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2월 31일(화) [키워드뉴스] 2019년 10대 키워드 뉴스는?(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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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오늘 키워드 뉴스는, 매주 화요일에 키워드를 들고 찾아오는 제주투데이의 김재훈 기자와 조수진 기자, 두 분을 함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조/ 네. 안녕하세요.
윤/ 두 분이 함께 스튜디오에 앉아계시니 오늘은 좀 느낌이 다른데요..오늘이 2019년 마지막날입니다. 올해가 이제 6시간도 채 남지 않았는데요, 두 분은 올해 어떠셨나요? 김재훈 기자부터 말씀해 주시죠.
김/ 정말 버라이어티한 한 해였습니다. 무엇보다 제주 이슈가 넘쳐났는데요. 지역 사회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게 된 한 해였습니다. 공부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 이슈들이 원체 굵직굵직한 뉴스들이거든요. 올 하반기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달린다는 걸 느꼈는데요. 내년에도 이곳저곳 열심히 찾아다니려면 무엇보다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윤/ 그럼 이번에는 조수진 기자 이야기도 들어보죠.
조/ 청정과 공존. 제주특별자치도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제주 미래의 핵심 가치인데요. 제주도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고 자주 듣는 말이면서도 정말 와닿지 않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청정을 얘기하자면 쓰레기, 하수, 이런 문제들, 공존을 얘기하자면 난개발, 토건사업 강행 같은 문제들, 이런 것들이 제주도가 청정과 공존이라는 가치들과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방증하고 있죠. 게다가 이 가치를 헛구호로 만드는 중심에 행정이 있었다는 게 더 안타까웠던 올해였습니다. 반면 이런 가치들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결집해 큰 목소리를 모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봐야죠, 올 한해도 다양하고 뜨거운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019년 10대 키워드를 두 분이 정해 오셨다고 하는데요, 그럼 첫 번째 키워드는 조수진 기자부터 들어볼까요.
조/ 제가 소개할 첫 번째 키워드는,
제주동물테마파크와 한 마을 두 마을회장, 입니다.
윤/ 네. 동물테마파크. 1년 내내 논란입니다. 이제 다들 많이 알고 계시겠지만 간략히 설명을 해주시죠.
조/ 지난해 제주시 조천읍이 세계 최초로 람사르습지도시로 지정되면서 이슈가 됐었는데요. 조천읍 중에서 선흘2리 지역에 대규모 사파리형 동물원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바로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이죠. 리조트로 유명한 대명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윤/ 국민청원까지 올라가서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졌잖아요.
조/ 네. 사파리라는 게 열대 지방에 사는 야생 동물들을 모아놓고 사람들이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경하게 하는 시설인데요. 대규모의 동물원이죠. 동물원이 우리 안에 동물을 가둬놓는 거니까 동물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잖습니까.
윤/ 그런 이유들 때문에 동물원 폐지 목소리는 전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는 추세기도 하고요.
조/ 네. 그런데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 내용을 보면 대부분 열대 동물인 사자와 호랑이, 기린, 코끼리 이런 동물 500마리를 들여올 계획이거든요. 어제도 선흘2리에 취재를 다녀왔는데 여기가 중산간 지역이지 않습니까. 옷을 두텁게 입고 갔는데도 굉장히 춥더라구요. 과연 그런 환경을 열대 동물들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어제 만난 선인분교 초등학생은 원희룡 지사에게 “동물들이 너무 불쌍해요”라고 편지를 썼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도 이게 비상식적인 시설이란 걸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윤/ 거기다 대규모 시설이 들어오면서 환경 파괴도 불가피하구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주민들은 일관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고요.
조/ 네. 동물학대와 환경파괴도 문제이지만. 사업이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황당할 정도로 비상식 투성이입니다.
윤/ 주민들이 이 사업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절차적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조/ 네. 공공이나 민간이나 어느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벌일 경우 가장 중요한 절차가 그 지역에 사는 주민과의 협의입니다. 그런데 사업자와 행정이 의도적으로 반대 주민들을 배제한 채 절차를 진행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윤/ 반대 주민들의 주장이긴 한데요. 그런 정황이 여러 군데서 확인이 된다는 거잖아요.
조/ 네. 지난 10일 제주도는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요. 대명이 제출한 환경보전방안 이행계획서에 대한 자문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심의위가 사업자 대명 측에 반대 주민이나 람사르습지도시지역관리위원회와의 협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윤/ 사업자가 제출한 이행계획서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뜻인가요.
