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1월9일(월) <로스쿨> 개정된 공탁법 (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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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저는 새해 첫 방송인데요. 청취자 여러분들, 그리고 mbc 라디오제주시대 식구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지난달 12월 9일부터 시행된 개정된 공탁법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윤> 공탁법이 개정이 되었군요. 공탁법이라고 하면 좀 생소한 것 같은 느낌인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건가요.
최> 공탁법은 법령에 따라 행하는 공탁의 절차와 공탁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기 위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공탁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이의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공탁금관리위원회,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되는지 등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윤> 공탁이라는 건 어쨌든 무엇인가를 맡긴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 것인가요.
최> 공탁이란 공탁자가 법령에 따라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품을 공탁소에 맡기고 일정한 자가 공탁물을 수령하도록 함으로써 법령에서 정한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제도인데요. 공탁물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금전이고 이를 공탁금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반드시 금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금전, 유가증권, 그 밖의 물품을 맡길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윤> 그렇군요. 공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던데 어떻습니까.
최> 네. 공탁에는 변제공탁, 담보공탁, 집행공탁, 몰취공탁, 혼합공탁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변제공탁과 담보공탁인데요. 변제공탁은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거나 수령할 수 없는 경우, 채무자의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어 변제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채무자가 채무의 목적물을 공탁함으로써 채무를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담보공탁은 피공탁자에게 발생할 손해배상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공탁을 말하며, ① 재판상 담보공탁(당사자의 소송행위나 재판상 처분으로 인하여 상대방이 받게 될 손해를 담보하기 위한 공탁), ② 영업보증공탁(영업거래 등으로 발생할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 등을 담보하기 위한 공탁), ③ 납세담보공탁(국세, 지방세 등의 징수유예나 상속세, 증여세의 연부 연납 허가시 이를 담보하기 위한 공탁)이 있습니다.
윤> 내용이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쉽게 좀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 네. 먼저 변제공탁 같은 경우에 임대차관계를 생각하시면 간단할 것 같은데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매년 연세를 지급해야 하는데 올해 임대료를 지급하려고 하니 임대인이 연락도 안 되고 작년에 임대료를 보냈던 계좌번호도 사용할 수 없는 계좌라고 나올 때 이런 경우에는 채권자가 수령을 거절하거나 수령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료를 공탁해두면 차임연체로 인한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연락이 안 되니까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 임대료 연체로 인해 계약이 해지되거나 계약갱신이 거절되는 등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건물이나 집이 팔려서 임대인이 바뀌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 건물이나 집을 산 새 주인이 자신이 임대인이라고 하면서 임대료를 자신에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 만약 전 임대인이 아직 매매가 완료된 것이 아니니까 임대료를 자신에게 지급하라고 한다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참 난감한 상황일 겁니다. 이럴 때에는 채무자의 과실 없이 채권자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어 변제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임대료를 공탁해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담보공탁 중 재판상 담보공탁은 가압류, 가처분 신청을 할 때 법원에서 상대방의 부동산이나 예금채권 등을 묶어두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재판에서 지게 됐을 경우에 상대방이 입을 불이익이 크니까 그걸 담보하기 위해 현금공탁이나 보증보험공탁을 할 것을 명령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했는데 상대방의 가집행을 막기 위해서 강제집행정지신청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담보공탁을 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재판상 담보공탁이 이루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윤> 그런데 공탁법이 개정되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으로 개정이 된 것인가요.
