤: 주제가 심오한데.. 톨스토이의 저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김: 정확히 짚어주셨는데요. 혹시 윤 아나운서가 답을 내린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산다”고 생각하는지?

윤: (답변)

김: 그렇다면 톨스토이 저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결말을 아시나요?

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사랑’이 정답이었던 것 같은데.

김: 맞아요. 저자는 책을 통해 세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데요. 사람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리고 정답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사랑이 있고, 모든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가고,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윤: 오늘 주제 소개를 이렇게 공들여 해주신 까닭이 있겠죠? 어떤 이야기를 하시려고?

김: 이제 2023년 새해잖아요. 그리고 지난 2022년을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이 땅 제주에 부족했던 것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다만, 그냥 ‘사랑’ 이라고 하면 너무 막연하니까. ‘측은지심’이라는 말로 조금 구체화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요.

윤: 제주에는 ‘측은지심’이 부족했다, 그래도 잘 와 닿지 않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측은지심이 부족하다’라고 판단을 하신 건지?

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각 예시를 들어볼까요. 첫째, 제주도 이 땅, 자연에 대한 측은지심이 없어서 발생한 사건들. 둘째,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부족해 야기된 논란들.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윤: 자연과 인간, 두 가지 관점에서 고민을 해보자는 건데. 우선 ‘자연’부터 생각을 해 보죠. 제주와 자연, 하면 늘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죠. ‘개발’인데요. 관련된 이야기일까요?

김: 네, 제주도가 난개발로 파괴되고 있다는 말은 우리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무감각해질 지경인 것 같은데요. 사랑이란 말도 그렇잖아요. 미디어에서, 각종 매체에서 너무 쉽게, 자주 쓰니까 ‘사랑’이라는 단어가 안에 담긴 그 소중한 의미. 숭고한 희생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은 느낌이죠.

그리고 제주 안에서 일어난 많은 자연파괴 행위와 관련한 사건들 중 상당수는 사랑, 파괴되는 자연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측은지심이 없기 때문에 발생해왔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얘길 강조하고 싶어요.

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중요한 핵심이기도 한 것 같네요. 누군가는 제주의 자연의 소중함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는 반면, 그것이 아닌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개발이냐, 보전이냐에 대한 가치 판단에 있어 어느 한 쪽의 편만을 들기도 어렵지 않을까요? 엄밀히 따지면,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김: 맞아요. 그래서 난개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 같은데. 지금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보완 용역 결과를 국토부가 공개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개발이냐 보전이냐.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두고 보완용역을 진행할 것인지. 택해진 가치에 따라 제2공항은 추진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보통 ‘가치’라 하면 거창한 무언가 같고, 내 삶과는 먼 거리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우리가 알아야 하겠고. 국토부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에 따라 제주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지점이 바로 오늘날이라고 보겠습니다.

윤: 국토부는 계속해서 제2공항 추진 의지를 분명히 내비친 바 있는데요. 보전보다는 개발의 가치에 집중해온 듯 합니다.

김: 맞아요. 이쯤에서 오늘의 주제와 연결해서 제2공항 문제를 생각해보면요. 제2공항이 생기면 파괴될 자연. 그것들에 대한 측은지심을 과연 국토부는 가지고 있을까요? 제주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특히 성산 지역을 고향으로 둔 주민들보다 국토부가 이 제주 땅을 사랑하고 있을까요? 아마 그러기는 쉽지 않겠죠. 물론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제주에 대한 측은지심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그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외로 치고요. 제주에 대한 측은지심, 사랑이 없는 정부. 국토부에 제주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자꾸 그런 분위기로 흐르고 있거든요.

윤: 제2공항의 추진 여부에 대한 칼자루를 국토부의 손에 넘겨놓고, 우리 제주도민은 마냥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현실을 꼬집어주신 것 같은데요. 도민 자주권과도 연결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군요.

김: 맞습니다. 우리 정부는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지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법적 자치권 또한 제주도에 이양했잖아요. 그렇다면 제주도민의 자주권을 인정 해 줘야죠. 제2공항 같은 경우에도 도민 대상으로 여론조사까지 진행했잖습니까. 두 차례나 제2공항 반대쪽이 우세하게 나왔는데. 당시 원희룡 지사는 이를 두고 ‘여론조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면서 사실상 여론조사 결과를 무의미하게 치부했습니다. 도지사부터가 이렇게 도민 자주권을 포기한 것처럼 행동을 하는데. 우리 도민이 어떻게 자주권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제발 올해는 정말 정치권, 행정권에서 제주도를 사랑하고 위하는 진심어린 분들이 많은 목소리를 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윤: 오늘 이 시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 생기는 제주도내 난개발 이슈 중 제2공항 사례를 우선 짚어주셨는데요. 이밖에 또 어떤 사례가 있을까요?

