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2월26일(월) <로스쿨> 올해 주요 노동이슈 5가지...개혁인가 개악인가?(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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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지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오늘은 올해 마지막 로스쿨이니만큼 2022년을 결산하는 노동이슈 5가지를 선정해봤습니다.
지 : 올해를 정리하며 가장 이슈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노동문제 다섯 가지를 준비하셨군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김 : 우선 올 연말 가장 핫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을 선정했습니다.
지 : 12일이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근로시간과 임금체계와 관련된 개편이 필요하다는 권고문을 발표하고 윤석열 정부는 이 권고문을 반영해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저희 프로에서도 관련한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노동계에서는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평가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김 : 맞습니다. 연구회의 권고문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형식적 공정과 자율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장시간 노동, 저 임금 패턴의 정착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회의 권고문이 나온 후 다양한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권고문의 내용을 비판하는 성명서, 입장문 등이 나왔는데요. 청취자분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직장갑질119라는 단체에서도 성명서가 나왔습니다.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권고문은 근로시간과 임금에 대한 구체적인 개악안이라고 평가하면서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현행 1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게 된다면 실제 권고문에서 이야기 한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모두 보장한다고 해도 사실상 1주 80.5시간, 최초 근로일인 1일차에는 11시간 연속 휴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1주에 90.5시간까지도 ‘적법’하게 일을 시킬 수 있게 되므로 장시간 노동을 야기시키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 : 이런 직장 갑질 119의 비판내용에 대해 노동부가 이례적으로 반박 보도를 했죠?
김 : 그렇습니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극단적 상황을 가정해 제도의 남용을 우려하는 것은 상식과 통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법정 주휴 등 법이 강제하고 있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법 상 주휴일(1주일에 1일의 휴일)을 보장하도록 되어있을 뿐 주휴일 근로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결국 휴일근로를 하고 휴일근로가산수당을 받는 노동자가 현재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법정 주휴가 현실에서 당연히 쉬는 날이라고 인식하면서 권고문을 만들고 제도를 운영하려는 것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 : 그런데 정부에서는 근로시간관리 단위를 연장하면 1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는 인정했습니다.
김 : 우선 정부가 인정하는 1주 67시간 근로도 70년대로 회기하는 수준의 장시간 노동입니다.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만성과로의 수준은 주 40시간 근로를 하는 노동자가 재해 발병 전 장기간(12주)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한 경우이고 특히 야간근로의 경우 그 시간의 30%를 가산해서 근로시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권고문의 근로시간 관리단위 확대 권고는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를 만성과로 노동자로, 예비 산재노동자로 만드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지 : 그리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라는 것도 도입해서 가산수당 대신 휴가를 부여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내용도 있었는데요.
김 : 우선 노동자는 사람입니다. 기계는 일을 많이 해서 표면에 열이 많이 날 때 잠시 꺼두었다가 열이 식으면 다시 돌리거나 아예 새로운 기계로 일을 계속 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몰아서 장시간 일을 하고 몰아서 쉰다고 해서 건강이 회복되거나 평균해서 매일 규칙적으로 일을 한 것과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IT업종에는 크런치 모드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이게 게임 개발 마감을 앞두고 수면, 식사, 위생, 기타 개인생활을 포기한 채 장시간 연장근무를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개발을 마치면 몇일 휴가를 부여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크런치 모드로 인해 이미 IT업종에서는 과로사와 자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권고문은 이런 크런치 모드를 전 사업장에 적용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죠.
지 : 첫 번째 노동이슈는 좀 마무리를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볼까요?
두 번째로 선정하신 이슈는 뭔가요?
김 :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논의입니다. 내년 2023년 적용될 최저임금(9,620원)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에 대한 공방이 있었습니다.
지 : 사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했던 내용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우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온 부분이죠.
김 : 그렇습니다. 근데 저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근거를 들으며 갸우뚱했습니다. 가장 주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지 않으므로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인데요. 그 업종이라는 것이 예를 들어 요식업, 서비스업, 제조업 이런 식으로 구분해서 적용하자는 건데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습니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자가 생활하는 데 드는 최소한의 임금이라는 것인데 그게 업종마다 다를 수는 없잖아요. 또 만약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게 된다면 이제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가 아니라 직업에 귀천이 있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리는 세상에서 살게 되는 것이죠. 이 내용은 최저임금법에 명시되어 있긴 하지만 이미 사문화된 조항(1988년 제도 도입 첫 해만 시행 후 30여년간 미적용) 이었습니다. 올해는 투표까지 진행되었고 반대표(27명 중 16명 반대)가 많이 나오면서 부결되었는데, 이후 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2024년 최저임금위원회 개최 전까지 마치고 결과 제출을 권고했기 때문에 내년에도 계속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 : 세 번째 노동이슈로 넘어가볼까요?
