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0월10일(월) <로스쿨> '노란봉투법’ 이야기 (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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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요즘 언론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관련된 이야기 준비해봤습니다.
윤 : 저도 노란봉투법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 등을 통해 접했는데, 이게 새로운 법을 제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고 기존에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내용을 일부 개정하자는 이야긴 거죠?
김 : 네. 맞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고 기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일부 내용이 악용되면서 헌법이 정한 노동3권을 오히려 제약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던 것을 바로잡자는 취지의 노조법 개정안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 : 그런데, 왜 노란봉투법이죠?
김 :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을 많이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2,646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고 이에 노동조합이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77일간의 파업을 진행했습니다. 관련해서 국가와 회사는 노동조합에 파업기간 동안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 47억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습니다.
당시 판결을 접한 많은 시민들이 4만7000원씩 10만 명이 모금을 하면 47억이 된다고 하면서 4만7000원을 봉투에 넣어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한 언론사에서부터 시작된 모금은 이후 시민단체에서 이어서 진행되었고, 당시 그 모금의 이름을 ‘노란봉투 프로젝트 우리가 만드는 기적 4만7000원’이라고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이 모이며 14억 6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모금이 됐었는데, 당시 정치권에서도 쟁의행위 이후 손해배상 청구를 받는 노동자들을 이런 모금, 긴급구제 형식으로 돕는 것을 넘어서 법을 정비하지는 움직임들이 있었고 2015년 19대 국회에 이른바 ‘노란봉투법’ 발의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되진 못했고 20대 국회 때도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가 되었습니다.
윤 : 그럼, 노란봉투법이 사실 2015년부터 법안 발의가 되어왔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었던 것인데, 이번 국회에서 다시 논의가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 2022년 올해 8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파업 51일, 선박점거농성 31일을 진행했던 것 기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당시 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선박 바닥에 가로, 세로, 높이가 1m인 구조물 안에 들어가서 스스로를 가둔 상태로 점거농성을 진행했었고 전국에서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희망버스가 출발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파업이 타결된 후 회사는 파업을 주도한 하청지회 집행부 5명을 대상으로 47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였습니다. (원래 회사는 약 8,000억원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노동조합을 압박했었습니다.) 단순 계산해도 한 명당 94억의 배상액이 나오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이곳 하청 노동자들의 월급(약 200만원 초반)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평생 일해도 갚을 수 없는 금액인 것입니다.
노동자의 파업은 헌법에서 정한 노동3권 중 하나로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물론, 파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에서 정한 요건들을 잘 준수해야하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파업에는 무조건 손해배상으로 응수하는 것이 일종의 루틴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이 같은 사용자들의 잘못된 관행 (파업에는 손해배상 청구)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자는 것인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할 22대 민생입법 과제 중 6번째로 정하면서 관련 논의가 진전되고 있습니다.
윤 : 사실,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을 포함해서 총 33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전에도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쟁의행위를 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월급까지 가압류당한 노동자가 분신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손해배상, 가압류를 겪게 되면 노동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계까지 악화되게 되는데, 지금처럼 회사가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계속된다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시도하기도 점점 더 어려워 질 수 있겠군요.
김 : 맞습니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쟁의행위(파업)에 사용자들이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적극적으로 청구하게 된 것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당시 노동부장관(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이 노동운동의 준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대책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발표했고 이를 기업들이 충실히 이행하면서부터입니다. 이미 약 30여년이나 계속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방식을 공식적으로 기업들에게 제시하고 이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억압하고 길들이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는 것입니다.
윤 : 하지만 여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이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한다고 이야기 하는데요. 얼마 전 여당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김 : 네, 저도 봤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노란봉투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거나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까지 손해배상, 가압류라는 명목으로 평생 값아도 값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청구해서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려는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라는 것은 이해했는데, 워낙 입장이 다르니 시청자 입장에서 판단하려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봐야겠네요.
