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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9월14일(수) <오늘의 시선> 유네스코 3관광 제주, 껍데기는 가라 (미디어제주 김은혜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주제는?

김: “유네스코 3관광 제주, 껍데기는 가라”

윤: 질문이 꽤나 호전적입니다. “유네스코 3관왕 제주, 껍데기는 가라”. 현재 유네스코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재인증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도 할 텐데요. 어떤 이야기?

감: 제주도가 유네스코 자연분야 3관왕이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이걸로 제주도에서 워낙 홍보도 많이 하고,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네스코 3관왕이 뭐냐, 3관왕이 도대체 왜 중요하냐,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냐 묻는다면? 답을 내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왜 그럴까. 바로 현재 제주도의 유네스코 3관왕은 껍데기만 있는 허울에 불과하기 때문인데. 오늘은 이 문제를 집중해서 다뤄볼까 합니다.

윤: 깊이 들어가기에 앞서, 배경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이 세 가지를 득했기 때문에 제주도를 ‘유네스코 3관왕’이라고 부르는데. 각각의 가치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죠.

김: 우리가 흔히 제주도를 두고 천혜의 자연이다, 자연이 소중하다 이런 말 하는데. 이게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뜻하는 것이 바로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이죠.

제주도는 섬 전체가 탁월한 지질학적 가치를 가졌다 해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선정이 됐고요, 섬 전체의 생물다양성이 특별하고 보전할 필요가 있다 해서 생물권보전지역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또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섬 규모로 보면 상당한 규모가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한라산 전체가 자연유산이고요, 만장굴에서 월정리 앞바다까지 이어지는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이 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있습니다.

이게 사실은 어마어마한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지역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된 사례는 제주도가 유일하고. 그렇기에 더 특별한 제주 자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윤: 제주의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소개해주신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 타이틀이 껍데기만 있는 허울에 불과하다, 이런 표현도 하셨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죠?

김: 문제가 방대하다보니 크게 두 가지 내용만 압축해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첫 번째,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로 인해 오히려 생존권 위협을 받게 된 주민들 이야기가 있고요. 두 번째로는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세계지질공원 심사의 허점.

윤: 첫 번째 문제부터 살펴보죠.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로 인해 주민들이 오히려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고요.

김: 네. 유네스코 3관왕, 제주 자연보호를 위해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심지어 그 지역에서 주민을 살기 힘들게 만드는 제재수단이 되고 있다는 이야긴데요. 아무리 자연이 소중하고,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보호받고 있다 하더라도. 자연 보전을 위한 행위가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면, 다시 고려해봐야 하겠죠. 자연보다 소중한 게 사람 목숨 아니겠습니까.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협약에 대한 이행지침 12항을 통해 지역주민이 세계유산 등재신청과 보호에 있어 참여를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주민 참여 없는 자연보호는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힘들고, 이뤄진다 하더라도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식의 보전방식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윤: 지역 주민과의 상생방안이 포함된 자연보전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의미로 세계자연유산협약 관련 내용까지 언급해주신 것 같은데. 문제는 지역주민과의 상생방안이 제대로 수립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요. 이 부분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시면 좋겠는데요.

김: 제주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실제 지역 사례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월정리 이야기입니다.

유네스코 3관왕 중에 특히 가장 심사가 까다롭고 따기 힘든 타이틀이 바로 세계자연유산 자격입니다. 제주도가 이를 얻어낸 것이 2007년인데, 이때부터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 매입 절차에 들어갑니다. 특히 월정리 중심으로요.

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자격을 획득한 2007년 이후, 행정이 제주 월정리 지역 중심으로 토지 매입을 하기 시작했다고요.

김: 네, 왜냐면 제주도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켜준 가장 큰 공신이 바로 월정리 지역의 용천동굴인데. 이 용천동굴은 월정리 밭들 사이에 위치해 있거든요. 밭에 뿌리는 비료가 동굴 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고. 이에 따라 제주도는 용천동굴 인근 밭을 부지런히 매입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러면서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기 시작했다는 건데. 주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헐값에 밭을 행정에 넘길 수밖에 없었고, 농사로 먹고 살던 주민들의 삶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보전을 위해서라는 행정의 명분이 있긴 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먹고 살 길이 막막해지는 순간이었다고 해요. 이 주민들에게는 생계수단이 농경인데. 밭을 거의 반 강제로 행정에 빼앗기고,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서 생계수단을 빼앗긴 겁니다. 결국 자연보전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된 토지 수용이지만, 주민 생존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강압적인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면서. 주민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윤: 세계자연유산 용천동굴 보호를 위해 인근 토지를 제주도가 매입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인근 경작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거군요.

