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2일(화) [키워드뉴스] 보이지 않는 사람/해군기지와 유충(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안녕하세요.
윤/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1. 보이지 않는 사람
조/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윤/어떤 얘기...
조/오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노동과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면서부터 생겨났을 노동입니다. 진행자님도 하고 계실 거구요.
윤/...
조/바로 집안일. 가사노동입니다. 가사노동에 대한 고달픔을 표현하는 말들도 많습니다. 해도해도 티가 안 나지만 막상 안 하면 티가 난다, 뒤돌아서면 또다른 일이 생겨난다는 마법 같은 집안일이죠. 최근까지 삼시세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수년 동안 인기를 끌었는데요. 거기 보면 프로그램 이름처럼 출연진들이 하루 세끼를 해 먹는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밥을 차리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또 밥을 차리고... 그렇게 세 끼를 해 먹고 치우면 하루가 다 가있습니다. 집안일을 해보신 분들은 크게 공감을 하셨을 겁니다. 진행자님도 공감하시겠죠.
윤/...
조/저는 자취를 시작하게 된 20년 전부터 가사노동을 본격적으로 하게 됐는데요. 그러면서 가사노동의 고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물론 이런 말씀을 드리면 육아나 돌봄 노동까지 해보신 분들 앞에선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일 텐데요. 지금 국회에선 가사노동을 하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는 특별법 일명 ‘가사근로자법’이 계류 중입니다.
윤/가사노동자라고 하면 우리가 보통 ‘가사도우미’라고 칭하는..
조/네. 지난달 27일에 열린 본회의를 마지막으로 2월 임시국회가 끝이 났습니다. 그날은 우리 제주도민들에겐 매우 기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를 한 날이어서요. 하지만 이 가사근로자법은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했습니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회의에서 국민의힘당이 새롭게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절차상 공청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을 했고요. 3월에 공청회를 개최해 법안을 다시 논의하자며 법안 심사를 반대했다고 합니다. 여당이 약식으로나마 지난달 공청회를 열려고 했으나 결국 무산됐습니다.
윤/계류 중인 가사근로자법은 어떤 내용이 포함?
조/간략히 설명해드리자면 가사노동자들도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4대 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휴게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윤/현행 근로기준법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조/네. 지금의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건 1953년인데요. 당시 이 법을 적용받는 근로자 범위를 규정한 조항에 ‘가사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 조항이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구요.
윤/당시엔 왜?
조/가정 내 사건에 대해선 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근거로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합니다. 그때 당시엔 집에 입주해서 가사노동을 하는 가정부나 육아 및 돌봄노동을 하는 유모, 집안일을 관리하는 집사 같은 직종이었습니다. 가정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어 정부나 행정이 감독하기엔 적절치 않은 직종이라고 본 겁니다.
윤/또 1950년대라고 하면 가정부나 집사를 고용할 여력이 있는 가정이 많지도 않았을 거고요.
조/네. 게다가 지금처럼 맞벌이 가정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주부나 가족이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여건 자체가 많이 달라졌는데요. 결혼을 한 제 친구들만 해도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거나 이용한 경험이 있는 가정이 절반이 넘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가사노동자 수는 25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25만 명. 상당히 많은 숫자인데요. 근로기준법이 생겨난 지 60년이 넘게 흘렀지만 25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는 여전히 없는 상황.
조/네. 엄연히 존재하는 노동자이지만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특별법 형태로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발의됐었는데요. 너무 아쉬웠던 점은 당시 별다른 이견이 없어서 상정만 됐어도 통과가 됐을 텐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다른 법안들에 밀려서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한 법안이었기 때문입니다.
윤/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특별법 형태로 발의가 됐다고 하셨는데.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 관련 조항에 가사노동자에 대해선 적용하지 않는 부분을 개정하면 되지 않나요? 그러면 모든 가사노동자도 구분 없이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 텐데요.
조/네. 그런 목소리도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가사노동자 단체 측에선 특별법 제정이 더 적합하다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근로기준법에 적용받기 위해선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해야 하는데 가사서비스 특성상 현실적으로 그렇게 고용하는 가정이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 가사노동자 자체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도 일정 근무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또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윤/국제노동기구 ILO에서는 이미 10년 전인 2011년 가사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는 ‘가사노동협약’이 채택됐습니다.
조/네. 그런 세계적인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회에서도 관련 법 제정을 시도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한 언론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그 당시 협약이 채택되던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가사노동 활동가들 수십명이 환호성을 질렀던 모습을 전했는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한 활동가는 “그동안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예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협약 채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예 같은 처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윤/고용노동부가 이 법률안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구요.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조/네. 고용노동부가 지난 조사기관인 브레인커머스에 의뢰해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 간 가사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 맞벌이 기혼 여성 노동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모바일과 이메일로 진행됐습니다. 응답자 중 가사근로자법에 대해 찬성한 비율이 90%가 넘을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윤/여론도 나쁘지 않군요.
조/네. 다만 이 법을 찬성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다소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복수응답이 가능한 문항이었는데요. 가사 근로자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어서가 67%로 가장 높았구요. 다음으로 정부 인증 제공 기관이 책임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거란 믿음 때문이라는 답이 47.4%, 그 다음으로 파손 같은 사고가 발생할 시 원활한 배상이 이뤄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라는 답이 44.0%였습니다. 그리고 가사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을 거라는 답은 16.1%에 그쳤습니다. 복수응답이 아니었다면 한 자릿수나 소수점 응답률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윤/가사근로자법을 가사노동자의 노동권 보호하는 법이라기보단 서비스 이용하는 데 편의를 높여줄 법안으로 해석했다...
