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27일 (월) <로스쿨>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 (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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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양자라는 단어 많이 들어보셨죠?
윤> 네. 제주도는 또 4.3이라는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에 당시에 대를 이을 아들이 없는 경우에 양자를 들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것 같습니다. 제주도민들에게는 양자가 좀 친숙한 단어가 아닐까요.
최>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최근 입양과 관련하여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소개를 좀 해드리려고 합니다.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온 것인데요.
윤> 저도 뉴스를 통해 본 것 같습니다. 우선 입양제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좀 듣고 판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입양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가요?
최> 법령상 성년이 된 사람은 누구나 입양을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민법상 입양과 입양특례법상 입양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친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있거나 동의가 필요한 아동의 입양을 민법상 입양, 그리고 유아보호아동의 입양을 입양특례법상 입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윤> 친부모의 동의를 받는 민법상 입양은 알겠는데 입양특례법상 입양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데요.
최> 네. 많은 분들이 생소해 하실 수 있는데요. 입양특례법은 요보호아동의 입양에 관한 요건 및 절차 등에 대한 특례와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양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를 증진하는 것으로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아동이란 18세 미만인 사람을 말하고, 요보호아동이란 아동복지법 제3조 제4호에 따른 보호대상아동을 말합니다.
윤> 보호대상아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아동을 의미하는 건가요.
최> 아동복지법 제3조 제4호에 규정이 되어 있는데요.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말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윤> 입양하면 양자 입양, 친양자 입양 이런 개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요. 양자와 친양자는 다른 개념인가요?
최> 일반양자와 친양자는 모두 민법상 개념인데요. 일반양자는 민법 제866조부터 908조까지 규정하고 있고 친양자는 908조의 2부터 908조의 8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일반 양자는 미혼자도 가능합니다. 홍석천씨가 미혼인데도 조카를 입양한 사실이 있죠. 입양한 때부터 입양한 부모의 혼인 중의 출생자의 신분을 취득하게 되므로, 양자는 입양한 부모의 친권에 따르게 되고, 입양한 부모의 친족들과 친족관계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중요한 부분은 종래 맺어져 있던 자신의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친양자 입양의 경우에는 입양이 허가되면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가 완전히 종료되고 입양한 부모와의 법률상 친자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며 친양자의 성과 본도 입양한 부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일반 양자보다 친양자 입양을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일반 양자는 양부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고, 입양신고를 하게 되면 양자라는 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공시되기 때문에 많은 부모들이 양자를 자신의 친생자처럼 신고를 해왔습니다.
일반 양자는 양자와 양부모 사이의 계약관계에 따라 맺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사인간에 계약을 하는 것이니까 국가의 개입이 있을 수 없고, 친생부모와의 관계가 존속되면서 파양도 가능하니까 진짜 내 자식이 된다는 개념과는 약간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양자제도. 쉽게 얘기하면 완전 양자제도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윤> 그러면 친양자가 되면 가족관계등록부 같은 서류를 발급해도 친생자로 기재가 되는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친양자는 재판이 확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양친의 친생자로 기재가 됩니다. 앞서 일반 양자를 계약관계라고 했다면 친양자는 선고(허가)형 양자제도이기 때문에 법원의 선고에 의해서만 친양자 관계가 성립됩니다. 법원은 선고를 하기 전에 신청인들의 양육환경이 좋은지, 입양 동기,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을 골고루 고려해서 입양 허가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윤> 그런데 ‘정인이 사건’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정법원에서 입양을 허가한다는 것이 사실 양부모의 자격을 제대로 평가하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하더라고요. 경제적 능력이나 동기, 이런 것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정말 실질적으로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인성은 어떠한지 이런 것들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허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최> 그렇습니다. 우리 가정법원에서 입양 신청을 하는 부모들의 인성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서 허가를 해주기를 바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해버리고 말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정말 신중하게 판단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건 순간 용기를 내서 하는 모험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한 아이의 소중한 인생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부모일텐데. 어쨌든 소중하게 아이를 키워가는 입양 가정들이 대다수일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윤> 친양자 입양의 요건은 어떻게 되나요.
