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MBC

검색
라디오제주시대

라디오제주시대

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1월2일(수)<오늘의시선> 장애인보호구역...전장연이 쏘아올린 이슈와 제주의 이동권 문제(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지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지 : 오늘 어떤 이야기 준비해오셨나요?

김 : 제가 ‘오늘의 시선’에서 도로의 보호구역 시리즈로 다루고 있어요. 어린이 보호구역은 한, 세 차례에 걸쳐서 침 많이 튀겨가며 말씀 드렸었고요. 지난 방송 땐 그래도 도로교통법 개정안 이후에 어린이 보호구역에 관한 세간에서 흔히 하는 말로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관심이 많이 쏠린 반면에 노인 보호구역은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무관심 속에서 이름만 있는 제도라 보완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하고 마무리를 했어요.

지 :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 보호구역, 그 다음 보호구역은 무엇인가요?

김 : 오늘은 장애인보호구역을 중심으로 교통 편의, 안전에 대한 내용 말씀 드리려고요.. 제가 줄곧 강조하는 ‘모든 보호구역은 보호구역 해지, 철폐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이상적이지만 이상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면 하는 구호이자 바람을 상기하면서, 이른바 교통 약자 보호 정책의 주요 대상인 어린이, 노인을 거쳐서 오늘은 장애인 보호구역을 살펴보겠습니다.

지 : 아무래도 지난해부터 올해에 이르러서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러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떤지 한 번 봅시다.

김 : 네, 말씀하신 대로 지난해 12월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줄여서 ‘전장연’이라고 부르죠. 서울시에서 지하철 출근 선전전을 하기 시작하고 찬성, 반대 의견들이 오고 가면서 관심이 차츰 쏠리더니 여기에 한 정치인이 ‘비문명’이라는 언급을 하면서 논의가 더 복잡다단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이슈가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어떤 단면을 보여주느냐겠죠.

지 : 제주여서 이 이슈가 좀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문제는 지역을 따질 문제는 아니기는 합니다.

김 : 당시에 출근시간을 옮겨서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 선전전에 연대하는 중소규모의 회사들이 있기도 했고, 언론의 보도를 통해서 어째서 전장연에서 이런 방식을 택해야만 했는지, 몸으로 호소하게 됐는지를 찾아보고 주목하는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도 힘이 모였어요. 그런 한편에는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불법시위’라고 표현해서 논란이 됐었죠. 노골적으로 불편을 표현하거나 비난을 가하는 입장들도 만만치 않았어요.

지 : 연대하고 지지하는 입장과 반대하거나 불편을 표현하는 입장이 팽팽했죠.

김 : 따옴표를 치고 말을 이어가자면 왜 장애인이 비장애인인 ‘일반 시민’에게 받을 비난을 불사하고 출근 선전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는지, 설왕설래하며 불거지는 논란 사이에서도, 심지어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비문명’이라고 말하는 정치인의 맞은편에서 시사 프로그램 토론에 나서야만 했는지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려고 했는지에 주목해 보면 말씀하신대로 지역을 따질 문제가 아니죠. 게다가 장애인보호구역의 현황도 이 장애인 이동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이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 선전전이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를 눈여겨서 봐야하겠습니다.

지 : 장애인 보호구역의 문제는 이동권부터 살펴야 한다는 뜻이죠?

김 : 네, 아시다시피 장애인 이동권에 관한 운동은 지난해에 번쩍하고 떠오른 게 아니잖아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20년을 넘긴 시간 속에서 이어져 왔어요. 저상 버스 도입이라거나 장애인 콜택시 이용 등 성과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획기적인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지 : 이렇게 오래되었다는 걸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김 : 그렇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왜 매번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만 붙잡고 늘어지느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대중교통’이라고 하지만 대중에서 벗어나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한 거죠. 버스, 지하철도 20년 동안 아무리 외쳐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 현실도 그렇고요.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권에 가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주장하면, 다들 ‘하겠다’고는 말을 한다, 다만 ‘어떻게 하겠다’는 말과 대책이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를 해요. 계획 발표되고, 법안 개정되는데 수치는 언제나 늦습니다. 저상버스 보급률도 당초 2020년까지 42%라는 목표치에 비해서 27.8%밖에 되지 않아서 2011년 목표치 정도에 머물고 있고요. 장애인 콜택시라고 부르는 특별교통수단도 법정 기준에 비해서 실제 운행 대수가 훨씬 적어 취지가 무색하도록 많은 민원이 제기되어 왔어요.

지 :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에 비해서 갖춰지는 여건은 시차가 꽤 크네요.

김 : 장애인 이동권 그 자체도 좀 더 넓게 보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말 그대로 이동할 권리를 망라하는 개념이라서 단순히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할 권리까지도 포괄하기도 해요. 이동의 문제는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정책적 기조 안에 아주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요. 파고들다 보면 안전 등의 이유로 집합시설에서 지내는 장애인의 탈시설 문제까지 다다르게 돼요. 뜬금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장애인 보호구역과도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장애인 보호가 어디서, 어떻게 이뤄지는지와 엮여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에요.