김 : 노란봉투법을 정확히 이해하시려면 개정하려는 노조법이 현재는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노란봉투법에서 개정하고자 하는 노조법은 제2조와 제3조입니다. 우선 제2조는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를 정하고 있는데, 노조법 상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를 의미하고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합니다.
그런데 최근 도급, 위탁, 파견 기타 플랫폼 노동 등 간접고용이 확대되고 다층적 근로관계가 새롭게 대두되면서 전통적 근로계약 당사자인 사용자는 실질적으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력, 지배력을 가지는 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법 정의 상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어졌습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근로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 뿐 아니라 근로자의 근로조건 및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력, 영향력을 미치는 자도 사용자로 인정하여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을 지우고 노동조합의 교섭범위를 확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노조법 제2조에서는 노동쟁의에 대한 정의도 정하고 있는데,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노란봉투법에서는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행위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개정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윤 : 현재 노조법 상 사용자의 정의규정이 전통적 방식의 사용자만을 정하고 있어서 급변하는 고용현장의 사용종속관계를 모두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법에서 정한 사용자의 정의를 조금 더 확대해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이 원청사용자와 같이 본인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 지배력을 미치는 자를 대상으로 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열어주자는 것이군요.
김 : 네. 정확합니다. 두 번째로 노조법 제3조 개정이 있는데, 노조법 제3조는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라는 규정입니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법에서 정한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가 매우 협소해서 정리해고 반대 파업, 민영화 반대 파업 등도 법원에서 불법쟁의행위로 인정되고 결국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과도한 금액의 손배청구, 가압류 신청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노란봉투법에서는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 그 밖에 노동3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의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의 행위(쟁의행위 등)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특히 그 쟁의행위가 노동조합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특히 일부 회사의 경우 노동자를 채용할 때 신원보증인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고 노동조합의 직접적인 위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닌 손해는 손해배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윤 : 현재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개정안이 국회에 많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말씀하신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이라는 말씀인 거죠?
김 : 그렇습니다. 제가 설명드린 내용은 9. 14.자로 발의된 이은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입니다. 그 외에도 현재 21대 국회에 발의된 노란봉투법으로 분류할 수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총 7개가 있습니다. 모두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하지 않게하는 내용인데, 각 발의안에 따라 폭력․파괴 행위를 제외한 파업에 대해 손배 청구를 금지하게 하거나 조합원, 노동조합 간부 개인이 아니라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손배 청구를 하도록 하는 내용, 노동조합 규모에 따라 손배 청구액을 제한하는 내용 등 조금씩 다른 내용이 있습니다.
윤 :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막는 법은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김 : 그렇습니다. 우선 폭력, 파괴행위로 인해 직접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현재 무분별하게 청구되고 인정되는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하는 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쟁의행위 중 가장 강력한 것이 파업인데, 파업은 말 그대로 업을 그만두다, 즉 노동자들이 일제히 본인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작업을 거부하여 사용자에게 타격을 주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사용자는 노동자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한 파업에 대해서도 무조건 불법파업이라고 하면서 업무방해, 손해배상, 가압류 등을 진행하고 이를 무기로 활용해왔었습니다. 실제 소송을 통해 업무방해, 손해배상, 가압류 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소송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고 진행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쟁의행위를 포기하고 가정이 파괴되기도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에게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압박이 굉장한 위협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은 이런 정당한 쟁의행위에 까지 무조건 손해배상, 가압류 등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노동자,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법이라 하겠습니다.
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김 : 앞서 말씀드렸던 노란봉투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단체 ‘손잡고’ 라는 곳이 만들어졌는데, 이 단체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으로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청구된 손해배상 총액은 658억 5028만7618원이라고 합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과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과도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이면서 법을 악용해서 노동조합을 탄압할 방법이 사라진 사용자가 오히려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편이 될 수도 있는 법입니다. 현재는 교섭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하청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본인들의 근로조건을 실제 결정짓는 원청 사용자와 적법하게 교섭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법이기도 합니다.
이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