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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19일(수) [오늘의 시선] 제주청년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주문화예술 (박건도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


2020년 8월 19일 수요일 <오늘의 시선>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으로 찾아옵니다. 오늘은 제주주민자치연대 박건도 참여자치위원장과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박 : 안녕하세요, 박건도입니다.

윤 : 네 안녕하세요. 장마가 끝나고 날씨가 많이 더운데 지난 4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박 : 네 8월이 다 되어가도 별로 덥지 않아서 이번 여름은 생각보다 덥지 않으려나 생각했었는데요, 제 착각이더라고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어디에선가는 윤달이 끼어 있어서 그렇다고 그러던데 아무튼 매우 더운 날씨를 견디면서 잘 지냈습니다. 아직 코로나19와 타지역의 홍수 등 어수선하고 힘든 일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 운동도 많이 하려고하고, 친구들과 바다에서 해수욕도 하면서 여름을 잘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 : 네 그래서 피부가 햇볕에 좀 탔군요. 많이 덥지만 그래도 여름을 잘 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오셨나요?

박 : 네 제가 요즘 운동과 해수욕 같은 야외활동 말고 조금 더 시원하게 여름을 보내보려고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원한 실내에서 전시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인데요, 요즘 주변에 문화예술 분야에 활동하는 친구들의 영향으로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시장이나 공연장은 보통 실내에서 시원하게 관람을 할 수 있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문을 열지 않다가 최근 다시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니까 제주의 문화예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청년들은 제주에서 어떻게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주청년이 바라본 제주의 문화예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윤 : 여름을 생각보다 잘 보내고 계셨군요. 야외활동에 더불어 문화예술 관람 활동까지 참 바쁘게 지내셨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문화예술을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박 : 네 오늘 이야기 나눌 주제에서 문화예술은 의, 식, 주처럼 인간 활동에 필수적인 먹고사니즘을 넘어서서 우리 일상이 좀 더 풍성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창작활동 또는 그런 결과물들을 향유하는 활동을 이야기 하는데요, 그림, 사진, 공연 등의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이런 창작물을 소비하는 것이 포함되고요, 저는 이에 더해서 매거진이나 에세이 등의 출판활동과 소비활동을 포함시켜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제주의 문화예술의 현황과 제가 제주에서 봤던 전시, 공연, 북페어 등의 행사를 다니며 느낀 점과 주변 청년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달해보고자 합니다.

윤 : 네 그렇군요.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아까 말씀하셨던 먹고사니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했으니까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잖아요. 이후에 경제성장을 이루고 문화예술 분야도 점점 대중화되면서 문화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난 것 같은데요. 제주에 경우는 어떤가요?

박 :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가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런 현상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부합하는 이야기 인 것 같고 제주도의 경우에도 물론 비슷한 경향이 있지만 조금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윤 :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 제주에 경우에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수도권에 비해 공급의 측면에서나 수요의 측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문화예술에 대한 창작과 향유의 기회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는 활성화된 문화예술 기반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화예술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수요와 공급이 활성화되어서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아직 제주는 이런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 : 네 아무래도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역이라는 한계성이 작용하는 것 같네요.

박 : 네 그렇습니다. 특히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은데요. 이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제주에서는 ‘제주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잘 사는 것’ 보다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문화예술 영역이 잘 구축되어 있는 서울, 수도권으로 진출해서 이것을 향유하는 것‘라는 인식의 초점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문화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것을 접하고, 경험하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서울로 가기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저도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요, 물론 문화예술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했고, 더욱 중요하게는 어릴 때부터 전시나 공연을 보거나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습관화되지 않아서 문화예술을 소비하고 향유하는데 더욱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태어나서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간 것도 열 손가락 안에 꼽고요, 연극공연 같은 경우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저 개인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의 분위기를 봐서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제주에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전시나, 공연이 꽤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 있게 참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한산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돈을 지불해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 것이죠.

윤 : 제주의 상황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형성이 되지 못했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네요.

박 : 네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 활동을 하는 창작자들의 영역도 풍성해지지 못하고 있고, 문화예술의 공급 측면도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예술의 토양이 잘 마련되어야 수요와 공급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텐데 지금 제주는 그렇지 못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윤 : 네 그렇다면 제주에서 문화예술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문화, 즉 이런 문화의 토양이 잘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군요.

박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주 사람들 내부적으로 봤을 때는 그런 측면이 있지만 최근에 제주도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진 것도 사실입니다. 관광산업 중심의 제주 경제에 문화예술을 접목하는 시도가 있는가 하면요, 오버투어리즘으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마주하는 현실에서 문화예술이 제주의 대안 먹거리로도 거론되고 있기도 합니다. ‘효리네민박’과 같은 여러 가지 제주에서의 삶에 대한 방송이 흥행하고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제주 이주 붐’이 일면서 제주 외 지역에서 활동하던 문화예술 관련 분야 종사자들도 제주에 정착해서 다양한 창작, 기획활동을 진행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윤 : 네 그렇죠. 어느 마을에는 문화예술인 마을을 만들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는 제주에서 문화예술이 활성화 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박 : 그렇게 보이긴 하지만 제주의 문화예술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주해오는 전문작가들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주 작가들에 의해서 제주의 문화예술이 풍성해지는 것은 맞지만, 이제는 제주 이주 열풍이 끝나기도 했고, 외부 자원에 기대하기 보다는 제주도 자체적으로 작가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시작하고자 하는 청년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 네 그렇군요. 청년작가들을 발굴하는 시스템을 제주에서 직접 구축해야 한다는 거네요.

