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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7월4일(월) <로스쿨>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살인사건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살인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었죠. 먼저 사건의 개요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좀 해주실까요.

최> 지난 6월 22일 대구 수성구 법원 인근 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소방차 50대와 소방인력 160명이 동원되었고 불은 20분만에 꺼졌습니다. 하지만 방화범 천씨를 포함 7명이 숨지고 46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윤> 뉴스를 보니 소송에서 패소한 범인이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를 한 것으로 나오던데요. 어떤 재판을 진행했던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방화범은 주상복합아파트 개발 사업 투자금 반환 소송에 패소한 천씨였는데요. 천 씨는 2013년 대구 수성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사업 관련해서 시행사하고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에 여러 차례에 나눠서 2015년 6월까지 총 6억 8500만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이후에 천 씨는 2019년경 투자금 중 5억 3천여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면서 시행사와 시행사 대표 A씨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시행사만 천 씨에게 투자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고 시행사 대표 A씨 개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천씨는 항소를 했고 항소가 기각되어 판결은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윤> 주상복합 아파트 신축 사업 관련해서 투자를 했다가 투자금 반환 청구 소송을 했는데 시행사에게는 승소했지만 시행사 대표에게는 패소를 한 것이군요. 그러면 소송을 완전히 패소한 것도 아니네요.

최> 그렇습니다. 시행사에게는 승소를 했기 때문에 절반은 승소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이 패소한 시행사에게 돈을 줄 여력이 없었던 것이죠. 시행사 상대로는 승소했지만 시행사에게 돈을 받아내지 못하자 천씨는 다시 대표 A씨만을 상대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냈다고 합니다. A씨가 시행사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만큼 A씨가 투자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윤> 시행사가 돈을 줄 형편이 되지 않으니까 그 대표인 A씨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군요. 그런데 다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고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이 소송에서 A씨의 소송대리를 배 모 변호사가 맡았는데 1심 법원은 원고 천 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천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황에서 상대방 변호사인 배 모 변호사의 사무실을 찾아가서 방화를 한 것입니다.

윤> 그런데 정작 소송을 진행했던 배 모 변호사는 지방 출장으로 화를 면했다고 하던데 맞나요.

최> 맞습니다. 배 모 변호사는 지방 출장 중이어서 화를 면했고, 그 사무실에 같이 일하고 있던 김 모 변호사와 다른 직원들이 안타깝게도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윤> 사망자가 방화범 천 씨를 포함해서 7명이나 발생하였지요.

최> 그렇습니다. 특히 김모 변호사와 사무장은 사촌형제 사이였던 것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사망한 사람은 7명이었지만 연기흡입 등으로 상해를 입은 사람도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배모 변호사 입장에서도 상당히 난처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심경에 대해서 인터뷰 한 것이 있나요.

최> 숨진 김 변호사와 합동법률사무소를 운영했던 배모 변호사는 “가슴이 너무 무거워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고,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며 “어떤 식으로든 유족들한테 위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소송에서 진 상대방이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방화를 했는데 나는 지방 출장이 있어 화를 면했고 사무실에 남아 있던 동료 변호사와 직원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 정말 큰 충격을 받으셨을 것 같고 어떻게 일상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지, 변호사 업무는 다시 하실 수 있을지 같은 변호사로서 걱정이 많이 됩니다. 돌아가신 분들도 아무 죄 없이 사고를 당하셔서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지만 배 모 변호사님도 상처를 잘 극복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윤>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은 어떤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최> 방화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법무부는 범죄 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1인당 사망 전 평균 보수월액의 48개월분을 보상하고 그와 더불어서 장례비 400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또 검찰 역시 범죄피해자 보상 구호금을 지원할 계획이고 대구시는 대구시대로시민사회 보상금으로 1인당 2천만 원을 지원할 것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대구시 교육청도 희생자 자녀들을 위한 특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각종 변호사 단체도 협회 차원에서 성금 모금활동을 하는 등 각계각층의 온정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윤> 그렇군요. 아무리 많은 보상을 하더라도 희생자들의 사망을 위로하기에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건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서 그런데 천 씨가 그냥 방화만 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고 하던데요.

최> 그렇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내용인데 희생자 중 2명한테서는 흉기에 의한 자상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천 씨는 변호사 사무실 출입문 쪽에서 사무실 중간 방향으로 쓰러져 있었는데 출입구를 막아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천 씨가 불을 질러놓고 사무실을 탈출하려고 하는 피해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서 탈출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측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그 장면을 보면 진주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최> 그렇습니다. 2019년 4월에 있었던 사건이죠. 진주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에 대피하는 사람들에게 흉기로 휘둘러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는데. 당시 범인인 안씨는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어린이나 노인을 골라 흉기를 휘둘렀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 불을 지른 후 흉기로 피해자들을 탈출하지 못하게 했다는 측면에서 진주아파트 방화 및 살인사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윤>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해서 상대방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서 방화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케이스가 종종 있는 것일까요.

