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15일(월) [로스쿨] 가사 노동자 보호법 추진 내용과 돌봄 노동을 위한 사회서비스원법 제정 요구(김혜선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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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김 : 지난 주 월요일이죠. 3월 8일은 113주년 세계여성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성노동자가 많이 집중되어있는 가사노동자와 돌봄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윤 : 가사노동자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가사도우미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인가요?
김 : 네. 맞습니다. 과거에는 식모, 가정부, 파출부 등으로 불려지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가정관리사, 가사노동자라는 명칭으로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엄청난 부자집에서 숙식을 하며 노동을 하는 입주형 가사노동자가 많았는데요, 요즘은 맞벌이 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하루 4시간에서 8시간 정도 단위로 출퇴근을 하며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가사노동자와 서비스 이용자를 매칭시켜주는 사이트나 회사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사노동자들은 현재 기본적인 근로기준법도 적용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윤 : 아니, 가사노동자분들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된다고요? 가정집에서 일을 하시는 거니까..5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는 것이라 근로기준법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것 아닌가요?
김 : 아닙니다 현재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전체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11조 적용범위라는 규정에서 ‘이 법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라고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윤 : 그렇다면 가사노동자는 현재 근로기준법 상 모든 내용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말씀이신거죠? 가사노동자가 근로기준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된 이유는 뭔가요?
김 : 이 가사노동자 적용제외는 근로기준법이 최초 제정된 1953년 당시부터 변하지 않고 있는 내용인데요. 근로기준법이 사업 또는 사업장을 기준으로 노동자와 사용자를 정의하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 법인데, 가사노동자의 경우 근무하는 공간이 가정집이라는 매우 사적인 공간이고 실제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들이 사업주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근로기준법 뿐 아니라 다른 노동법들의 적용에서 배제되어왔습니다. 사실상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윤 : 그럼 최저임금법이나 4대보험도 적용이 안되고 있나요?
김 : 그렇죠.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가사노동자는 약 25만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노동법들이 적용되지 않아서 최저임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역시 가입할 수 없고 아무리 오래 한 사업장(가정집)에서 근무를 해도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방문가정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었음에도 실업급여는커녕 소득증빙 자체가 어려워서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윤 : 그럼, 가사노동자와 관련된 법 그러니까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 이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거나 임금을 얼마 지급해야한다거나 하는 내용을 정한 법은 전혀 없나요?
김 : 앞서 말씀드린 이런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2010년부터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내용의 법안의 논의가 있어왔습니다. 2011년 ILO에서는 가사노동자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 채택에 한국도 찬성을 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협약에 채택한 후 현재까지도 관련 국내법 정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협약에 대한 국회 비준도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9대, 20대 국회에서도 「가사노동자 고용개선법」이 발의되었지만 국회 통과가 안되어서 무산되었습니다. 이번 21대 국회에 들어와서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서 각각 「가사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안」발의를 했습니다. 2월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라는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농성도 진행했지만 노동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 가사노동자보호법을 2월 법안 심사대상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
윤 : 제외된 이유는 뭔가요?
김 : 국민의힘에서 3월에 공청회를 개최하고 법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을 세웠기 때문이었다고 하는데요. 사실 20대 국회때에도 관련 공청회는 진행을 했었지만 관련 법이 제정된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리고 사실 3월에는 추경 논의가 있고 4월이 되면 재․보선 이슈가 있고 하반기가 되면 대선 국면이 되기 때문에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을 이야기하는 측에서는 2월에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했었던 거라서 이번에도 제정이 막힐까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3월이 중반을 지나고 있는데, 아직 논의가 안되고 있거든요. 사실 좀 걱정이 되는 사항입니다.
윤 : 그럼, 이번 국회에 제출된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뭔가요?
김 : 법안 제출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공식적으로 인증하고 이 인증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의 임금, 노동시간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가사노동자들에게 4대보험과 퇴직금, 연차휴가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윤 :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김 : 현재 가사노동자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많은 경우 근로계약서 같은 형식 없이 구두계약을 하거나 스마트폰 어플을 매개로 서비스이용자와 가사노동자 간 계약을 하는 경우, 직업소개소 등을 통해 가사노동자와 이용자를 매칭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어왔는데요, 이번 법안들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작성한 계약서의 효력도 근로계약으로 인정하고 주 15시간 이상의 근로시간을 보장해서 근로기준법 상 주휴일, 퇴직금, 연차 등이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또, 음성적으로 있던 가사노동자 제공기관을 양성화해서 공익적 목적에 부합한 기관이 인증을 받도록하고 해당 기관을 통해서 가사노동자를 통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계약을 하고 가사노동자를 사용하였으나 임금체불 등이 발생하면 현재는 민사소송을 통해서만 해결이 가능했지만 법안에 따르면 이런 법 위반 사실이 발생할 경우 벌칙조항을 마련 형사처벌도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물론 법이 제정되어도 현재 방식 그러니까 1대 1 계약이나 직업소개기관 등을 통한 매칭의 방법도 사용은 가능합니다.
윤 : 그런데 새로운 법이 제정되려면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제 가사노동자를 사용하는 가정이라던가, 가사노동자를 소개해주는 업체의 입장 등 여러 방면으로 의견도 듣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 : 이 가사노동자 보호법안은 노동자와 사용자 뿐 아니라 이용가정에서도 함께 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무쟁점 법안입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2016년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역시 ‘맞벌이 여성노동자 94.6%가 가사노동자 보호법에 찬성한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했거든요.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가 좀 더 필요할 수 있겠지만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이견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윤 : 사실 이런 법이 제정되어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보면 가사노동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이 안정되게 될 것이고 이런 안정된 서비스가 제공되면 가사노동자를 사용하는 가정도 증가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요.
