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 신청곡
냄비의 기쁨.... (사르비아)
뭐가 그리 급하다고 빡빡하게 살아왔는지..문득 헛 웃음만 나오네요~
TV을 보다 예쁜 냄비가 나오면 '아! 이쁘다..갖고 싶다'
생각은 들었지만 사실 막상 사려하면 망설여지더라고요
집에 냄비가 없으면 모를까..이상하게 냄비는 많이 있거든요.
시집올때 가져온거랑,또 친척 잔치때 받은 냄비들하며.하여튼 이래 저래
많더라고요. 하지만 이십사오년이 흘렀으니 사용할만큼 사용해서 외관상
보기도 안좋았지만,그렇다고 버릴정도는 아니여서 그냥 쓰고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큰 맘을 먹었어요~
싹 버리고 이쁘고,사용하기 편한것들로 사자....라고
하나씩 사면 비싸니까...홈쇼핑에서 세트로 구입을 했어요~
실지로 사용해보니 너무나 맘에 들더라고요..
색상도 이쁘고,일단 눌러 붙지 않아서 좋았고,그리고 더 좋은건 설거지 할때
힘 안들이고 씻기니까..진짜 진짜 좋았어요.
그냥 진열해서 보는것 만으로도 기분이 업 됐어요~ ㅋㅋ
그런데 예쁜 냄비를 보니 닿고 또 닿도록 쓰고 있는 친정 엄마가 떠오릅디다.
그래서 사이즈별로 10개를 사서 가져갔는데.....
"아이고게...나 필요어쪄게,집에 넘치는게 냄비인디,돈드리멍 무사 사와시니?"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도 어느새 엄마는 새 냄비를 하나씩 보고 만지고 .
하시더라고요..
내가 사용해보니 너무 좋더라고, 헌것들 버리고 새걸로 쓰시라고 했더니
"아~ 눌러 붙지도 않고,씻기도 겅 조아냐~ 겅허민 나 조근거 하나만
쓰켜게~ 이건 큰거보난 국 꿇일때..이건 넓적 헌거 보난 생선 조릴때..또
이건 크고 옴팍허난 후라이펜 대신 써도 조켜이~아이고 이쁘기도 허다게~"
내심 엄마는 다 갖고 싶은데 "내불라 내불라".....
엄마의 그 마음을 딸인 제가 모를 리가 있겠어요~ ㅎㅎ
어느새 헌 냄비를 다 꺼내시고, 새 냄비로 그릇정리 하시는 모습을 보니
'85세가 되도,젊은 나랑 똑같은 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엄마는 연신 "고맙다 고맙다이~" 하시면서 핑크색,주황색 이쁜 냄비
들을 보면서 기분좋은 표정을 보노라니..진작 왜 이런 기쁨을,행복함을
해드리지 못했을까..자책까지 들면서 가슴이 뭉클뭉클 먹먹해지면서
후회가 되더라고요~
내 삶의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조금만 더 일찍 신경썼더라면 좀 더 일찍 기뻐하셨을텐데..
현금으로 드리는거랑.....요런 사소한 선물을 드리는거랑은 또 다른
기쁨이라는걸 새삼 느꼈답니다.
친정집을 나서는데 ..하얗게 내리는 눈도 나에겐 기쁨 그 자체..
요런 기분..두분은 아실려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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