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2월21일(수) <오늘의 시선> 제주의 교통체계에서 버스는 도민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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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지 : 지난번에 저와 만났을 때 장애인보호구역의 실태에 관해서 이야기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교통약자 보호구역을 시리즈로 쭉 살펴보고 있어요. 지난달에는 야생동물보호구역과 도심지의 동물 로드킬 문제까지 다뤄봤습니다. 그렇죠?
김 : 네, 지난번에 만났을 때 장애인 보호구역과 더불어 이동권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 나눴어요. 관련 뉴스 접하고 계시겠지만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다가 그제 지하철 시위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발표가 나왔어요. 관심 좀 더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네요.
지 : 네, 지속해서 관심 기울여보기로 하고요. 오늘도, 보호구역 다루시나요?
김 : 보호구역이라기보다는, 멸종 위기에 놓인 버스 노선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서는 일종의 보호장치긴 하죠. 올해 제주지역의 교통 관련 뉴스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끌었던 게 버스 준공영제 개편이잖아요. 개선안 도출하는 용역에서 노선 통폐합 문제, 또 도민 의견 수렴 문제로 용역이 일시 중단되면서 내년 초부터 개선안을 적용하려던 처음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는데요.
지 : 네, 공청회가 비어있다는 지적 여러 차례 지적이 된 바 있죠. 도민 의견 수렴을 더 하겠다고 했는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김 : 어떤 도민의 어떤 의견을 수렴할지, 해묵은 쟁점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데 수렴된 의견은 어떻게 반영이 되어서 말 그대로 대대적인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는지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 : 태연씨가 반신반의한단 얘기죠?
김 : 네, 공청회라는 방식 자체가 잘 아시다시피 공적으로 의견을 듣는 자리인지, 요식 행위에 그치는지 많이들 의아해하잖아요. 언론에서도 공청회의 공이 ‘비어있는’ 공의 공청회다, 이런 부분을 자주 언급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방식의 유효성도 짚어볼 만한 문제인데 오늘은 건너뛰기로 하겠습니다.
지 : 네, 꼭 이번 사안만이 아니더라도 공청회의 기능,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많이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버스 준공영제 문제는 도입 이후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요.
김 : 언론, 그리고 도의회에서 반복해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돈 먹는 하마’, 즉 예산 투입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죠. 보조금은 연간 1천 억 원이 들어가는 데 비해서 교통 수송 분담률은 준공영제 도입 이후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인데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줄곧 나왔고, 준공영제 계속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라디오제주시대>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사안 다뤘기도 했고, 오늘도 준공영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루기보다는 제주지역의 교통체계에서 버스는 도민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 : 네, 좀 더 근본적인 의미부터 짚어보자는 얘기군요?
김 : 버스를 가리켜서 ‘서민의 발’이라는 표현 자주 쓰잖아요. 제주지역의 버스 수송 분담률을 보면 과장 조금 보태서 ‘제주에는 서민이 없는 거야?’라고 할 정도로 승용차 분담률이 유독 높죠.
지 : 서민이 없는 게 아니라 버스가 서민의 발이 되지 못하고 있는 건데 말이죠.
김 : 2017년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목적도 이 승용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점점 더 심화되는 개인화된 이동에서 공공 목적에서 다수의 이용으로 이끌어보자, 이런 취지였던 건데요.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승용차 의존도는 개편 이후로 오히려 더 높아졌어요.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조사에서도 승용차 이용이 59.7%, 시내/마을버스 이용이 13.5%이니까요. 이용객 수도 오히려 줄었고요.
지 : 네, 이 부분도 자주 지적됐죠. 우리가 눈여겨서 살펴봐야 할 대목도 그럼에도 왜 버스를 타지 않는지, 아님 타지 못하고 있는지겠죠?
김 : 앞서 언급한 제주 사회조사에도 최근 5년 통계에 승용차 이용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요. 연령별로 볼 필요가 있어요. 시내/마을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연령층은 10대, 20대거든요. 승용차를 스스로 몰고 다니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자차 마련이 어려운 경우에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거죠. 30~50대까지는 이동에 소요되는 거리, 시간, 비용 등을 셈해보고 나서도 승용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크겠죠. 승용차를 선택하는 비용이, 승용차를 구매하는 비용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유지비용까지 덧붙는데도 한 가구 내에 세대원이 각각 한 대씩 몰고 다니는 경우들도 꽤 많잖아요?
지 : 네, 가구당 소유대수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고 하죠.
