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1월 30일 (월) <로스쿨> 상속포기, 한정승인 (최호웅 변호사)
2020년 11월 30일 월요일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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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상속포기, 한정승인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윤> 상속과 관련해서는 처음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 같습니다. 상속포기, 한정승인은 어쨌든 물려받을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에 생각해볼 수 있는 제도로 알고 있는데 맞나요.
최> 네. 그렇습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의하면 상속인은 상속개시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부모님이 재산보다 빚을 더 많이 남기고 돌아가셨을 때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
윤> 상속포기, 한정승인 뉴스로만 접해본 분들이 많을텐데 실제 이 제도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최> 네. 2018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가정법원에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의 수리를 신청한 사건은 3만 844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2020년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 추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사건수가 더욱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한 달에 3000건 이상이 접수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는 피상속인이 남겨둔 상속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다투는 상속재산분할 사건에 비해 그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족들이 법원에 상속 포기와 한정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박원순 전 시장 같은 경우에도 재산보다 빚이 더 많았던 것 같네요.
최> 네. 그렇습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작년 말 기준 순재산은 마이너스 6억 9천 91만원이었다고 합니다. 박 전 시장의 자녀는 지난 6월 서울가정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 전 시장의 배우자가 10월 한정승인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윤> 그렇군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건지 좀 궁금합니다.
최> 쉽게 말씀드리면 상속포기는 내가 재산이든 빚이든 아예 아무것도 상속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구요. 한정승인은 내가 빚을 갚긴 갚겠지만 상속받는 재산 한도 내에서 갚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윤>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경우에는 아예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깔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최> 내 개인의 입장만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속이라는 것은 내가 상속포기를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속포기를 하면 내가 받았어야 할 상속분이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부담을 줄 수가 있게 되는 것이죠.
윤> 나머지 상속인들도 다 같이 상속포기를 하면 되지 않나요?
최>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상속인들이 다 같이 상속포기를 한다고 해서 상속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1순위 상속인들이 전부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2순위 상속인들에게로 차례가 넘어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1순위 상속인들로 아들, 딸, 배우자 이렇게 3명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빚을 많이 남기고 돌아가셔서 3명이 모두 상속포기를 신청했습니다. 1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2순위 상속인들에게 재산이든 빚이든 다시 상속이 됩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신다면 할머니가 빚을 상속받게 되는 것이구요. 할머니도 포기하면 3순위인 형제 자매, 4순위인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순차적으로 상속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윤> 나 혼자 상속포기를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요.
최> 네.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사촌형제들한테까지 빚이 상속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르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한정승인 제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윤> 한정승인은 빚을 갚아야 하기는 하지만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갚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아까 예에서 1순위 상속인들 중 배우자 1인 또는 자녀 1인이 한정승인 신청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을 상속포기를 하게 되면 한 사람만 대표로 모든 재산과 빚을 상속받게 되는 것입니다. 빚은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갚으면 되는 것이구요.
윤>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갚으면 된다. 그렇다면 상속받은 재산이 전혀 없다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상속받은 재산이 전혀 없고 빚만 상속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정승인을 받게 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사실상 상속포기와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속받을 재산이 없거나 재산보다 빚이 많은 경우 상속인들 중 한 사람이 한정승인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윤> 다른 친척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한정승인 제도를 잘 이용해야 할 것 같네요.
최>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정승인도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법원에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할 기간이 짧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하셔야 합니다.
윤> 3개월이 지나면 법원에서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인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3개월이 지나면 상속포기 및 한정승인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3개월이라는 기간은 반드시 지켜서 신청을 해야 합니다.
윤> 그런데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부모 자식간이라도 아주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아니면 부모님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빚이 얼마나 있는지 알기 힘든 경우도 많지 않나요. 빚이 없는 줄 알고 한정승인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3개월이 지나고 나서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최> 우리 민법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특별한정승인 제도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3개월 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그러니까 피상속인이 사망한지 3개월이 지나고 나서 빚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군요.
최>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할 경우에는 상속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내가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요. 실무에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고 3개월이 지난 뒤에 채무 독촉장을 받았다거나, 채무를 갚으라는 법원 소장을 받았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없이 몰랐다는 것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윤> 특별한정승인 절차가 있지만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는 사실을 당사자가 입증을 해야 하는군요. 최근에 미성년자일 때 물려받은 빚을 성년이 되어서 특별한정승인 한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고 하던데 소개를 좀 해주시죠.
