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20일(금)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이라는 동아시아의 1%의 힘과 연대로 평화를 이끌어내는 일을 할 것"(김준기 예술감독)
■ 방송 : 제주MBC 라디오 <라디오제주시대>
제주시 FM 97.9 서귀포시 FM 97.1 서부지역 FM 106.5 (18:05~19:00)
■ 진행 : 윤상범 아나운서
■ 일시 : 2019년 12월 20일(금)
■ 대담 : 김준기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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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범> 동시대의 아픔을 가진 동아시아 섬 예술가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연대 전시를 연다고 합니다. 제주는 4.3평화재단과 동아시아 평화예술프로젝트 조직위원회가 기획전을 개최했는데요. 오늘은 이번 전시를 총괄하는 김준기 예술감독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준기>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윤> 예. 반갑습니다. 조직위원회가 준비위 체제에서 조직위로 변환됐고 이번에 첫 번째 전시를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동아시아 평화예술프로젝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소개부터 해 주시죠.
○김> 동아시아가 동북아, 동남아 다 합쳐서 넓은데요. 제주도에서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에 동북아시아에 주로 집중합니다. 특히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 비슷한 비극적인 역사, 그 다음에 중심가 주변 이런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 세 섬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특히 동북아시아에서 평화를 불러오는 예술을 기획하고 조직하고 함께 해 나가는 그런 프로젝트입니다.
●윤> 말씀하신 지역들이 사실 비슷한 시대에 비슷한 아픔을 가진 지역들이니까요. 전시가 지난 18일 개막을 했고 어제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제목이 <섬의 노래> 더라고요? 이번 <섬의 노래> 기획 특별전은 어떤 전시인지도 소개를 해 주시죠.
○김> 아무래도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 세 섬 중심이다 보니까 섬 정체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구요. 섬의 노래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일본어로 ‘시마 우타’인데 오키나와를 노래한 시마 우타, 섬의 노래라는 그 노래가 굉장히 유명한 노래입니다. 일본 8,90년대 재팬 락 분위기도 있고 그 섬의 노래가 오키나와 전쟁의 비극을 이야기기한 노래인데 그 노래에서 따왔습니다. 타이완도 그렇고 오키나와도 그렇고 특히 제주도가 섬이기 때문에 겪어야 됐던 아픔들을 담아서, 예술작품 속에 담아서 가고 싶었구요. 일본도 마찬가지 섬이고 특히 한반도도 대한민국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배타고 나가지 않으면 해외에 못나가지 않습니까? 비행기나? 대한민국도 섬입니다. 그런 정체성도 일부 담겨 있구요. 홍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홍콩이 어려운 상황 보셨겠지만 일종의 섬 같은 곳이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섬의 정체성, 고립과 독립을 통해서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는 그런 정체성을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윤> 지리적, 정서적으로 어떻게 보면 고립된 의미의 섬이 가진 정체성 그리고 그 안에서 있었던 아픔 같은 것을 같이 풀어내는 그런 전시가 될 수 있겠군요. 무엇보다도 동아시아 평화예술프로젝트의 첫 사업입니다. <섬의 노래>라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구상하신 의미도 좀 있을 거 같은데요.
○김> 그래서 사실은 이제 제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인구대비 퍼센트(%)를 따져봤습니다. 대한민국의 1% 인구가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일본 전국의 1%대가 오키나와에 살고 있구요. 중국 대륙 대비 1%대가 타이완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과 타이완은 서로 다른 나라 체제지만. 그래서 그 거대한 중심과 주변의 1이라고 하는 마이너리티, 소수자의 정체성이지만 이 소수자들이 결정적으로 동아시아의 중요한 평화의 키스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생길 때 제주도 도민들은 4.3을 통해서 분단을 반대하는 ‘반분단 운동’을 펼쳤구요. 오키나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평화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타이완 또한 지정학적으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평화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섬들이 과거에 겪었던 아픔을 더 이상 아픔으로 생각하지 말고 동아시아 전체에서 평화를 이끌어 나가는, 사실 지난 70년 동안 동아시아에 전쟁이 없었습니다만, 이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거라는 보장 없고 여러 주변 환경들이 그런 전쟁 위협을 완벽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예술이 평화를 부르는 예술.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과 더불어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평화 이야기를 열심히 해야 되겠다. 이런 차원에서 ‘섬의 노래’라는 주제로 평화의 이야기를 했던 것입니다.
