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1월7일(월)<로스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태아산재 대법원 판결 이후...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개정과 시행령 개정안(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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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지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10여 년 전, 제주의료원 간호사분들의 사건에서 시작된 태아산재문제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대법원에서 노동자가 임신 중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태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경우라면 출산한 아이에게도 산업재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판단을 한 이후 내년 1월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변경 시행될 예정입니다. 얼마 전, 정부가 이 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안을 제출했는데, 그 내용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안전보건단체 등에서 산재법 개정 내용을 무력화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준비해봤습니다.
지 : 2020년이죠? 대법원에서 제주의료원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노동자들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었고 당시 우리 코너에서도 이야기 나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 : 맞습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간호사 업무 중 인체의 생식기능 및 생식능력에 대한 유해 영향을 일으키거나 태아의 발생, 발육에 유해한 영향을 주는 이른바 생식독성 의약품에 노출된 채 활동을 했다는 것이 역학조사 결과 확인이 되었고 이것이 태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인정되어 산업재해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태아가 출산이라는 과정을 통해 여성 노동자와 분리되어 하나의 온전한 생명체가 된 이후에도 이미 모체와 한 몸인 태아 상태에서 발생한 질병(질환)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산재법상 근로자로 본다는 특례조항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 : 변경된 법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김 : 산재법 제91조의 12, 13, 14가 신설되었는데,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기준 등에 대한 내용입니다. 임신 중인 근로자가 업무수행과정에서 업무상 사고, 출퇴근 사고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해인자의 취급이나 노출로 인해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그 출산한 자녀(건강손상자녀)는 예외적으로 해당 업무상 재해의 사유가 발생한 당시 임신한 근로자가 속한 사업의 근로자로 보아서 이 법을 적용시키고 단, 건강손상자녀에게 지급하는 산재법상 보험급여는 요양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장례비, 직업재활급여로 한정됩니다.
지 : 그럼 이 법은 언제부터 적용이 되나요?
김 : 시행 시기는 2023. 1. 12.부터로 이 법 시행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됩니다. 단, 예외적으로 시행일 전에 출생한 자녀라 해도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 시행일 전에 산재법상 보험급여 청구를 한 경우이거나 법원의 확정판결로 자녀의 부상, 질병, 장해의 발생 또는 사망에 대한 공단의 보험급여 지급거부처분이 취소된 경우(제주의료원 같은 경우), 이 법 시행일 전 3년 이내에 출생한 자녀로서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보험급여 청구를 하는 경우는 법 적용 대상이 됩니다.
지 : 그런데, 앞서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서 법 개정 무력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하셨거든요? 무슨 말씀이신지?
김 : 2009년부터 대법원 판결 2020년까지 10여년의 시간을 싸우고 버텨가며 만들어낸 이른바 태아산재법이 내년부터 시행이 됩니다. 하지만 산재법에 특례조항이 들어온 것일 뿐이고 건강손상자녀의 인정도 임신 중인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어 남성 노동자의 생식독성에의 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건강손상자녀의 출생은 제외되어 있는 등 법 자체도 매우 인정범위가 좁게 되어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유해인자의 취급, 노출의 범위인데 이것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법에서 해놓았습니다. 이 대통령령이 10. 17. 입법예고 되었는데 고작 17개 유해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이 되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 : 대통령령이 어떻게 입법예고 되었는지 살펴볼까요?
김 : 산재법 시행령 제34조의 2 와 별표 3의 2를 새롭게 신설해서 건강손상자녀 관련 유해인자를 정했는데, 건강손상자녀에 영향을 미치는 유해인자를 생물학적 유해인자, 약물 유해인자, 화학적 유해인자, 물리적 유해인자 및 포괄규정으로 구분하여 명시했습니다. 생물학적 유해인자로는 보건의료시설 또는 감염취약집단시설 종사자에서 노출된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바이러스, 기생충, 세균으로 거대세포바이러스, 단순포진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파보바이러스 B-19, 풍진바이러스, B형 간염 바이러스, 톡소플라즈마증, 매독이 해당됩니다. 약물유해인자로는 메토트렉세이트, 미소플로스톨, 와파린 등 태아에게 기형을 유발하거나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 임산부에게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 약물이 해당됩니다. 물리적 유해인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고열작업에 해당하는 고온이나 방사선을 다루는 업무로 노동자에게 보호장비가 지급되고 사용자에게 건강장해 예방조치 의무가 부여되는 작업에 해당하는 전리방사선이 해당됩니다. 문제는 화학적 유해인자 부분인데, 납, 니켈, 벤젠, 사염화탄소, 수은, 스토다드 솔벤트, 스티렌, 에텔렌글로콜모노메틸에테르, 유기수은, 이산화황, 이황화탄소, 일산화탄소, 카드뮴, 크실렌, 테트라브로모비스페놀A, 톨루엔, 폴리염화비페닐 이렇게 17가지만 지정이 되었습니다.