최> 가장 중요한 요건은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해야 된다는 것인데요. 한 부모만 동의했다고 해서 자식이 생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 요건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전 처나 전 남편의 자녀도 친생자로 등재가 가능한 건가요?
최> 네. 부부의 일방이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있습니다. 대신, 결혼을 하고 처음 좋은 마음으로 덜컥 친양자 입양을 했다가 나중에 부부 사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1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해야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윤> 성년이 된 경우에도 친양자가 될 수 있나요.
최> 친양자는 15세 미만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5세 미만 친양자를 입양하기 위해서는 친생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합니다.
윤> 1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면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있다는 것인데 파양이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고 하던데요.
최> 그렇습니다. 저도 파양 사건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배우자의 자녀를 친양자 입양했는데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완전 무시하고 학대하고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친양자 입양은 했지만 실제 자신의 자녀로 인정을 안했던 것이죠. 파양은 법원에서 굉장이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에 아주 어렵게 파양 판결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요. 재혼 가정에서 배우자의 자녀를 친양자로 입양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구나. 1년 정도 혼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해서 인정해주는 것은 너무 친양자 입양요건을 쉽게 해놓은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한번 친양자 입양이 결정되면 파양은 정말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심각한 학대를 당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부모 자식관계를 끊기가 힘들거든요. 파양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갖고 판단하고 있는 법원도 그 태도를 좀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생각하구요. 그러면서도 너무 쉽게 파양이 인정된다면 계속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양이 되었다가 파양이 되었다가 하는 아이의 불행도 걱정이 되고.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윤> 그렇군요. 서두에 말씀하셨던 대법원 판례 이야기로 좀 넘어가 볼까요?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자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판결이었죠?
최> 그렇습니다. 사건본인의 친모가 고등학생 때 아이를 출산했는데요. 임신 중에 혼인신고를 하기는 했는데 아이가 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부모가 이혼을 했습니다. 엄마가 너무 어리니까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없었고 아이가 7개월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를 키워주신 건데요. 실제 아이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로 알고 있다고 하네요.
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가 손자의 부모가 되겠다고 입양 청구를 했는데 1, 2심에서는 기각이 되었던 것이고요.
최> 그렇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 아빠가 되면 어머니가 이 아이의 누나가 되는 건데요. 1, 2심에서는 이렇게 되는건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을 초래하고, 현재 상태에서도 후견을 통해서 아이를 얼마든지 양육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윤> 뭐 1, 2심 판결이 전혀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닙니다. 속된 말로 이렇게 되면 족보가 꼬이는 거잖아요.
최> 그렇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엄마, 아빠가 되면 친모가 나의 누나가 되는 거니까 완전 족보가 꼬이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손자녀도 자식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윤> 아이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판단을 한 것인가요.
최> 가정법원이 미성년자 입양을 허가할지 판단할 때 ‘입양될 자녀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면서 다만 조손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뒤에도 양부모가 자녀 친생부모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법원은 이런 사정을 자녀 복리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구체적인 심리 없이 전통적 가족공동체 질서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선 안 된다.”라고 판시했습니다.
윤> 족보가 꼬일 수 있다는 것은 막연히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이니까 다시 판단해 보라 뭐 이런 뜻인 것 같네요.
최> 그렇습니다. 2008년에 친생자 제도가 시행되고 난 이후에 2011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는 법원이 친양자 입양을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세상이 바뀌어 가고 인식이 바뀌어 가면서 우리 법원의 판결도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아이의 복리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서 판단을 하겠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생각됩니다.
윤> 안타깝지만 조부모가 손자녀를 키우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최> 그렇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조부모와 미혼 손자녀로 구성되거나, 조부 또는 조모와 미혼 손자녀로 구성된 조손 가정은 전국에 11만 7705가구에 이른다고 하니 결코 적지 않은 숫자인 것 같습니다.
법원에서도 아이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아빠, 엄마로 부르던 사람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이러면 아이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까요. 이런 점을 생각해서 계속해서 아빠, 엄마로 알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 맞다. 이런 판결을 내려준 것 같습니다.
윤> 이번 판결로 아이가 앞으로 조부모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잘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 네. 저도 같은 마음입니다.
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