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3월22일(화) <키워드뉴스> 욕설교사 그 너머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지/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지/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욕설교사 그 너머
김/
‘욕설 교사’ 그 너머
지/
욕설 교사... 제주여고 학생 인권 침해와 관련해 연일 논란이 일었습니다.
김/
이 문제... 다시 한 번 정리해드리자면, 올해 제주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졸업생이 재학 시절에 일부 교사들로부터 욕설을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지난 15일에 열었습니다. 김채은 씨와 제주 지역 인권보호 단체인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제주학생인권조례 테스크포스팀이 제주여고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기초조사를 해왔는데요. 그 결과를 이날 발표하면서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지/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그런 다양한 사례들이 알려졌어요.
김/
이날 인권연구소 왓 등은 사례들도 공개했는데요. 익명 자료입니다. 졸업생들이 설문조사에 익명으로 자기 경험들을 전한 건데요. 제주여고 졸업생들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들어왔고, 험한 욕설은 물론이거니와 그리고 신체 접촉 등 성추행도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공개된 사례들의 수위가 심하다 보니,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지/
학교 측에서는 불만을 피력했어요.
김/
그랬습니다. 바로 학교 측은 이 조사결과가 공개된 그날 바로, ‘학교 죽이기다’라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는데요. 극소수 교사들 때문에 교사 전체가 매도되고 있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
학교 측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
제주여고 교장 명의의 입장문에 이런 내용도 담겨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먼저 학교에 제기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민주적인 절차이고 학생회가 할 일인데, 한 번도 공식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이 한 학생회 임원이 졸업 후 학우들에게 개인적인 상처에 대한 하소연과 설문조사를 함께 병행하여 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 “인권 교육보다 민주시민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하고 있다”라고 밝힌 겁니다.
지/
정리하면... 학생 때 말하지 그랬냐? 왜 졸업하자마자 문제를 제기하느냐는 얘기로 들리는데요.
김/
특히 학교의 입장문은 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학생들... 교사가 생활기록부에 자신에 대해 어떻게 한 줄 써줄지에 대해서 전전긍긍하거든요. 대학 입시가 걸려 있으니까요. 안 좋게 보일까 봐 걱정도 하고요. 그런 처지라는 걸 학교는 아직 잘 모르는 걸까 싶은, 참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지/
학생들이 문제를 전혀 제기하지 않았던 걸까요?
김/
그것도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학교에 항의했을 때 학교 책임자(담당교사 또는 교장 등 학교 책임자)의 반응이 어땠느냐는 질문”도 담겨 있었습니다.
지/
학생들은 뭐라고 답했나요?
김/
졸업생들은 "친구가 담임교사에게 팔을 맞았을 때 교장실에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오히려 생기부(생활기록부)는 신경 안 쓰냐며 참으라고 했다", "담임교사에게 말했어요", "항의할 교사조차 없었다. 정말 좋은 교사가 몇 분 계셨지만 그 교사들에게 피해갈까 차마 말하지 못했다", "생기부 등 보복 당할까봐 못했다 그리고 친구가 교장에게 가서 말했을 때 대처가 많이 미흡한 것을 보고 여기서 말해도 달라질 게 없구나라고 생각해서 그냥 참았다"는 답변들이 있었습니다.
지/
그러니까, 학생들은 문제 제기를 했다는 거잖아요?
김/
그렇습니다.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거죠. 그런데 학교 측은 오히려 이 내용을 공개한 졸업생과 인권단체를 폄훼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공개한 학생을 겨냥해서 “민주시민 교육이 잘못되었다고 자책하고 있다.” 그렇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여고 일부 교사에게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졸업생이 마치 민주시민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이런 논란을 야기했다,는 말로 들리지 않습니까?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학교 밖으로 나갔으면 학생 때에 자기가 겪은 일들에 대해 입 다물어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지/
문제는... 이런 사안 그냥 지나가니까, 계속 이어져 온 거고 결국 재학생들도 선배들이 겪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거잖아요.
김/
인권침해를 받았다고 폭로한 졸업생과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도 어떻게 보면 겁쟁이여서 뒤로 숨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재학시절에 말을 하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피했던 것”(이다) “왜 그때 안 하고 지금에서야 터트리는지 의문을 가질 수는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
무서웠다... 김 기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말할 수 있겠어요?