조/ 이행계획서에는 ‘마을 임시총회에서 대책위 내부 협상단 구성을 완료했고 람사르습지도지시지역관리위원회는 마을회 내부 갈등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선흘2리에 살고 있는 200여 가구 주민들 모두가 내부 협상단을 구성한 적이 없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짓이라는 건데요. 람사르위원회가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인 것은 밝히지 않고 마을 갈등에 관여하지 않겠다라는 부분만 딱 잘라서 명시해서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도 있고요.
윤/ 반대 주민들이 이행계획서를 허위 문서라고 주장하는 게 그런 부분이었군요.
조/ 주민들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방관하는 행정에도 반발하고 있습니다. 키워드인 한 마을, 두 마을회장도 그 연장선상인데요. 마을 주민들이 지난 4월 임시총회를 열어 정현철 마을회장 해임건을 가결시키고 반대대책위원장을 새 마을회장으로 선임했습니다. 하지만 행정이 정 마을회장 해임건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으면서 두 마을회장이 있다는 건데요. 승인하지 못하는 이유는 향약에 따르면 마을회장이 주관한 임시총회가 아닐 경우 해임 안건을 상정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윤/ 마을회장 본인이 자신의 해임 안건을 상정하는 임시총회를 열어야 한다... 상반기에 한창 논란이었는데. 아직도 그런 상황이군요. 어제 선흘2리를 다녀왔다고 하셨는데요. 어땠습니까.
조/ 어제 갔더니 반대 주민분들이 처음으로 제게 한 말이 ‘우린 매일이 전쟁’이라는 거였습니다. 사업에 찬성하는 일부 주민들과 매일매일 마찰을 겪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게 수차례 당부하셨던 말이 있는데요. 제발 이 상황을 주민 갈등이나 ‘민민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진 말아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윤/ 여기가 대표적인 주민 갈등 사례가 아닙니까. 그건 무슨 얘긴가요.
조/ 사실 동물테마파크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은 10% 정도인데. 그마저도 실제로는 제주시나 김녕 등에 거주하면서 주소지만 선흘2리로 된 주민들이 꽤 있다는 겁니다. 진짜로 그 마을에 사는 주민분들 대다수는 동물테마파크가 들어설 경우. 악취와 지하수, 맹수에 대한 공포심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니까요. 그런데 많은 언론들이 동물테마파크를 다루면서 찬반 갈등 프레임으로 보도하면서 사업 절차의 부당성 같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묻힌다는 거죠.
윤/ 네. 알겠습니다. 새해를 하루 앞두고도 주민분들 마음이 무겁겠습니다.
조/ 네. 그런데 어제 주민분들을 만나며 울컥 했던 순간이 있었는데요. 이 사태를 잘 겪고 나면 우리는 정말 신나는 마을이 될 거다.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기대된다. 이런 말씀들을 자주 하시더라구요. 어떤 분은 올해 동물테마파크에 같이 맞서 싸우다보니 주민들끼리 더욱 끈끈해졌다고 하고요. 얼굴도 더 자주 보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게 되니 그런 좋은 일들도 생겨난다고 설명하시더라구요.
윤/ 네. 새해엔 신명나는 선흘2리가 되길 바라겠습니다. 이번에는 김재훈 기자가 두 번째 키워드 소개해 주시죠.
김/ 두 번째 키워드는, 4.3생존수형인의 재심... 4.3은 과거사 아닌 당대사다, 입니다.
윤/ 자세히 들어볼까요.
김/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고문을 당하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 18분이 올해 1월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소송에서 최종적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불법 재판으로 죄인이라는 낙인, 빨갱이라는 손가락질 받아온 시간었습니다. 그 시간 어떻게 보상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 판결에 따라서 여러 조치들이 이어졌습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제주지방법원(이하 제주지법)이 4·3수형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 소송 ‘공소권 없음’ 판결을 내림에 따라, 2월 1일자로 18명의 수형인에 대한 재판 결과과 내용을 처리했다고 밝혔는데요. 수형인들의 전과 기록이 삭제된 겁니다. 70여년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옥죄던, 흔히 ‘빨간줄’이라고들 말하죠? 그 ‘빨간줄’이 삭제된 거죠. 재심을 청구하신 분들 나이가 아흔살 전후입니다. 재심 재판 결과를 받기 전에 돌아가신 분도 계십니다. 4.3생존 수형인 중에 올해 3분이 돌아가셨습니다. 4.3을 기억해야 할 역사라고 말하는데, 이번 재심은 4.3 단지 기억해야 할 오래된 역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고 있는 당대사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역사라는 거죠. 그래서 법적으로 여전히 4.3사건이라고 쓰여지는 제주4.3에 대한 바른 이름을 붙여야 한다. 즉 정명을 해야한다는 요구도 일고 있는 거죠.
