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검색
라디오제주시대

라디오제주시대

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7월13일(수) <오늘의 시선> 15분 도시 제주 구상에 대하여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지난 시간 ‘도민할인’은 우대인가 차별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김 : 네, 방송 이후에 골프장 이용에 대한 토로도 듣고요. 제주지역의 개발이익 환수 차원으로 볼 문제이기도 하다는 말씀 들려주신 분도 계세요. 도민할인 유지해야 한다, 폐지해야 한다, 보다도 제 의도는 포섭과 배제의 측면도 있다, 더군다나 인구의 급증과 제주를 방문하는 형태가 관광의 거주화라는 양상을 보이는 때에 ‘도민’이란 누구인가, 이런 질문을 해볼 때라는 점을 강조했어요. 


윤 : 할 얘기가 아직 남은 것 같은데, 오늘 이어서 하시나요?


김 : 오늘은 아닙니다. 조만간 다시 다뤄보도록 하고요. 7월이 됐습니다. 오영훈 도정이 새롭게 출범했어요. 이를 기념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윤 : 마냥 축하만 할 것 같진 않은데요. 어떤 이야기를 시작하려는지 궁금합니다.


김 : 인수위원회에서 도민 공감 아카데미를 열면서 핵심 공약에 관한 밑그림을 공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죠. 제주형기초자치단체, 생태계서비스지불제 도입, 생애주기별 돌봄정책 등등 하나하나 조목조목 볼 것들이 많은데, 이 가운데서도 이목이 쏠린 정책은 제주형 청년보장제와 15분 도시로 보입니다. 어느 거 하나 빼놓을 거 없이 다 논의들이 필요할 테지만 저는 15분 도시에 특히 눈길이 가더라고요.


윤 : 네, 저희가 얼마 전에 인수위원회의 라해문 위원과 15분 도시 구상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 바 있었죠.


김 : 네, 저도 챙겨 들었는데, 그러니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지금 단계에서 어떤 기대나 우려보다도 이런 질문을 좀 먼저 던져보려고 해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이런 점들을 떠올리면서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예전에 제가 오늘의 시선에서 제주가 자동차 중심, 자동차 의존도가 높다는 걸 지적하면서 ‘걸을 수 있는 도시’, ‘걸어서 좋은 도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때 제가 다음기회에 콤팩트시티에 대해서도 다뤄보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마침 15분 도시 구상이 공개되면서 제주지역에 15분 도시, 콤팩트시티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 타이밍 좋게 좀 더 고민해보게 되었네요.


윤 : 그즈음에 제주가 걷기 어려운 도시라고 지적하면서, 또 자전거 타기에도 만만치 않은 도시다, 이런 이야기도 나눴던 기억이 나네요. 

이번 15분 도시 제주 구상의 핵심은 도보로, 혹은 자전거를 타고 15분 이내에서 만족도가 높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김 : 네, 이번 15분 도시 제주 구상이 소개되면서 취지, 당위에는 많이 공감하셨을 거예요.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 중심을 바꾸겠다, 이 구호로 요약할 수 있겠는데요. 반응도 뜨겁고, 이걸 구현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도 특히 더 많은 관심 쏠리고 있잖아요? 걸어서 마트에 다녀오고, 걸어서 학원에 다녀오고, 걸어서 커피숍에 다녀오고, 혹은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다녀오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의원에 다녀오는 물론 내 몸에도 좋고, 기분도 좋고, 지구를 위해서도 좋겠죠. 

그런데 우리 일상이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 등하교 때에도 자동차에 의존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고, 기존의 대중교통체계로는 많은 불편을 감수한다고 여기고 있잖아요. ‘제주에 살려면 자동차는 있어야 해’라고 흔히 하는 말을 ‘자동차가 없어도 제주에서 편리하게 살 수 있어’로 뒤집으려면 정말 많은 단계들을 거쳐야 하니, 어떤 청사진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합니다. 


