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4월 28일(수) [오늘의시선] 자동차 중심 사회 2탄...과연 어떤 대안이 있을까?(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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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지 : 첫 만남 후 한 달이 좀 넘었죠?
김 : 네, 다른 패널들 출연한 방송도 챙겨 듣고 그러니 시간이 금방 가네요.
지 : 그랬군요. 지난번에는 팬데믹 이후에 더욱 개인화되고 있는 이동수단과 자동차 중심 사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 처음 듣는 청취자도 계실 테니 간단하게 짚어보고 넘어갈까요?
김 : 네, 우선은 ‘자동차 중심 사회’라는 개념부터 들춰볼까요? 자동차가 대중화된 현상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중심이 되어버리면서 사람들의 의식과 행위를 좌우하는 현상을 가리켜서 자동차 중심 사회라고 표현합니다. 지난 방송 때 주로 다뤘던 것은 팬데믹 이후에 최대한 대인 접촉을 피해서 이동이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 더불어서 이 자동차가 우리 일상에서 의미하는 것이 자동차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었어요.
지 : 네, 그러면서 제주지역에 자동차가 언제부터 이렇게 늘어나게 됐는지 그 현상이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죠. 이렇게 자세히 이야기를 꺼내주시는 걸 보니 오늘 다룰 주제도 연관이 되어있는 거군요?
김 : 맞습니다. ‘어떤 대안이 있을까?’ 하는 물음도 던졌던 것 기억하시죠?
오늘은 이 대안 중에서 ‘자전거’는 어떨지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 : 자전거라, 자전거 잘 타는 편이세요?
김 : 한때는 취미여서 저녁에 퇴근하면 동네 몇 바퀴씩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요즘엔 다시 타보려고 하고 있어요.
지 : 요즘 다시 타려는 계기가 있으세요?
김 : 지난해에 ‘제주여성영화제’에 갔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서부터 자전거를 다시 타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는데, 막상 타보니까 거창한 이유가 생기더라고요.
지 : 어떤 영화를 봤기에 자전거를 다시 탈 결심을 하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김 : 2019년에 제작된 <마더로드>라는 다큐멘터리였어요. 한국도 이미 그렇지만, 미국이야말로 자동차 중심 사회를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자동차가 없으면 장보기는 물론이고 등하교, 출퇴근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곳이죠. 자동차가 아닌 짐을 싣고 다닐 수 있는 카고 바이크를 타고 다니면서 생기는 감독 리즈 캐닝 가족을 비롯해서 캠페인에 참여한 각지의 사람들의 변화를 다룬 영화예요.
지 : 카고 바이크라는 게 있어요?
김 : 자전거만으로는 일상에 필요한 일들을 다 해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짐칸을 따로 만들어서 아이를 태워서 학교에 데려다준다거나, 장을 보러 가서 한가득 식료품을 사오기도 하는 거예요. 이미 이 카고 바이크를 발명했던 업체가 있었는데 영화감독에 의해 재발견되고, 이것이 캠페인을 거쳐 주변에 차차 퍼져나가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에 담겨있어요. 영화 제목에서 짐작하셨겠지만 <마더로드>는 이 모든 여정에 관여하는 엄마들의 길이 어떤지를 보여주기도 해요. 자동차로 빽빽한 도심에서, 혹은 자동차가 아니라면 이동을 엄두 내기 어려운 거리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짐을 싣고 아이들을 태운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면 ‘미쳤다’거나 ‘죽으려고 작정했냐’ 거나 정말 욕을 하기도 하고요. 경적뿐만 아니라 물리적 위협을 가하려는 운전자들이 나타나곤 해요.
지 : 이게 바로 자동차 중심 문화에서 비롯된 거죠? 자동차에 너무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이 몰고 있는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나 다른 이동수단은 방해물로 간주하기 쉬워진다는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김 : 네, 일찍이 자동차는 문명의 이기이자 파괴자라고 주장했던, 일본의 스키타 사토시라는 학자는 자동차를 ‘자아의 확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자동차를 몰고 있는 운전자는 자신의 자아가 자동차만큼 팽창해 있다고 믿으면서, 이기성을 극대화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니까 제 몸의 감각을 깨우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자동차에 제 자아를 맡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확 든 거예요.
