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3년4월17일(월) <로스쿨>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의 문제점 (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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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지난 시간에 정부가 계획 중인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이야기하겠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정부는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이 담긴 개정 근로기준법을 입법예고한 상태인데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서 입법예고를 유지했습니다. 원래는 오늘까지로 입법예고 기한이 만료됐지만 정부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정책 보완을 하겠다고 하면서 기한 만료와 상관없이 대국민 여론조사(국민 6천명 대상) 등을 통해 의견 청취를 더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아예 개정 입법예고안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기본적인 근로시간제도 개편의 입장이 획기적으로 변하거나 9월 정기국회 개정 전까지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한 관련 문제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의 개편안인지 자세히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 : 지난 시간에 이 개편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오늘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죠. 우선, 개편안에서는 근로시간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현재 1주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연장근로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적 선택지를 주고 분기, 반기, 연 단위 운영 시 연장근로시간을 비율적으로 조정해서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하겠다고 하는데?
김 :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근로시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 운영할 것인가는 노동을 하는 노동자 국민의 건강과 생활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것으로 정부의 철학이 담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부가 이야기하는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주겠다. 노사의 ‘시간 주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일견 들으면 좋은 이야기 같습니다만, 정부의 개편안은 모두 1주 12시간 정도의 연장근무를 당연히 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글로벌스탠다드는 1주 단위 근로시간도 축소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주 40시간제인 한국에서 주 52시간을 전제로 즉, 1주 12시간 연장근로를 당연히 전제한 상태에서 분기, 반기, 연 단위 연장근로를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 과연 선택권의 확대인가? 의문이 듭니다.
윤 : 현재 우리나라는 주52시간제가 아니라 주40시간제가 적용되고 있고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할 경우에 한해서 1주일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지난번에도 말씀하셨죠. 그런데, 개편안은 노동자가 합의를 해야 가능한 1주 12시간 연장근로를 기본으로 삼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전제부터 문제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그럼, 그 전제 외에 현재 1주 단위로 연장근로 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제한하는 것은 어떤가요? 심지어 월, 분기 등으로 연장근로시간 제한을 확대하면 연장근로시간 자체를 줄여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총 연장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문제가 없지 않나요?
김 : 일례로 정부가 제시하는 분기별 연장근로는 1주 연장 12시간 * 4.3주. * 3달이니까 현행 법 기준 상으로는 분기당 154.8시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지만 이걸 90%까지만 인정해서 140시간 연장근로를 인정해주고 대신 분기별로 언제든지 연장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즉, 1주 단위 연장근로 제한을 풀어주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운영될 경우 즉, 노사 ‘자율적’ 합의로 분기별 연장근로를 도입해서 사용하게 되면 1주 단위 평균으로는 1주 10.8시간 연장근무(140시간/3개월/4.3주)가 되어서 기존 주 12시간보다 줄어든다고 보이겠지만, 연장근로 140시간을 3개월 평균이 아닌 3개월 중 1개월 또는 2개월 동안만 집중적으로 사용할 경우 1주 32.5시간 또는 1주 16.8시간 의 연장근로를 하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급격한 장시간 노동의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윤 :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서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개선안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을 두자. 이런 개선안을 연장근로 총량관리 시 3중 건강보호조치로 시행하겠다고 하는 건데요. 그 내용에 따르면 1주 32.5시간의 연장근로는 못하는 것 아닙니까?
김 :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을 준수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니까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를 선택하면 하루 11시간 휴식 + 법정 휴게시간 1.5시간 포함 12.5시간을 제외한 11.5시간을 최대 6일(주휴일 제외) 할 수 있고 이 계산 방법에 따르면 1주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합니다. 주휴일 근무를 포함하면 주 80.5시간, 최초 근로시작일은 연속 휴식에서 제외되므로 이를 고려하면 주 90.5시간 근무까지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1주 40시간 + 1주 32.5시간(연장) = 72.5시간 역시 법 내에서 가능한 연장근로가 됩니다.
물론, 3중 건강보호조치라고 하면서 1주 64시간 상한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산재 과로 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를 준수하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오히려 이 말은 4주 평균 64시간 이내가 되는 하루 약 4~5시간의 연장근무를 계속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고 그러다 과로사 또는 심혈관 질환에 걸려도 산재 과로 인정기준에 걸리지 않으므로 산재보상은 어렵게 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또 산재과로 인정기준은 4주 평균 64시간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4주 평균 64시간 이내로 근로를 제한한 것이 노동자의 건강보호조치라고 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습니다.
윤 : 말씀대로라면, 11시간 연속 휴식 대신 1주 최대 64시간 근무를 선택하면 아예 근로시간 종료 후 연속 휴식 자체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요?
