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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4월12일(수) <오늘의 시선> 청소년의 생각을 대하는 우리사회의 자세 (안재홍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이사장)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이사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안재홍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안: 제주도에서 국토부가 추진 중인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동서남북 4개 권역에서 4번의 경청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번 경청하기 보단 폭언과 욕설이 난무해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만 오늘은 2번째 경청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윤: 교육과 관련된 주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인데 제2공항 기본계획안과 관련된 도민경청회가 우리가 나누는 교육 주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안: 네. 지난 4월 6일 서귀포 청소년수련관에서 제2공항 기본계획안 관련 2차 도민경청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 교복을 입은 청소년도 도민의 한사람으로 경청회에 참여를 했습니다. 기본계획안을 설명하고 찬반토론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걸로 아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청소년이 경청회 과정을 지켜보고 이런 게 학교에서 배웠던 토론과 의견 듣는 건 아니었다고 하며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듣고 있던 방청객들이 제2공항 반대 세력들이 청소년까지 동원해 감성팔이 하느냐, 학생이 맞냐고 하는 등 폭언을 일삼은 겁니다. 결국 경청회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갔다고 합니다. 오늘은 2차 경청회 중단 사태를 부른, 청소년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윤: 저도 보도를 통해 봤습니다만 청소년이 대한민국의 미래니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어른들이 나서서 미래를 망치고 있어 공부를 하지 않고 여기에 온 것이라고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순간 그레타 툰베리가 떠오르던데요.

안: 네! 그레타 툰베리는 16살 때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며 시위를 한 것이 SNS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해졌습니다. 2019년에는 유엔 본부에서 세계 60여 개국 정상들 앞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저도 그 영상을 봤습니다만, 이후 수백만 명이 기후파업에 동참하는 등 전 세계적인 기후운동을 끌어내게 됩니다.

윤 :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UN에서 연설도 하고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는데 경청회 장의 청소년은 왜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요?

안: 그레타 툰베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툰베리의 다큐멘터리, 서적 등이 국내에도 쏟아졌습니다. 툰베리 붐이 일어난 것인데요. 찾아보니까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예 툰베리 같은 친구들을 양성하겠다며 툰베리 학교도 만들었더군요. 사람들은 툰베리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숙하다고 평가하지 않았고 UN에서 트럼프와 눈싸움을 하는 그를 조롱하지도 않았고 어린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둔다고 핀잔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배후세력이 있다는 소리도 하지 않았죠. 그런데 제주의 청소년이 기후위기에 대해 나서는 것은 학생이 공부나 하지 여긴 뭐하러 왔냐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한국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나오길 바라면서 학교에서 공부만 하길 바라는 게 정당해 보이진 않습니다.

윤: 습관처럼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고 하면서 청소년이 나서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죠? 사주를 받았다. 배후가 있다 이런 얘기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안: 어떻게 보면 아이들에게 어른 말 잘 들으라고 교육한 것을 가장 후회하게 만든 사건이 416이었지 않습니까. 아이들은 순종하면 된다는 위계의 사고. 위계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경직되게 만들고, 위험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존재가 아니지 않습니까. 오히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레타 툰베리의 말들에 자극을 받아 기후위기 행동들이 생겨났습니다. 한국사에서도 419나 518, 87년 6월 항쟁 등 우리가 기억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시점에 늘 앞장서고 함께 했던 이들이 청소년들이었습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밝은 눈을 가진 시기에 한 가지 생각만 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문제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이들을 미숙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참고로 현행법으로 고등학교 1학년 나이부터는 정당가입도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정치활동도 가능한 나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윤: 아무래도 지금의 입시제도가 근본적인 문제일 텐데요. 소위 수능으로 인생의 등급을 매기는 지금의 구조가 바뀌어야겠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것들부터 바꿔 가면 좋겠는데, 위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반말 아닙니까?

안: 혹시 갯마을차차차라는 드라마를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모두에게 반말을 합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그래서 왜 반말을 하느냐고 묻자 영어에 존댓말이 있냐. 너도 반말해라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장면을 보며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유명한 사건이 있죠. 편의점 알바생과 70대 노인.

윤: 70대 남성이 편의점에 담배 사러가서 20대 남성에게 담배 그러니까 2만원.. 그래서 시비가 붙은 사건을 말하는 거죠?