●윤> 예. 그렇군요. 아마 지금 말씀하신 내용에 공감하실 분들도 굉장히 많으실 것 같습니다. 특히나 이제 우리 제주같은 경우 말씀하셨던 그런 아픔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번에 화제가 되는 것이 이번 전시의 특별전에 일본에서 참 사단이 났었습니다만,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가 된다고 해서 주목을 받고 있더라구요?
○김>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 전시가 일본 최대의 국제 미술행사인 <아이치 트리엔날레(Aichi Triennale)> ‘표현의 부자유전 – 그 이후(Inconvenient exhibition of expression)’ 특별전 형식으로 하나의 세션으로 들어갔는데,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사람들에게 되게 민감한, 일본 국민들에게 보다는 일본 정부에게 더 민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것 때문에 전시 중단이 됐는데 문제는 예술기획자 또 일부 예술가들마저도 이것을 한국과 일본의 국가 대 국가 구조로 가져가려고, 한일 갈등의 문제로 가져가려고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죠. 왜냐하면 그 안에는 천황제 비판이라고 하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고. 또 여러 가지 일본 사회가 금기시하는, 터부시하는 문제들이 있었거든요. 이것을 국가 대 국가 프레임으로 가져가는 것을 저희 예술가들, 특히 동아시아 평화예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반대하고.
그렇다면 그 ‘표현의 부자유’ 전이 과연 그런 국가 프레임의 문제냐. 근본적으로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는 예술에 대한 예술 탄압이 문제다. 이것을 제주도에서 먼저 동아시아 전체 문제로. 일본 국가 내부의 문제나 또는 한일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동아시아 전체의 공동체 문제다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제주도로 가져 왔구요. 내년 3월 달에는 서울에서, 그 다음에는 내년 4월에는 타이베이에서 이 전시가 연장될 겁니다. 서울에서 열리기로 한 것은 어제 새로 생긴 뉴스이기 때문에 아직 공개가 안됐는데요. 서울에 아주 유명한 공간, 좀 깜짝 이벤트가 될 만한 공간에서 서울 전시를 열기로 가닥을 삼았습니다. 타이페이 순회하고 일본 내에서도 순회를 해서 일본 정부가 얼마나 어리석게 예술을 탄압하는가, 이 문제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거구요.
이번 전시 준비하면서 ‘표현의 부자유’ 전의 작품내용에 대해서 저희가 텍스트를 받아서 꼼꼼하게 봤습니다. 우리 한국 정부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어처구니없게 예술을 탄압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 문제를 이 전시를 통해서 우리 국민들이 또 제주도민들이 더 확실하게 좀 들여다보면 좋겠구요. 그래서 일본 사회가 점점 더 경직되고 우경화되고 있고 또 그것이 군국주의로 내닫는지, 또 동아시아 평화를 깬다는, 이런 우리가 일본 처음에 ‘노재팬’ 하다가 ‘안티 아베’로 바뀌였잖습니까? 일본이라는 국가보다는 아베 정권이 지금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필요한데 이번 ‘표현의 부자유’ 전을 통해서 일본 사회가 국가 프레임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일거구요. 그런 저런 중층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윤> 예. 사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요즘 자꾸 얘기하는 것이 ‘정상 국가’라는 그 프레임인데, 이번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 사태를 보면서 과연 일본이 정상 국가인가라는 그 의문을 가지셨던 분들도 많을 거 같습니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의식있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것이 논란이 될 수 있었던 그런 사례이기도 합니다만, 그럼 그 말씀을 하셔서, 예술 탄압에 대한 얘기도 말씀하셨잖아요? 저희가 그 도록을 좀 보다 보니까 우리나라의 현직 정치인의 얼굴이 추정되는 그런 풍자물도 있더라고요. 보니까. 이거 이젠 괜찮은 겁니까? 예전엔 잡혀가고 그래서.
○김> 한국 사회도 불과 몇년 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죠. 그래서 우리가 참 이번의 표현의 부자유전을 보면서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도 얼마 전까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 제한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라는 문제, 인권의 문제, 민주주의 이런 것들이 완결됐고 끝난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깨질 수 있고 우리가 힘써서, 애써서 지켜야 되는 게 아닌가. 이런 것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구요. 한마디 추가로 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의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 위원회와 일하면서 우리가 일본이라고 하는 국가의, 또 정부 차원의 정치적인 행위. 우리 경제 문제,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을 결코 국가 대 국가 프레임으로 잡아서 일본 사람 모두를 다 적대시 할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소녀상 운동하시는 분도 그렇고, 위안부 운동하시는 분들도 일부 시민사회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 가능하고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일본과 한국의 시민 간의 연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어려움은 있지만 시민들 또 특히 예술가들이 서로 연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윤> 예. 굉장히 중요한 말씀인거 같습니다. 정상적인 시민들 간의 교류, 연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겠죠.