지 : 아, 그래서 자전거를 다시 타기로 마음먹었던 거군요.
김 : 한 5년 만에 자전거에 다시 올라타려고 하니까 좀 두렵기도 하더라고요. ‘몸이 다 잊어버렸으면 어떻게 하지’, ‘이 주변에 자전거 도로는 어떻게 되어있더라’, ‘넘어지면 어떻게 하지’ 등등. 결심하지 않았으면 마주하지 못했을 감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역시 자전거는 어서 타야겠다고 더더욱 마음을 굳히게 했구요. 두려움을 떨치기 위해서 같이 탈 친구들을 모아서 라이딩을 시작했답니다.
지 : 같이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아무래도 용기가 더 생기지 않을까요? 다시 타보니까 어떻던가요?
김 : 다행하게도 몸이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페달 몇 번 밟으니까 균형 감각이 다시 살아나고 그렇더라고요. 자전거를 타면서 실감한 게 있어요. 역시 사람은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거였는데요. 걷거나 자동차만 타다 보니까 저에게도 도로의 개념이 보도 아니면 차도, 이렇게 이분화가 되어버린 거예요. 자전거는 어디로 어떻게 다니면 좋은지 지도로 자전거도로도 검색해보게 되고, 평소에는 그냥 넘어갔던 도로의 요철 같은 것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되고요. 자전거를 타고 나니까 거리에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 : 그래서 경험, 체험이 중요한 거겠죠?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자전거가 막 타고 싶어지는데요.
김 : 꼭 한 번 타보세요! 전혀 다른 감각이 열리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자전거 구매를 고민하다가 아직은 제주시에서 운영하는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기대를 너무 안 해서 그랬는지 예상보다는 괜찮던데요.
지 : 공공자전거 비치된 곳이 드물지 않나요?
김 : 구제주, 신제주 포함 11곳에 비치되어 있어요. 제가 기대를 안 해서 예상보다 낫다고 했지 훌륭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이유들이 좀 있어요. 우선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없는지 운에 맡겨야 하는 거? 분명히 웹페이지나 모바일로 조회했을 때는 있다고 나오는데, 막상 대여소에 가보면 이용할 수 없거나 반납이 안 되어있는 경우들이 있고요. 반납할 때 대여소 거치대에 잘 꽂아두지 않으면 반납처리가 안 돼서 다시 빌리기가 어렵거든요. 체격에 따라서 자전거를 고를 수도 있기는 한데, 아무래도 임의이다 보니까 어떤 날에는 제 체격에 알맞은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어떤 날엔 좀 큰 자전거를 낑낑대면서 타야 하기도 해요. 이용가능한 시간도 동절기엔 5시까지라 아쉬운 날도 많아요. 키오스크도 인내심을 많이 가져야 대여에 성공할 수 있구요. 그래도 무료라는 것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지 : 이용이 수월하지는 않군요. 이용자가 적어서 그런가요?
김 : 악순환인 것처럼 보여요. 관리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행정당국의 주된 관심은 아니다 보니 만족도도 떨어지고, 반응이 저조하다 보니 다시 관리는 미흡해지죠. 올해가 도입된 지 10년째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지역언론사의 보도 기사에 따르면 131대 중에 이용 가능한 자전거는 44대뿐이래요. 나머지는 고장 난 것도 있고 분실된 것도 있다고 하고, 꾸준히 세금이 투입되고는 있지만요. 애초의 정책 목표였던 분담률 10%는 지금으로선 꿈만 같은 이야기 아닐까요?
지 : 녹색 교통수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각 지자체마다 이런 공공자전거 서비스는 많이 하고 있죠?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김 : 명성이 가장 자자한, 서울시의 ‘따릉이’는 많이 알고 계실 테고요. 대여소만 1500군데가 넘어서 서울시민의 또 다른 이동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자전거도시를 선포한 창원은 2008년부터 ‘누비자’를 운영하고 있죠. 2015년 기준으로 1만6천대를 굴리고 있어요. 자전거전용 도로도 개설이 되어 있고요. 지역색을 담은 이름으로 귀에 쏙 꽂히는 곳도 있어요. 대전엔 ‘타슈’, 광주는 ‘타랑께’가 있습니다.