윤 : 네 그게 관건이겠죠. 도정 출범하자마자 기본구상 용역을 심의에 부친 것으로 보아 의욕은 상당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겠는데요.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8월까지는 용역으로 구상의 밑그림을 만들고 9월부터는 추진하겠다, 이런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 : 이 15분 도시 제주에 대한 구상이 공개되면서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져서 잘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런데 성공 사례로 자주 소개되고 있는 프랑스 파리라든지, 미국의 포틀랜드, 또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주 멜버른과 제주보다는 스타트가 좀 더 빠른 국내의 서울이든, 부산이 전제가 다르듯 우리 제주지역 또한 전제 조건과 토대가 다르니 접근도 달라야한다는 것까지도 비단 일각의 우려일뿐 아니라 꽤 많이 공감하실 듯해요. 연구 용역도 이런 점들을 충분히 헤아려서 출발선을 잘 설정하면 좋겠는데요.


윤 :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많이 쏟아지고 있어요. 아까 기대와 우려보다는 질문을 해보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 우려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순 없을 거 같거든요? 

또 다른 이름의 난개발 논리 아니냐, 제주도 내 각 지역의 다양성을 획일화하는 거 아니냐, 읍면지역의 생활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 등등 이 우려들도 잘 해소가 되어야 할 텐데요.


김 : 저는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n분 도시, 제주는 15분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 개념 자체가 현대화의 가장 극단이다, 이거였어요. 이러다 정말 이동 자체를 하지 않고도 일상생활이 되는 초단위 도시 계획도 나오는 거 아냐? 이 말이 대번에 나왔는데요. 요즘은 내비게이션을 켜도 소요시간이 거의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음식 배달하면 배달 예상시간도 거의 정확하잖아요? 저는 이게 편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거 정말 좋은 거 맞나? 이러기도 해요. 일과를 시간단위가 아니라 분과 초단위까지 나누게 되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이런 공상 아닌 공상도 해봤어요. 


윤 :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요?


김 : 인간이 인간에게 점점 더 가혹해지지 않을까요? 3분이면 도착하겠다고 한 버스가 3분 안에 오지 않으면 어때요? 조급해지지 않나요? 40분 내에 오겠다고 한 피자가 오지 않으면 어떨 땐 짜증도 나요.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이제야 집에서 나오면서 ‘거의 다 왔어’ 이런 귀여운(?) 거짓말도 하곤 하잖아요. 근데 요즘엔 그 친구가 탄 버스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도 조회할 수 있으니까요. 터놓고 말해서 자동차 중심 사회가 된 것도 이 속도, 더 빠른 속도, 더더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고 이걸 추구하다가 생겨난 거죠. 자동차를 탈피한 사람 중심의 도시계획의 이점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 분 단위의 생활권을 강조하는 것도 ‘눈에는 눈’ 전략인가? 싶기는 해요. 


윤 : 현대인들에게 뭐가 잘 통하는지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죠.


김 : 이 n분 도시 개념이 공간 중심의 계획에서 시간을 고려한 계획의 관점으로 전환이라고 하더라고요. 점과 점으로 흩어진 시설 간의 연계성을 고려해서 연속적인 삶의 패턴을 고려하는 것이 기존의 도시계획과 다른 점이라는 것인데요. 15분 도시 제주에 대한 구상이 공개되면서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져서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요. 콤팩트시티에 대해서는 세계의 여러 메가시티에서 이미 도입하기도 했고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는 역세권 활성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이 추진되기도 했었죠. 콤팩트시티와 이른바 도보생활권을 가리키는 n분 도시가 비슷하긴 해도 콤팩트시티가 수직 모빌리티를 바탕으로 고밀, 복합을 추구하는 게 핵심이라면 n분 도시는 밀도를 중요하게 여기긴 하더라도 다양성, 근접성 등 비교적 수평을 지향하는 개념이에요. 다수의 지적 또한 또 다른 이름의 개발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죠. 기존의 콤팩트시티의 논의가 도시 기능의 고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고층 건물에 다양한 기능을 섞는다거나 기능의 중첩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는 거 같아요. 


윤 : 개념 자체는 참 좋죠. 그런데 이걸 제주지역 곳곳마다 무엇을 고려하며 적용하느냐? 이게 문제인데, 상당한 난이도가 예상됩니다.


