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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1월9일(수) <오늘의 시선> 언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 (독립언론 오롯 김은애 기자)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독립언론 ‘오롯’의 김은애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안녕하세요. 김은애입니다.

윤: 오늘 제가 김 기자님을 소개하면서 평소와 좀 달랐거든요. 아마 청취자분들 중에서도 감지하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다고요?

김: 네, 제가 지난달까진 미디어제주 소속의 기자였는데, 이제는 독립언론 ‘오롯’의 기자로 소속을 옮기게 됐습니다. 기성언론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선한 일들이 분명 있지만, 한편으론 기성언론이기에 도전하기 쉽지 않은 내용과 취재들, 일종의 내부고발 같은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얘기들을 좀 더 집중해서 말하고 싶어 저는 이번에 독립을 결정했습니다.

현재 독립언론 오롯은 정식 언론사 등록을 준비하고 있고요. 이와 함께 앞으로는 국제뉴스 제주본부와, 다른 기성 언론과의 협업을 통해서도 독립언론 오롯의 기사를 만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윤: ‘오롯’이란 이름에서 김은애 기자님의 새로운 도전의 의미가 전해지는 거 같은데요, 김 기자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면서, 오늘의 주제를 들어보죠.

어떤 소식 준비해 오셨죠?

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독립언론이기에 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쓴 소리와 아쉬운 점, 언론이 가진 태생적 한계점에 대해 오늘 마음껏 얘기를 해보려 하는데요.

“언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윤: “언론의 존재 가치에 의문을 던진다” 꽤나 날선 비판의식이 담긴 거 같은데요.

김: 사실 그동안 기성 언론에 몸담고 있으면서 늘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라고 생각하던 제주 지역 언론의 문제인데요. 기자실과 기자단 문제. 그리고 기성 언론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좀 꺼내볼까 합니다.

윤: 언론의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부터 살펴볼까요.

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언론사의 많은 기사들. 하루에 쏟아지는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들 중 상당수가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사실. 알고 계시죠.

윤: 그렇죠. 보도자료에 근거한 기사는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겠죠.

김: 맞습니다. 행정은 자신이 잘한 정책들을 홍보하고, 못한 정책은 숨기려고 하기 때문에. 때때론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행정에 유리하게 만든 보도자료를 배포하곤 합니다. 이밖에 도청이나 시청, 교육청 등 행정의 시책 홍보 보도자료는 매일 수십 건이 쏟아지고요. 그리고 우리 언론은 이런 보도자료를 기초로 기사를 작성하게 되는데요. 하루에 쏟아지는 보도자료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보도자료만 보고 쓰다가 하루가 다 가게 되는, 취재기사는 전혀 쓰지 않는 그런 언론사도 많은 것이 오늘날 언론의 실정입니다.

윤: 하지만 보도자료가 무조건 나쁘다, 라고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요. 행정의 시책에 대중이 가장 쉽게 접근할 방법은 아무래도 언론사의 기사를 통해서일 테니까요.

김: 맞습니다. 문제는 이런 보도자료 시스템이 깨지지 않는 한, 좋은 기사가 많이 나오기 힘들다는 현실에 있는데요. 분명 기자실에 틀어박혀 행정이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받아쓰는 그런 기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고. 이 시스템 때문에 다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독자적인 취재를 허락하지 않는, 행정 친화적인, 그런 형상으로 언론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발로 뛰며 정말 가치 있는 기사를 발굴해내는 훌륭한 기자 분들도 많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행정이 발표한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 전혀 사안에 대한 고민 없이 살짝 가공만 한 기사들의 비중이 더 많은 것이 오늘날 현실인 것 같습니다.

윤: 언론의 현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시군요.

김: 네, 직접 겪어보니 그렇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또 주목해야 할 점은 언론사가 공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흔히 언론을 공익적인 기관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언론이 공익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언론도 분명 사기업입니다. 언론사를 소유한 사주가 있고요, 여기에 투자를 한 투자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기자들, 임직원들이 있는 거고요.

따라서 언론은 공공기관처럼 온전히 공익적일 수는 없습니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고, 투자자들 투자금 회수는 해야 하니 일정 부분에선 사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익 추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언론의 현실이 그렇다는 겁니다.

윤: 그렇습니다. 언론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소한의 비용이 있기 때문에, 운영비 충당을 위해 언론에서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도 하죠. 다만, 상당수의 사업이 공익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과 차별점이 있기도 한데요.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김: 전 그것도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데요, 겉으로 볼 땐 공익적인 사업들, 언론사에서 많이들 하죠. 어쨌거나 중요한 건 이처럼 공익적으로 보이는 언론사의 사업들이 알고 보면 공익과 무관한 것들이 상당한데요, 앞으로 이 부분은 제가 따로 취재를 해서 차후 팩트 자료를 갖고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거 하고 싶어서 기성언론을 관뒀습니다. 행정에 대한 감시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감시도 하고 싶거든요.

