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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안녕하세요.

윤/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바람 잘 날 없는 제주 정가

김/바람 잘 날 없는 제주 정가,입니다.

윤/어제 원 지사의 7월 사퇴론 얘기하시려는 거죠?

김/그렇습니다. 얼마 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내년 제주도지사 선거에 불출마 한다고 밝혔죠. 대선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됐고요. 그러면서 원희룡 지사의 도지사직 사퇴 시기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습니다. 7월쯤 될 것이다, 그런 전망이 힘을 받기도 했었는데요. 어제 바로 그런 논란이 불거졌네요.

윤/쉽게 풀어가볼까요?

김/어제자 <시사저널>의 인터뷰에 따르면 원희룡 지사는 7월 사퇴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해당 보도 내용대로라면 원 지사가 사퇴일자를 인터뷰 자리에서 내뱉은 것이라, 그로 인한 상당한 논란이 일었죠.

윤/공식 발표도 아니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나와버렸으니... 지역 정가의 충격 만만치 않았던 거라 봐야겠죠?

김/원 지나는 지난해 말, 12월에 자기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공직자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수행중입니다. 우리는 전우고, 제가 사령관입니다.” 이런 위기 시에는 보통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슬기롭게 위기를 잘 헤쳐나갑시다; 이런 워딩이 나옵니다. 구성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하는 말이니까 근데 원 지사는 ‘제가 사령관입니다!’라면서 초점을 자기 자신에게 모았죠.

윤/기억납니다. 우리는 전우이고 내가 사령관이다...

김/근데, 코로19 전쟁 중에, 사령관이라던 원 지사가 조기 사퇴 가능성을 흘린 것이니... 지역 정가에서는 난리가 난 겁니다. 코로나19로 지역 경제 엉망이고, 소상공인들의 삶은 정말 힘들어졌는데, 제주도정 최고 책임자로서 이런 부분 끝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정책을 발굴하고 그러기보다, 대선을 위한 자신의 꿈을 위해 조기사퇴한다면 도정 공백... 발생하게 되는 거거든요. 상황은 좀 다릅니다만 어쨌든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최고 책임을 질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려서 혼란을 겪은 서울시의 사례를 잘 보지 않았습니까?

윤/그랬죠...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죠?

김/<시사저널>의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원 지사는 사퇴시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 임기 전에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7월초 지사직을 던지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지사직을 던지겠다? 대선을 위해서?

김/네. 기사의 워딩이 딱 그랬던 겁니다. 지사직을 던지겠다... 뭐랄까요, 이 표현에 대해서도 설왕설래가 있었는데요. 제주도지사라는 자리가 윷놀이의 윷도 아니고, 던지겠다는 말이 좀 그렇지 않냐...라는 지적을 하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윤/근데 도정 공백 없도록 하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김/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원 지사가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대선 도전으로 인한 제주도정 공백이 없도록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근데 제주도의회 임시회가 끝나자마자, 중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입장을 확 번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윤/그러니까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도민 앞에서, 공식 기자회견도 아니고... 중앙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런 방식으로 사퇴 시기를 밝힌 방식...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공식적인 자리에서 “도민에게 임기를 다 못 채우게 됐다. 죄송하다” 이렇게, 충분히 양해를 구하는 식의 사퇴 발표가 있을 것이라 예상할만 하거든요? 상식적이잖아요. 그런데 중앙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언급했다는 것은, (물론 원 지사가 그 동안 지역언론보다 중앙언론과의 만남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지만요) 이런 방식의 사퇴일정 발표가 도민 정서에 걸맞느냐, 라는 지적이 빗발쳤습니다.

윤/논란이 크긴 컸죠... 그러니 제주도에서도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잖아요?

김/그렇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공보관에서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놓았는데요. "원 지사는 제주도지사직 사퇴와 관련해 특정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 없다"고 밝혔다. 원 지사가 밝힌 건 아니고요. 제주도 공보관 측이 밝힌 거죠. 제주도의 이런 해명입장이 나온 후 해당 언론의 인터뷰 기사에서는 '7월 초' 사퇴 관련 언급한 부분은 사라졌습니다.

윤/입장을 내놓으니, 7월사퇴 표현은 기사에서 사라졌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그럼 7월 사퇴설은 이제 잠잠해지는 건가요?

김/근데 말씀 드렸듯, 제주도 차원의 입장일 뿐인 거고요. 원 지사가 직접 7월에 사퇴 안 한다, 그렇게 부정한 건 아닙니다. 정치라는 게 입장 번복으로 점철되는 모습 많이 봐왔고요. 현 시점에서 언제 사퇴하겠다,라고는 말하기 어렵더라도 언제까지는 책임지고 도정을 지키겠다. 그런 약속 정도는 해주는 것이 유권자들을 위한 도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윤/그럼 7월 사퇴설은 이제 잠잠해지는 건가요?

김/정치라는 게 상황에 따른 입장 번복과 타협의 연속 과정으로서의 정치를 많이 봐왔는데요. 7월 사퇴설... 어떻게 진행될지 추이를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이대로 사그러들 것 같진 않습니다. 왜 7월 사퇴설 얘기가 나왔던 거냐 하면, 내년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올해 7월 12일부터 시작되거든요? 그래서 지지율이 낮은 경우에는 한발 빠르게 치고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윤/이슈 선점 효과를 노리겠다?