지 : 타슈나 타랑께는 이름이 참 귀엽네요. 제주는 ‘타잰?’ 이런 이름도 붙여보면 어떨까 싶구요. 둘러보면 사이클링 하러 일부러 제주 오는 관광객들도 많은 거 같은데, 일상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인상이거든요?
김 : 자전거를 타는 목적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여가와 취미생활을 위한 자전거 타기. 그리고 두 번째는 이동을 위한 실생활에서 자전거타기. 제주의 해안가를 따라 달리러 온 하이킹족, 혹은 저처럼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도심 라이더들의 자전거 타기는 첫 번째 목적으로 구분할 수 있고, 목적지까지 가는데 자동차를 탈지 버스를 탈지 아님 자전거를 탈지 고르는 경우는 두 번째 목적으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여가나 취미생활을 위해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자연을 누빈다거나 혹은 자신이 정한 코스를 달리는 거라서 도로상황도 물론 중요하지만 부차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겠죠. 이동을 위해서 자전거를 타는데 도로가 끊겨있거나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선택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더욱 지역주민들, 도민들에게 자전거가 보편적인 이동수단이 되기는 아직 어려워 보여요.
지 : 하이킹을 위한 자전거도로도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라고 알고 있어요.
김 : 잊을만하면 언론에 자주 올라오는 기사 제목이죠. ‘환상의 자전거길인가 환장의 자전거 길인가’, 도로 정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표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요. 노면에 ‘자전거길’이라고만 쓰인 경우가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단체로 하이킹을 하는 경우야 앞뒤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들이나 인원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이킹을 하는 경우는 위험천만하죠.
지 : 환장의 자전거길 이야기는 자주 들어봤어요.
김 : 제주는 특히 자전거도로 상황이 열악한 편인데요. 아까 자전거도시를 선포한 창원 이야기를 한 것처럼, 도시정비 계획에 자전거전용도로가 따로 개설이 되어있어서 공공 서비스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자전거 대수가 압도적으로 많아도 이게 실제 도로상황에 교란을 주거나 하지 않는 장치를 마련해둔 건데요. 자전거도로도 다 같은 게 아니라 구별이 되어있어요. 자전거전용도로가 있고, 보행자겸용도로가 있고, 전용차로가 있고, 우선도로 이렇게 네 개이고 제주에는 크게 두 가지. 자전거전용도로와 보행자겸용도로가 있는데 이마저도 보행자겸용도로가 절대적이에요. 보행자에게도, 자전거 운전자에게도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죠.
지 : 그렇겠네요.
김 : 이런 것들을 살펴봐야 당장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을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지, 또 행정당국에는 어떤 제도나 정책을 개선하도록 요구해야 하는지, 의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을 좀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소개해드렸던 영화 <마더로드>가 보여준 것처럼, 자전거를 타면서 몰랐던 감각들을 일깨우고,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을 발견하고, 그것이 개인을 넘어서 집단으로 향하는 공감을 얻었을 때 캠페인이 되고, 조금씩 변화를 이끄는 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될 테니까요.
지 : 자전거가 일으킬 기적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김 : 기적까지 가려면, 자전거가 주는 기쁨부터 차차 알아가 봐도 좋겠어요. 아까 제가 자동차에 너무나도 익숙해지다 보면, 자동차를 자아로 인식하게 된다는 말씀도 잠깐 드렸는데요. 자전거의 좋은 점은 인간의 두 다리로 만들어내는 동력으로 걷기보다는 빠른 이동이 가능하면서도, 그것이 인간에 의한 동력이기 때문에 뺨을 스치는 바람 같은 몸의 감각도 느껴보면서, 내가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에요. 그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 우리가 도로에서 무엇을 고쳐나가야 하는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알게 되는 거죠.
지 : 네, 자전거가 주는 기쁨을 저도 조만간 만끽해봐야겠습니다.
김: 네 다음에 소감 꼭 들려주세요.
지: 그럼 다음 만남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