김: 네. 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선정의 취지와도 어긋납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자연유산 보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특히 원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거든요. 행정이 일방적으로 하는 보전활동을 권자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주도는 주민과의 상생 방안은 뒷전이었고. 결국 월정리 주민들은 생계수단인 농경을 더는 할 수 없게 되며 피해를 호소할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첨언하자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심사기 진행될 당시 용천동굴 옆에는 하수처리장 공사가 진행됐고. 한 차례 증설을 거쳐 재증설이 추진 중인데요. 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월류수, 오수와 민물 때문에 월정 앞바다 해양생태계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고 해요. 이에 따라 해녀들이 피해를 겪고 있는데. 이 때문에 월정 분들은 농사도 못 짓고, 물질도 못하게 되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입니다.

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보호라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농경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의 생존권 박탈 문제를 지적해 주셨습니다. 이번엔 다음 사례로 넘어가 보죠. 현재 진행 중인 제주 세계지질공원 심사에 허점이 있다고요.

김: 네, 제주도가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세 번째 재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이를 위한 현장 심사가 어제부터 오는 16일 금요일까지 제주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이를 위해 유네스코 측에서 심사단이 제주를 방문한 상황이고요.

서류심사보다 중요한 것이 현장 심사일 텐데. 막상 이 심사과정에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도정이 주도해서 심사현장 안내가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도정으로 인해 훼손당한 제주 지질 자연의 모습들은 심사단에 아예 안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애당초 심사가 이뤄지는 지역이 제주도가 설정한 ‘13곳 핵심구역’ 내에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심사단은 그 이면의 것들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허점으로 작용합니다.

윤: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재인증을 위한 현장 심사 지역이 제주도가 설정한 ‘핵심구역’으로 한정된다고요. 제주도는 섬 전체가 세계지질공원이기 때문에, 전 지역을 대상으로 폭넓게 현장심사가 이뤄지는 줄로만 알았는데. 실상은 매우 한정된 지역에서만 이뤄진다는 거군요.

김: 맞습니다. 종합하면, 도정 입맛에 맞는 잘 관리된 예쁜 모습만 심사단에 비춰지고, 파괴된 자연 모습은 심사단에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심사에 커다란 허점이 있고, 그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실제로 제주 세계유산본부 측에 확인을 해보니 심사단 인솔 담당자는 주무부처 공무원이고요. 심사단과 만나는 현장 해설사들도 제주도가 양성한 해설사입니다. 제주도청 외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연 파괴의 모습들을 심사단은 결코 알기 어려운 형태로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윤: 심사 과정에 주민 참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건가요?

김: 물어보니 13곳 핵심구역 중 일부 주민이나 해설사 분들과의 만남이 있긴 한데요. 이것도 제주도가 주관해서 기획한 만남이다보니 자연파괴, 훼손으로 오래 싸워온 현장 주민의 목소리는 담길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면 제2공항 반대를 외친 성산 주민분들, 구럼비 바위 폭파를 온몸으로 막아섰던 강정마을 주민분들은 목소리를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겁니다.

윤: 현장 심사는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제주도가 주관해서 지역들을 안내하고, 심사위원들은 현장을 둘러보는 그런 방식일 것 같기는 한데. 구체적으로 그 모습이 궁금한데요.

김: 제가 전체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서 단언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일단 어제 하루 종일 심사단 뒤를 좇으며 현장에서 피켓시위를 한 시민분들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었는데요. 월정리 용천동굴 파괴 문제를 알리기 위해 나선 분들인데. 현장심사가 너무 단촐하고 싱겁게 끝난다는 거예요. 해설사가 현장에서 설명을 하고, 심사단은 잠시 그 부근을 둘러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그런 형태로 심사가 이뤄지고 있어서. 월정 마을 분들은 도대체 이 심사가 의미가 있는 거냐. 의문이 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윤: 그렇군요. 끝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다면요.

김: 우리가 흔히 ‘자연이 소중하다’, ‘자연을 지켜야 한다’ 말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 왔고요. 그런데 막상 행정은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습니다.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이지만, 멸종위기종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에 왕복 6차로 폭 35m의 대규모 서귀포시도시우회도로를 내고요.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 서식지가 있는 화북천을 매립해버리고 하수처리시설을 짓습니다.

또 유네스코 3관왕에 등재됐다 자랑하는 한편. 그 이면에는 토지 수용으로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 있습니다.

거대 자본 혹은 행정력이 ‘자연 보호’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막상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못살게 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소수가 큰 희생을 치루고 있는 제주의 모습이 과연 아름다운 것인지. 한번쯤 우리 모두 고민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