김 : 개편안 내용상 그렇게 이해됩니다. 1주 최대 64시간 근무를 선택한 경우 1개월 단위로 본다면 특정 주에 몰아서 연장근무를 5일 한다는 가정 하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내내 9시 출근 24시 퇴근을 해야 합니다. 또 11시간 연속휴식이 없이 몰아서 근무를 한다면 4일 근무 시 새벽 4시 출근 아침 9시 퇴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그렇게 일하고 나서 연장근무 한 만큼 몰아서 쉴 수 있다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생각할 때 이렇게 일을 하면 몰아서 쉬기 전에 과로사하거나 과로로 인한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ILO에서는 주 35시간~40시간 근무한 노동자와 비교해서 주 5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가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성이 17% 높고 뇌졸중으로 숨질 위험성은 35% 높았다고 하면서 장시간 근무가 정신적․신체적․사회적으로 다양한 효과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일의 시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윤 : 아까 산재 과로 인정기준이 4주 평균 64시간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관련 기준을 한번 알아볼까요.
김 : 우선, 정부가 이야기한 ‘4주 평균 64시간’은 고용노동부 고시로 정한 만성과로 인정기준인데 우리 법원은 만성 과로를 인정할 때 4주 평균 64시간 이상이냐, 이하냐로 무 자르듯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즉, 개편안에서 4주 평균 64시간 이내면 만성과로가 아닌 것처럼, 산업재해의 과로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만성과로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윤 : 그럼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또 다른 만성과로의 인정기준은 뭔가요?
김 : 고시에서 만성과로 인정기준은 ① 12주 평균 60시간 초과, ② 4주 평균 64시간 초과, ③ 52시간 초과와 가중요인 7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③ 경우가 가장 많고 ②는 오히려 예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재해 관련한 전문가들은 산재인정기준에서는 근로시간이 아니라 근로시간보다 넓은 의미의 사용자의 지휘 관리 하에 있는 시간인 ‘업무시간’을 의미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편하고자 하는 ‘4주 평균 64시간 이내의 근로시간’이라 해도 ‘업무시간’은 64시간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하고 있습니다.
또 산재인정기준에서 야간근로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는 시간이 30% 할증 계산됩니다. 결국 야간에 연장근로를 하게 될 경우 수치상으로는 64시간 이내라 해도 할증 계산할 경우 고용노동부 고시 상의 만성과로 기준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윤 : 만성과로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단기과로에 대한 기준도 있나요?
김 : 네,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정부는 단기과로 산재인정기준 요건은 아예 얘기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안처럼 첫째 주 69시간(최대 80.5시간), 둘째 주 63시간, 3~4주 40시간, 마지막 주에 69시간 이런 식으로 일을 하고 심혈관계 질환, 과로사 등이 발병한다면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게 됩니다. 왜냐하면 산재인정기준 고시 상 단기과로는 발병 전 2~12주 평균을 발병 주와 비교해서, 발병 주에 30%이상 업무시간이 증가하면 단기과로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병 주에 64시간이던 69시간이던 52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발별 전 2~12주 평균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무조건 30%를 초과하기 때문에 단기과로 요건에 부합합니다. (64시간일 경우60%, 69시간일 경우 72.5%)
또 돌발과로라는 것도 있습니다. 만약 정부안대로 근로시간제도가 개편된 사업장에서 갑자기 1주 64시간을 일하게 되면 특정일에 휴식이나 연속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게 될 것이고 1~2일 정도 장시간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연속적으로 근무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근무하다가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하는 것은 대표적인 돌발과로 산재입니다.
윤 : 결국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라는 것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장치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김 : 그렇습니다. 더불어 법원은 근무일 도중 11시간 휴식을 취하더라도 통근시간이 긴 노동자인 경우 그 통근시간 자체를 “과로”의 요소로 파악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정부가 4주 64시간 산재인정기준을 이야기하면서 노동자 건강을 위해 특별한 보호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과로를 전혀 모르는 것이고 노동자의 건강권 역시 고려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윤 : 관련해서 돌봄 등을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고충을 전혀 모르는 제도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주 단위가 아닌 분기, 반기, 연 단위 연장근로제도를 운영하게 되면 매일 규칙적으로 이뤄져야하는 보육이나 돌봄의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던데요.
김 : 그렇습니다. 우리가 1주 단위로 근로시간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근로자의 건강권에 대한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 외 근로자의 사회적 관계 형성과 개인 삶의 조화와 관련된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이 단적인 예가 될 텐데, 성인인 근로자의 근로시간 연장이 이렇게 분기, 반기, 연단위로 운영되면서 매 주 근로시간이 변동되거나 연장근로를 몰아서 하게되는 경우 보육의 문제, 돌봄의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소비되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도 연장근로가 집중되어 계속되는 경우 직장과 개인 삶의 조화가 깨지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윤 : 두 시간에 걸쳐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주실 내용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김 :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소개하면서 ‘선택과 자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선택과 자율’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주 단위 연장근로제도를 연간단위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과연 실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바짝 일하는 것 즉, 1일 근로시간이 급격히 증대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 현재 우리나라는 법정 휴가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그야말로 쉬어야 할 때에도 당당히 쉴 수 없는 노동환경이라는 점도 생각하면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실제 법으로 적용되지 않도록 도민 여러분께서도 많은 의견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