박 : 네, 그렇습니다. 2년 전 즈음에 제가 동료 청년들하고 청년잡지를 만드는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제주에서 열린 북페어에 잡지를 팔기 위해서 부스를 얻고 참가를 한 적이 있는데요, 200팀이 넘는 팀이 참가를 해서 한라체육관을 부스로 꽉 채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중에 절반 이상이 제주의 팀이 아니었고요, 제주팀 중에서도 제주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운영하는 부스는 정말 열 손가락에 꼽혔습니다. 그만큼 현재 제주의 문화콘텐츠가 외부 사람들에 의해서 생산되고 있고, 제주도도 이것에 의지 하고 있구나는 느꼈습니다. 겉으로는 그 행사가 성황리에 종료된 것으로 홍보되었으니까요.

윤 : 네 그렇겠네요. 문화예술의 공급적인 측면에서 제주도에서도 자체적으로 문화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요?

박 :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정책적으로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잘 지원을 하고 있느냐를 찾아봤습니다.
제주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제정된 ‘제주청년기본조례’가 있습니다. 이 조례에는 청년들의 소득, 자립, 참여 및 활동, 문화예술의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2019년 제주 청년 정책 시행계획의 예산안을 보면 제주도가 ‘청년 문화 예술’을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제주청년정책 예산의 규모는 6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에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14억 원으로 겨우 2%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청년기본조례가 구분하고 있는 분야 4개 중 1개인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윤 : 제주의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청년예술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말씀이네요.

박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정책결정자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갖고 청년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예산을 우선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로는 신진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기는 하지만 지원대상이 제주청년에 한 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육지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지원을 하게 되어서 제주청년들이 느끼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창작에 대한 학습과, 기회가 비교적 많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정당한가라는 물음도 재기되고 있습니다.

윤 : 청년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고, 지원 제도 또한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박 :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청년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서 엘리트 전문 작가들을 키워내는 것에 집중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서 정책적으로 지원을 받아 성장한 전문 예술 작가가 문화예술 향유 측면에서 척박한 토양인 제주를 떠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은 작품활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는 그 작가에게는 정당한 사유일 것입니다. 지원을 통해 제주에서 아무리 좋은 작가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작품을 소비하고 향유할 주체가 없다면 이러한 주체들이 있는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윤 : 그렇다면 청년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 동시에 이들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박 : 결국에는 제주에서 활동할 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이를 소비하고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아마 교육을 통해서 어렸을 때부터 문화예술이 삶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중요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문화예술이 전시관에 가서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일상 속에서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제주에서도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 네, 그렇군요. 위원장님도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청년들과 매거진을 만든 적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박 : 네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매거진의 출판도 문화예술 분야로 본다면 그렇습니다. 동료 청년들과 함께 제주청년들의 일상과 생각을 담아내는 매거진을 만드는 활동을 2년 정도 했었고요, 3호까지 출판을 했습니다. 결국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잘 풀리지 않아서 폐간을 하게 되었지만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 : 네 매거진을 만드는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점 이 있을까요?

박 : 제가 이때 느꼈던 점은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잡지를 구매해서 읽는 문화가 많이 없구나를 느꼈습니다. 제가 잡지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홍보를 하니까, 친구들이 “네가 만든 거니까 사긴 사는데 냄비 받침대로 쓸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만큼 이런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 : 그렇군요. 그렇다면 청년들이 지금 제주의 문화예술을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하고 있는 또 다른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주실까요?

박 : 네, 제가 최근에 한 전시회에 다녀왔는데요. 미술을 전공한 청년들이 팀을 만들어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진행했습니다. ‘노크’라는 전시회였는데요, 기존의 미술관이나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서 더 나아가서 관람객들이 가볍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작가와 관람객의 사이를 좁히고 누구나 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컨셉으로 입장 할 때 관람객들에게 작가가 입는 앞치마를 제공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전시장에 들어가보면 누가 작가인지 관람객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이 전시에 참여한 다른 관람객들도 제주에서 아주 신선한 시도이고, 청년들이 하니까 확실히 기존의 전시들과 다르다면서 좋은 평가를 많이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커뮤니티 시네마’를 기획하는 청년팀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기존의 멀티플렉스에 가서 영화를 관람하고 나오는 것이 아닌, 독립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관람객들 사이에서 소통과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기획입니다. 이런 시도 역시 문화예술을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윤 : 네 마지막으로 할 말씀이 있다면요?

박 : 네 오늘은 문화예술을 즐겨보려는 초보 관람자로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주에서 좀 더 풍성한 문화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윤 :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