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22일 (수) <오늘의 시선> 상괭이의 죽음 (미디어제주 김은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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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혹시 웃는 돌고래, 상괭이에 대해 아시나요?
윤 : 상괭이, 물론 알죠. 우리나라 토종 돌고래종이죠. 얼굴이 꼭 미소 짓는 것처럼 생겨서 ‘웃는 돌고래’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오늘은 상괭이 관련한 소식인가요?
김 : 맞아요. 상괭이는 일반 돌고래보다는 크기가 작은 편에 속하는 토종 돌고래종인데요. 부문별한 어획과 환경오염 등으로 개체수가 점차 줄어서 현재는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또 2016년 에는 우리 정부가 심각성을 인지하고 상괭이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연구하는 종이기도 합니다.
윤 :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우리 정부 또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해 상괭이 보호에 힘쓰고 있다는 건데.. 이후 성과가 좀 있나요? 최근 현황이 궁금한데요.
김 : 슬프게도 성과가 거의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아직까지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인데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서 서해 상괭이 개체 수를 추정하는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일단 2005년 조사에서 국내 서식하는 상괭이 개체 수는 약 3만 6000여마리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그런데 2011년 조사에서는 1만 3000마리로 개체 수가 줄었습니다. 6년 새 64%의 상괭이가 죽거나 죽임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후로는 제대로 된 통계조사가 없는 상태라서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데요. 다만, 해양수산부 자료를 보니 1년에 1000마리 이상 상괭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추정치가 있더라고요.
이를 감안하면 지금 현재 국내 남은 상괭이는 1만 마리가 채 안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윤 : 불과 16년 전 까지만 해도 3만 6000마리에서, 지금은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니. 그야말로 ‘상괭이라는 종의 말살’이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런 가운데 최근 제주에서 상괭이 사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요. 유독 겨울철 상괭이 사체가 집중 발견되는 것 같기도 한데. 실제 통계는 어떤가요?
김 :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해경 쪽에 문의해보니 겨울철이 원래 상괭이 사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시기라고 합니다.
올해 제주해경이 발견한 상괭이 사체가 총 38마리인데, 이중 겨울철인 1월부터 3월, 그리고 12월 총 4개월 동안 31마리가 발견됐습니다. 80% 이상이 겨울철에 집중해서 발견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이번 달인 12월에만 12마리 사체가 발견됐는데. 아직 연말까지 10일 가량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추가 사체가 더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윤 : 이유가 궁금한데요, 겨울철 상괭이 사체가 유독 많이 발견되는 까닭이 있나요?
김 :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상괭이가 왜 죽음에 이르는지 그 원인을 알아야 하는데요.
상괭이 죽음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어업’입니다. 해수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폐사한 상괭이 중 65% 상당이 혼획에 따른 죽음이라고 해요. 심지어 해양생물 보호단체에서는 해안가에 떠밀려 온 상괭이 사체의 90% 이상이 혼획에 따른 죽음일 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윤 : 이 부분은 보충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혼획’에 대한 용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혼획’이란 무엇이죠?
김 : 혼획은 특정 어종에 대한 어업 활동 중에, 다른 어종이 포획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조기잡이를 하다가 상괭이가 함께 그물에 걸리는 거죠.
그리고 상괭이는 조기나 멸치, 오징어같은 해양생물을 먹고 살아가는 포유류거든요. 그래서 먹이를 먹으려던 상괭이나 조기잡이나 오징어잡이 어선 그물에 걸려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다 속에서 질식사하는 경우가 흔히 벌어지고 있습니다. 즉, 인간의 어업이 존재하는 한, 상괭이의 죽음은 필수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윤 : “상괭이 멸종의 가장 큰 원인은 ‘혼획’에 따른 것이다. 그물에 걸린 상괭이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다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해 질식사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은데.. 겨울철에 상괭이가 유난이 많이 폐사하는 것을 보면, 겨울철 이 같은 혼획이 많이 이뤄지나 보군요.
김 : 네. 상괭이 먹이가 되는 해양생물에 대한 조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이 10월부터 3~4월까지라고 해요. ‘안강망’이라는 대형 그물을 이용한 조업 형태가 혼획 현상을 일으키는 건데요.
안강망 어선은 일반 어선과 조업 형태가 달라요. 대형 그물을 바다 속에 던져놓고 하루 이상. 적어도 며칠간은 장시간 바다 속에 그물을 넣어둔 채 있다가, 대량으로 물고기가 잡히면 한 번에 끌어올리는 형태의 조업이에요.
이것이 유난히 겨울철 국내 해안에서 대규모로 이뤄진다고 하고요. 이 때문에 질식사하는 상괭이가 겨울철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상괭이 사체를 보면요. 모두 불법 포획 흔적이 없어요. 이점만 보아도 상괭이를 죽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안강망 어선에 의한 ‘혼획’임을 알 수 있죠.
윤 : 혼획으로 인해 죽어간 상괭이 사체가 매년 발견되고 있다면, 그에 따른 대책이 필요할 텐데요. 현실은 어떤가요?