김 : 그런데 반대로 한 가구 내에 승용차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2021년 사회조사 통계에서도 응답가구의 22.6%는 보유한 차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경우 40.3%가 차량이 없어요. 승용차가 한 대도 없는 가구와, 승용차가 두 대 이상인 이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정책적으로 접근할 것인지를 봐야하겠어요. 대중교통에서 이 버스를 이용하는 ‘대중’의 표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지 : 그 간극을 버스가 메우지 못한다는 게 문제겠고요.
김 : 오늘의 시선에서도 여러 차례 얘기한 적이 있지만, 한편으로 이미 늘어난 승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 그러니까 저감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이냐. 그리고 한편으로 어떻게 대중교통으로 분담률을 높일 것이냐가 교통정책의 핵심일 텐데요. 전자는 이미 도민사회의 공감대는 충분한 거 같고, 다들 잘 알고도 있지만 ‘그러니까 어떻게?’로 넘어가지는 못하고 있고, 또 후자가 얼마나 잘 뒷받침을 하느냐가 전자와도 함께 맞물려가는 거라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거겠죠?
지 : 방금 얘기한대로 대중의 표준을 설정하는 문제도 중요해보입니다. 10대, 20대가 주로 버스를 이용하고 있고,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경우에 절반 가까운 수치가 차량이 없어요. 이렇게 보면 사실상 승용차가 없으면 교통약자로 분류되는 구조거든요?
김 : 예,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 버스 준공영제 사안에서 끊임없는 논란(?) 중에 하나는 버스 운영 손실금 중에 70대 이상이나 환승 등 무료이용으로 인한 보전금이 상당하다는 것도 포함이 되거든요. 이게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고 버스 준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라면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보니까, 완전 공영제로 전환해서 무상 이용으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도 해요. 이 문제를 어디에 위치시킬 것이냐와 결부되어있는 건데, 도시문제만이 아니라 복지의 문제로 바꿔야 한다는 관점이에요.
지 : 제주에서도 그런 제안이 있죠. 최근에 제주녹색당이 최근에 월 5000원으로 무제한 이용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논평도 냈잖아요.
김 : 애초에 버스를 준공영화한 이유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공공성을 고려해서 민간 버스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인 것인데, 버스 이용 실태를 소비의 관점으로 보면 비용 손실과 만성 적자인 측면만 보게 되죠. 아까도 말했듯이 어떤 대중이 버스를 타고 다니는지에 초점을 맞추면 이른바 이용객 수로 효율성을 계산한 노선 통폐합, 손실이 아닌 복지를 위한 비용으로 달리 볼 수 있는데요.
지 : 공감은 하지만,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30~50대층에게는 어떻게 승용차가 아닌 버스를 이용하게 할 것인가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김 : 관련 정책 연구들을 살펴보면 정류장과의 접근성 제고, 버스 이동 시간 단축을 승용차 저감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버스 기사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정류장 간의 거리가 짧은 게 더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시 운행은 강조되고 있는데 노선 길이는 길다 보니 이 문제가 상충하는 거죠.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대신에 운행 거리가 짧은 지선버스를 더 배치하는 게 사실 맞는데요. 간선버스의 배차를 늘리는 방안의 효율성과 지선버스로 노선을 끊어서 환승을 유도하는 방안의 효율성을 잘 따져봐야 할 것 같아요.
지 : 가깝거나, 빠르거나, 저렴하거나 이용객들의 니즈는 생각보다 단순한데 이걸 개선하기가 이렇게 어렵네요.
김 : 버스를 안 타는 경우에는 그런 것 같고요. 하나 더 있습니다. 주로 버스 타고 다니시는 분들의 큰 바람 중에 하나는 서비스의 질 문제도 있어요. 거친 운행이나 불친절도 자주 지적되고 있는데 아까도 잡깐 이야기했지만 운행 거리는 길고, 정시 도착에 대한 강조는 점점 더 세지고, 기사분들의 업무 강도는 세지는데 또 질타는 계속되잖아요. 이 부분에 대한 오해도 잘 뜯어봐야 할 대목이겠고요. 이해관계자가 도정과 버스 운행 업체 양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있다는 사실도 좀 더 고려가 되어야하겠습니다.
지 : 이렇게 생각하니 또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김 : 네, 게다가 현 도정의 도보생활권과 이동 편의를 도모하는 15분 도시 추진, 트램 도입과 제주교통공사로 대표되는 제4차 지방대중교통계획도 맞물려있고요. 2017년 대중교통체계개편이 전 도정의 대표 정책이기 때문에 꼬리표 떼기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무엇을 우선으로 삼을지도 얽혀있어서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다만 ‘서민의 발’이라는 이 표현은 되새기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어요.
지 :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