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0월25일(화) <키워드 뉴스> K-Dying (파리바게트 사고에 붙여) (제주투데이 김재훈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상범아나운서/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재훈기자/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K-dying
김/
K-dying, 입니다.
윤/
K-dying... K팝... k-드라마... K-푸드 같은 한류를 표현 단어에, ‘다잉’... 죽음이 들어갔습니다?
김/
문화적으로 보면 한국 참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외국인들과 얘기 나눠보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서양인들이 동양인 만나면, 던지는 인사말이 ‘곤니찌와’ 혹은 ‘니하오’였거든요. 근데 이제는 ‘안녕하세요’를 자연스럽게 쓰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다양한 한국의 문화 예술이 한국을 이렇게 알리고 있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자신의 소원을 말씀이 있잖아요? 저는 요 몇 년 사이 그 말이 자주 떠오르더라고요.
윤/
‘내가 원하는 우리 나라’라는 글 말씀이신가요?
김/
그렇습니다. 그 글에서 김구 선생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마음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명문 같아요. 김구 선생의 말대로라면, 지금 한국 문화예술인들이 만드는 한국 문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한국문화가 세계에 행복을 주고 있다... 김구 선생의 이어지는 글을 윤상범 아나운서가 좀 읽어주시죠.
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인류가 현재에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마음만 발달이 되면 현재의 물질력으로 20억이 다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김/
앞서 가도 정말 많이 앞서간 인물이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1949년에 돌아가셨는데... 지금 한국을 보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습니다. 그런데... 흔히 ‘국뽕’이라는 말 많이 쓰죠. ‘마약김밥’처럼 퇴출될 단어 같기도 한데요. 국가주의적이랄 수 있겠지만, 손흥민이 골을 넣는다거나 하면 전에는 나한테 그렇게 없는 것 같은데 애국심이란 게 있구나 싶고, 그럴 때가 있거든요.
윤/
라떼는 학생들이 홍콩영화... 팝송... 일본만화(유통 자체가 불법이었죠).. 이런 것들, 그러니까, 수입 문화에 많이 빠져왔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한국 문화가 주류가 됐습니다?
김/
일본만화 같은 경우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문화개방에 덜덜 떠는 목소리도 많았어요. 한국문화 다 죽는다... 그런 엄살도 있었고요.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김구 선생이 바란 문화 강국. 바로 그 모습인 거죠. 그런데...
윤/
이런 자랑스러운 문화예술 이면에는,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는 모습들도 있습니다.
김/
그렇습니다. 그 중 하나가 논문표절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썩어 문드러져 가는 한국 학계의 문제 참 심각하고요. 또 특히나 오늘 말씀드릴 노동환경 문제도 많이 대두됩니다. 그리고, 죽음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허망한 죽음과 한국인의 높은 자살 비율이 K-그늘의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K-그늘의 한 축... K-다잉과 관련해서 오늘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허망한 죽음... 열흘 째 한국사회를 달구고 있습니다.
김/
같은 노동자로서, 참 비참한 소식입니다. 저도 노동자거든요. 많은 분들이 노동자예요. 그런데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라는 단어가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단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
국가는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자’라고 정의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노동자의 날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고도 있고요.
김/
그렇다보니, 노동자라는 단어는 좀 멀게 느껴지고 ‘근로자’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윤 아나운서도 노동자잖아요? 저도 노동자고요. 그래서 노동자로서 이번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바라보게 되는데요. 지난 15일 발생한 사건 때문에 아직까지도 사회적인 충격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15일 새벽 6시20분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일상적으로 사 먹는 빵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이 녹아들어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윤/
참 많은 분들이 마음 아파하고 또 분노도 하고 있는 사건입니다.
김/
먼저 사고 상황을 살펴보면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A씨의 작업용 앞치마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빨려들어 갔고요. 빵 반죽용 기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속으로 돌아가는 기계는 아닙니다. 그런데, 힘은 강력합니다. A씨의 작업용 앞치마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면서 몸도 딸려 들어갔는데요. 사람 힘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상반신이 기계에 끼었고요.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윤/
그런데 이 사건 이전에도 사고가 있었다고요.
김/
일어날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고가 발생한 SPL은 파리바게트로 대표되는 SPC 그룹의 자회사입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빵 재료를 만드는 공장입니다. 이 공장에서 약 일주일 전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윤/
큰 사고는 아니었던 거죠?