김: 이번엔 ‘인간’ 인데요. 인권의 중요성을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사회적 약자 혹은 작은 마을의 주민을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자본으로 찍어 누르고, 마을 내 분란을 일부러 일으키면서 개발을 하려고 하는 그런 행위가 제주도에서 왕왕 벌어집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자가 사업 추진을 위해 선흘2리 전 이장을 매수했다는 혐의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고요.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을 위해 제주도가 금전으로 마을회를 회유하려 한 정황도 계속 보이고 있고요. 특히 개발사업에서 마을 내 찬반 논란, 이런 말 많이 쓰는데.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을 추적해보면 결론은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 사랑이 부족해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윤: 부연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인간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마을 내 개발사업에 대해 찬반 논란이 발생한다, 이렇게 보기엔 다소 논리적 비약이 있지 않을까요?

김: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과 관련해 밖에서 보기엔 월정리 마을 분들이 하나 되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행정에 맞서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쉽지 않은 싸움이 마을 안에서 또 이뤄지고 있습니다. 행정에 회유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마을회 임원들이 “어차피 질 싸움인데 이제 그만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식으로 말을 하고, 이미 ‘증설 반대’로 결정이 난 주민 찬반투표를 다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 이라는 사업 때문에 월정리 마을 내 갈등의 불씨가 생겨난 겁니다.

윤: 특정 사업에 대한 찬반 갈등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죠. 다만, 제주도는 자연이 소중한 섬이기에. 유독 그 갈등의 빈도가 잦고, 커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요.

한편으론 이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갈등’이란, 사람이기에, 각자의 생각이 다르니까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일 수 있다는...

김: 네, 물론 사람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갈등 없는 사회는 존재하기 힘들고.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도 없겠죠. 오히려 독재정권 치하 아래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은 훨씬 적을 테고요.

윤: 그렇다면 제주도내 갈등 상황도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건가요?

김: 아뇨, 대다수의 제주 상황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갈등의 양상이 아닌 측면이 큰데요. 행정의 회유 행위, 혹은 사업자의 회유 행위로 인해 마을 내 분란이 시작되거나, 커지는 양상입니다. 월정리 마을 내 지금 벌어지는 갈등 같은 경우 사업자가 행정이니까 행정 책임이 큰데. 이를 방치하면 강정 때처럼 갈등이 커질 위험도 있다고 봅니다.

즉, 마을 내 분란이 일어날 것이 뻔한데 이를 방치하거나 혹은 나서서 이를 조장하는 행정의 행위가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고. 이는 단연 사람에 대한 사랑이 배제된 행위라고 보겠습니다.

윤: 도민 모두를 만족시킬 정책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특정 정책으로 인해 도민이 상처를 입거나 크게 피해를 보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행정인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비판을 받는 듯 합니다.

김: 하나 덧붙이자면 자연의 가치만을 강조하다보니 인간의 가치에 소홀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연이냐, 사람이냐. 두 가지 중 택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사람의 가치가 소중한 거잖아요. 그런데 월정리 같은 경우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동굴이 국가지정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주변에 농작이 금지되게 됐어요. 밭을 헐값으로 행정에 거의 빼앗기다시피 한 주민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하수처리장 때문에 물질도 어려워지고 있고요. 이런 주민들의 아픔을 그나마 도의원이 대변해서 싸워줘야 하는데 지금은 거의 나몰라라 하는 수준이라 마음이 아픕니다.

윤: 오늘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이 배제된 채 행해지는 각종 개발사업과 행위들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결론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미 머릿속에 사랑과 다른 자본 등의 가치가 들어선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생각도 드는데요.

김: 그래서 이렇게 오늘의 시선 이 자리에 나와서 뜬금없이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고요. 시작은 미약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지적을 하다보면 조금씩은 변화가 있지 않겠어요? 2023년엔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고, 사랑의 가치를 많이 깨닫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올 한 해, ‘논란’보다는 ‘평화’가, ‘혐오’보다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