윤: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사업에는, 혈세 낭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실한 사업들이 존재한다는 지적 해주셨습니다. 또 어떤 문제가 있나요?

김: 제주에는 각 행정기관마다 기자단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청에는 도청 기자단이 있고요. 시청에는 시청 기자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자단에는 우리가 익히 들어본 기성 언론사 대부분이 가입돼 있는데요, 문제는 기자단의 권한이 상당히 막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자단 가입에 대한 심사도 기자단 내부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윤: 기자단 가입에 대한 심사를 기자단 내부에서 진행한다, 이 점이 불만이신 건가요?

김: 네. 기자단에 가입이 되면 행정으로부터 광고비를 집행받기 쉽고요. 행정의 브리핑과 같은 정보를 문자나 단체 채팅방을 통해 전달받을 수가 있거든요.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는 행정으로부터 광고가 쉽게 들어와서 지원을 받고요, 가입되지 않은 언론사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여기서부터 차별이 발생하게 됩니다.

윤: 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언론사는 행정으로부터 광고비 등 지원을 받기가 힘들다는 그런 의미죠? 그리고 해당 기자단 가입에 대한 자격심사를 기자단 소속 언론사들이 직접 하고 있기 때문에, 비기자단 언론사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 해 주신 것 같습니다.

김: 맞아요. 제주도청을 예로 들면, 도청 기자단에 가입된 언론사 대부분에는 매달 광고비가 집행되고 있는데요. 제주도가 어떤 정책을 홍보하려고 한다고 이에 대한 홍보를 언론사에 의뢰하는 형식이 있고, 홍보기사 작성 없이 관련 배너나 광고를 게재하고 광고비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마디로 기자단 소속 언론사라면 좀 더 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여기서 나오는 돈은 기자 개인한테 가는 돈은 아니고 언론사에 가는 돈입니다.

윤: 그러면, 김은애 기자도 앞으로 이런 광고나 기획기사 등을 받게 되는 건가요?

김: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앞서 얘기했듯 도청으로부터 광고비를 받으려면 일차적으로 도청 기자단에 가입이 되어야 하는데. 새로운 언론사가 가입을 하려면 절차가 꽤나 까다롭습니다. 3개월 동안 도청 관련해 쓴 기사를 60건 이상 제출해야 하고요. 이걸 도청, 제주시청, 서귀포시청, 제주도의회, 교육청, 경찰청 등 각 기자단에서 각각 기준에 따라 심사하기 때문에, 소규모 독립 언론에서 이 모든 조건을 부합해 일일이 가입신청서를 내는 것이 상당히 힘들죠. 기자단 가입 조건 맞추려다가 정작 중요한 취재기사는 놓치게 될 가능성이 커서. 저는 선택과 집중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윤: 그러면 3개월 동안 60건 이상 유관기관 관련 기사를 쓴다고 한다면, 기자단 가입이 자동으로 되는 건가요?

김: 아뇨. 서류를 제출한 후에 기자단 소속 언론사들이 해당 언론사를 기자단으로 받아줄 것인지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게 되는데요. 여기서 과반 이상 찬성표를 득표해야 통과할 수가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기권표 포함 과반입니다. 만약 60명이 투표해서 기권이 30명 나오면 나머지 29명 찬성. 1명 반대가 나오더라도 기자단 가입은 탈락인 겁니다. 솔직히 기자단 소속 기자들의 입맛에 따라 심사가 이뤄지는, 어떻게 보면 초등학교 반장선거처럼 일종의 인기투표처럼 찬반투표가 이뤄지고 있어서. 이런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윤: 기자단 가입 조건이 꽤나 까다롭군요.

김: 네, 또 만약 투표를 통해 기자단 가입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탈락 사유를 전해주지 않기 때문에 탈락한 언론사는 이유조차 알 수가 없고요. 기자단은 사조직이기 때문에 내규는 기자단 스스로 알아서 만들면 될 일이지만. 그 여파가 언론사 지원금, 정보 제공 여부라는 언론사 근간을 뒤흔들 커다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문제라고 보겠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이런 식의 구조를 허락한 행정이겠죠.

윤: 오늘 언론사의 운영 시스템, 구조적 문제와 함께 기자단 문제까지 지적해 주셨는데.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김: 사실 오늘 주제를 정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주지역 언론에 존재하는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고. 기자단 소속 언론사는 이미 기득권이기 때문에 비기자단 언론만 불만을 가질 사항이기도 해서. 자칫 제 사견을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다만 이렇게 오늘 제가 길게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언론이 언론다울 수 있도록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기자단이라는 사조직으로 정보를 독점하려 하고, 기자실이라는 공간과 쏟아지는 보도자료로 인해 심층 취재, 기획취재 기사 작성을 힘들게 만드는 지금의 형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모든 언론이 다 나쁘다, 이런 의미는 결코 아니라는 점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고요. 언론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윤: 그렇군요.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 듣죠.

지금까지 독립언론 오롯의 김은애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