혹시 혼획으로 상괭이를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처벌하는 법 조항도 있나요?
김 : 아뇨, 그게 문젠데요. 해경 관계자에 의하면,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상괭이라도 해당 조업을 한 어업인에 대한 처벌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유는 처벌을 하려면 어업인이 ‘의도적으로’ 상괭이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 즉 상괭이 죽음에 대한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거든요. 그런데 어업인 당사자가 “난 고의로 상괭이를 죽이려 한게 아니다, 그냥 조기잡이, 오징어잡이 등 어업 활동을 한 것뿐이다” 이렇게 주장하게 되면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져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해경 측 설명입니다.
윤 : 매년 폐사하는 상괭이 1000여 마리 중, 절반 이상이 ‘혼획’에 따른 죽음인데. 이를 방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군요.
김 : 네, 그래서 시민단체는 계속해서 관련 법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고, 처벌 규정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해수부가 올해부터 전국 안강망 어선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보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고,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어민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 실제 효과가 미비한 상황입니다.
윤 : 그물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부착해 상괭이 죽음을 막을 수 있다면, 의무적으로 이를 부착하게 하면 될 일 아닌가요? 어업인 반발 때문에 어려운 걸까요?
김 : 네, 해수부 쪽에 물어보니 강제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하네요.
이 상괭이 탈출장치가 대단한 게 아니라, 그물 꼭대기에 상괭이가 빠져나갈만한 구멍을 뚫어주는 건데요. 그물에 구멍이 있으면 아무래도 다른 물고기도 이 구멍으로 빠져나갈 수가 있잖아요?
따라서 어획량 감소를 이유로 어민들은 반기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조업 형태에 따라 상괭이 포획과 관계없는 안강망 어선이 있다고 해요. 그런 어선에는 상괭이 탈출장치가 필요 없으니까, 실질적으로 상괭이 포획과 관련 있는 조업 형태의 어선들에만 탈출장치 부착을 강제하면 되는 건데. 문제는 누구는 강제하고, 누구는 규제를 완화하고. 법이 이렇게 되면 안 되잖아요. 결국 상괭이 탈출장치를 법제화하려면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윤 : 나아가 상괭이 탈출장치가 의무사항이 될 경우. 어업인들은 조업량 감소를 이유로 손실 보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상괭이 탈출장치를 설치하면, 어획량이 많이 감소하나요?
김 : 해수부가 실제 조사를 해봤는데 5~10%가량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요. 다만 어민들은 현장에서는 2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체감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양측 말이 다른 상황이고요.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해 해부수는 5개년 계획으로 내년부터 다시 상괭이 보호를 위한 연구조사에 돌입한다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문의를 해보니 연구결과를 현장에 반영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는 최소 수 년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이 5개년 연구조사가 끝나야 한다고요.
내년 관련한 예산도 6억 8000만원 정도밖에 책정되지 않았다 하는데. 이정도면 솔직히 해수부도 상괭이 보호에 별로 큰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네요.
윤 :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이 탈출장치 설치를 꺼린다면, 그만큼 혜택을 주는 정책 지원은 어려울까요? 감소한 어획량만큼은 아니더라도 일정량 손실금을 보전해준다던가.
김 : 그것도 어민들을 유혹할 만한 미끼가 되기 어려운데요. 대형 그물을 이용하는 안강망 어선은 한번 출조를 나가면 수 천 만원 상당량의 수산물을 조업하거든요. 한 번에 그물로 많은 양의 물고기를 끌어올리니까.
따라서 어민들이 주장하는 손실금을 모두 보전해주려면 매년 어마어마한 세금이 나가게 되기 때문에 현실인 해결책이 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참고로 혹여 탈출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한다, 이런 법을 정한다 하더라도 그까짓 범칙금 내고 말아버리는 게 어민 입장에서는 이득인 셈이라서. 실효성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더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어민과 행정, 해양생물 보호 시민단체가 함께 소통하고, 합의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소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윤 : 인간의 어업이 불러일으키는 생태계 파괴 문제는 이제 기후위기처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죠. 끝으로 해양 생태계 보호 관련해서 한 말씀 하신다면요?
김 : 결국 어구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되어야 바다거북이나 돌고래 같은 해양생물의 죽음을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그물 같은 경우 구멍이 나거나 해서 못 쓰게 될 경우. 제대로 폐기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 던져버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물을 구입할 때와 폐기할 때, 일일이 신고를 받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든다거나. 물론 이 경우에도 우연히 바다 속에서 유실되는 그물이 있을 테니 허점에 대한 방지책이 있어야겠죠.
어구를 아무데나 버리는 문화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규제를 공고히 하고, 관리체계를 만드는 일에 우리 정부와 국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후세대를 위해서 말이죠.
윤 : 한 종의 멸종은 다른 종의 멸종을 필수적으로 불러일으킨다는 말도 있죠. 아름다운 지구를 후세대 또한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시민들도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겠습니다.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