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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0월 28일(수) [오늘의시선] 제주청년들의 정주와 이주(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박 : 안녕하세요, 박건도입니다.

지 : 윤아나운서가 휴직에 들어가서 오늘은 제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와는 처음 라디오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박 : 네 그렇습니다. 사실 방송하러 올 때 만나 뵙기는 했지만 이렇게 같이 방송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새로운 호흡 기대가 됩니다.

지 : 중간에 추석 연휴도 있었고, 특집 방송도 있어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은데요, 6주 만이죠,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박 : 네 정말 오랜만에 온 것 같은데요, 그동안 날씨도 많이 쌀쌀해졌고, 코로나 역시 아직은 방심할 수 없는 단계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하향돼 조금은 다행인 거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부모님 집에서 독립을 하게 돼 새로운 일상들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지 :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자취를 시작하신 건가요?

박 : 네 일상생활이 가능한 개인 작업실 겸 사무실을 얻게 되었는데 이곳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대학교를 타지로 가면서 그곳에서 자취를 했었고, 이후에 군대를 가면서 그 안에서 생활을 하느라 20대 내내 부모님하고 떨어져 지냈었거든요. 그런데 3년 전에 다시 제주로 돌아와서 부모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는데, 살짝 좀 어색하더라고요. 물론 부모님과 사이도 좋고, 별도의 생활비도 들지 않아 감사했지만, 그래도 독립적으로 뭔가를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지 : 그렇군요, 독립적인 새로운 일상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를 바라고요,

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박 : 네 아까 말씀드렸던 내용과 연관이 있는데요, 오늘은 ‘청년들이 왜 제주에 정주하지 못하고 제주를 떠날까?’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 주제는 ‘제주청년들의 정주와 이주’로 정했습니다.

지 : 네 그렇군요.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못한다, 그러면 왜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나요?

박 : 우선 청년들을 하나로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2017년 제주청년 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건이나 상황이 된다면 언제라도 이사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17.6% 였고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이사할 것이다’가 28.4% 였습니다. 그래서 둘을 합치면 ‘제주를 떠나고 싶다’라고 밝힌 비율이 46%가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계속 거주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4%로 더 높기는 하지만 절반에 가까운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는 상황입니다.

지 : 건도씨 경우는 제주를 떠났다 일단 다시 돌아온 거 아닌가요?

박 : 네 저는 제주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고등학교까지 다녔고, 대학교를 외지로 나가서 다녔던 케이스인데요, 가족, 친구들이 있는 제주가 그리웠고 제가 하고 싶은 활동도 해 나가기에 적합하다고 생각이 들어 다시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탈제주’가 곧 인생의 목표였거든요. 모든 친구들도 그랬고, 학교나 지역사회의 분위기도 제주에 남게 되면 실패한 삶처럼 여기는 분위기와 인식들이 있었어요. 요즘 청소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아직도 유지되는 것 같더라고요.

지 : 그렇다면 ‘청년들의 제주 정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나가고 싶으면 나가고, 제주에 머물고 싶으면 머물면 되는 게 아닌가요?

박 : 청년들의 정주와 이주를 이야기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성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정주라는 개념이 단순히 한 곳에 머문다는 뜻보다는 ‘안정적으로 한 곳에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다면 제주를 떠난다는 것은 제주에서의 삶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많은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고, 떠나고 있지만 제주에 살고 있는 청년들도 더 많거든요. 청년들이 왜 떠나는 지를 파악해보면 제주에 남아있는 청년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제주에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주와 이주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제주에서 행복한 청년들이 다양한 시도와 도전으로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해볼 수 있고요, 그리고 제주의 인구위기 대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 : 이야기를 들어보니, 청년들의 정주와 이주를 이야기하는 게 여러 가지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왜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할까요?

박 :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일자리와 임금에 대한 문제일 것 같습니다.

지 : 아무래도 취업, 일자리 문제가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에 하나겠죠.

박 :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주에 일자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2019년 기준 제주 청년의 고용률은 63.9%로 전국 평균인 62.6%를 상회하고 있고, 청년 중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은 30.4%로 전국 시도에서 다섯 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 : 그렇다면 일자리 문제 중에 어떤 것이 문제여서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을까요?

박 :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일자리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이유는 일자리의 양 보다는 질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임금부분에서 제주 상용근로자 월급여액이 전국 시도 중에 최저로 나타나고 있는데 청년들은 근로자 중에서도 낮은 급여층에 속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일자리의 다양성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주에 사는 청년들은 경제구조 상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관심과 적성이 있더라도 일자리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 : 네 그렇군요. 낮은 임금과 부족한 일자리 다양성 때문에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고 있다,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박 : 네, 월급은 전국에서 가장 적게 받는데 비해 써야하는 비용은 비교적 크다는 데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요즘은 조금 정체기에 있는 거 같지만 부동산 물가가 지속적으로 폭등하면서 청년들이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지 : 주거비 문제가 심각하죠. 구체적으로 청년들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나요?

