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검색
라디오제주시대

라디오제주시대

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2월23일(수) <오늘의 시선> 선거를 통해 나타나거나 조장되는 세대, 성별 갈등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올해 처음 뵙죠? 유독 간만에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잘 지내셨죠?

김 : 네, 2022년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음력설도 쇠고 입춘도 지나고, 정월대보름도 지나고, 어느 새 3월이 코앞이에요.

윤 : 네,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주에 얘기를 또 나누게 될 테지만, 요즘 선거를 앞두고 주변 반응들이 어떤가요?

김 : 대선 앞두고는 항상 가족들끼리 정치 얘기는 하지 말자고 농담 반, 진담 반 섞어서 얘기를 해요. 실은 진담이 한 80%이지만. 주변 얘기를 들어 보면 대체로 이런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부모님 세대=보수’, ‘우리 세대=진보’로 보통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좀 다른 거 같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구요.

윤 : 어떤 점이 다르다고 하던가요?

김 : 물론 예전에도 이렇게 등식처럼 얘기하기는 어려웠지만 이번 선거 들어서 더욱 부모님들도 다 같은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또 젊다고 해서 다 진보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닌 거 같다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어요. 우리사회에서 선거를 할 때 진보냐, 보수냐를 묻는 게 세대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겼던 것도 그렇게 어색한 일이 아니기는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양상이 좀 달라지고 있다는 체감들을 하는 모양이고요. 더군다나 요즘 언론에서도 이른바 ‘이대남’, ‘이대녀’ 현상에 대해서도 자주 다루고 있잖아요?

윤 : 네, ‘이대남’은 20대 남성을 가리키고, ‘이대녀’는 반대로 20대 여성을 가리키는 신조어인데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또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김 : 네, 각 후보 캠프마다 사활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2030 청년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요. 박빙 구도에서 2030세대를 최대 승부처로 분석하고 있기도 한데요. 공약도 공약이지만, 무엇보다도 이른바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특정집단이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젠더/세대를 넘나드는 이슈에 불이 붙으면서 도대체 이대남이 뭐지? 이대남 현상이 뭐지? 더욱 이목을 끄는 것처럼 보여요.

윤 : 이번 선거에서 청년 세대를 캐스팅 보트라고 많은 언론에서 다루고 있죠.

김 : 아까 제가 등식 얘기를 했던 것처럼 한국사회에서 여태까지 선거가 특정 지역, 특정 연령대 같은 부동표에 대한 확신을 바탕에 깔고, 전제로 삼는 일이 흔했죠. 그러다가 유동층 공략을 위해 청년세대를 보기 시작하면서, 그 중에서도 20대 표심을 잡는 것을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로 보게 된 거죠. 18대 대선 때를 떠올려보면 20대 보수 후보 지지율이 적지 않았다는 현상을 가리켜서 진보 집토끼론이 무산되기 시작했다, 이런 의견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20대의 보수화를 지적하는 오피니언 리더들도 있었어요. 청년들이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적이라는 거죠. 심하게는 책임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당시에도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어쨌든 유동층으로서의 청년세대는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되었고 이것이 심화되면서 이번 대선에서의 ‘이대남’, ‘이대녀’ 현상까지 오게 된 거 같습니다.

윤 : 이 현상이 단지 진보에서 보수까지 이르는 정치척 스펙트럼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젠더 갈등이라든지, 혐오나 차별을 자극하고 있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어요.

김 : 심상정 후보가 지난 1월에 MBC 백분토론에서 “5년 전에는 후보들이 저마다 페미니스트 후보를 자처했지만 5년 만에 퇴행적 대선 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한 게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고 보는데요. 후보는 누구를 대변하고 대표할 것인지를 자임하며 선거에 임하잖아요. 이번 대선에서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공약과 정책, 비전은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를 반영하고 있는 거구요. ‘20대 책임론’처럼 선거를 세대 간의 경쟁처럼 보는 이전의 분석들도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지만, 세대를 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젠더를 가르고 시민을 가르며 분할선을 만드는 걸로 표심을 모으는 선거 전략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죠.

윤 : 터놓고 좀 얘기를 해보죠. 실제로 ‘20대 보수화’, ‘20대 남성 보수화’라는 현상을 체감하세요?

김 : ‘20대 남성 보수화’가 회자되기 시작한 건 2018년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는 여론 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떨어진 현상을 언론에서 다루면서인데요. 페미니즘 이슈에 냉랭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점에 민감한 면을 공정성에 대한 침해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왔죠. 2020년에 한창 이슈였던 인국공 사태도 이 분석을 주로 적용했었고요. 제가 지난 방송 때 ‘탈코르셋 운동’에 관해서 말씀드릴 때 당시의 이슈를 점화한 것도 이 프레임이라고 볼 수 있고, 또 지난 12월에 소개해드렸던 제주대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도 또 이 프레임 안에서 설명할 수 있구요. 다만, 이를 가리켜서 ‘보수화’로 칭하기에는 잘 맞지 않아 보여요. 사회가 변하는 것에 대한 반감 이나 기존의 것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라기보다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나 어떤 사안에 대한 극단적인 불만 표출을 보수라고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윤 : 단순히 ‘이대남’/‘이대녀’ 현상이 있다, 없다고 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를 잘 살펴보는 일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이겠네요.

