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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6월6일(월) <로스쿨> 아프지만 현실인 존손관련범죄 (최호웅 변호사)
2022년 6월 6일 월요일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존속폭행, 존속살해 등 존속관련 범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최근 존속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 같습니다. 친부를 살해한 전 국가대표 권투선수 사건도 있었지요.
최> 그렇습니다. 50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대표 권투선수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중형을 선고했는데요. 지난 5월 26일 서울 고등법원 형사13부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22)씨의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윤> 재판 진행과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죠.
최> A씨는 지난해 1월 4일경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50대 B씨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그는 당일 “아버지가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했으나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의학자 등으로부터 ‘타살의 혐의점이 있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전달받고 5개월 가량 내사를 벌여 A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습니다.
A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것으로 파악됐고, 평소 외출할 때 뇌경색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뇌병변으로 인해 영양상태의 균형이 필요한 아버지에게 컵라면이나 햄버거 등 간편 음식을 주로 제공하고 4개월여간 단 한 번도 씻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에 대한 1심 재판은 인천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요. 당시 배심원 9명 모두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하고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택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친아버지 B씨에 대한 불만을 품고 폭행해 살새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배심원 평결을 고려해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은 타인의 폭행 등으로 발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피해자가 접촉한 사람은 피고인뿐이었다”며 “피고인에게 피해자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 1심은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건강상태, 피고인의 가정 상황, 배심원 양형을 감안한 선고형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윤> 뇌경색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방치하다가 폭행해서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는데 어쨌든 징역 10년이 선고가 되었군요. 국민들 법 감정으로는 형량이 너무 작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형법 제250조 제2항에 의하면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일반 살인죄의 형량(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가중해서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징역 10년이 결코 가벼운 형벌은 아니지만 국민들 법 감정에 따르면 사람을, 그것도 친아버지를 살해했는데 징역 10년이면 너무 약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윤> 존속살해 사건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면 친부모 토막살해 사건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최> 그렇습니다. 이은석 사건이었죠. 2000년 5월이었는데요. 1976년생 이은석은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장교(중령) 출신 아버지와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2남 중 차남으로 태어나 풍족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습니다. 고려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서울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실패한 자식 취급을 당했다고 하는데요. 아버지는 군대식 질책과 훈육으로 공포감을 주었고 남편의 적은 봉급과 기대에 못 미치는 지위와 권한 등으로 좌절감과 분노에 가득 찬 어머니는 이를 작은 아들에게 표출하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또래에 비해 늘 작은 체구였던 이 씨는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해 친구가 없었고 집단따돌림과 폭력의 희생양이 되었는데요. 군대에 가서도 기수 열외까지 당하는 등 따돌림을 당하자 좌절감과 자기 비하, 분노가 극단적으로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제대한 이후 복학을 미루고 집 안에 틀어박혀 영화 비디오와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고 지냈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부모님과 관계가 악화되어 결국 부모님을 살해하는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윤> 어떤 이유로도 범죄행위를 정당화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학대를 당하며 자란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씨의 경우 처벌은 어떻게 받았나요.
최> 이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 받았고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 1심에서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이 되었군요. 존속 대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나요.
최> 그렇습니다. 지난 5년간 발생한 존속범죄 건수 통계를 보면 2016년에 2272건에서 2017년 2033건으로 조금 줄어들었다가 그 이후로는 2018년 2290건, 2019년 2428건, 2020년 2609건으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 폭행인데요. 존속폭행은 2020년 1851건으로 전체 존속범죄의 70.9%를 차지했습니다.
존속살해 범죄도 2017년 25건, 2018년 44건, 2019년 35건, 2020년 28건이 발생해 매년 수십 명의 부모가 자식의 손에 목숨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신고된 건수만 2000여건이지 실제로는 그 수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하는데요. 존속폭행이 발생해도 ‘사회적 체면 때문에’ 또는 ‘처벌을 원치 않아서’ 등의 이유로 부모들이 신고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윤> 실제 경찰에 신고를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하던데요.
