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검색
라디오제주시대

라디오제주시대

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2월27일(월) <로스쿨> 성 소수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부양자 자격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지난 2월 21일에 있었던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요. 성 소수자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피부양자 자격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내용입니다.

윤> 저도 뉴스를 통해서 접했던 판결인데요.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의미있는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고 너무 앞서나간 판결이라는 평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누가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인지 간략하게 소개를 좀 해주시죠.

최> 네. 소성욱·김용민씨는 결혼 5년차 동성 부부인데요. 김용민씨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였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에 배우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성욱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동성 사실혼관계의 경우에도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되는지 문의했고 공단에서 사실혼관계이기만 하면 가능하다고 하면서 접수서류까지 안내를 받아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성욱·김용민씨가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되고 나서 기쁜 소식이니까 언론 인터뷰도 하고 하면서 이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내부적으로 착오가 있었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해버렸습니다.

그러면서 공단에서 소성욱씨를 상대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라고 한 것이죠. 그 보험료 부과처분을 받은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윤> 건강보험공단에서 처음에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주었다가 나중에 착오가 있었다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자격을 박탈해버린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담당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 이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거라 예상을 못했겠죠. 그리고 법률혼 배우자 뿐만 아니라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동성 배우자에게도 인정된다고 쉽게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지고 파장이 커지자 윗선에서 박탈하라고 했겠죠. 그래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었고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라는 고지서를 받은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윤> 처음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던 담당자는 문책을 당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어쨌든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는데 1심에서는 패소를 했던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7일,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는데요. 1심 재판부는 “이전 혼인법 질서에 반하는 사실혼을 원칙적으로 보호할 수 없다”며 동성부부가 국민건강보험 등 사회보장 영역에서 대우받을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었습니다.

윤> 동성혼 자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동성부부가 사회보장 영역에서 대우받을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동성 동반자 제도를 둔 다른 국가들의 예를 언급하며 “원칙적으로는 국가 입법의 문제로, 구체적인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간 결합까지 확대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동성부부를 위한 사회보장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을 입법 기관인 국회로 넘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윤> 원칙적으로는 국가 입법의 문제다.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동성혼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상 사법부에서 먼저 인정해 줄 수는 없다.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네요.

최> 그렇죠. 우리 사법부는 국민적으로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런 사회적 가치관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이건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하면서 뒤로 한 발 물러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걸 사법 소극주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1심 재판부는 전형적인 사법 소극주의 입장에서 판단을 한 것이죠.

윤>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어떻게 달라진 것인가요.

최> 항소심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사회보장 제도의 뜻부터 다시 짚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국가의 체계적인 조정에 의해 국민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으로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해 건강보험 수급권을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결국 “밀접한 정서적, 경제적 생활 공동체 관계”에 있는 커플이라면, 이성이든 동성이든 피부양자제도의 목적대로 사회보장을 받을 지위에 있다는 결론입니다.

재판부는 “이성인지 동성인지만 달리할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관계인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해 하는 차별 대우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윤> 사실혼 관계인 것은 똑같은데 이성인지 동성인지 다르다는 것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고 하는 것은 차별이다. 이런 판단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해야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 것인데요. 항소심 재판부는 이성 사실혼관계이든 동성 사실혼관계이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인데 왜 같은 것을 다르게 대하느냐. 이것은 평등 원칙에 반하는 차별대우에 해당한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죠.

재판부는 “두 집단을 달리 취급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묻는 석명을 지난해 8월에 했음에도 사실혼 배우자와 동성결합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 차별 대우를 정당화하는 합리적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 주장을 입증하지 않고 있고, 전체 변론을 종합해도 달리 취급할 합리적 이유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단인 것 같은데 이번 항소심 판결이 성 소수자의 권리를 인정해준 사법부 최초의 판결이었다고 하지요.

최> 그렇습니다. 이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 재판을 통해서 동성 부부에게는 최초로 인정되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법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고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는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윤> 당사자가 판결문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던데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을까요.