조/아직 우리 사회에선 가사노동자를 한 명의 노동자가 아닌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직원을 고용하는 사업주의 입장에서 노동력을 이용하는 데 편의를 높이기 위해 존재해야 하는 법일까요?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입니다. 마찬가지로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 법이구요. 또 가사근로법 제정에 반대하는 측은 가사노동자들에게 4대 보험과 휴가 등을 보장하게 되면 고용 유지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노동자는 가사노동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이는 노동자를 인권이 보장돼야 하는 사람이 아닌 ‘비용’으로 보는 시각 때문입니다. 마치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윤/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기까지 남은 절차는?
조/제주4·3특별법이 전부개정되는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청회를 진행하고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와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하게 됩니다. 법 제정을 요구하는 가사노동자 단체 측은 이달까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빠르면 이달부터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 등 선거 국면이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에 3월 임시국회가 법 제정의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사활을 걸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9대나 20대 국회에서 별다른 쟁점이 없는데도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번엔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 키워드로 소개해드렸습니다.
윤/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2. 해군기지와 유충
조/해군기지와 유충,입니다.
윤/넉 달 만에 서귀포시에서 또 유충이 발견됐는데..
조/네. 지난달 25일 서귀포시 보목동 한 가정에서 수돗물에 또 유충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 가정은 지난해 10월에도 유충 발견 신고를 했던 곳입니다. 오전 9시20분쯤 욕실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있어 신고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 상하수도본부가 해당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강정 정수장과 가압장, 배수지 등을 조사했는데요. 지금까지 강정정수장 내 여과지와 소화전 등에서 유충 의심 물질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합니다.
윤/작년에 유충이 발생하고 나서 제주도에서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습니까.
조/네. 도는 지난해 10월말 민관 합동 정밀역학조사반을 꾸려서 유충 유출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올 1월에 종합 최종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원인은 외부요인과 내부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우선 외부요인으로는 날씨를 꼽았습니다. 작년 여름 장마철이 유난히 길었고 9월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유실되면서 인근 농경지에 있던 다량의 유기물이 취수원 상류로 유입되면서 깔따구 유충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내부 요인으로는 정수장 운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과지를 역세척하는 주기가 길고 응집제를 간헐적으로 주입한 점, 정수시설의 노후화 등을 꼽았습니다.
윤/이후로 제주도가 즉각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번에 또 유충이 발생한 이유는.
조/당시 도가 깔다구의 서식을 방지하기 위해 용흥가압장 정밀 여과장치를 설치했는데요. 여과장치란 수돗물을 정화해서 이물질을 걸러내는 시설인데요. 여기에 이물질이 들어가 작동을 멈춰 이번 유충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윤/이물질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가 이물질로 인해 작동이 멈췄다?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
조/갑자기 많은 이물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달 초 제주해군기지로 알려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진입도로 공사를 진행할 때 충격으로 송수관이 파열됐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다량의 이물질이 용흥가압장 정밀 여과장치로 한꺼번에 유입되면서 작동을 멈췄다고 합니다.
윤/송수관이 묻힌 곳에 진입도로 공사를 하다가 관이 파손을 입었다는 설명인데요. 도로 공사를 하려면 땅을 파내고 해야 하니까 충격을 줄 수밖에 없는데 송수관이 파열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조/네. 그 부분을 확인해보니 일단 해당 구간이 진입도로 공사 계획에 이미 잡혀있는 상태에서 송수관 설비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도로 공사를 하려면 일단 땅을 파내야 하는데 그 김에 송수관을 설치하면 땅을 파내는 굴착 비용 등 공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또 공사를 진행할 때 발생하는 주민 불편도 두 번 겪을 불편을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으니 이런 점을 고려해 소위 얹혀서 송수관 공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윤/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는 지금도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하다가 또 다른 데서 공사 구간이 겹치면 송수관을 파손할 위험이 있는 것 아닌지.
조/현재로선 진입도로 공사는 그대로 진행 중이고요. 일단 파열된 것으로 추정되는 송수관은 복구를 완료했다고 합니다. 또 송수관 설비 공사 자체도 마무리가 됐다고 하고요. 그런데 유충 발생과 해군기지 진입도로 간 연관성에 대해 작년부터 의혹을 제기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귀포시민들로 구성된 강정군사도로대응팀인데요. 이들은 “도로 공사로 인해 수돗물 취수원인 강정천이 오염됐으며 서귀포시 주민들은 환경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수돗물을 공급받는 모든 주민들의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받을 권리’ 및 ‘오염되지 않은 식수를 음용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윤/의혹을 제기한 시점이 이번에 또다시 유충이 발생하고 나서가 아니라 지난해 이미 얘기가 나왔었다는 거죠.
조/네. 그래서 강정군사도로대응팀은 최근 제주지방법원에 정부와 제주도, 시공사를 상대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습니다. 신청한 배경으로 취수원 오염을 비롯해 녹나무 자생지와 원앙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환경권이 침해됐으며 고려 공민왕 시절 대궐터가 발견됐지만 복원하지 않고 공사가 강행된 점을 같이 들었습니다. 이 사건 심리기일은 이달 10일로 예정됐습니다.
윤/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