김 : 본격적으로 청년세대의 표심 잡기를 선거의 전략으로 삼기 시작한 걸 18대 대선으로 보는 이유가, 그 전에도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들이 많기는 했지만 좀 다른 결에서 청년세대를 정의하게 되면서 정치권이든 언론에서도 청년세대에 대한 호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예요. 청년세대에 대한 정의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고요. 이것도 어느덧 옛날 말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히트를 쳤던 『88만원 세대』라든지, 3포, 5포를 거쳐서 셀 수 없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고 해서 붙여진 n포세대 같은 단어가 2010년대에는 정말 많이 회자됐었잖아요. ‘티슈 인턴’이나 ‘문송’하다 같은 취업과 관련된 신조어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철없는 투정이 아니라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공공의 자원을 투입해서 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도 이 시기를 지나면서 확산되었고요.

윤 : 청년기본법도 제정되었고, 지자체마다 청년조례도 만들어졌죠.

김 : 이런 제도화가 반길 일이면서도 유의해야 하는 건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면서 청년에 대한 딱 떨어지는 정의가 필요해진다는 점이에요. 만 19세에서 34세, 혹은 39세가 같은 청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데는 다들 동의하지만 손쉽게 ‘청년’으로 불리고 있잖아요.

윤 청년에 대한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는 거 같으면서도 시대별로 달라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청년세대 하면 386은 정치적인 주체로, X세대 하면 유행을 이끄는 주체로 많이 얘기된 던 것 같아요.

김 : 네, 그런 것처럼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호명되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2010년대 이후 청년세대가 여기저기서 자꾸만 불리는 이 현상은 무엇을 가리키는 건지 또 누구에 의해서 불리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죠. 이번 대선에서도 청년 세대가 처한 어려운 현실이 기성세대가 자원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이런 말을 한 후보도 있는데. 자성은 좋은 일이지만 이런 접근은 또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세대 간 불평등’으로 초점을 쏠리게 만든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현재의 20대, 30대를 청년으로 뭉뚱그려서 계급, 젠더, 지역 등 세대 내 차이들 묻지 않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렇구요. 어느 때보다도 세대 내에서 자산 보유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때인데, 이런 차이는 덮어버리고 기성세대만을 탓하게 만드는 거죠. 젠더 이슈에서도 어떤 자원의 획득 여부를 여성가족부가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수도권과 수도권이 아닌 곳의 차이를 보지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거예요.

윤 : 세대 간 갈등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실제로 이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 많아요.

김 : ‘6·25 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못살게 된 청년세대’, ‘지금 20대는 부모보다 더 배우고 덜 버는 첫 세대’같은 표현들도 자주 언론에 등장하거나 정치권에서 쓰고 있는데, 일견 맞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표현으로 또 세대가 분할되어버리면 기성세대를 탓하게 되고, 또 기성세대는 아까 말한 것처럼 ‘20대 책임론’을 주장하거나 ‘중장년 소외’ 같은 얘기도 하게 되거든요. 그 사이에 서로를 적대하는 양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갈등이 되면서 정치로서 정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정치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지게 되죠.

윤 : 네, 어느 선거이건 과정이 치열하지 않은 때는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갈등이 심해지면 과열되면 선거 이후에도 부작용들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 방금도 이야기한 것처럼, 정치로 해야 할 일의 무게가 더해지는 것도 우려할 일이지만 혐오와 반목을 자극해서 표심을 얻었다면 당선된 이후에도 갈등을 수습하려고 하지도 않겠죠. 오히려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려고 할 테니까요.

윤 : 그러다 보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더 심해지기 마련이고요.

김 : 그런데 또 선거라는 게 누군가를 선택을 한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이다 보니, 이런 복잡다단한 민심은 반영할 수가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죠. 그렇기에 일상에서 더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나누면서 어떻게든 여론이 형성되는 일이 필요할 텐데요. 그러려면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일상의 기술이 중요한데, 가족끼리도 쉽지가 않다는 것이 현실이고. 대체 어디에서부터 우리가 정치의 덕목을 배울 수 있을지는 좀 막막한 부분이지만 이번 선거를 종점으로 여기지 말고, 기점으로 여기면서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 네, 투표 꼭 하시고요,

저희가 3월 1일에는 오늘의 시선 패널 네 분과 함께 대선에 대한 시선으로 한 시간동안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