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22일(월) [로스쿨]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 변경된 부동산 명의신탁의 내용과 한계(최호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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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부동산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가 변경되어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부동산 명의신탁. 실상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지요. 그런데 명의신탁 자체는 불법이 맞는 것이죠?
최> 네. 그렇습니다. 과거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것이 조세정의나 사회적 투명성의 차원에서 문제가 많이 되었고 이에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줄여서 부동산실명법이라 함)이 제정되어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윤> 부동산실명법이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명의를 빌려서 부동산거래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처벌규정이 너무 약해서 그런 것인가요?
최> 부동산실명법 제7조에는 처벌규정을 정하고 있는데요.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명의수탁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처벌규정 자체는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당사자들이 입을 다물면 범죄사실 자체를 파악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겠구요. 이게 또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을 모두 처벌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빌린 사람이나 빌려준 사람이 자기가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고 상대방을 고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윤> 누군가 제3자가 명의신탁 사실을 확인하고 신고하지 않는 이상 당사자들은 자기가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고 고발하기가 쉽지 않겠군요.
최>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실제 명의신탁을 한 것이 인정되어 재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벌금형 정도의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의신탁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 명의신탁이 인정되어 처벌을 받더라도 벌금형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군요. 그건 왜 그런 것일까요.
최>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명의신탁을 하게 되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가질 수 없는 사정이 있기 때문이겠죠. 대부분 경제적인 사정이 악화되어 신용불량자가 된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그런 어려운 경제적 사정을 재판부에서 고려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요. 그리고 명의신탁이라는 것이 무효인 법률행위이기는 하지만 실제 내가 명의를 빌려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행위는 아닌 것이죠. 이런 것들도 고려하는 사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윤> 그런데 이번에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어떤 내용인가요.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하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것인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부동산을 명의신탁 한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입니다.
윤> 그렇군요. 우선 어떤 사건이었는지 간략하게 소개를 좀 해주시죠.
최> 네. A씨는 2013년 B씨로부터 “내 소유인 아파트를 명의신탁 받아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에 A씨는 2014년 1월 B씨의 아파트를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습니다. 그러다 A씨는 2015년 이 아파트를 제3자에게 매도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주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횡령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었습니다.
윤> 정리하면 명의를 빌려준 명의수탁자가 자기 명의로 아파트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3자에게 아파트를 팔아버린 사건이군요.
최>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둘 사이에 명의를 빌려주는 관계를 양자 간 명의신탁이라고 하는데요. 기존에 대법원에서는 이런 양자 간 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윤> 지금까지는 양자 간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는데 이번에는 그렇다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바뀐 것인가요.
최> 그렇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횡령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판결 이유를 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횡령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위탁된 타인의 물건을 위법하게 영득하는데 있는데 이때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함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
윤> 위탁관계의 본질이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되고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가 되며,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도록 규정한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은 형사처벌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명의신탁자가 그 소유인 부동산의 등기명의를 명의수탁자에게 이전하는 이른바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 위탁관계라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윤> 그러니까 양자 간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위탁관계의 본질이라는 것이 결국 부동산실명법에 반하는 위법한 불법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본 것이군요.
최> 네. 그렇습니다. 명의신탁 자체가 불법이고 무효이기 때문에 그러한 불법적인 위탁관계는 법이 보호해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양자 간 명의신탁관계에서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한다고 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윤> 명의를 빌려주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솔깃할 수 있는 판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 네. 그렇습니다. 명의를 빌려주고 있는 명의수탁자 입장에서는 내 명의의 부동산이니까 제3자에게 매도할 수 있고 매도한다고 하더라도 횡령죄로 처벌받지는 않게 됐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팔아 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부동산 명의신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그 자체로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되어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하고, 부동산을 처분하여 얻은 대금은 명의신탁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어 반환해 주어야 할 수 있습니다.
윤> 명의신탁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군요.
최> 그렇습니다. 양자 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제3취득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로써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 즉 말소등기청구권이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권도 더 이상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명의신탁자는 더 이상 소유권을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게 되구요.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뿐이다. 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더 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에서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불법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가 인정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윤> 그런데 부동산 명의신탁이 위법이고 무효라고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하면 그건 또 돌려줘야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최> 네. 그렇습니다.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자는 명의신탁자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는데요. 2019년 6월에 나온 판결이었는데 이는 종전 대법원 견해를 유지한 것입니다.
윤> 어떤 사건이었는지 소개를 좀 간단하게 해주시죠.
최> A(명의신탁자)는 농지인 갑 부동산의 소유자로 농지법상 처분명령을 회피하기 위해 B(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줬습니다. 그런데 A와 B가 사망해 C가 갑 부동산에 대한 A의 권리를 상속했고 D는 B의 상속을 원인으로 갑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했습니다. 이에 C는 D를 상대로 갑 부동산에 관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한 사건이었습니다.
윤> 명의신탁한 당사자들은 모두 사망했고 그 상속인들 간에 명의신탁 부동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이 붙은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재판의 주요쟁점은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해 효력이 없는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의 효과와 관련해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윤> 불법원인급여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요.
최> 불법원인급여는 말 그대로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말하는데요. 예컨대 도박판에서 돈을 빌려준 경우 도박은 공서양속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상대방이 도박에 사용할 것을 알고 돈을 빌려준 경우에는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준 것이기 때문에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명의신탁 사안의 경우 부동산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에 따라 위법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명의를 이전한 것은 불법원인급여가 되어 명의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었습니다.
윤> 대법원의 판단은 어땠나요.
최> 대법원은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해 등기가 마쳐졌다는 것만으로 당연히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종래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부동산실명법은 부동산 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물권변동을 규율하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윤> 부동산소유권을 실권리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물권변동을 무효라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무효가 되면 어떻게 되나요. 없었던 것이 되기 때문에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그러니까 명의신탁자에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구요. 그리고 부동산실명법 제정 당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키는 법률안도 제출되어 있었으나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자의 의사도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키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윤> 해당 법률의 구조라든지 입법과정을 보면 명의신탁자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군요. 반대의견은 없었나요.
최> 이에 대해 조희대, 박상옥, 김선수, 김상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요. 판례에 의해 유효성이 인정되기 시작한 부동산 명의신탁은 우리 민법이 취하고 있는 부동산 법제의 근간인 성립요건주의와 상충될 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부끄러운 법적유산이라고 밝히며 반대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원인급여제도를 적용해 명의신탁자가 명의신탁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다고 해도 헌법과 법률에서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 반대의견은 그러니까 불법원인급여제도를 적용하여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찾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민법이 규정한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이용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자를 제재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러한 조치가 부실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인 이상 이를 적용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반대의견이 다수의견이 되었다면 명의신탁한 사람이 소유권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어 상당한 충격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최> 그렇습니다. 사실 부동산실명법을 법 취지대로 명의신탁을 뿌리뽑는 방향으로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반대의견처럼 불법원인급여 제도를 적용하여 명의신탁자가 아예 소유권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다수의견 역시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과 현재의 부실법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 다만 반대의견과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불법원인급여 제도의 적용을 긍정하는 법원의 판단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입법적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윤> 부동산 명의신탁을 규제할 필요성은 있지만 개별 사건에서 적용할 수는 없고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서 해결해라. 이런 취지였군요.
최>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고 국민들의 법 감정도 명의신탁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명의를 빌려서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강력한 입법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윤> 오늘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