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2박 3일 같이 삽시다.
안녕하세요. 오창훈, 임서영씨 요즘도 이런 친구가 있을까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16일 셋째 주 토요일 바로 어제 일이에요. 송년회로 점심을 먹고, 김치 만들기 업체에 찾아가 김치 만들기 행사를 하기로 계획하고, 11시 30분 집을 떠나 12시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김치 업체 사장님께서 김치를 다 만들어 포장해 둘 테니, 송년회 끝나고 집에 가실 때 갖고 가시면 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우리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모여 앉아 대형트리를 보며 기분이 들떠 있을 때쯤, 통창 너머로 진눈깨비까지 내리더라고요.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와~~” 하고 환호성이 울려퍼졌어요.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가 딸이 결혼한다고 알려 주었어요. 피로연은 12월 21일 고향에서 하고, 결혼식장은 12월 28일 서울에서 한다고...
우리는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신랑은 어디 사람이냐 신랑 나이는 몇 살이냐 질문이 끝나지 않았어요.
우리는 서울 결혼식장 참여 겸 2박 3일 여행을 즉흥적으로 계획했어요. 그리고 곧바로 늘 밝고 긍정적인 진영이가 서울에 살고 있는 모임 회원 중 한 명인 한 살 많은 지희에게 전화를 걸어 “언니 우리 다솜이 결혼식 날 겸해서 2박 3일 여행계획하고 있어요. 2박 3일 언니네 집 콜.” 스피커 폰에서 들려오는 지희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 왔어요. 생각할 시간도 한마디 토도 달지 않고 바로 “언제든지 환영, 대 환영, 콜~~~...”
언제나 만나면 즐겁고 편한 친구들과 송별회를 끝내고, 개인별 김치 20키로를 차에 싫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직장 다니는 우리들의 김장 김치는 그렇게 아주 쉽게 해결했지요.
한밤중인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았어요, 낮에 맛있게 먹었던 커피 때문인지 아니면 갱년기 증세인지 새벽2시가 넘도록 잠이 오지 않고 눈을 감았는데 정신은 말똥 말똥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낮에 진영이가 지희에게 전화했던 것이 맘에 걸리기도 하고....
서울에 살고 있는 지희는 진심으로 언제든지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이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지희친구에게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부담을 주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잠은 오지 않고 내내 걱정이 되었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서울 지희집에서 3박 4일 지내면서 강화도와 경기, 서울 여행한 적이 있거든요.
지희는 남편이랑 차를 몰고 공항까지 마중 나와 우리들을 기쁜 마음으로 환영하며 춥다고 차에 오르라고 활짝 웃는 얼굴로 정말 친자매를 만난 것처럼 반겼어요.
서울에서 초등학교병설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2남 1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뒷바라지 하면서 지혜롭게 살림하는 지희는 요즘 친구 같지 않아요.
언제든지 친구들이 서울에 오면 꼭 하룻밤이라도 자기집에서 자고 가야 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친구에요. 그 말이 가식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라는 것은 지희집에 방문해 보면 알 수 있어요.
딸애와 둘이서 지희집에 방문했을 때도 느꼈고, 작년 겨울 4명이 지희집에서 3박 4일 보냈을 때도 깊이 느꼈어요.
지희집에 도착하자 식탁 위에는 미리 준비한 저녁상이 있었고, 후식으로 커다란 석류와 다양한 종류의 과일과 빵, 견과류,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어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환영의 마음을 담아 우리들을 맞이했어요.
아이들은 여행을 보냈다면서 안방과 또 다른 방에 포근하고 세련된 이부자리를 깔아놓고, 우리들이 추울까 봐 다른 때보다 난방 온도를 더 높이 올린 것 같았죠. 난방비가 만만치 않을 텐데도 우리를 위해서 아낌없는 헌신 하는 지희는 진심을 다하여 우리를 대했어요.
지희는 접어 놓은 하얀 쪽지를 4개 들고 와서 하나씩 뽑으라고 했어요. 잠자리 볼북복은 아니지만 우리는 즐겁게 게임처럼 쪽지를 하나씩 받아 들고 펼쳐 보았는데, 안방팀 2명, 작은방팀 2명, 결국은 잠잘 때 코 고는팀과 코를 골지 않는 팀으로 나눠서 방이 정해졌어요.
안방까지 내 주는 지희가 고맙기도 했지만 경우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희의 진심을 느끼며 나는 코 골지 않는 팀 작은방을 선택했죠.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지희가 먼저 일어나 추어탕을 맛있게 끓이고 맛있는 잡곡밥으로 상을 차려 우리들을 식탁 앞으로 초대했어요.
아침밥을 잘 먹지 않았던 나는 추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또 반 그릇이나 더 떠서 맛있게 먹었어요. 눈치코치도 없이, 눈치 없는 아침밥을 맛있게 해결하고, 지희 남편이 운전하는 차에 앉아 5명은 즐겁게 강화도로 출발했어요. 처음 가보는 강화도는 신비로웠어요. 역사적인 유적지와 교동도 ‘대롱시장’를 둘러보고 교동대교를 건나 강화 평화전망대에서 1.8키로 미터 남과 북 사이를 둔 사실을 조수미의 ‘그리운 금강산’을 들으며 하염없이 바라보다, 연미정에 들리고 연미정 앞 마트에서 사발면을 사고, 주인아주머니가 강화도 배추로 만든 김치에 사발면을 먹고, 주인아저씨의 이야기에 반찬 삼아 점심을 해결하고 석모도를 향했어요. 석모도를 둘러본 후 즉흥적으로 실행한 노천탕에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 꽃을 피우고 저녁을 해결 한 뒤, 지희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우리만의 저녁 파티를 즐겼지요. 술을 마시지 못하는 우리들은 포도 주 한잔으로 오늘 강화도에서 경험한 역사 공부의 사후활동으로 ‘남한산성’ 영화를 보며 마무리 지었어요. 그렇게 이틀밤을 보내고, 다음 날은 양평 두물머리에서 핫도그를 먹고, 정약용 생가도 들리고, 다음 날은 롯데타워에서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친구집에서 ‘3박 4일 같이 삽시다.’의 추억으로 모두 행복했는데 또 다시 2박 3일을 지희집에서 신세를 지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어요.
“지희야 이번은 서울 호텔에서 지낼 거니까 아이들 또다시 여행 보내지 말고 신경 쓰지 마, 한 번으로도 너무 너무 감사해.” 하고 카톡을 보냈더니...
“언니 잘 지내시죠. 언제든지 우리 집은 오픈되어 있으니 환영입니다. 다솜이 결혼으로 서울에서 얼굴 보니 너무 좋아요. 아울렛에서 쇼핑도하고 재밌게 놀아봐요.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을까요. 참고로 우리 모임은 모두 9명입니다. 9명 모두 참석할 수는 없지만 5명은 될 것 같아요.
요즘 물가도 만만치 않지만 여러 가지로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고민입니다. 서로 부담 없이... 열심히 직장생활하고 자식 키우며 열심히 살아온 우리에게 스스로 보상을 주자고 호텔에서 지내는 것이 좋겠지요. 오늘도 고민고민 되네요.
우리는 같은 대학을 나와 같은 직종에서 일하는 30년 지기 친구들이에요. 저는 작년에 정년퇴임 2년을 남기고 명예퇴임하고, 친구들은 아직도 현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SG워너비의 '넌 좋은 사람' 노래를 신청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연말 연시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제주 토박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