안: 네. 잠시 당시 상황을 정리해드리면 70대 남성이 담배를 사러 편의점에 갔어요. 그래서 편의점 알바생에게 00담배, 그러니까 2만원. 어디다대고 반말이냐? 그러니까 네가 먼저 반말했잖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70대 남성이 야이 xx야, 돼 먹지 못한 xx야 같은 욕설을 내뱉어서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이 나왔고 이분이 1심 선고를 인정 못하겠다고 항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도 결과는 똑같이 나왔습니다. 재판부의 판결문이 인상적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존중받기 위해서는 피고인도 피해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나이가 훨씬 많다는 이유로 반말한다거나, 반말 응대를 한 피해자에게 폭언에 가까운 말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상대방의 동의 없는 반말은 폭력이라는 걸 인지해야겠습니다.

윤: 앞서 영어를 얘기했지만, 한국의 언어체계가 독특하지 않습니까. 판결을 들으면 그렇지 하다가도 막상 현실에선 달라요. 우리 일상에 만연한 문화 같습니다?

안: 높임말과 반말은 언어에서 위계를 드러냅니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반말을 하죠. 경들은 들으라. 뭐, 이런 말을 들으면 주눅이 들게 됩니다. 청소년들과 동등하게 토론을 한다고 하면서 한 쪽은 반말을 하고 한 쪽은 높임말을 하면 이미 동등한 토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룰이 다른 거죠. 기울어진 운동장. 조선시대와 같은 신분제 사회의 언어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학이 조선시대에 나온 사상인데도 불구하고 왕이고 노비고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혁명적 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사상인데요. 동학에선 사람이 곧 하늘이니, 아이들이건 노인이건 다 하늘이라는 겁니다. 하늘을 공경하듯 사람을 공경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서 만들어진 것이 어린이날입니다. 우리가 청소년을 동료시민으로 인식하고 대하고자 한다면 동의 없는 반말사용부터 하지 않는 것이 출발입니다. 서로 높이는 말이 듣기도 좋습니다.

윤: 오늘은 퀴즈도 하나 준비하셨다고요?

안: 나이 차별과 관련된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2020년에 한국에 소개된 책인데요,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질문인데요, 피터 싱어라는 유명한 동물해방론자와 이 책의 저자인 수나우라 테일러가 2012년에 나눈 대화의 내용입니다. 요약하면 피터 싱어가 수나우라 테일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이나 당신 아이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고, 그 비용도 겨우 2달러에 부작용도 전혀 없다는 것이 보증된 알약’이 있다면 그걸 이용하지 않겠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어떻습니까?

윤 : 대답

안: 제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이용해야지. 장애가 치유되는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나우라 테일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글쎄요. 제가 볼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 약을 사용하려고 하겠지만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러자 피터 싱어가 깜짝 놀라 “그럼 당신은 사용하지 않겠다고요?” 테일러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그런데도 왜 자신의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약을 거부했을까요? 그는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는 항상 그런 질문을 받아왔고 “장애인들이 그런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할 수 있다는 걸 비장애의 신체를 가진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정말 어려울 거” 라고 말합니다. 장애를 두고 치료의제가 반복되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직면하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것이 치료의제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죠. 장애로 인해 완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장애인임을 항상 즐긴다는 뜻도 아니라는 거죠. 단지 장애와 함께 살아가도 있다는 뜻일 뿐이라는 겁니다. 장애는 용감한 고투나 역경과 마주하는 용기 같은 것이 아이라 장애는 예술이고 그것은 삶을 사는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역설합니다. 장애가 치료되어야 될 무엇이라면 장애가 존재하는 미래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미래가 되고 더 나은 미래는 장애와 장애를 가진 몸을 배제한다는 겁니다.

윤: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겠죠.

안: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세계를 우리의 시각으로 상상하고 유추합니다. 그들의 입장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요. 우리 모두가 청소년 시절을 지나왔다고 해서 그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존재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언어가 상호존중의 언어라는 겁니다.

윤: 오늘은 제2공항 경청회의 청소년 발언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놓치기 쉬운 편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말이 가지는 위계부터 극복해 보자는 제안에 대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