최> 재판부가 판결문 마무리에 기재한 부분인데요. 이 문장들이 정치권과 소셜미디어 상에서 화제로 떠오르고 있기도 합니다. 언론에 공개된 판결문 마지막 부분을 제가 그대로 읽어드리겠습니다.

“추가로 어떠한 차별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간략하게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 소수자들에 대한 명시적, 묵시적 차별이 존재해 왔음은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으로, 이를 근거로 성격, 감정, 지능, 능력, 행위등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모든 영역의 평가에 있어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그에 따라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기존의 차별들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남아있는 차별들도 언젠가는 폐지될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전형적인 평등권 침해 차별행위 유형 중 하나로 열거하는 등 사법적 관계에서조차도 성적 지향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포함한 공법적 관계를 규율하는 영역에서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자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

특히 소송 당사자인 소성욱씨의 배우자인 김용민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부분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소수자일 수 있다. 소수장에 속한다는 것은 다수자와 다르다는 것일 뿐, 그 자체로 틀리거나 잘못된 것일 수 없다.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이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는 인권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가장 큰 책무이기도 하다.”을 읽고 많은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윤> 재판부에서 많은 고민 끝에 결론을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송이 이렇게 끝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까지 또 기다려 봐야 하겠지요.

최> 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이다 보니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당연히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대법원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또 결론이 뒤바뀔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은 인정해 주었지만 그렇다고 동성혼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닌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이들의 사실혼 관계는 현행법상 인정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번 판결이 동성혼을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부분에 대한 확대해석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윤> 그렇군요. 이번 판결에 대해서 법조계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최>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요.

동성 커플도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을 길이 열렸다며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분들도 있고, 반대 입장에서 보고 있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말 환영할 만한 판결”이라고 평가하면서 “동성 파트너의 법적 보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동성 커플도 사실혼에 준하는 ‘사회적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건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동성 커플은 우리 사회에 뚜렷하게 존재하고, 서로 돌봄의 관계에서 의존적인 동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이 서로 부양의 책임을 진다며 최소한의 복지 수준에서는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했던 한 변호사도 “상당히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말하면서 “나라에서 동성 결혼을 공인해줄 수는 없어도 동성이라는 이유로 국민이 응당 누리는 사회복지 혜택에서 제외하면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이어 “이 판결대로라면 향후 건강보험뿐 아니라 사회보장제도로 인정된 다양한 영역에서 동성 파트너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고 덧붙였습니다.

윤> 이번 판결을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는 입장은 어떤 내용을 갖고 있나요.

최> 건강보험제도의 경우 ‘피부양자’ 자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법원의 해석과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있었다는 것인데요. 법령상 명시적인 규정이 없음에도 건강보험공단이 ‘사실혼 배우자’ 집단을 피부양자로 인정해왔으면서, 동성 결합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건 자의적인 차별이라는 논리 구성이 가능했던 사례라고 보는 것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이 다른 사회보장 법령과 다른 구조여서 나올 수 있는 판결이라고 해석하는 것인데요.

건강보험 외 다른 사회보장 법령 예를 들면 국민연금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로 피부양자를 명시하기 때문에 동성 커플이 보호받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으로 이번 판결을 근거로 법원이 동성결혼을 인정했다는 해석을 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지적입니다.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결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상의 가족 개념은 아직 바뀌지 않았고, 동성결혼을 어떤 식으로 인정할 것이냐는 사회적 갈등이 굉장히 심한 문제로 관련 입법도 미뤄지고 있다”며 “사회적 변화를 마지막으로 정리, 조정하는 사법부가 너무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판결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이번 판결을 통해서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동성부부의 권리가 지속적으로 인정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 대법원에서는 또 어떻게 판단이 내려질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소수자들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고 있겠군요.

최> 그렇습니다. 동성혼이 법제화되지 않는 한,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동성부부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수많은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구요. 이번 판결이 난 건강보험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회보장제도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하고 있지만 동성부부에게는 아직 문턱이 높습니다.

병원 응급실에서 배우자의 수술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는 문제는 이미 수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구요. 특히 법률혼만 인정하고 있는 상속 문제는 사회보장제도보다 더 까다롭기 때문에 앞으로 갈길이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