최> 네. 지난 11월 19일 미성년자 때 법정대리인을 통해 상속받은 빚을 성인이 된 뒤에 포기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사실관계를 좀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김씨는 6살 때인 1993년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어머니, 누나와 함께 1210만원의 약속어음금 채무를 공동으로 물려받았는데요. 아버지의 채권자는 양씨라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1993년과 2003년 소송을 제기해서 집행권원을 받았고요. 김씨가 성인이 된 뒤 양씨는 소멸시효 연장을 위해 2013년 다시 소송을 제기해 공시송달로 승소판결을 받았습니다.
윤> 1993년에 상속받은 약속어음금 채무에 대해서 1993년, 2003년, 2013년 이렇게 세 번이나 소송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 소멸시효 때문에 그런 것인데요. 판결을 한 번 받으면 10년 동안은 그 판결의 효력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지만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강제집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연장하기 위해서 10년마다 똑같은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윤> 10년마다 소송을 제기해서 판결을 받아두면 평생 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렇게 해서 양씨는 2013년 다시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아두었고요. 2017년 8월에 양씨가 김씨의 은행예금에 대해 채권압류·추심명령을 받았습니다. 김씨가 성년이 되면서 경제활동도 하고 금융거래도 하고 했겠죠. 양씨는 그걸 기다렸다가 은행예금에 대해 압류를 한 것입니다.
윤> 1993년에 상속받은 약속어음금 채무에 대해 2017년에 압류를 하다니. 무려 24년만이네요. 양씨라는 채권자도 정말 집요한 것 같습니다.
최> 네. 무려 24년 만에 채권압류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특별한정승인신고를 하고 양씨의 승소 판결에 대해 청구이의 소송을 냈는데요. 그러니까 김씨 입장에서는 양씨에 대한 상속채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기는 지금까지 몰랐다. 2017년에 통장이 압류가 되면서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에 특별한정승인 신청을 한 것입니다.
윤> 통장이 압류가 되기 전까지는 김씨 입장에서는 채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게 맞으니까 특별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최> 네. 그래서 1심, 2심 재판부는 김씨의 특별한정승인신고가 유효하다고 판단을 했는데요. 양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대법원은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법정대리인과 본인 중 누구를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요건을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습니다.
윤> 1심, 2심에서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는데 대법원에서 결론이 뒤집힌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대리행위는 본인이 행위한 것과 같이 직접 본인에 대해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다. 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른 다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해 기존의 법률관계를 번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리의 기본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리인이라고 하면 미성년자였던 김씨의 어머니를 말하는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상속당시 김씨가 미성년자이기는 했지만 미성년자의 법정대리인으로 모친이 있었기 때문에 김씨는 법정대리인을 통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고 상속채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법정대리인인 모친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로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바람직하지만, 현행 민법상 미성년 상속인의 특별한정승인만을 예외적으로 취급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미성년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현행법상 없기 때문에 법정대리인이 착오나 무지로 실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구제를 해줄 수 없다. 이런 취지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다수의견은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밝혔는데요. 법원이 미성년자를 후견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중시해 이러한 특별한정승인을 허용하면, 현행 민법에서 정하지 않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과 같다. 고 발했습니다.
반면,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는데요. “다수의견에 따르면,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러 채무초과 사실을 알고 특별한정승인을 하려고 해도 이미 제척기간이 지나 상속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이는 상속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한정승인 제도의 입법취지에 어긋난다.”라고 밝히면서 “법정대리인이 특별한정승인을 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난 데 대해 상속인 본인에게 어떤 잘못도 없다. 따라서 상속인이 중대한 과실 없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을 한 경우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는 민법조항에 따라 상속인이 성인이 되면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갔던 사건에서 다수의견, 반대의견이 팽팽하게 갈릴 정도로 어려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수의견에 따라 현행법 하에서는 김씨를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결론이 난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다수의견에 따라 김씨의 특별한정승인 신청은 인정이 되지 않게 되었고 김씨는 24년 전 상속채무를 다 변제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다수의견에서도 미성년자 상속인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별도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론적으로 타당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입법기관에서 이를 참고해서 김씨와 같은 억울한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한정승인 신청을 할 때 준비해야 할 자료 같은 것이 있나요.
최> 한정승인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상속받은 재산 목록, 부채 목록을 작성해서 첨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내가 상속받은 이런 재산 범위 내에서 채무를 변제하라는 판결을 법원에서 내려줄 수가 있습니다.
윤> 그런데 내가 상속받은 재산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부채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최> 우리 정부에서는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사망자의 재산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망신고가 된 이후에 상속인은 신분증을 갖고 가까운 주민센터를 방문하셔서 신청을 하실 수도 있고, 온라인 정부24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신청을 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신청하시면 일주일 이내에 지방세정보, 자동차정보, 토지정보, 국세정보, 금융거래정보 등 11가지 종류의 재산조회 결과가 나온다고 하니까 그 결과를 확인하셔서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 신청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 오늘은 상속포기, 한정승인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