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1년5월10일(수) <오늘의 시선> 어린이, 아기 기후소송 그리고 특성화고의 일반고 전환요구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 안재홍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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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수요일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 안녕하세요. 안재홍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안: 최근의 교육현안들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누면 좋을 거 같은데요, 우선 5월은 어린이 달이니까 어린이 아기 기후소송 얘기부터 해 볼까 합니다.
윤: 어린이를 미래세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와 기후라고 하면 세대 간 불평등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아기 기후소송은 조금 생소합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안: 네! 한마디로 딱따구리가 제기한 소송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실제 새는 아닙니다. 지난 해 6월 현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데 당시 20주 태아이던 희우(태명 딱따구리)와, 또 5살 이하 아기 40명 등 어린이 62명이 이 소송에 함께했습니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취지였습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의 시행령 제3조 1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줄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62명은 40%라는 목표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제시한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이는 곧 미래세대에 극심한 부담을 전가한다는 주장입니다. 세대 간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윤: 당시 소송을 제기했던 태아도 태어났다고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2050년이 되면 2-30대가 될 텐데요. 본인들의 말처럼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이 아이들이 고스란히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겠죠?
안: 소송을 제기할 당시 뱃속의 아기였던 희우는 2050년이면 27살이 된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은 아마 지금 방송을 듣는 많은 분들에겐 너무 멀게 느껴지는 2100년에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예상치 못한 날씨가 반복되는데 지금처럼 살아가면 2100년에는 파국을 맞게 된다고 하죠. 이 아이들은 기성세대가 막연히 상상하는 ‘기후 파국’을 평생 동안 고스란히 겪게 되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기후위기를 대하는 태도와 시각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들에게 아기 기후소송이라는 불리는 기후소송에 대한 정부의견서를 통해“미래는 불확실하니 차별은 아니”라고 지난 1월에 밝혔습니다.
윤 : 현 정부의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난 의견서인데요. 구체적으로 왜 차별은 아니라고 하는 걸까요?
안: 우선 정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파리협정 당사국으로서 할 만큼 노력했다는 겁니다. 정부는 아울러 기후재난 가능성을 생명권 침해로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생명권 침해의 유형은 살인이나 사형, 낙태, 안락사, 자살 방조 등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것이라, 불확실한 기후위기 상황을 이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생명권 침해로 보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세대 간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주장에는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 상황’과 ‘(불확실한) 미래 상황’을 동일한 비교 대상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차별적인 미래의 모습을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상정하기도 어렵거니와, 기성세대(내지 정부)가 현재 차별 행위를 하는 중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주장입니다. 미래는 어찌 될 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니 지금 상황과 비교할 수 없고, 그래서 차별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윤: 그러면,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이런 입장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안: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기후소송은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의 소송을 시작으로 ‘아기 기후소송’까지 모두 4건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소송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거나 재판을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2020년 첫 소 제기 이후 3년이 지났지만 헌재는 아직 별다른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헌재가 미루고 있는 건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헌법소원은 소송 진행 절차를 정한 별다른 규정이 없습니다. 심판기간을 180일로 정하고는 있지만 이를 어겨도 제재가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해 사실상 헌재 마음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헌재가 침묵하는 동안 다른 나라에선 기후위기를 세대 간 차별이라 본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윤: 이미 2019년에 네덜란드 대법원에선 네덜란드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위법하다고 판결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3년 동안 헌법재판소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동안 다양한 판결이 이뤄졌죠?
안: 말씀하신 2019년 국가의 기후변화 대응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네덜란드 대법원의 ‘위르헨다 판결’을 시작으로, 지난 3월 “1.5도 목표는 기본권을 보호할 기준이 못 된다”는 의견이 포함된 미국 하와이주 대법원의 ‘후 호누아’ 판결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세대 간 정의’와 관련한 직접적인 메시지로 널리 인용되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가 203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관련해 별도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을 두고 독일 헌재는, 2030년 이후 감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조치가 “미래세대 자유권에 대한 침해가 생길 수 있고 비례성의 원칙에 반한다(차별)”며 위헌이라고 봤습니다. 독일 헌재는 ‘미래세대를 위한 자연적 삶의 여건 보호’ 조항을 위헌 판결의 근거로 삼았는데 우리 헌법 11조에도 평등권 조항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따르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은 허용될 수 없는 차별로 봐야 한다고 독일의 사례를 들어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법부도 더 이상 판결을 미루지 말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태아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드러난 사실을 가지고 제대로 판단하길 바라봅니다.
