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10월3일(월) <로스쿨> 구미 3세 여아 사건의 대법원 판결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서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판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알겠습니다. 화제가 되고 있는 대법원 판결. 오늘은 어떤 사건인가요.
최> 오늘은 ‘구미 3세 여아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윤>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이었던 것 같은데요. 대법원에서 친모에 대해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고 하던데요.
최> 네. 그렇습니다. 경북 구미시의 한 빌라에서 3세 여아를 홀로 방치해 국민적 공분을 사게 했던 이른바 ‘구미 3세 여아 사건’의 친모 석씨와 관련해 대법원이 파기환송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윤> 파기환송 결정이라는 건 무죄라는 건가요.
최> 결론만 놓고 보면 그렇습니다. ‘아이 바꿔치기’와 ‘범행 동기’ 등 상당 부분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요. 검찰이 제시하고 있는 간접증거들만 갖고는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 언론에 워낙 많이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사건 내용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니까 사건 내용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사건의 시작은 2021년 2월 9일. 석씨는 딸 김씨가 거주하던 경북 구미의 한 빌라 3층에서 피해자 여아의 시신을 발견하고 이튿날 경찰에 신고합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의 친모로 알려졌던 김씨는 2018년 3월 30일 아이를 출산해 약 2년 5개월 동안 키웠으나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새로운 아이를 낳게 되자 2020년 8월 아이를 빌라에 홀로 방치해 사망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은 수사 초반까지만 해도 숨진 아이가 당연히 김씨의 친딸일 것으로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유전자 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가 외할머니인 석씨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석씨가 숨진 아이의 시체를 은닉하려다 경찰에 신고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석씨는 출산 사실조차 없다며 관련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추가 수사 끝에 석씨가 딸 김씨와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했으며, 출산 뒤 김씨의 딸 A양과 자신의 딸 B양을 바꿔치기했다는 정황을 발견하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두 아이가 바뀌었다고 특정한 시점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였습니다.
윤> 김씨가 자신의 딸을 빌라에 혼자 놔두고 방치해서 사망하게 한 사건만으로도 너무 충격적이었는데 그 이후에 밝혀진 사건은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김씨에 대한 재판은 먼저 종결이 된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김씨에 대해서는 살인,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 방임), 영유아보육법위반, 아동수당법위반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징역 20년 형이 내려졌고 김씨가 항소했으나 항소가 기각되어 그대로 형이 확정되었습니다.
윤> 김씨에 대해서는 살인죄가 인정이 되었군요.
최> 그렇습니다. 피해자의 경우 영아였기 때문에 보호자를 통해 음식물이 제공되지 않으면 이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현관문 안쪽에 설치된 도어락 버튼을 스스로 누른 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에게 충분한 음식 및 수분을 공급하는 등 보호하지 않은 채 수일간 홀로 두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홀로 빌라에 두고 나와 사망하게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씨는 피해자를 자신의 딸로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천사같이 예쁜 아이에게 저렇게 매정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인지. 바로 아래층에 친정 엄마가 살고 있었는데 최소한의 조치만 취했더라도 생명을 잃지는 않았을텐데 너무 안타깝고 속상한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윤> 그래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지요. 그런데 이 사건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숨진 피해 여아가 김씨의 친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 것인데요. 외할머니로 알고 있었던 석씨가 피해 여아의 친모라는 것이 밝혀졌던 것이지요.
최> 그렇습니다. 석씨가 피해 여아의 친모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새로운 반전을 맞게 되는데요. 검찰은 석씨가 산부인과의원에서 석씨의 딸 김씨가 출산한 피해자를 자신이 출산한 이 사건 여아와 바꿔치기 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 미성년자를 약취하였다고 보고 미성년자약취 및 사체은닉 미수로 석씨를 구속기소했습니다.
윤> 이번에 석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인데. 1심, 2심에서는 전부 유죄로 판단을 했던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1심, 2심에서는 석씨가 피해자의 친모인 점과 아이 바꿔치기를 한 것을 모두 인정해서 징역 8년이 선고되었는데요. 다만 석씨가 계속해서 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결문에서도 범행 과정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서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판결문에 기재된 범죄사실을 보면 이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피고인은 2018. 3.경 출산한 여아를 피해자와 몰래 바꾸어 B로 하여금 피고인이 출산한 여아를 양육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8. 3. 31. 17:32경부터 같은 해 4. 1. 08:17경까지 사이에 위 의원 건물 안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자신의 실력적 지배하에 두고 피해자의 오른 발목에 부착되어 있는 식별띠를 분리한 후, 피해자가 입고 있던 배냇저고리와 속싸개, 겉싸개를 미리 데리고 온 피고인 출산 여아에게 입히고 위 식별띠를 겉싸개 안에 넣는 방법으로 피고인 출산 여아를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신생아실에 들여보내고, 피해자를 위 의원 밖 불상의 장소로 데리고 갔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윤> 석씨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딸 김씨가 출산한 여아를 말하는 것이죠.
최> 그렇습니다. 석씨 사건에서는 미성년자약취사건이기 때문에 딸이 출산한 여아와 자신이 출산한 여아를 바꿔치기 해서 딸이 출산한 여아를 데리고 갔다는 것이 공소사실입니다.