김/
그런데, 사고에 대처하는 이 회사의 태도가 가관인데요. '파견직'이니까 병원에 알아서 가라고 하고, 그 노동자는 혼자 택시 타고 병원에 갔다고 합니다. 결국 안전과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이번과 같은 사고가 날 수 있는 전제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인 거죠. 그리고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얼마나 됐다고... SPC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40대 노동자의 손가락이 또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이 안전관리 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뒤 이틀 만이죠?
김/
그렇습니다. 다행이 이번에는 인근에 작업자가 있었고요. 기계를 정지시키는 버튼을 눌러서 중단시켰다고 합니다. 잘려진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손가락 절단 사고 발생한 현장에 다른 작업자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인근에 있는 작업자가 기계 정지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사망한 노동자 혼자 작업하고 있었고요. 그렇다보니 기계를 정지시켜줄 다른 사람이 없었습니다.
윤/
안전장치가 없었다...라는 문제... 그리고 2인1조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가 거론되었습니다.
김/
결론적으로 효율성과 비용 때문인 건데요. 이 기업이 어떻게 이번 문제를 피해가려고 하는지도 주목을 받고, 또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대상 국정감사를 진행했는데요. 사고가 발생한 업체 SPL의 강동석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윤/
2인1조 관련해서 다소 의아한 답변을 내놓았어요.
김/
강 대표는 업체의 내부 작업 표준서에 “일련의 공정을 두 사람이 함께하는 작업으로 정의돼 있다”면서 “2인 1조를 단언 짓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윤/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라고 했으면서, 2인1조는 아니다?
김/
그래서 여론을 보면 말장난 하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져 졌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
중대재해처벌법이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는 게 주요합니다. 사고 난 뒤에 처벌하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노동자가, 사람이 죽지 않는 게 훨씬 더 중요하잖습니까.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가 더욱 필요한 데요.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는 현장을 적극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그보다 앞서 손가락 끼임 사고가 발생했잖아요?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치가 됐더라면 이번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체가 충분히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거든요.
윤/
합의금을 제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김/
MBC보도인데요. 사고를 당한 A씨의 입관식을 마친 날 저녁에, 업체 측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아와 합의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요.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구체적인 합의금 규모를 제시했다고 합니다.
윤/
유족은 거부했다고 하죠?
김/
유족인 어머닌 당연히 분노를 했고요. 거기에 더해서 더 황당한 게... SPC측이 장례식장에 빵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자기 딸이 죽은 업체의 빵을 장례식장으로 보내는 이런 업체의 태도... SPC 측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는데... 말문이 막힙니다. 법적 책임을 제대로 지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산업재해와 관련해 얘기를 나눴고... 한국의 높은 자살률 문제도 심각합니다.
김/
경제적으로 나가는 국가들이랄까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있는데, 그 중 자살률 1위가 바로 한국입니다. 특히 젊은 층에서 자살률이 높게 나오고 있습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입니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했는데요. OECD 국가들의 연령표준화 자살률, 그러니까 쉽게 10만 명 당 자살률을 보면 한국은 23.6명입니다. 만 명 중 2명 이상이 자살을 한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수치냐 하면, OECD 평균 11.1명이거든요. 그 두 배가 넘습니다.
윤/
부끄러운 정도를 넘어 아픈 소식입니다.
김/
지난해 한국의 자살 사망자는 총 1만3352명으로 나타났는데요. 전년 대비 157명이 늘었습니다. 비율로는 1.2%가 증가했습니다. 연령대로 보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고요. 4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사망원인 1위는 암이었는데요. 40대, 50대의 사망 원인 2위가 자살이었습니다. 한해에 1만3352명이라고 하면 잘 감이 안 오는데... 어느 정도냐 하면 매일 37명이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잖습니까? 원인은 무엇으로 진단되고, 대책은 뭘까요?
김/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 대학교수의 한겨레 칼럼을 의미 있게 읽었는데요. 결론적으로, 한국사회의 불평등 문제가 크다...라는 겁니다. 그리고 사회안적망의 취약 이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능력, 성공 주의사회의 경쟁에서 밀려나거나, 하면 추락의 공포가 크다는 겁니다. 특히 청년 세대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윤태 교수는 “한국의 비극은 불평등의 상처에서 비롯된다.”고 꼬집어 말했습니다. 성공이 최고의 행복인 사회... 돈 많이 버는 거죠.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새해 인사말로 하는 나라 아닙니까. 그만큼 우리 삶 깊숙이 물질주의가 침투해 있다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물질주의와 경쟁구도 불평등 구조 개선이 필요합니다.
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