김 : 네. 맞습니다. 이제 가사서비스는 처음 근로기준법을 제정했을 당시와는 다르게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따라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노동자의 최소한의 노동조건 확보, 최저임금 보장, 기본적인 노동법 적용 등은 이제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 그럼 이제 돌봄노동에 대해서 얘기나눠볼까요?
김 : 혹시 아나운서님은 ‘돌밥돌밥’이라는 이야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윤 : ‘돌아서면 밥하고 돌아서면 밥하고’ 라는 뜻 아닌가요? 코로나 이후 외출, 외식이 줄어들고 집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해결하게 되면서 이런 말들이 유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 : 네. 맞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하고 외식이 제한되고 외부활동을 못하게된 노약자와 원격수업을 하는 학생들 등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집에서 머물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다 보니 가정에서 가사일을 주로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되는 ‘돌밥돌밥’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가정에서 또는 학교, 병원 등에서 환자, 노인, 아동 및 기타 구성원을 돌보는 활동을 하는 것을 돌봄노동이라 이야기 합니다.
윤 : 그럼 앞서 이야기 나눈 가사노동자 역시 돌봄노동자에 해당할 수 있겠군요.
김 : 그렇죠. 돌봄노동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게 되는데요,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가사노동자가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던 것에서 당당히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돌봄노동 역시 무료노동, 특정 업무에 수반되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한 영역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돌봄노동은 멈출 수 없는 ‘필수노동’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오히려 코로나 이전보다 돌봄노동이 더 중요해지기도 했고요.
김 : 코로나 이후 대부분의 산업에서 고용인구가 감소했는데, 고용인구가 증가한 산업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보건업과 사회복지서비스업이라고 하는데요. 주로 대면일자리인 이들 업종이 고용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은 코로나라는 위기상황에서도 병원, 요양기관 등의 보건인력 등은 필수적으로 보장되고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그럼 우리사회에서 돌봄노동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업무? 직업? 을 한번 이야기 해볼까요?
김 : 기본적으로 ‘주부’가 해당 될 수 있습니다. 가정의 거의 모든 돌봄노동을 전담한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각 가정의 돌봄 영역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가정 밖 사회에서의 돌봄노동을 살펴보면 학교 선생님, 방과후교사, 보육교사, 아까 말씀드렸듯이 기존 가정의 영역의 돌봄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사노동자, 장애인 활동지원사, 요양보호사 그 외 많은 분들이 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린 이런 직업,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이 돌봄노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돌봄노동의 상당부분을 여성노동자가 담당하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김 : 네. 실제 전업주부가 아닌 여성노동자 그러니까 맞벌이 가정에서도 돌봄노동을 주로 담당하게 되는 건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와 어린이집이 코로나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경우 즉, 공공돌봄에 공백이 생기는 경우 이를 사적인 영역에서 채워야 하는데 이런 부분을 대부분 여성노동자가 맡게 되는 것이죠. 관련해서 작년 12월 14일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필수노동자 보호․지원 대책을 발표했는데요. 이 대책에서 돌봄서비스 인력의 확충 및 처우 개선,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교대근무인력 추가 지원, 장애인 활동지원사, 아이돌보미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종사자 보호기준 강화, 관련법 제정을 통한 공공․민간 돌봄서비스 체계 개선 등의 내용이 발표되었습니다.
윤 : 그럼 정부에서도 이런 돌봄노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김 : 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돌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상황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곧바로 큰 효과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양보호사의 경우 근로계약서 상으로는 밤, 새벽시간 5~6시간이 휴게시간으로 되어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분들이 호출을 하면 밤이건 새벽이건 근무를 해야하고 또 스스로 이동이 불가능한 분들의 배변활동을 위해 기저귀를 교체하는 등의 업무를 규칙적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실제 근무를 해도 휴게시간으로 되어있어 임금을 받지 못하고 또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이죠. 즉, 인력을 확충하는 것, 재정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용구조의 개선,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사회서비스원법을 제정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윤 : 사회서비스원법은 무엇인가요?
김 : 앞서 돌봄노동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현재 이런 돌봄노동의 공급 즉, 돌봄서비스의 공급이 대부분 민간시설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서비스 질의 불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돌봄노동이 필수노동이고 공공의 책임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전제하에 공공성이 담보된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자는 것입니다. 현 정부에서도 이 같은 사회서비스원 설립, 운영을 국정과제로 약속한 바 있고요, 현재 전국 11개 시도에 이미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실시 중이기도 합니다.
윤 : 그럼 이 법도 올해 논의가 되고 있나요?
김 : 이 법안의 명칭은 사회서비스원 설립 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인데요. 이 역시 2월 국회에서 논의가 되지 않고 보건복지부 법안소위에 계류 중입니다. 작년 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돌봄노동이 사적영역에서 이뤄지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국민 모두가 느꼈고 돌봄노동자의 인권이 담보된 돌봄노동이 중요하다는 점과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돌봄이라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고 국민의 권리라는 점에서 반드시 공공성이 전제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관한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랍니다.
윤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