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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 4월 6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 세대 구분보다 그 안의 사람을 먼저 봐주길 (김태연 제주여민회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지난 방송에서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청년 세대 호명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관한 주제를 다뤘죠. 이를 두고서 대선 이후에도 여러 평가들이 나왔는데요. 혹시 뭐, 주변에서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요? 이야기 좀 나눠보셨나요?

김 : 이른바 ‘이대남 현상’이라고 하죠. 이들이 2번을 지지한다고 해서 ‘2번남’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고, 2030 여성들의 표심이 1번으로 쏠렸다고 해서 청년 세대의 젠더 대결이다 이런 평가도 있었는데요. 실제로 주변에서는 개인의 입장에 따라서 지지하는 후보가 꼭 그렇게 일치하진 않더라고요. 지지하는 이유도 예를 들어서 하고 있는 일이든,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서도 제각기 달랐다는 점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머리를 긁적이게 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지지율로 나타난 양상으로 어떤 경향성을 파악할 순 있겠으나, 실제로 어떤 근거가 있는 법칙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좀 더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 : 이번 대선에서 청년 세대가 가장 큰 변수였다, 이런 평은 흔히 하지만 그 안에 나타난 차이들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김 : ‘이대남’ ‘이대녀’의 대결이었다, 혹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의 대결이었다, 이렇게 표현을 하던데요. 선거가 어느 코미디프로의 유행어처럼 ‘1등만 기억하는’ 결과만을 남긴다고 하더라도, 이런 서술이 승자와 패자만을 기억하게 만든다는 것이 우려스럽죠. 단순히 ‘지지’와 ‘지지율’로 나타난 수치와 결과보다 누가, 왜 그랬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보는 것이 정당정치를 위해서만 필요한 게 아니라 이런 프레임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사라지게 하는지 파악하는 데도 필요하고요.

윤 : 그런 점에서 과제를 많이 남긴 대선이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 준비해오셨나요?

김 : ‘세대’가 키워드라는 점에서 지난 주제의 연장인데요. 이번 선거에서 2030을 비롯해 청년세대를 통틀어 ‘mz세대’라고 칭하는 언론 보도나 관련 리포트 많이 접하셨을 테고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시기도 하고 듣기도 하실 거예요. mz세대라는 명명이 의미하는 게 대체 무엇인지 좀 살펴볼까 해요.

윤 : 요즘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쓰죠. 말만 많이 들어봤는데, 찾아보니 1980년대생부터 2010년대생까지 상당히 넓은 범위를 포괄하던데요.

김 : 네, m에 해당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를, z세대는 2010년대 초반까지, 요즘에는 중반까지도 포함한다고 하던데, 이를 통틀어서 mz세대라고 부르는데요. 범위가 넓다 보니 더 많이 자주 쓰이는 것 같아요. 저뿐만이 아니라 세대론을 지적하는 다수가 세대를 뭉뚱그려서 표현한다는 점을 입을 모아 말하는데요. mz세대가 딱 그런 경우이죠. 현재 한국 인구의 3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윤 : 인구의 33%나 된다면, 하나의 세대로 묶어서 부르는 게 의미가 있나요? 세대를 분류한다는 건 공통적인 특성을 찾아내기 위해서잖아요?

김 : 인구의 한 집단으로 갖는 특성이기보다는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공통의 의식이 변해서 이를 다르게 구분하려는 게 아닐까 해요. 영화 <국제시장>의 인물들이 대변해 보여주듯이, 한국전쟁 이후에 산업화 시대를 관통하는 어떤 정서들이 있다고 하는 것처럼요. 이것이 지배적이던 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mz세대라는 명명이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정작 mz세대를 열심히 활용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마케팅 분야에서 신소비층으로 많이 부르고 있고, 언론에서도 mz세대 정의와 특성을 찾아내는 데 분주하고요. 또, mz세대를 가장 많이 부르고 말하는 경우도 mz세대 당사자이기보다 mz세대를 불러야 하는 비mz세대인 경우가 더 많아요.

윤 : 누가 mz세대를 부르는지를 보면 왜 이들을 세대로 묶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 : 저는 주로 중년 세대에서, 자신보다 젊은 몇몇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에 이를 일축해버리는 마법의 주문이라는 생각도 하거든요. “mz세대잖아”라고 표현하는 걸 자주 들어요. 좋게 보자면, 시쳇말로, “라떼” 연설을 시작하기 전에 “mz세대는 다 그래”로 ‘요즘 애들’을 이해하는 노력을 한다고 볼 수도 있고요.

윤 : mz세대의 특징으로 일컫는 몇 가지가 있잖아요?