김/
저희 때는 몽둥이 세례를 받아도 제대로 항의도 못했습니다. 겁에 잔뜩 질려 있었죠.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교육 서비스를 받는 존재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몽둥이로 조련 받았던 그런 시절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때보다 학생인권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학생과 교사 사이의 위계는 분명하거든요.
지/
학교 측이 그 점을 간과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김/
학교 측은 ‘학교 죽이기’라고 정의했는데, 거꾸로 학교의 문제들이 이렇게 드러나고 또 개선되면 오히려 좋은 학교가 되는 긍정적인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학교 측에서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지/
재학생들은 어떨까 싶어요.
김/
졸업생 김씨는 “소수의 학생들이 어느 정도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설문조사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그랬듯 똑같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졸업생인 김 씨가 용기를 내 이 같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현 재학생들도 김 씨가 겪은 인권침해를 받으면서 학창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던 셈입니다.
지/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
그런 측면에서는 인권침해를 받은 졸업생들이 같은 학교의 후배들에게 선물을 했다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교육청도 비상이 걸렸는데요. 제주여고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없는지에 대해서 인권침해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지/
다른 학교는 괜찮을까... 이런 우려를 하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또 있지 않을까라는...
김/
제주도교육청은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와 협의해 제주 지역 고등학교들에 대해서도 학생인권침해 사례를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영관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센터장은 "제주여고 학생인권침해 진정 사안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걸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와 제주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소위원회, 외부전문가를 포함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
제주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졌는데... 학생인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김/
논란 끝에 제정된 제주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보면 사실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죠. 500명 이상의 도내 고교생을 포함한 1000여명 조례 제정 청원을 받고 고은실 도의원이 2020년 7월에 대표발의 했죠. 제주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같은 조례에서 많이 가져왔는데요.
지/
수정안이 도의회에서 통과됐잖아요?
김/
그렇습니다.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손을 댔습니다.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는 ‘교육위원제도’... 교육위원들이 앞장서서 수정했는데요. 학생인권 보장 강화 측면에서 약해진 몇몇 부분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요.
김/
가장 논란이 인 부분이죠. 성소수자 학생들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내용도 빠졌습니다. 단순히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수준의 내용조차 담기지 않은 건데요. 성소수자 학생들은 차별해도 되는 걸까요. 일반 국민의 인권만큼 보장되어야 하는 학생인권인데, 제주 교육의원들은 성소수자인 학생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보편적인 수준의 문구마저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고은실 의원의 원안에서 빠진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학생참여위원회 설치 조항입니다.
지/
학생참여위원회... 어떤 내용이었죠?
김/
원안에서는 “학생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제주특별자치도 학생참여위원회(이하 "학생위원회"라 한다)를 둔다.”고 명시했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모집한 학생 중에서 추첨해서 50명을 뽑도록 했던 건데요. 교육 정책 및 학생 인권 문제에 대해 직접 제주도 교육감 등에게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지/
그런데, 교육위원회에서 빼낸 겁니까?
김/
그렇습니다. 교육위원회에서 빼버렸습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제주도 교육위원제도 폐지론이 나올 때마다, 교육위원들이 하는 말이, ‘교육자치’가 무너진다는 말이거든요. 교육자치라는 게, 교육위원들만의 것이냐는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교육 자치라는 건 학생-학부모-학교 3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인데요. 교육위원들... 학생들의 교육 자치 참여방안을 더욱 고민해줬으면 좋겠는데요. 학교민주주의가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
공익 제보와 당사자가 문제 제기를 할 때 종종 발생하는 문제가 있죠... 2차가해인데... 우려하는 분들도 계신데 어떻습니까?
김/
이번 문제를 공개한 졸업생 김 씨한테 물어봤는데요. 학교로부터 한 차례 전화를 받았다고 하고요. 별다른 압력은 없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제주여고 일부 교사의 욕설 및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재학생들에게 선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물론, 학교와 교육청의 노력이 당연히 전제가 되어야 할 거거요. 제주여고, 학교 입장에서는 당연히 힘든 시간일 텐데요.
지/
다른 좋은 교사들도 마음 힘든 시간 보내고 있을 수 있고요.
김/
학생이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학교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텐데요. 제주여고를 넘어서서, 도내 학교 전반에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되어야겠습니다. 그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학교 재학생을 위한 졸업생의 선물이 될 거라고 봅니다.
지/
오늘은 여기까지..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