박 : 제주의 경우는 보증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월세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가장 높게 형성되어 있어서 청년들이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7년 제주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출 중 부담이 되는 항목으로 식료품, 외식비가 1위를 차지했고, 월세, 냉난방비, 관리비 등의 주거비가 17.8%로 2순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청년들은 경제상황 관련 필요한 정책 1순위로 ‘청년층 주거부담 비용을 줄이는 지원정책을 41.7%로 가장 많이 뽑았습니다. 이렇듯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않는 이유 두 번째로 주거비 부담을 뽑아 보았습니다.

지 :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박 : 세 번째로는 제주가 아무래도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2017년 제주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에 살기 싫은 이유로 21.9%의 청년들이 ’더 나은 여가, 문화생활을 위해‘라고 대답을 했는데요, 이것은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라는 항목과 동일한 비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고,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것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잘 구축되지 않아서 이런 문화가 잘 형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 : 실제로 제주에 살아보시면 문화예술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시나요?

박 : 사실 지난번 ’오늘의 시선‘ 코너에서 ’제주청년과 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했던 이야기이긴 한데요. 저는 제주의 문화예술 콘텐츠들이 많이 공급되고 있다고는 생각을 하거든요. 실제로 공연이나 연주회, 전시회에 가보면 한산하고, 홍보가 잘 안 되었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인데요, 저는 그 이유를 문화예술 콘텐츠가 제주청년들과 도민들의 수요에 맞는 기획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점과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어쨌든 제주의 청년들은 더욱 다양한 여가와 문화생활을 위해서 제주를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 : 네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않고 이주하는 것에 대해서 일자리의 다양성, 낮은 임금, 높은 주거비용, 문화생활의 다양성 부재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설명해 줬는데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박 : 네 오늘은 이제까지 ’오늘의시선‘에 나와서 이야기했던 주제들을 전부 종합하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만큼 청년들의 정주문제는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제주의 궨당문화입니다. 저도 제주에 다시 돌아온 이유를 제주에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제주청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주에 살고 싶은 이유 중 ’부모님, 가족과 살기위해‘ 와 ’가족, 친구, 애인이 제주에 있어서‘라고 대답한 비율이 62.5%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 : 네 그렇다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요,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을까요?

박 : 문제가 되는 이유는 궨당문화 안에 속하는 선주민 청년 중에서도 궨당문화의 폐쇄성과 강한 규범 기준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그리고 특히 제주에 기반이 없고 궨당문화 안에 속하지 못하는 이주민 청년들은 궨당문화의 배타성에 의해서 제주 정주에 있어서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 : 제주의 궨당문화가 어떤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추구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거군요. 반면, 이주 청년들에게는 궨당문화의 배타성 때문에 제주 사회로 정착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거고요.

박 :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가족들이 제주에 있기 때문에 제주에서 살아가고 싶어서 다시 제주로 돌아왔는데요, 막상 제주에 살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해나갈 때 가족들 친척들 눈치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에서 이런 활동을 하면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지 : 네 그렇군요.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들을 설명을 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박 : 아무래도 우선 앞서 이야기되었던 청년들이 제주에서 겪는 각각의 문제들을 제주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제주에서 일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고요, 좀 더 다양하고 풍성하게 쉬고,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인프라가 구축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낮은 임금과 높은 주거비용 부담 문제도 해결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것들과 더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지 : 어떤 것일까요?

박 : 청년들이 처한 문제들을 지역사회가 해결’해‘주는 것을 넘어서서 청년들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제주를 떠나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었던 것은 제주가 저의 삶터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떠나야 할 곳이라는 인식이 문화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지 않게 하려면 청년들이 제주가 자신의 삶터라고 느끼고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억지로 ’주인의식을 가져라‘라고 주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하고, 주체적으로 제주지역을 꾸려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보입니다. 그러면 청년들도 제주를 떠나기 보다는 부족하고 어렵더라도 제주를 자신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 : 제주사회가 청년들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보다는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역할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네요.

박 : 그렇습니다. 실제로 제주에서도 그런 노력들이 시작되고는 있습니다. 청년들의 요구로 2016년 제주청년기본조례를 제정했고요, 제주청년원탁회의라는 참여기구를 통해서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장도 마련이 되었습니다. 이제 4년차가 되었는데요, 좀 더 청년들로부터 제안된 내용들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해보이긴 하지만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보입니다.

지 : 자, 마지막으로 더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박 : 오늘은 청년들이 제주에 정주하지 못하는 이유들과 그 해결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제주지역에서도 이 주제에 관련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정주 문제가 이야기 될 때 인구위기의 해법으로서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점이 있었는데요. 인구위기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청년의 삶‘에 중점을 두어서 지금 살고 있는 청년들이 제주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를 고민하면 자연스래 인구문제 해법의 실마리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주가 청년들이 살고 싶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질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고, 구성원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구성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 :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