김 : 가장 먼저 일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꼽죠. 첫째로는 삶의 균형, ‘워라밸’을 중요시하게 여긴다는 것을 꼽는데요, ‘야근에 주말 잔업을 수당도 안 받고 당연하게 여겼다’는 부장님 실장님과 다르게 요즘 mz세대들은 수당을 줘도 정시 퇴근하고 주말에 안 나오려고 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인데 비싼 음식 사준다고 해도 안 가려고 한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신입사원은 가장 빨리 출근해서 가장 늦게 출근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도 ‘신입사원이 가장 늦게 출근해서 가장 빨리 퇴근한다’는 세태로 바뀌었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하고요. 회사의 긴급한 연락이어도 퇴근 시간 이후에는 연락 받기를 꺼려한다, 전화나 대면 접촉보다는 온라인 메신저에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을 선호한다고 하죠.

윤 : 저는 과도기에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회사일이 먼저다, 가정보다는 직장 먼저 챙겨야 한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셨죠. 그러고 보면 공과 사를 구분하는 기준이 바뀐 게 아닌가 싶은데요.

김 : 네, mz세대를 설명할 때 우선 순위를 매기는 가치관이 변화했다는 걸 가장 먼저 이야기하던데요. 그렇다면 가치관이 변화하게 된 사회적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방금도 공과 사라는 기준을 말씀하셨지만, 그동안은 한 회사를 오래 다니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곧 나의 성장으로 동기화가 돼서 회사생활이 곧 공적인 것이고, 개인적인 것은 부수적인 것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더 이상 직장에서의 일이 내 삶의 1순위이지 않은 건, 매달려봐야 보장되지 않는 경제적 풍요뿐 아니라 안정된 고용 상태도 있을 테고요. 근데 이런 것을 고려하지 않게 되면 마치 ‘요즘 애들은 ‘생각이 짧아서’, ‘자기밖에 모르는’ 존재가 되어버리기 쉽죠.

윤 : 사회적 배경에 따라서 공과 사의 기준도 달라지고 우선시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이지 단지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으로만 묘사되는 건 우려할 지점이네요. 근데, mz세대 중에서도 밀레니얼세대들이 말하는 억울함이 있던데요.

김 : 이렇게까지 말하면 대화가 어려워지기는 할 텐데, 타인을 이해하는 게 늘 어려운 일이고 동갑내기여도 마찬가지잖아요. 이른바 z세대인 연령대의 생활방식, 사고방식이라고 불리는 묶음을 이해하기 어렵기는 밀레니얼세대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 않겠어요? 특히 회사생활을 하는 지인들도 중간관리자가 됐든 사수가 됐든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더라고요. 그런데 mz세대로 퉁하고 합쳐져서 ‘요즘 애들’로 불리니까 억울할 수밖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mz세대를 이해해 보겠다, 라는 마음가짐보다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일 텐데 말이죠.

윤 : 한 번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죠. 기존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설명이 되었던, 주목을 받았던 연령대는 ‘베이비부머 세대’죠. 기성세대라고 칭해지고요. 보다 젊은 연령대에서 어른들을 가리켜서 “베이비부머 세대는 다 그래”라고 얘기하지는 않잖아요?

김 : 좀 과감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회사에서 부장님, 혹은 대표님이 시쳇말로 ‘꼰대’인 이유가 ‘베이비부머 세대’여서 그렇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 텐데요. 이렇게 생각하면 세대를 가르고, 세대라고 부르고, 세대를 설명하려는 건 위계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mz세대에서 우리는 mz세대라고 먼저 말하는 것과는 좀 다르죠.

윤 : 네, 지난 방송에 이어서 세대론을 누가 말하고 이용하는가를 봐야 한다는 말씀을 거듭해서 강조하고 계신데요. 좀 더 생각해볼 문제이기도 하겠습니다. 또, mz세대의 특징으로 이야기가 되는 건, 어떤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킨다는 인상도 있어요. 예를 들면 채식이나, 쓰레기를 줄이려는 생활 습관,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이런 것들 말이죠.

김 : 아까 마케팅 분야에서 mz세대를 새로운 소비층으로 보고 있어서 더 그렇게 묘사가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mz세대를 겨냥하는 판촉 방식도 최저가 혹은, 더 저렴한 구매 방식을 찾기보다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면 ‘가심비’가 더 중요하다는 데 착안한다거나,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하면서 소비자를 어필하고 있고요. 공급이 수요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자극한다는 데서는 한편으로는 이런 집단적, 집합적 라이프 스타일에 주목해서 소구를 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면인 것 같아요.

윤 : 어떤 현상이든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또 단점이 있으면 장점이 있기 마련이겠죠. 그렇기에 요목조목 입체적으로 살펴봐야 하고요. 요즘 부쩍 mz세대에 대한 설명, 이해, 접근이 많아지는 추세에 같이 살펴볼 주제였네요.

김 : 방송 듣고 계신 대표님, 사장님, 실장님, 부장님, 팀장님,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각 분야의 장 여러분들께서도 ‘아 요즘 mz세대 어떻다더라’ 고 먼저 말씀하시기 전에, 세대 안에 사람 먼저 봐주시면 좋겠다는 당부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저도 마찬가지로 항상 주의하겠습니다.

윤 : 네,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나눠보죠.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