윤> 바꿔치기해서 데리고 간 딸이 출산한 여아, 그러니까 석씨의 손녀가 되겠죠. 그 여아의 행방은 전혀 밝혀진 바가 없는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미스터리한 것인데요. 어쩌면 딸이 출산한 여아도 생명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정말 무섭고 소름끼치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대법원에서는 어떻게 무죄가 나오게 된 것인가요.
최> 재판의 쟁점은 간접증거의 증명력 인정 여부였습니다. 이미 네 차례의 DNA 검사로 두 사람(석씨와 사망한 피해 여아)의 친자관계는 밝혀졌으나 이 사실이 공소사실을 어디까지 증명해 줄 수 있는지가 문제였는데요. ‘떨어진 아기 식별띠’와 ‘휴대전화 검색기록’, 산부인과 간호사의 법정진술등 90여 개의 간접증거로만 유죄 입증이 가능한 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딸 김씨가 출산한 여아를 A양이라고 하고 사망한 피해 여아를 B양이라고 할 때 A양의 행방이나 B양의 친부, 구체적인 범행 방법 등 직접증거는 제시하지 못했지만 1심과 2심은 석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었는데요.
대법원은 DNA 결과를 제외한 나머지 간접증거에 대해서는 1심, 2심의 심리가 불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석씨와 숨진 B양이 친자관계임은 인정되나 이것만으로 석씨가 아이를 바꿔치기했는지 명확히 입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DNA 감정 결과가 증명하는 대상은 이 사건 여아를 석 씨의 친자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불과하다”며 “석씨가 공소사실 기재 일시 및 장소에서 김 씨의 친자를 이 사건 여아와 바꾸는 방법으로 약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윤> 석씨와 B양이 친자관계가 인정된다고 해서 이 사건 공소사실, 그러니까 석씨가 A양을 바꿔치기 해서 데리고 갔다는 것이 입증되지는 않는다는 것이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지적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최> 첫 번째는 석씨가 B양을 출산한 시기입니다. 수사기관은 석씨가 B양을 3월 초순에 낳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석씨가 직장에서 3월 6일 조퇴를 하고 이튿날에는 결근했다는 정황을 들어 그 무렵 B양을 낳았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다만 직접 증거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석씨가 2017년부터 다니던 회사를 2018년 1월 27일 퇴사했다가 2월 26일 재입사를 했고, 3월 6일과 7일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시간씩 모두 연장근무를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공소장에 적힌 대로 3월 초 출산을 했다면, 왜 출산 시점에 임박해 다시 입사를 한 것인지와 출산 직후 연장근무를 할 동안 신생아인 B양은 누가 돌보았는지 등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로 아이가 바꿔치기 된 장소에 대해서도 의문을 남겼습니다. 당초 수사기관은 2018년 3월 31일 오후 5시 32분부터 4월 1일 오전 8시 17분 사이 산부인과에서 두 아이가 바뀌었을 것으로 봤는데요. 대법원은 김씨가 4월 8일 산부인과에서 퇴원할 때 안고 나간 아이가 자신의 친딸인 A양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신생아 출생 후 3~4일 동안은 태변과 수분을 배출하느라 몸무게가 줄 수 있는 점, 신생아실에서 아기 식별띠가 분리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 점, 해당 산부인과는 신생아실 입구까지만 출입이 자유로울 뿐 신생아를 밖으로 데리고 가는 건 산모가 아니면 쉽지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몸무게 변화와 분리된 식별띠는 검찰이 아이 바꿔치기의 정황증거로 제시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일로 해석한 것입니다.
여기에 귓바퀴 모양이 달라진 시점을 근거로 들어 아이가 바뀐 시점이 4월 초가 아닌 다른 날일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습니다. A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왼쪽 귓바퀴 위쪽이 접혀 있었는데, 제출된 사진들을 보면 3월 30일부터 퇴원 직전인 4월 8일까지 귀 생김새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언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접혀있던 귀는 4월 24일쯤 펴져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전문가에게 아기 사진 판독을 의뢰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풀리지 않은 범행 동기였습니다. 원심은 석씨가 자신의 딸인 B양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에 이런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두 자녀를 속이고 범행을 저지를 만큼 B양에게 애정을 쏟았다면 방치가 될 동안 무엇을 했으며 시신을 발견한 후에는 왜 은닉하려 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윤> 아이 바꿔치기 사건과 관련해서 대법원에서는 여러 가지 의심되는 부분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서 다시 사건에 대해서 심리하라는 취지로 돌려보낸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사건이 다시 대구지방법원으로 돌아감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얼마나 석씨의 범행 동기와 방법 등에 대해서 밝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은데요. 과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앞으로 재판 진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최> 대법원이 지적하고 있는 의문점들은 전부 논리적이고 경험칙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찰에서 이러한 의문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은데요. 사실 사라진 A양의 행방이 사건발생 1년이 넘도록 묘연한 상황이고 사망한 B양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석씨가 출산을 한 장소와 시점도 밝혀지지 않았고요. 석씨는 물론 그 가족들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검찰이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을까. 사실상 어렵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예상하고 있는데요.
사라진 A양의 행방에 대해서 확인해서 그 부분에 대한 죄 값을 반드시 물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입니다.
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