최> 소송에서 패소했을 경우에 보통은 자신과 소송을 했던 상대방 당사자를 원망하거나 아니면 나의 소송을 대리했던 내 변호사를 원망하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그렇지 않으면 판결을 잘못 했다고 생각해서 담당 판사를 원망하거나 형사사건인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는 것을 검사가 억지로 사건을 만들어서 기소했다고 담당 검사를 원망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상대방 당사자가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를 원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무실을 찾아가서 방화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그리고 직접 소송을 수행했던 상대방 변호사는 사무실에 있지도 않았는데 불을 질렀단 말이죠. 일종의 묻지마 범죄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최> 그렇습니다. 묻지마 범죄라는 건 두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하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는 점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소송에서 졌다는 점에서 전혀 이유가 없지는 않지만 소송 상대편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는 점에서 동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변호사를 제외하고도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묻지마 범죄는 대표적인 표현적 범죄에 속하는데요. 범행을 저질러서 돈이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순하게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범행의 방식이 총기난사나 흉기난동, 방화 등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누구나를 죽이거나 적어도 심한 수준의 상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죠.

윤> 그렇군요. 분명히 묻지마 범죄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범죄자들이 갖는 특징이 있을까요.

최>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도 특징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절반 이상이 청년 노동 소외계층에서 발생하거든요.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 예를 들면 실직을 했다거나 이혼을 해서 가족을 잃었거나, 인간관계가 오랜 기간 단절되었다든지, 일부는 정신지체를 갖고 있는 장애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1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기 때문에 먹고사는 것 자체가 너무 힘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빚 독촉을 받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니까 삶을 원망하다가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죠. 세상은 나에게만 불공평하다, 세상이 부조리해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 사람들이 다 나를 무시한다는 이런 생각들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분노를 표현할 대상을 찾게 되는 것이죠.

윤> 가해자를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이런 외톨이형 묻지마 범죄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지원 또는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네요.

최> 그렇습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로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을 상실해서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것. 이 두 가지 측면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묻지마 범죄가 얼마든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가해자가 이미 사망해 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처벌을 받을 것인지를 논하는 것이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유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번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사건 같은 경우 가해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나요.

최> 먼저 형법 제164조 제2항 현주건조물 방화 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현주건조물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는 건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데요.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등을 태워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처음부터 사람들을 살해할 목적을 갖고 방화한 것이라면 살인죄가 별도로 성립하지는 않나요.

최> 별도로 살인죄가 성립할 여지도 있는데요. 천씨 같은 경우 흉기를 휘두르기도 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약 들어가서 흉기로 피해자들을 먼저 살해하고 불을 지른 것이라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와 살인죄의 경합범이 성립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에는 불을 질러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만 성립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는 합니다.

윤> 그렇군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이 사건 이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하던데 그 내용도 잠깐 소개를 해주시죠.

최> 네. 대한변협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전국 변호사 회원 총 17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48%가 의뢰인, 소송 상대방 등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신변 위협 주체는 소송 상대방 또는 그 지인이 48%, 의뢰인 또는 그 지인이 44%였습니다. 신변 위협 행위로는 폭언, 욕설 등 언어폭력 45%, 과도한 연락 등 스토킹 행위 15%, 방화, 살인 고지, 폭력 등 위해 협박 14%, 자해 자살 암시 9%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응답한 변호사의 65%가 자기 보호 방호 장구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윤> 48%면 거의 절반 정도는 신변의 위협을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인데요. 상당히 충격적인 수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65%의 변호사가 자기 보호 방호 장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하니 정말 심각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변협이 내놓은 대책방안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최> 법률사무소 종사자 정기 안전교육, 방범 경비 업체와의 업무제휴 방호 장구 공동구매 추진 등을 단기적 대책으로 내놓았고요. 장기적 대책으로는 ‘사법 불신’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을 주문했습니다. 이종엽 변협 회장은 사법 불신 해소 대책으로 “재판 전 양측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고 앞으로 국회의원들과 법조 및 의료 종사자 상대 테러 방지 입법대책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윤> 같은 변호사로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 끝으로 소감을 말씀해 주신다면.

최> 정말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나 혼자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나의 행동, 업무 수행의 결과가 아무 죄 없는 사무실 식구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좀 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면서 원한을 사는 행동은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배 변호사님에게도 위로를 전해드립니다.

윤> 그렇군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