김/시장이나, 도지사를 하면서 선거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보는 눈이 많잖아요? 또 시장, 도지사으로서 해야 할 일을 게을리하는 모습이 노출될 수 있고, 또 자기 정치를 위해 그 자치단체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 지사의 경우, 도지사 출마 안 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고요. 그러려면, 앞으로 발 빠른 행보를 해나가려면 가급적 빨리 사퇴해서 세를 모아가겠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거죠.

윤/특히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맞물리다 보니 상황은 좀 복잡합니다.

김/일단 원 지사는 지방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긴 해서, 그 부분은 쉽게 볼 수 있겠는데요. 그리고 대통령 선거 관련 입후보 공직자 등의 사직기한은 12월 9일(선거일 90일 전)입니다. 만약 본선 진출이 확정된다고 하면 늦어도 12월 9일까지는 사퇴해야 합니다.

윤/그럼 12월 9일까지 사퇴 안 할 수도 있다?

김/단순히 가능성만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판단이고요. 또 11월에 국민의 힘 당내 후보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치룰 것이다, 라는 얘기 들리는데요. 이때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려면 사퇴를 해야 합니다. 원 지사가, 여러 가지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잖을까 싶네요.

윤/원 지사의 대선 후보 지지율이 여론조사에서 그렇게 높게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김/원 지사의 대선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지금 여론조사들과 비슷하게 낮게 나와서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을 경우의 행보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으로 예상되거든요. 일단 현재 야권의 선거 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미지수입니다만, 이대로 양당 구도로 간다면 원 지사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떨어지면, 선거 국면에 국민의힘에서 한 자리를 맡게 될 수도 있고요. 그러다가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치르게 되면, 전략 공천에 대한 논의가 따를 수도 있겠죠. 원 지사가 아닌 다른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다? 그러면 내각 진입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 등의 여러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그렇죠. 앞날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

김/그러니 원 지사의 지지도가 낮은데 대선 후보 나가면 어떡하느냐, 라는 정치인 걱정보다,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에 사령관 자리가 공석 될 날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제주도민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도민과 저 같은 기자들이 해야 할 고민 같습니다.

윤/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2. 윤여정 효과

김/윤여정 효과,입니다.

윤/아카데미영화제 조연상을 받았어요. 계속 화제입니다. 먼저,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미나리] 보셨나요?

김/네, 재밌게 봤습니다. 한인 가족이 미국에 가서 뿌리 내리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영화가 담고 있는 ‘개척자’적 모티브에 미국인들이 많은 공감을 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윤여정이 연기한 ‘순자’가 미나리를 가져가서 물가에 심는데요. 한국인들에게야 미나리가 토종 작물이지만,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게 생태계 교란 종일 수 있잖아요?(웃음)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물론, 상징적, 영화적 장치일 뿐이니, 그 부분에 대한 얘기를 더 할 필요는 없겠고요. ‘개척자로서의 이주민’에 대한 백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신들도 개척자였으니까요. 영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편이 좋겠죠.

윤/아직 극장에 걸려 있나요?

김/네. 그렇습니다. 오늘 키워드 윤여정 이펙트... 그 첫 번째는 만년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프로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사례가 드물기 때문일 텐데요. 예술쪽도 그렇고, 초기작이 대표작이 되는 경우가 많죠.

윤/예술쪽엔 그래도 정년이 없지만, 정년이 있는 사회 생활에서라면 이미 은퇴하게 되는 나이이기도 하고요.

김/그렇습니다. 노년층에게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부각할 수 있는 기회도 잘 안 주어지고요. 사회적 비중도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기득권을 갖고서 끝까지 휘두르려고 애쓰는 이들도 있긴 하죠. 하지만 많은 경우 아프고 약해지는 몸,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불안감과 소외감에 시달리는 노령층이 많죠.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떠밀리듯 자리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겠고요. 우울감을 많이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근데 윤여정씨는 만년의 여성으로서 이처럼 커리어를 갱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윤여정씨가 수상소감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내뱉는 말은 또 어쩜 그렇게 유머러스한지 새삼 또 놀라게 됐는데요. 그게 가장 의미 있는 효과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 예술계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런 편견과 벽을 깨는 효과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윤/그런 효과가 퍼졌으면 싶네요.

김/그리고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윤여정보다 조 모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 참, 많은 비판을 받고 있잖아요? 하도 언론에서 떠들어대서 세트로 묶이게 되는 것 같은데요. 요즘 언론에서 윤여정 얘기를 하면 혹처럼 달려나오는 사람이 있죠. 네, 조 모씨. 조 모씨와의 결혼 기간은 12년입니다. 윤여정은 1947년 생으로 올해 일흔셋이거든요. 근데 왜 이렇게, 그 12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죠. 연기 생활에 있어서는 윤여정에게 결혼기는 암흑기였거든요. 영화 데뷔작 화녀도 그렇고, 드라마 장희빈 등 윤여정은 자신의 초기작부터 해서 존재를 선명하게 각인시켜왔습니다. 그런 베테랑 배우를 말하는 데 있어서, 암흑기를 계속 호출하고 있는 언론의 추레한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것 역시 윤여정 이펙트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윤/가십성 기사에 집중하는, 언론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사실 같다.

김/언론의 문제다, 라고 칼을 언론을 겨누면 편하긴 한데, 그런 기사에 대한 클릭 수가 많이 나오니까 언론은 또 그런 기사를 써대고 있기도 합니다.

윤/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