지 : 언뜻 들었을 때도 당연히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물질들의 이름이 들리는데 너무 적은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네요.
김 : 화학적 유해인자로 명시된 17가지는 일반 성인도 일정 기준치 이상 노출되면 업무상 재해를 당할 수 있는 유해인자들로 너무 당연한 것들입니다. 사실 화학물질이라는 것이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도 있고 하다 보니 아직 사람에 대한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지 않은 물질들도 있고 유해성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유해성이 인정되는 것들만 명시해 놓은 건 오히려 명시되지 않은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노출되어 건강손상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법에서 보상해주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 인 것이죠. 결국 법이 없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내가 일하며 다룬 화학물질이 태아에게 유해한 화학물질이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문제부터 다시 노동자들에게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산재법은 병과 업무와의 연관성을 의학적으로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당한 인과관계만 있다고 판단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시행령이 너무 건강손상자녀의 산업재해 인정에 있어 의학적 인과관계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 : 그러니까 노무사님 말씀은 굉장히 많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개발되는 화학물질들이 있는데 이런 화학물질들 중 시행령에 명시한 17개를 제외한 다른 물질들이 태아의 건강손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이라고 단언할 수 있느냐 그런 말씀이신 것 같은데요
김 : 네. 맞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처음 시행령 개정을 검토할 당시에는 천여 개가 넘는 화학물질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국내 노출 가능성이 없다거나 유해성이 낮다는 이유로, 심지어는 취급하는 사업장이 100여 곳 미만이라는 이유 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상당수의 화학물질들이 제외되었고 유산과 사산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별도 법령으로 정하겠다고 하면서 또 제외하면서 결국 17개만 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여러 화학물질을 제외한 이유들이 태아의 건강손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는 될 수 없다는 것, 청취자분들은 모두 아시시라 생각합니다.
지 :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런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 시행령 상 추정의 원칙 그러니까 시행령에 규정된 유해인자가 아니더라도 출산한 자녀에게 부상, 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그 자녀가 사망한 것과 의학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유해인자의 경우에는 인정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김 : 그렇습니다. 시행령에 그 부분이 명시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의학적 관련성을 누가 입증하느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산재법은 의학적 관련성을 명확히 입증해야만 보상을 하는 법이 아닙니다. 산재법은 사회법입니다. 화학물질이 성인을 대상으로도 어떤 건강 손상을 일으키는지 연구결과가 많이 없는 경우가 다수인데 어떤 유해물질이 태아에게 어떤 병을 일으키는 지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는 사례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한 두 사례만으로 의학적 연관성이라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시행령으로 정해져야 하는 유해인자들은 의학적 인과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 : 실제로 그러한 사례들이 있나요?
김 : 네, 이미 산재법에서도 이런 사회적 합의의 결과들이 도입된 내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업종에서 발생한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업무기간, 상병명 등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해서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업무상 재해로 판정하는 지침이 제정, 시행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11일부터 개정 시행 예정인 공무원재해보상법에서도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예를 들어 경찰이나 소방공무원 등이 공무수행과정에서 상당기간 유해,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질병에 걸리는 경우와 그 질병으로 장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공무상 재해로 추정하고 이 경우 질병의 종류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구체적인 질병명, 공무원의 직종과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에서 재직한 기간 및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인사혁신처장이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처럼 노동을 하던 중 재해를 입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은 단순히 의학적 관점에 입각해서 재해와 업무와의 관계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분야에서 유해화학물질로 인한 질병에 대해 산재법으로 근로자를 보호할 현실적 규범적 이유가 있는 점, 산재법 제도의 목적과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발병한 질병이 이른바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인과관계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아도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지 : 시행령이 아직 시행 전이라고 하셨는데, 입법예고 중인 거죠?
김 : 네. 현재 앞서 말씀드린 시행령은 입법예고돼 있는 상태로 의견제출기한이 11월 28일까지입니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처 시행령이 공포되는데 부디 정부가 노동안전보건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보다 다양한 유해물질이 반영된 시행령을 공포하기를 바랍니다.
지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