최> 아주 중요한 내용이 신설되었는데요. 개정 공탁법 제5조의 2는 형사공탁의 특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 제1항은 ‘형사사건의 피고인이 법령 등에 따라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에 그 피해자를 위해 하는 변제공탁은 해당 형사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은 ‘형사 공탁의 공탁서에는 공탁물의 수령인(피공탁자)의 인적 사항을 대신해 해당 형사사건의 재판이 계속 중인 법원과 사건번호, 사건명, 조서, 진술서, 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고, 공탁 원인 사실을 피해 발생 시점과 채무의 성질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 기존에는 없었던 내용이 신설된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기존에는 형사공탁을 하려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하고,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은 피해자에게 동의 여부를 확인해야 했는데, 이때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공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피해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공탁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성범죄 사건 등에서 피해자가 접촉을 거부해 합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가해자가 합의금 상당액을 공탁해 반성의 뜻을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윤> 기존에는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사항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공탁을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피해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즉,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사건번호나 공소장 내용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해 공탁할 수 있다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형사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범행을 인정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가장 중요한 양형요소가 되거든요. 그런데 피해자가 절대 합의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사자들은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공탁하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지금까지는 공탁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야 가능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공탁에 동의하지 않으면 공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제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정확하게 모르더라도 공탁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고 싶으나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 경우에 공탁을 통해 양형자료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왜 이런 제도가 생기게 된 것인가요,
최> 공탁법 개정이유를 보면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데요. 현행법령은 민사상 변제공탁을 원칙으로 피공탁자의 특정, 공탁통지 절차 및 공탁물출급 절차의 정확성 담보 등을 위하여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사건의 경우 민사와 달리 피공탁자가 범죄피해자라는 특성상 피공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탁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해당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형사공탁 특례 제도를 도입하여 형사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은 공탁서에 피해자의 인적사항 대신 사건번호 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하고, 피공탁자에 대한 공탁통지는 공탁관이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는 경우에도 공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서도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자 살인을 저지른 것이었거든요. 이런 합의 종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가능성을 줄여보자는 것이 큰 이유였던 것 같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합의를 하고 싶지만 상대방이 합의에 응해주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럴때는 가해자에게도 피해자를 위해 금전적으로나마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이 법이 시행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그렇군요. 그런데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으면 실제 공탁한 금액이 피해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아닌가요.
최> 그런 문제점이 분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금전을 맡기는 공탁의 성격상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데요. 실제 작년 8월 기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조 7945억 7003만원, 서울남부지법 3563억 6654만원, 서울북부지법 1959억 848만원 등 각 법원마다 상당한 금액의 공탁금이 쌓여 있다고 합니다.
이제 우편이 아니라 홈페이지 공고 등으로 지급안내 방법이 바뀌면서 피해자에 대한 공탁금 지급률이 더 낮아질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윤> 어쨌든 이제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도 공탁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이게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최> 상당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강간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볼게요. 모든 조건이 다 똑같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적 능력이 충분해서 A라는 사람은 피해자를 위해 1억 원을 공탁했고, 반대로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B씨는 100만 원을 공탁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판사 입장에서 보면 아무리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결을 내리려고 해도 피해자에게 1억원을 공탁한 것과 100만원을 공탁한 것을 똑같이 판결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제도가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그렇군요. 법원 내부에서도 아직 새로운 공탁제도와 관련해서 명확한 양형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그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하던데요.
최> 그렇습니다. 한 부장판사는 “정밀하고 세부적인 기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카테고리 안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은 필요하다”며 “예컨대 재산범죄의 경우에는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금액으로 공탁이 이뤄지면 양형 판단에 반영하기 좋을 수 있지만,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의 경우에는 금전으로 피해 회복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서 관련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윤> 관련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는 것은 아직 관련 기준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군요. 기준이 없다는 것은 재판부가 재량에 의해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재판부에서도 많은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일반양형인자와 일반참작사유는 법관이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법관이 양형판단에서 재량으로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공탁을 한 피고인과 하지 않은 피고인과의 차이를 고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 고법 판사는 “공탁을 했다고 피해자와 합의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특히 성범죄 사건에서 통상의 합의금액보다 훨씬 큰 금액이 공탁된 경우나 유사한 사건이지만 공탁 금액이 각기 다른 경우, 금액의 차이에 따라 양형이 달라질 여지가 크다”라고 했습니다. 한 부장판사는“특히 성범죄의 경우 재산범죄와 달리 ‘상당한 금액’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너무 어려워 공탁에 따라 양형에 어떻게 차이를 둘지는 법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판사는 “피해자가 합의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공탁한 경우 양형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이라며 “피해자가 용서는 안 했지만 공탁금을 수령하는 확률이 높다면 양형에 고려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윤> 그렇군요. 형사공탁 제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은 없나요.
최>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제도가 결국 재산이 있는 사람은 공탁금을 많이 지급하고 양형에서 많이 감형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양극화 문제를 형사사법 시스템에서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구요.
강력범죄나 성범죄 같은 경우에 피해자는 정말 합의를 원하지 않고 가해자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는 원하지도 않는 금액을 일방적으로 공탁하면서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측면에서 피해자 보호에 반하는 제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한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지도 않고 합의할 의사도 없다고 하면서 엄벌해달라는 입장을 밝힌 경우 공탁이 이뤄진다고 해서 얼마나 유리한 양형요소로 고려되겠느냐”며 “개정법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몰라 공탁을 못하는 상황인데도 선고가 이뤄질 수 밖에 없었던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므로 양형판단에서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이제 시행된 지 1달 밖에 되지 않은 신설된 제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실무에서 적용되어 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