○김> 네. 그렇습니다.
●윤> 그리고 또 다른 특별전이 지난 10월 순천에서 열렸던 여순 항쟁 관련 내용으로 들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김> 이번에 전시 개막할 때 그 내용으로, 여순 내용으로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14연대 군인들이 봉기하면서 내걸었던 호소문. ‘애국시민에게 호소함’이라고 하는 호소문을 낭독했습니다. 직접 예술가가 낭독했는데.
●윤> 14연대가 제주 출정을 반대하면서 항거했던 그런 부대였었죠?
○김> 예. 그렇습니다. 제주 출병을 거부하면서 명분으로 호소문을 냈는데 우리는 조선의 노동자, 농민의 아들, 딸, 아들로서 우리 국민을 죽일 수 없다라고 하는 걸 분명하게 내걸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순이 더 이상 반란이 아니고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국민을 학살할 수 없다라고 하는 군인들의 봉기였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각성시켰구요. 그리고 그 군인들은 바로 순천 거쳐서 지리산으로 빠집니다. 지리산 빨치산이 되는 사람들이 그들인데 태백산맥에 나오는 게 그 내용이죠. 그 이후에 여수 시민들이 여수인민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여러 가지 친일청산 문제, 이런 것들을 했습니다. 그 때 친일청산 등등을 한 여수인민위원회의 선언문을 또 낭독했습니다. 그래서 그 퍼포먼스를 통해서 우리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다 감동을 받았는데요.
이번 전시가 ‘손가락총’ 이라는 주제로 지금 열리고 있는데 그 전시는 기념관이 아니고 포지션민 제주. 제주 원도심의 구 제주대병원 앞에 있습니다. 포지션민 제주라는 공간에서 손가락 총이 의미하는 게 뭐냐하면 ‘저 사람이 빨갱이오‘라고 손가락으로 지목하면 즉결 처분하는 겁니다. 그게 이제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를 만들어낸, 도올 김영옥 선생님도 제기한 바로 그 손가락총 문제거든요. 그래서 이번 ’여순반란‘을 ’여순평화‘로 바꾸는 그런 ’여순 정명‘, 4.3처럼 정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수에서. 그 내용을 여순 평화예술제로 전시를 했구요. 10월에. 그리고 그 전시를 이번에 제주도로 가지고 와서 지금 같이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 특별전으로요.
●윤> 예. 알겠습니다. 감독님 말씀 들어보니까요. 시대가 참 많이 바뀌긴 바뀌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것들을 우리가 전시를 하고 또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구요. 하지만 오늘 이렇게 연상이 되는 것이 오늘 또 5.18 광주의 희생자로 추정되는 유골들이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굴되지 않았습니까?
○김> 네. 40여기가 발굴됐다고.
●윤> 네. 그렇죠. 이분들도 사실 어떻게 보면은 사실 말씀하셨던 손가락총,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또 희생자들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해결은 되지 않았구나라는, 그래서 또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또 해보게 되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 그렇습니다.
●윤> 이번 전시가 내년 1월 31일까지 진행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도민 여러분, 또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기재 영역들이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환경 등등. 그런데 저는 시민 여러분께 꼭 이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예술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그 모든 영역 중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어떤 역할이 있습니다. 모두가 다 침묵할 때 발언할 수 있고 발언해야 되고. 그리고 특히 4.3 같은 경우에는 현기영 선생님이나 강요배 선생님 같은 이런 예술가들이 어두운 침묵을, 50년의 침묵을 열어 냈습니다. 그래서 예술의 역할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 시대도 마찬가지로 그런 제주, 오키나와, 타이완이라고 하는 이 동아시아의 1%의 힘으로 평화를 이끌어내는 그런 일을 동아시아 평화예술 연대가 할 것이구요. 그런 관점에서 이번 전시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 예. 알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으셔서 그 의미를 함께 곱씹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자,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정리하도록 하구요. 저희가 다음 기회에 또 한 번 모시도록 하죠.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 감사합니다.
●윤> 동아시아 평화예술프로젝트 <섬의 노래> 전시의 김준기 예술감독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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