지 : 각각의 문제처럼 보이는 일들이 다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이 고질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이라는 걸 잘 보여주죠.

김 : 물론 모든 시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시설 생활에 있어서 안전이라는 이유로 혹은 시설 관리의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인력 부족이라는 이유로 장애인의 이동 혹은 활동 반경이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이에 더해서 장애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들도 집합 거주 시설을 중심으로 설치가 되어 있거든요. 사실상 이를 벗어난 곳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죠. 원하는 곳을 선택해서 이동할 수 있는 자원을 쓰는 일이나, 동원하는 일이 여의치 않죠. 지난 연말부터 줄곧 봐온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도 이런 현실과 맞물려 있고요.

지 : ‘장애인 보호구역’ 표지판은 다니면서 별로 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김 : 지난 방송 이후에 지인이 ‘의식하고 봤더니 노인보호구역이 제법 있더라’ 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저도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운전하는 중이든, 이동하는 중에 도로 표지판 살펴보는데 방금 말한 것처럼 장애인 보호구역은 집합거주시설, 그것도 몇 군데 되지 않는 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찾아보기가 어렵죠. 제주에는 18곳이 지정되어있어요. 노인보호구역도 적다, 적다 얘기했었는데 훨씬 밑도는 수치죠. 장애인 보호구역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지 :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관련 정책은 ‘안전하려면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김 :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에 대해서 “왜 남들에게 불편을 주면서 다니려고 하냐” 이런 시민들의 반응이 있잖아요. ‘밖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불편을 주지 않는다’ 같은 시선인데, 정책의 기조도 크게 다르지 않겠죠. 어린이보호구역 다룰 때 제가 어린이에게 안전한 환경이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얘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같은 이야기 반복하자면 장애인에게 안전한 환경이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이죠. 너무 뻔한 말이겠지만요.

지 : 뻔한 말일지라도, 어디서부터 뭐를 시도하면 좋을지는 얘기해볼 수 있죠.

김 : 일단은 일상 생활반경 안에서 작은 단차들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는데요. 비장애인이라도 자전거를 타거나 유아차 몰고 골목이나 도로 다녀보시면 금방 느끼시겠지만, 보도와 차도의 작은 단차도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비탈길의 경사도 조치하지 않으면 비나 눈이 오는 때엔 정말 위험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해요. 인도의 점자 보도블럭도 평소에 별로 의식하지 않고 밟고 다니시겠지만 횡단, 대기, 보행 등 동선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거든요.

지 : 말씀하시니까 생각이 나네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다가오면 언론에서 너도나도 이런 기사 내보냅니다. 휠체어 타고 도로 다녀보고, 휠체어 타고 저상버스 타고, 눈 가리고 점자 보도블럭 짚고 보행하면서 얼마나 장애인들 이동 여건이 열악한지 기사를 내는데, 말할 때만 반짝 관심이 있다가 금방 잊어버리죠. 애초에 장애인에게 안전한 환경이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 그나마 최근 들어서 제주지역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높아져서, 얼마 전에는 신산공원 화장실도 경사로 정비도 하고, 무장애 어린이 놀이터도 생겼고요. 장애인도 다닐 수 있는 관광지, 관광시설도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형편이 좀 나은 편이라고도 할 수 있죠.

지 : 제주는 유니버셜 디자인 관련 조례도 있으니까요.

김 : 또, 지난 노인보호구역 다루면서도 잠시 언급했는데, 지난해에 제주지역에 관련 조례가 만들어졌고, 올해부터 교통약자 보행환경 개선 3개년 특화사업이 시작되었어요. 이용하러 나오는 길이 여전히 험난하지만, 이용자가 늘어나면 긍정적인 피드백도 늘어나고, 더 많은 예산도 확보하고, 시설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좀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러려면 관심이 있어야 우선순위가 당겨지고, 반영이 되고, 확대가 되겠죠.

지 : 아까 박경석 전장연 대표가 정치인들이 ‘하겠다’는 말은 해도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다고 했던 인터뷰가 귀에 맴돌았는데, 그래도 이런 한 걸음이 두 걸음 세 걸음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려면 관심을 지속적으로 쏟는 일이 중요하겠죠.

김 : 오늘 일상 생활공간에서의 이동, 대중교통 이용, 시설 밖으로의 이동 여러 이동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 어떤 장애를 위한 시설 설비가 필요한가도 앞으로 관심을 더 쏟아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좀 더 나아가서 살펴본다면, 제주에서의 이동은 전장연이 쏘아올린 이슈와 또 어떤 점이 다른가도 더 면밀하게 보면 좋을 텐데 다음 시간으로 미뤄둬야 하겠습니다.

지 : 보호구역 시리즈는 오늘로 끝인가요?

김 : 아닙니다. 하나 더 있어요. 한 번 맞혀보시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고 이 자리 물러나겠습니다.

지 : 그렇군요.. (마무리)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