윤: 한국의 사법부 판단이 미흡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청년 기후활동가들이 승소한 사례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떤 내용인가요?
안: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사옥 앞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려 재산 손실을 입혔다며 청년 기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3일 청년기후긴급행동은 민사재판 1심에서 두산중공업의 소송에 대해 기각을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2명은 2021년 2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참여를 비판하며 경기도 성남시 두산중공업 건물 앞 조형물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뿌리는 시위를 했습니다. 이에 두산중공업은 사옥 앞 론사인(무엇을 광고하거나 알리기 위해 입구에 다는 표지판)을 통으로 교체해 청년기후긴급행동에 184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했습니다. 두산중공업은 “시위로 인하여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되었고, 원고 회사의 임직원들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재판부는 청년기후긴급행동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앞으로도 이런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주 제2공항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초등학생이던 아이들이 지금은 대학생이라고 합니다. 제주에서도 지금 논의되는 개발 사업들을 책임지고 살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의 어린이들이겠죠. 지난주가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어린이날을 지나며 우리가 빼앗고 있는 그들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미래를 돌려주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윤: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이 오늘 주제를 환경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기 기후소송에 대해 이야기하다 조금 길어졌는데,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제주 교육현안도 간단하게 짚어볼까요? 우선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안: 지난달 14일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교육감이 도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특성화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후 해당 고등학교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제주동지역 특성화고는 제주농고에서 전환한 제주고등학교와 제주여상, 제주상고에서 전환한 제주중앙고 이렇게 3개 학교가 있습니다. 세 학교가 모두 일반계로 전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윤: 중학교도 단성중학교를 혼성학교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죠?
안: 그렇습니다. 교육감은 양경호의원의 이 같은 질문에 “동문이나 일부 학부모들에게 뺨 맞을 각오로 말씀드리겠다. 중앙중과 일중, 중앙여중과 동여중을 남녀공학으로 할 경우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학교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학교와 주거지 불일치인데요. 구제주권의 인구보다는 신제주권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원 문제 때문에 통학거리가 늘어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양경호 의원은 “신제주권은 여중이 없어서 여학생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고, 아라동의 경우 아라중을 빼면 2개 학교가 여중으로 남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중학교의 경우에는 가까운 학교로 배정받고 학교별 학급수 조정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혼성학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반해, 물론 중학교도 비슷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고등학교는 현재 그 수요에 비해 정원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윤 : 그러면, 제주시 지역의 특성화고를 일반계로 전환하면 결국 ‘특성화고’라는 선택지가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닌가요?
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특성화고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특성화고의 취지에 맞게 고등학교 졸업 후 자신의 진로적성을 찾아갈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현장실습 등 다양한 문제를 양산하고 있지 아직까지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특성화고를 가더라도 대부분 대학 진학을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특성화고라는 형태의 학교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함께 하게 되는 것이죠.
윤: 고교평준화를 처음 시행할 때도 문제 제기가 많았지만, 결국 평준화가 교육불평등을 일정 정도 해소한 것은 사실이지 않습니까?
안: 네! 그래서 저는 이참에 논의를 좀 확대해서 제주시 동지역만이 아니라 읍면지역까지 확대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저는 애월에 살고 있는데 고등학교는 애월고등학교 하나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애월지역 거주자들은 거리로 생각한다면 애월고등학교를 보내는 것이 유리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거든요. 읍면지역에 살면서 동지역 고등학교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직 읍면지역은 평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아이들이 등하교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윤: 단성중학교 문제에서도 나왔지만 결국 동문들의 설득이 문제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안: 제주지역은 동문회의 입김이 굉장히 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석문 교육감 시절엔 특성화고 전환이 아니라 일반계고 신설을 추진했지만 결국 동문회의 저항에 부딪쳐서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공립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전통과 역사 속에 동문들의 역할을 내세워 발언을 하는데 이런 게 공동체 의식이라면 괜찮지만 교육의 방향을 가로막는 벽이 된다면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 오늘은 제주의 교육현안부터 아기 기후소송까지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애월교육협동조합 이음의 안재홍 이사장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안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