김 : 세 번째로 선정한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입니다.
올해 1. 27. 중대채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물론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적용되는 것은 2년 유예되어 현재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이지만 여전히 일터에서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 1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간 논쟁의 중심에 있는 상황입니다.
지 : 시행 1년도 되지 않았지만 경영계에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법률 개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 맞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이 법 위반으로 기소된 두성산업이라는 곳에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습니다. 이 법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사업주, 경영책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것이 신청의 이유였습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재판이 중단되고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게 되는데 만약 법원이 신청을 기각한다면 두성산업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고 있어서 결국 이 법은 시행 1년여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노동계 역시도 이 법이 생명과 안전에 대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어 있어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하면서 헌법소원 청구한 상태입니다.
지 : 중대재해처벌법이 본래 제정 목적에 맞게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더 이상 인재라 불리우는 산재사고, 시민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네 번째 이슈를 살펴볼까요?
김 : 노란봉투법, 노조법 2조 3조 개정 운동입니다.
올해 대우조선하청노동자의 옥쇄투쟁, 화물연대 파업 등 올 한해도 많은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했습니다. 이런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대해 우리 법은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해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와 많은 기업이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일단 천문학적인 숫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동자는 소송을 통해 본인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가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를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판단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투쟁 이후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제기된 11억여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13년이 지난 2022년 올해 11월, 대법원에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사망한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조합원과 그 가족은 삼십 명이 넘습니다. 결국 이렇게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손해배상 남발을 제한하고 노동조합법 상 노동자의 범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하자는 일명 노란봉투법이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지 : 그러니까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고 기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노동자의 정의를 정하고 있는 제2조와 정당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를 정하고 있는 제3조를 개정하자는 것인데, 이미 국회에 상정되어 있죠?
김 : 그렇습니다. 노란봉투법이라 지칭되는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 이미 국회에 여러 개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고 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22개 민생입법과제 중 하나로 노란봉투법을 선정해서 이번 정기국회 중 처리를 하겠다고 했지만 법안 발의 외에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 정기 국회에서 처리는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회 앞에서는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농성이 진행 중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관심가지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지 : 마지막이네요. 다섯 번째 노동이슈는 무엇을 선정하셨나요?
김 : ILO 기본협약 발효를 뽑았습니다. 2021년 4월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 중 아직까지 한국이 체결하고 있지 않았던 29호 강제노동협약, 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이 비준되었고 1년 기탁기간이 지난 올해 4월 20일 협약이 정식 발효되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1991년 국제노동기구(ILO)에 152번째로 가입했지만 ILO핵심협약이라 일컬어지는 8개 협약 중 차별금지(100호, 111호)와 아동노동 금지(138호, 182호)에 대한 협약 외 87호와 98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등 4개 협약(강제노동 폐지_29호, 105호)을 체결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유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수차례 협약 가입 권고가 있었지만 정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 보장과 실업자, 해고자 등에 대한 노동조합 가입 등이 인정되지 않는 국내법과의 충돌이라는 이유로 비준을 거부했었습니다.
지 : 그럼 2021년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조법을 일부 개정했던 내용이 시행되면서 국내법과의 충돌이 사라졌고 2022년 올해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대한 87호 98호 협약이 발효되었군요.
김 : 그렇습니다. 하지만 올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조사 등을 진행하면서 협약 발효 8개월 만에 국내외 노동단체들에 의해 ILO결사의 자유 위원회에 제소가 되었습니다. 정부의 화물연대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등이 ILO협약 87호 98호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더불어 ILO 협약 비준에 맞춰서 개정되었다는 개정 노조법 내용 중에도 조합원을 종사/비종사로 구분하는 등 일부 조항이 ILO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자유로운 노동조합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들 역시 노조법 제2조, 제3조를 개정하자는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 : 오늘은 2022년을 갈무리하면서 다섯 가지 노동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