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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17일(화) [키워드뉴스] 대승적 결단/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선 대한항공(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안녕하세요.

윤/네. 그럼 오늘의 키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1. 대승적 결단

조/대승적 결단,입니다.

윤/대승적 결단... 어제 원희룡 지사가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썼던 표현이죠. 뉴스와 신문에서도 이 말 때문에 시끄러웠잖아요.

조/네. 어제는 제주도의회가 내년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 예산안을 의결하는 본회의가 있던 날이었는데요. 보통 예산안이 가결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을 통과시켜준 지방의회에게 감사의 말을 하는데요. 그 인사말에서 원 지사가 돌발 발언을 한 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윤/감사의 인삿말 속에 뼈가 들어있었다고 해야할까요. 맥락이 궁금한데요.

조/네. 문제가 된 문장을 읽어보겠습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의원님들께 10억원씩 배분해왔던 예산을 2021년도 예산부터 도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입니다.

윤/관행적으로 의원들에게 10억원씩 배분해 왔다.. 의원들에게 10억씩 나눠줬다는 말인가요.   

조/언뜻 들으면 도의원들이 개인적으로 10억 원씩 챙겼다는 건가... 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표현인데요.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고. 도의원들의 쪽지 예산 관행을 조준한 셈입니다.

윤/쪽지 예산은 예산안 심의 기간에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부탁하는 걸 말하잖아요.

조/네.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을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우선 집행부인 제주도청에서 내년에 필요한 예산안을 작성해서 심사 기관인 도의회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도의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 부서 예산을 살펴보는데요. 예를 들어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라면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이 예산안을 심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업에 예산이 너무 많이 책정됐다고 판단할 경우엔 예산을 삭감하거나 줄일 거고. 반대로 꼭 필요한 사업인데 예산이 너무 적게 잡혔다고 할 경우엔 예산을 늘리게 됩니다. 이 과정을 계수 조정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상임위의 계수 조정을 거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가서 다시 한번 심사를 받게 됩니다. 이때 계수 조정이 또 한 번 되고요.

윤/그러니까 제주도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상임위에서 심사하면서 1차로 계수 조정을 하고. 또 예결위에서 심사하면서 2차로 계수 조정을 한다는 거죠.

조/네. 그 계수 조정 기간에 의원들이 지역구나 관련 있는 단체. 소위 민원 예산을 해당 상임위나 예결위 의원들에게 급하게 쪽지로 요청한다고 해서 쪽지 예산이란 말이 생겨난 겁니다. 요즘엔 휴대전화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요청한다고 해서 카톡예산, SNS예산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윤/네. 원 지사의 문제적 발언으로 돌아가 보죠. 그럼 지금까지 의원 한 명당 쪽지 예산으로 10억원씩 할당했다는 말인가요.

조/원 지사의 표현에 따르면 암묵적으로 그렇게 해왔다는 거죠. 그런데 내년부턴 그렇게 하지 않기로 의원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줘서 감사하다고 한 건데. 이 말의 방점은 ‘감사’에 있는 게 아니라 ‘10억 배분’에 찍혀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윤/그렇죠. 그 말을 들으면 의원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려서 잘했다 하는 생각보다, 지금까지 10억씩 챙겨왔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까요. 어제 도의회 방송을 보니 원 지사 말에 본회의장이 시끌시끌하던데요.

조/네. 강민숙 의원과 고현수 의원은 그 말이 나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원 지사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방송용으로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의회가 거지냐”, “도정에 앵벌이할 일이 있느냐” 등을 외치며 따졌습니다. 그런데 두 의원 모두 비례대표입니다.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대놓고 따지기엔 떳떳하지 않은 상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윤/강민숙 의원이나 고현수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항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면서 격분한 이유가 뭔가요.

조/네. 본회의가 끝나고 두 의원에게 직접 확인을 해봤는데요. 이유는 같았습니다. 아까 계수 조정 기간에 의원들이 일부 사업 예산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제주도에서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예산을 증액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겁니다.

윤/틀린 말도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분야에는 미처 예산이 안 갈 가능성이 높잖아요. 특히 복지 관련 분야 사업은 더욱 꼼꼼히 살펴봐야하기도 하구요.

조/네. 실제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는 계수 조정을 요청하는 의원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원들까지 원 지사가 소위 밥그릇 챙기기, 그러니까 자기 지역구나 관련 단체에 예산을 퍼다 준다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매도해 버린 거니까. 일부 의원들은 억울하고 화가 났을 겁니다.

윤/이것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원 지사가 말한 대승적 결단. 어쨌든 도의회와 도정 간 어떤 합의를 봤다는 건데. 어떤 얘기가 오간 건가요.

조/한 도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도 기획조정실과 예결위 간 합의가 이뤄지긴 했다고 합니다. 도의원들이 다음 해에 필요한 사업 예산을 8월이나 9월 중에 미리 지방 재정 관리 시스템인 이 호조에 등록하기로 했다는 건데요. 그렇게 미리 잡아두면 계수 조정 때 증액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겁니다. 쪽지 예산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거죠. 이 합의를 놓고 원 지사가 ‘대승적 결단’이라고 표현한 겁니다.