김 : 이 15분이 도보, 혹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생활권을 고려하는 것이잖아요? 우리의 옛 노래 가사에도 ‘날 두고 가신 님 10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단위가 지금과 좀 다르겠지만 적당히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약 4km라는 뜻이잖아요. 15분 정도면 저처럼 키가 작은 사람도 2km 정도 갈 수 있을 시간이고요. 자전거나 요즘 많이 타는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면 좀 더 긴 거리를 짧은 시간에 이동할 수도 있겠죠. 동지역에서야 편의시설을 이 시간 안에 수월하게 이용이 가능하지만 읍면지역의 생활권 설정과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이 난이도를 좌우할 것 같아요.


윤 : 지금 알려진 대로는 제주지역을 20여 개 중소생활권으로 나누겠다, 읍면지역은 2.5km 안팎의 인구 규모 5만 명 정도로 묶고 읍면 지역은 7km 반경 안에 인구 규모 2만 명 정도를 포괄한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잖아요?


김 : 생활권에 포함되는 게 의료, 문화, 교육이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 이 15분 도시 제주의 취지이죠. 생활권 설정보다도 각 생활권 안에서 시설의 질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느냐는 질문들은 언론에서도 제기가 되었는데요. 고질적으로 서귀포지역의 종합병원 이야기할 때 인력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고, 어떻게 더 좋은 의료진들을 오게할 것이냐, 인센티브 강화냐, 이런 논의들도 있었던 걸 기억하신다면 지금 각 동네, 지역마다 분포되어 운영되고 있는 병의원의 서비스는? 혹은 공공의원의 확산인가? 공적 개입이 이걸 얼마나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것도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윤 : 보통 어딘가로 이사를 할 때, 그 지역에 병의원은 얼마나 가깝고 학교는 얼마나 가깝고 생필품 구매가 용이한지 이런 것들 고려하기 마련인데요. 결국 이게 또 생활권마다 차이가 난다면 이동을 하면서라도 다른 동네로 다니지 않겠어요?


김 : 그래서 저는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게, 도시와 농촌의 균형, 제주시 중심의 제주의 공간구조에서 균형을 추구하는 공간구조로 탈바꿈하겠다, 이런 말을 들으면 균형발전에서의 균형은 어떤 상태를 가리킬까? 오영훈 도정이 상정하는 균형이란 무엇일까? 궁금하더라고요. 이젠 읍면지역이 꼭 농어촌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비제주시, 비도심 지역의 특성들은 어떤 것을 고려할 수 있을까? 도시화가 아닌 발전, 도시화가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충분히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해 보여요.

이런 말을 하면 순진한 생각 아니냐 혹은 뭣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대번에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어느 동네를 가나 똑같다면 과연 이걸 균일하게 하는 것이 격차를 줄이는 일일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음은 이동하지 않고, 다른 동네에 가지 않고도 어디서든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행정당국의 개입으로 어디까지 이뤄질 수 있을까? 도민 참여를 촉구한다는 것은 자본인가, 아님 결단인가 뭐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윤 : 그 부분에 대한 복안도 어떻게 나올지 지켜 봐야할 것 같고요. 


김 : 또 더불어 고려해야할 게 생활권 자체가 구매와 소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기능까지 포괄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촉진할 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마구마구 솟습니다. 걸어서 좋은 도시의 핵심도 걸어 다니면서 대면 접촉이 늘어나고, 접촉으로 인해 관계가 생겨나고, 상점의 구매 행위가 늘고, 상점이 거점 공간이 되고, 이런 순환이 관계성을 증대한다고 보는 거죠. 그간 도시재생 사업에서 이런 기능을 각 마을에, 동네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였는데 이 대대적인 프로젝트 안에서는 어떻게 구현이 될지도 지켜봐야하겠습니다. 


윤 : 오늘 기대와 우려보다도 15분 도시 제주의 밑그림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기 전에 질문을 던져보겠다 했는데, 둘 다 골고루 섞여있는 질문이었네요?


김 : 앞으로 관전 포인트로, 어떻게 추진되고 진행이 되는지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일상, 걸어서 좋은 제주, 걷기 좋은 제주를 바라는 도민으로서 드리는 당부입니다. 


윤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