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3월 17일(수) [오늘의시선]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중심 문화와 사회적 비용 그리고 대안은?(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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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 매주 수요일 이 시간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선 식구들과 만나게 되는데요,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안녕하세요.
윤 : 청취자 여러분께 먼저 인사해 주시죠.
김 : 네, 반갑습니다. (간략하게 자기 소개도 해 주세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 들려드리게 될지 저 스스로도 무척 기대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윤 : 오늘 첫 만남인데, 어떤 주제를 준비해오셨을지 궁금합니다.
김 : 최근에 제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해서, 그 장면을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혹시 노래방 다니는 거 좋아하세요? 팬데믹 이후에 이 노래방 못 다니는 고통 호소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윤 : 아, 팬데믹 이후에 어디든 가기 어려워졌지만 노래방 특히 그렇죠.
김 : 며칠 전에 자동차에서 오디오 연결해놓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목격해서 눈이 휘둥그레졌거든요. 찾아보니까 요즘에 노래방 가기가 어려워지면서 블루투스 마이크 구비해서 집에서 노래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그것마저 여의치가 않고, 그래서 자동차에 개인노래방을 만드는 거예요.
윤 : 그렇군요. 방음도 잘 되어있고, 오디오도 있고, 움직이는 코인 노래방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하겠어요.
김 : 네, 팬데믹 이후에 우리의 일상 풍경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곳곳에 있더라고요. 뭐 요즘 많이들 하시죠. 캠핑 중에서도 차에서 주무시는, 이른바 차박이라고 하죠? 차박도 유행이고요. 그러다 보니 차에다가 커피 추출 기구를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지 커피를 내려 마시는, 정말로 카-카페를 즐기기도 하시구요. 연인들끼리 데이트하러 갈만한 곳이 줄어들다 보니까 차 오디오로 태블릿pc를 연결해서 영화를 보기도 하시더라고요.
윤 : 많죠. 그런데 이게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거잖아요?
김 : 네, 오늘 제가 하려는 얘기가 바로 자동차 중심 문화에 대한 것입니다. 제주지역에 자동차가 얼마나 많다고 수치를 꼭 말씀드리지 않아도 일상에서 이미 느끼고 계실 텐데요. 이미 만연해 있는 자동차 중심 문화에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니 정말 차에서 많은 것들을 해결하게 되죠. 윤상범 아나운서님도 자동차 몰고 다니시죠? 혹시 차에서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거 있으세요?
윤 : 중요한 전화 받기도 하니까 회의실도 됐다가, 커피 포장해 와서 마시기도 하니까 카페가 되기도 하죠. 뭐 급하게 끼니 때울 때는 식당도 되고요.
김 : 저도 가끔 피곤하면 차에서 눈도 붙이고, 탈의실이 되기도 하는데요.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급하게 송고할 기사들은 차에서 급하게 써서 보내기도 했거든요. 휴대폰으로 데이터 나눠 쓰면 되니까 사무실이 되기도 하는 거죠. 그러고 보면 현대인들에게 차는, 이동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죠.
윤 : 네, 그렇죠. 자동차에서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할 수 있잖아요.
김 : 집은 없지만, 무리해서라도 비싼 차를 구입하는 경우를 가리켜서 ‘카푸어’라는 신조어가 있잖아요. 이게 단지 과시욕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자동차는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요. 실제로 물리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아닌데,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감각이요. 몇 평방미터 남짓한 부피이지만 철로 둘러 쌓여있고, 여기에 창문에 자외선 차단 필름지까지 붙이고 나면 남들의 시선과 물리적 자극이 차단된다고 나는 보호받고 있다고 믿게 되죠.
윤 :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면서 그게 또 마케팅 문구가 되기도 하던데요.
김 : 네, 대중교통보다는 개인 이동수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면서 자동차 구입도 늘었어요. 마케팅 문구로도 개인 이동수단을 넘어선다는 점을 강조하던데요. 소유자의 필요와 취향의 선택지로 차량 내부를 조합할 수 있다, 이렇게 구매자들의 구미를 당기더라고요. 요즘엔 그 중에서도 앞서 언급한 차박이나, 혹은 차에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더 큰 차에 대한 욕구들도 증가했어요. 실제로 지난해 팔린 자동차 절반 이상이 SUV라고 해요. SUV 판매량이 연간 60만대를 넘은 건 지난해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윤 : 그렇군요. 아까 자동차 중심 문화라는 표현을 하셨어요. 이게 정확히 어떤 것을 가리키나요?
김 : 자동차가 대중화된 현상을 넘어서, 자동차가 우리 사회의 전반에 걸쳐 중심이 되어버려서 우리의 의식과 행위를 좌우하게 되는 현상을 자동차 중심 문화라고 표현하는데요. 예를 들면 도로를 만들 때도 보행자보다는 자동차가 다니기 쉬운 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거나, 차를 몰고 가다가도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무시하고 그냥 가버리게 되는 것들이 자동차 중심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제주지역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전국에서도 최상위권이라는 건 뉴스로도 많이 접해보셨을 거예요.