윤/글쎄요. 원 지사의 표현이 좀 과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절차는 필요할 것 같기도 한데요.

조/네. 어제 항의했던 두 의원들도 그런 절차 자체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강민숙 의원은 “의원들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반영하려는 노력에 대해 원 지사가 ‘떡밥’ 나눠주듯 표현했다”며 “어차피 원 지사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예산은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원들이 마음대로 예산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부동의라면, 어제 제2공항 갈등 해소 관련 예산 말씀이죠.

조/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회가 새로운 항목 예산을 늘리거나 삭감할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받게 돼 있습니다. 어제 본회의에 상정된 계수조정안 중에서 원 지사가 제2공항 갈등 해소 연구조사 사무관리비로 증액 조정된 2억 원에 대해서 부동의를 했는데요. 도의회 제2공항 갈등 해소 특별위원회가 여론조사 시행에 따른 비용으로 쓰려고 했던 예산입니다. 강 의원의 말은 이렇게 원 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예산에 대해선 어차피 부동의를 해서 예산 안 줄 거면서 마치 의원들이 떡밥 10억원을 받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겁니다.

윤/김태석 의장도 이 발언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다면서요.

조/네. 어제 본회의가 끝나고 김 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지사가 의원들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단으로 만들어버렸다”면서 그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고현수 의원은 “도의원들 역시 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정책사업이 있고 공약사업이 있는데 그런 발언을 하면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매도했다”며 “매우 정략적이고 치졸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윤/어쨌든 매년 예산 심사 때마다 도의원들의 예산 퍼주기 논란은 계속돼 왔잖습니까. 어제 고성을 내지른 강민숙 의원이나 고현수 의원처럼 억울한 의원도 있겠지만. 또 실제로 도의회가 지적을 받아온 부분도 있고. 그런데 원 지사가 어제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돌발 발언을 한 데엔 다른 의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면서요.

조/네. 제2공항과 관련해서 도의회와 원 지사 간 계속 마찰이 있어왔는데.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의원끼리 싸움을 붙여놓은 게 아니냐는 겁니다. 또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 대구에서 열린 언론인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남자 박근혜에 비유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습니까. 중앙 언론에서도 이슈가 됐었는데요. 그러고 나서 대권 지지율이 소폭 상승했다고 하네요. 그 후에 센 발언으로 노출 욕심이 생긴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윤/네. 일부에서 그런 얘기도 나온다는 거구요. 어쨌든 이번 사달을 계기로 예산안 심사 과정을 개선해서 예산 퍼주기 논란이 해소된다면 좋겠는데요.

첫 번째 키워드는 여기까지 마무리하구요.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2. 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선 대한항공

조/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선 대한항공,입니다.

윤/대한항공 회사를 홍보하시려는 건 아닐 테고. 어떤 내용인가요.

조/지난주 대한항공이 국내 항공사 중엔 처음으로 동성혼 부부를 가족으로 인정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윤/네. 워낙 관련 뉴스가 많이 나와서 저도 알고 있는데요. 동성 부부에 대해 마일리지 가족 합산 제도를 적용했다는 사례 말씀이시죠.

조/네. 보통 항공사를 이용하면 보상 수단으로 운행 거리에 따라 마일리지가 제공되는데요. 배우자와 부모, 자녀 등 가족끼리는 이 마일리지를 합산할 수가 있습니다. 이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예매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요. 마일리지를 합산하려면 가족으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때 가족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윤/이번에 소개된 부부는 한국 국적이지만 미국 영주권자였다고요.

조/네. 이 부부는 캐나다에서 결혼한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항공사엔 캐나다에서 발급한 혼인증명서와 미국에서 발급한 부부합산 세금 증명서를 함께 냈다고 합니다. 이 부부도 가족 신청을 하면서도 진짜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고 하는데요.

윤/그런데 지금 논란이 되는 게 있죠. 국내에선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 국내 항공사가 이런 규정을 만든 것은 국내법 위반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

조/네. 정확히 말하자면 대한항공이 동성 부부 마일리지 합산과 관련한 규정을 새로 만든 건 아닙니다. 기존 규정을 그대로 따른 것인데요. 가족 관계인 증빙 서류만 제출하면 가족으로 등록시키는 거죠. 어쨌든 이번 미국 부부는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가족 인정이 됐을 뿐이라는 겁니다. 또 부부 관계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따로 성별 구분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윤/그렇죠. 꼭 국내에서 혼인신고를 한 사람들만 부부로 인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조/네. 또 마일리지 제도는 법적인 혜택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국내법 위반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국내 동성 부부 1호라 불리는 김조광수 감독의 경우 아시아나 항공에 마일리지 합산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윤/국내에선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조/네. 하지만 실제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동성혼 부부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한항공 사례가 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선 선례를 남겨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윤/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선 대한항공... 오늘의 키워드가 거기서 나온 거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의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