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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기획②>사라져가는 제주의 흔적

<소타이틀>

오사카시 이쿠노구 쓰루하시 역에서
걸어서 15분 떨어진 거리의 코리아타운.

500미터 가량 이어지는 좁은 골목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점포는 120여 개.

한국 음식과 한국 화장품,
한류 스타의 사진과 한국산 잡화를 파는
가게마다 줄을 선 일본인들로 가득합니다.

코로나19 이후, 한 해 평균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200만 명이
넘습니다.

대부분 한류 붐을 찾아
일본 전국에서 온 일본인들로
10대부터 2, 30대 젊은이들은 물론
4~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가 찾고 있습니다.

◀INT▶
마루야마 사키에/일본인 관광객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처음 와 봤는데요,
먹거리나 여러 잡화점들도 많이 있어서
즐겁습니다."

오사카 코리아타운은
1900년대 초 식민지였던 조선,
특히 제주도에서 건너온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면서 이들을 위한 음식과 물품을 파는
조선시장이 형성된 곳입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제사나 혼례용품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가게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급격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류 열풍을 타고 빠르게 진출하는
한국발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들과
한국산 화장품과 잡화점들이
거리의 점포를 차지하면서,
제주의 전통 음식이나 물건을 파는 상점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겁니다.

제주의 가정집 제사나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옥돔과 기름떡 등을 팔던 조선시장은
3년 전 문을 닫았습니다.

3대째 대를 이어가며 손수 만든 김치나
제주식 삶은 돼지고기를 파는 가게들이
일부 남아있지만, 빠르게 사라져가는
제주의 모습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기는
제주에 뿌리를 둔 토박이 상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INT▶
요시모토 겐유/재일제주인 3세
"저쪽 가게에는 빙떡같은 것 옛날에 만들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고, 그건 그렇다해도 할머니들이
'밥 먹었냐?' 묻는 목소리가 사라진게
쓸쓸합니다. 그게 가장 쓸쓸하죠."

상가 뿐만이 아닙니다.

오사카 코리아타운 내
유일한 일본 공립 초등학교이던
미유키모리 초등학교.

학생수가 한 때 2천 명을 넘고
재학생의 80% 가까이가 제주와 한반도에
뿌리를 둔 학생들이 다니던 이 학교는
3년 전 마지막 졸업생 70명을 배출하면서
인근 다른 초등학교와 통합되며 폐교됐습니다.

미유키모리 초등학교와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조총련계 민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 중단 등 탄압에도
공립학교보다 2년을 더 버티다,
결국 지난 3월 폐교됐습니다.

(s/u) "이곳은 민족학교인
히가시 오사카 제4초급학교인데요,

지난 3월, 마지막 졸업생 배출을 끝으로
폐교되면서 오사카 코리아타운 인근의 초등학교
2곳은 모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제주에서 건너간 1~2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저출산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쓰루하시 일대를
떠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이니치 코리안들이 모여사는
오사카 이쿠노구 지역은 현재
초등학교 12곳을 4곳으로 줄이는
학교 재편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지금까지 7개교로 통폐합이 진행된 가운데,
이쿠노구는 거리마다 늘어나는
빈점포와 빈집을 활용하기 위한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INT▶
스지하라 아키히로/오사카시 이쿠노구청장
"지금 이쿠노구는 빈집이 매우 많습니다. 낡은
집들, 빈집들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회수해서 리모델링하고 행정도 힘을 모아서 낡은 빈집을
가게나 회사로 운영할 수 있게 하는 계획을
같이 추진하려 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제주에서 바다를 건넜던
1, 2세들이 세상을 떠나고,
후세대들의 일본 사회 융화와 함께
저출산의 여파가 불어닥치고 있는
오사카 코리아타운.

다음 이 시간에는
사라져가는 제주의 자취와
자이니치 코리안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문을 연 역사자료관과
제주인들의 이주 초기, 집단 거주지역이 기재된
공식 자료 발굴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사카에서 MBC뉴스 홍수현입니다.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홍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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