김 : 폭발적인 양의 증가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치를 꼭 말씀드리지 않아도 몸소 체험하고 계실 거예요. 예전에는 구제주에서 신제주까지 가는데 얼마밖에 안 걸렸는데, 이제는 한 시간은 걸린다는 말도 많이 듣게 되고 몰랐던 러시아워가 생기기도 하고, 차 세울 데가 없어서 약속장소에 갈 때 택시 이용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윤 : 네, 불편을 호소하는 도민들이 많아서 정치계나 지자체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김 : 주차난, 교통사고, 이동소요시간 증가 등등 많은 부분이 다뤄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2017년에 대대적으로 대중교통 체제가 개편되었는데도 여전히 분담률이 낮아요. 심지어 자동차는 더 늘어났어요.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자동차 등록 대수가 10만대나 더 늘었다고 해요. 역외세입차량을 제외하면 약 39만대이고, 세대 당 차량 보유대수가 전국에서 두 번째라고 하죠.
윤 : 그러면 도민 2명 중 1명은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김 : 그렇게 생각하니까 차가 정말 많기는 많네요. 제 주변에도 ‘제주에 살려면 차 한 대는 꼭 있어야해’라고 말하는 지인이 있기도 하고, 한 집에 네 명이 사는데 차 네 대를 굴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 매물 안내하는 게시물에도 주차 몇 대 가능이라는 걸 꼭 써넣는 걸 보면 우리 일상에서 정말 빼놓고 말할 수 없는 요소예요.
윤 :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동차가 정말 문명의 이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김 : 절대선이라고도, 또 절대악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죠. 자동차로 누리게 된 편안한 생활 속에서도 자동차가 야기하는 문제들, 자동차를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어야 하는 필수품으로 여기게 하는 사회구조를 짚어볼 필요는 있어요. 제주지역도 자동차가 옛날 옛적부터 많은 것은 아닐 테고, 많은 분들이 체감하기에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여기고 계시잖아요? 그러면 급증하게 된 원인과 배경이 있을 텐데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만 왜 차를 샀느냐고 닦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윤 : 언제부터 이렇게 제주지역에 자동차가 늘어나게 됐을까요?
김 : 한국사회로 보면 자동차 대중화 물결이 일어나게 된 건 88올림픽 이후 내수용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이른바 마이 카, 오너 드라이버 시대가 시작되었고요. 제주지역은 통계를 살펴보니 201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더라고요. 뭐 여러 가지 배경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인구가 급증한 시기와도 맞물려있고 또 제주에 드나드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시기와도 맞물려있고, 자동차를 훨씬 사기 쉬워진 시기와도 맞물려있어요.
윤 : 아까 지인 중에 ‘제주에 살면 차 한 대는 있어야해’라고 말하는 건, 자동차가 없으면 다니기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뜻이죠?
김 : 네. 다른 지역에서, 특히 대도시에서 제주에 살러 왔거나 방문하러 온 경우에는 제주지역 대중교통 너무 불편하단 이야기 많이 하시죠. 이미 오래 살아온 도민들 역시도 대중교통보다는 자차 끌고 다니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대중교통 노선이, 도심지의 거주지를 오가는 노선도 그렇게 촘촘한 편이 아니어서 10분이면 갈 거리를 30분이 걸린다거나 하는 불편함이 자동차를 구매하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관광지가 분포되어있다거나 요즘에는 읍면지역에 집 짓고 사시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도심지와 외곽지를 이어주는 노선 역시 매끄럽게 목적지까지 오고가기가 쉽지 않죠. 그러다보니 자동차 구매 비용을 감수하자는 행위로 귀결되는 거고요.
윤 : 여기에 팬데믹 상황까지 겹치니 이 만만치 않은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안전하게 다니겠다는 선택들이 늘고 있는 것 같네요.
김 : 네, 게다가 차량 구입이 훨씬 간편해졌잖아요. 금융 상품이 연계돼 있거나, 할부만 얼마씩 갚으면 된다거나 하는 방식 때문에 선택을 좀 더 쉽게 해주잖아요.
윤 : 이렇게 자동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국 거기에서 야기된 문제들도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증가하고요.
김 : 그럼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제기해보면, 사실 뚜렷하게 이거다! 싶은 것은 없어서 막막해요. 그래도 요즘 여러 실험들이 지역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전동 퀵보드나 전기자전거를 사적 소유에 기대지 않고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방식이더라고요.
윤 : 요즘 많이 보이더라고요. 이용해본 적 있어요?
김 : 네, 저도 공유형 전기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는데요, 학교 캠퍼스에는 전동 퀵보드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정말 많아요.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고, 자동차보다는 유지관리비나 대여비가 저렴하니까 특히 젊은 층에는 더 인기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윤 : 어때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김 : 그러려면 건너야 하는 단계들이 꽤 있을 듯 한데요. 거기까지 나아가기 전에 오늘 되짚어보고 싶은 건, 자동차 중심 문화라고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드리고 싶어요. 아까도 문명의 이기라는 표현을 하셨지만,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사고 혹은 문화가 우리 일상에서 초래하고 있는 것들을 다 같이 깨달아가는 것부터가 대안을 모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 같아요.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 자동차가 중심이 되어버리는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사람 중심의 사고를 되찾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자동차에서 방송 듣고 계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차 밖에서 걸어 다니는 이웃의 얼굴도 한 번 살펴봐 주시고, 도심에서는 속도도 좀 더 늦춰보는 느긋함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윤 : 네, 오늘 팬데믹 이후의 자동차 중심 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고요, 마지막으로 우리의 습관에 대해서까지 다뤄봤습니다.
(시간 여유 있다면..) 오늘 첫 시간이었는데, 어떠셨나요.
김: (느낌 한 마디 해 주시고)
윤: 그럼 다음 만남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여민회 김태연 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