최> 그렇습니다. 존속폭행 역시 단순폭행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신고를 했다고 해도 존속폭행을 당한 피해 부모가 자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각한 폭행을 당하는 경우에도 가해자인 자식이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윤> 자녀들에게 학대나 폭행을 당하면서도 내가 괜히 경찰에 신고해서 자녀가 처벌되는 것은 또 바라지 않는다는 부모님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풍토 때문에 존속관련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 네. 말씀하신 것처럼 어르신들은 일반적으로 내가 피해를 받더라도 자녀한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자녀의 앞길을 막을까봐 폭행을 당하고도 참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윤> 코로나19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최> 코로나 이전부터 존속폭행 등은 증가추세였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경제적 여건 등으로 존속대상 범죄가 심화되는 경향은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존속 학대 증가가 사회적으로 자녀들의 부양 부담이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하는데요. 평균수명은 늘어나는데 비해 은퇴 시기는 빠르고 부모를 부양해야할 자녀들은 취업이 어려운 게 최근의 현실입니다. 이 가운데 부양에 대한 책임을 자식들이 오롯이 져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폭력으로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한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존속 학대는 전통적인 부양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그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부양 대상인 부모를 향해 폭력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윤> 전통적인 부양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이 심해지면 폭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는 말씀이네요. 일리가 있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늘어가는 존속범죄와 관련해서 피해자 보호대책은 마련되고 있나요.
최> 피해자 보호 대책은 아주 부실하다고 보이는데요.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접근금지처럼 자식을 부모와 분리하는 임시조치가 마련됐지만 가해자가 자립할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가 나갈 수 없다는 걸 아는 부모가 스스로 나가기를 선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가정폭력 쉼터가 여성 전용인 경우가 많아 노인 남성이 자녀에 폭행당하면 길거리로 내몰리는 일도 있는데요. 박 부장은 “쉼터 시설이 주로 여성 피해자를 위한 경우가 많아 부부가 갈라지는 일도 생긴다”며 “남성 피해자들은 노숙인 쉼터 등을 찾아야 할 수도 있고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존속범죄는 늘어나는데 피해자 보호대책은 실질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네요. 이 부분은 앞으로 법률적, 제도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임시조치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피해자 보호시설 인도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재발 우려가 있으면 ‘임시조치’를 검찰에 신청하는데요. 임시조치는 1~6호로 피해자 거주지에서 퇴거 등 격리, 100m이내 접근금지, 문자, 전화 등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와 경찰청에 따르면 임시조치와 긴급임시조치 신청 건수는 지난해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접근금지에 해당하는 임시조치 1~3호는 2020년 4003건에서 지난해 6697건으로 약 1.5배 늘었고 긴급임시조치도 2020년 2567건에서 지난해 3864건으로 늘었습니다.
지난해 관련 법이 개정돼 피해자 요구 없이도 경찰이 직권으로 임시조치를 신청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임시조치 존재가 많이 알려져서 시민들 요구가 늘어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임시조치 위반 사례도 늘었다는 점인데요.
지난해 임시조치 1~3호를 위반한 건수는 526건으로 2020년(370)건의 약 1.5배 수준입니다.
윤> 임시조치 위반 건수가 이렇게 늘어난 원인은 무엇인가요.
최> 가해자들이 임시조치 위반의 처벌수준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는데요. 지난해 1월 관련법이 개정돼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기존 과태료 처분에 그치지 않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인 만큼 정식재판을 받을 수 있고 전과기록도 남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가해자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알 수 있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고요. 형사처벌도 단순히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징역형까지 선고하는 모습을 법원에서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사실 임시조치라는 것이 말 그대로 임시조치이다보니 강제력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위반해서 처벌을 받더라도 가정폭력 사건으로 좀 가볍게 처리하는 경우들이 있다보니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위 말하는 보복범죄가 더 기승을 부리고 오히려 경찰에 신고했다가 법의 보호는 받지 못하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더 심한 폭력을 당한다든지 목숨을 잃게 되는 등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들도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가정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아 사실상 방치됐다가 결국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A씨는 2020년 아내를 때려 재판에 넘겨졌지만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징역형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요. 그 이후에도 폭행이 지속되었고 지난해 11월 아내가 왜 집에 늦게 들어오느냐고 항의하자 화가 나 흉기를 집어들고 아내를 찔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가정폭력, 특히 힘이 없는 노인에 대한 학대, 폭행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요. 가족간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가볍게 처벌하다보니 재범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그 수위가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그래서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접근금지 명령이 지켜지도록 가해자의 위치를 추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연구위원은 “접근금지 명령이 구두로 돼 있고 물적 조치는 없다보니 가해자의 위반을 막기는 당연히 어렵다”며 “경찰이 24시간 경호를 할 수도 없는 만큼 가해자 위치를 추적해 경찰이 가해자보다 먼저 피해자 주변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도 “가해자에 접근금지 수준의 임시조치가 내려졌다면 범죄행위도 어느 정도 소명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해자에 GPS를 지급해 감시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할 실질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임시조치 가해자에 대한 위치 추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또 가해자의 인권 측면에서 보면 범죄행위가 완전히 입증되어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 단계에서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다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반 인권적인 조치 아니냐. 이렇게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도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토론하고 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그렇군요. 오늘은 존속폭행, 존속살해 등 존속관련 범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