윤/ 그런데, 유족들이 바랐던 4.3특별법 개정안의 올해 처리... 불발됐습니다.
김/ 올 여름 이들에 대한 형사보상 결정이 나왔고요. 국가배상 청구도 이어지고 있죠. 추가로 재심 청구에 나선 분들도 계시고요. 유족들이 4.3특별법 개정안 연내 처리를 요구하며 삭발식도 갖는 등 노력해왔는데, 국회는 제주에 큰 관심이 없는 모양새입니다. 4.3 추가 진상조사도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4.3이라는 역사의 바른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그런 계기를 마련하는 2020년이 되어야겠습니다.
윤/ 세 번째 키워드는..
조/ 영리병원과 원희룡의 공론조사포비아, 입니다.
윤/ 올 상반기에 가장 핫했던 뉴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내 최초 영리병원이 될 뻔했던 녹지국제병원 이야기죠.
조/ 하마터면 국내 최초 영리병원 개설이 오늘의 10대 뉴스가 될 뻔 했습니다. 다행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영리병원 개설을 두고 지난 2018년 공론조사가 진행됐고 그 결과 불허라는 권고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원희룡 지사가 이를 뒤집고 지난해 12월 내국인 의료 제한이라는 조건부 허가를 발표했죠.
윤/ 공론조사 권고안을 무시했다고 해서 지역사회 내 논란이 어마어마했죠.
조/ 네. 당시 시민사회 단체는 원희룡 지사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며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예산 3억여원을 들여 원 지사 본인이 직접 결정한 공론조사 추진을 본인이 뒤집은 것 자체가 예상을 넘어서는 일이었죠.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전국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습니다.
윤/ 전국적인 연대가 큰 작용을 했습니다.
조/ 네. 결국 원 지사는 개설 허가 후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는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개원 시한을 넘겼다며 지난 4월 허가 취소를 결정했구요.
윤/ 병원 측은 조건부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었잖아요. 이를 두고 소송도 이뤄지고 있구요.
조/ 네. 그런데 원 지사가 이 과정을 거치며 공론조사 포비아가 생긴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금 제주도의회까지 나서서 제2공항과 관련해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원 지사가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계속해서 국토부가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권한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공론조사가 진행되고 또 그 결과가 반대로 나올 경우 영리병원에 이어 두 차례 연속으로 그 결과를 반대하기엔 정치인으로서도 많이 부담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끝까지 공론조사 요구를 거부한다면 도정이 최대 현안인 제2공항 갈등을 방관한다는 질타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윤/ 이번에는 네 번째 키워드..
김/ 철새냐 철(鐵)새냐...제2공항 철새도래지와 조류충돌 위험성., 입니다.
철새냐 철새냐. 쇠 철자입니다. 2019년 제2공항과 관련한 주요 이슈를 보자면 철마다 제주를 찾아오는 철새와 쇠로 만든 새, 즉 항공기의 대결 구도입니다. 철새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철새도래지 보호의 문제, 둘째는 철새와 항공기의 충돌 즉 조류 충돌 위험성 문제죠. 하나는 환경적인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항공 안전문제입니다. 조류 충돌... 대형 항공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인데... 조류충돌 전문가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진행한 한 세미나에서 제2공항이 제주공항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수조류 즉 물새들 도래하는 철새도래지 인근에 건설예정인 제2공항에서는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사전타당성조사는 물론 현재까지 제대로 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타 공항 자료 등 관련 자료들을 검토해보니 올해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 기본계획 고시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역시나였습니다.
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 정책 결정시 가장 중요하게 적용해야 하는 사안인데 말이죠.
김/ 현재 환경부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에 대한 두 번째 보완요청을 하면서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에 대한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문제 해결되지 않으면, 도민 여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흑산공항의 경우 조류충돌 위험성 평가와 함께 공항 건설에 따른 철새들의 대체서식지도 제시하고 있거든요? 제주인데 기존의 철새도래지들에 제주도 어디에 철새도래지 대체서식지를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생기네요
윤/ 다섯 번째 키워드 궁금한데요, 뭘까요.
조/ 고유정과 황색저널리즘, 입니다.
윤/ 고유정 사건...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충격을 준 뉴스였죠.
조/ 네. 정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엽기적인 사건이었는데요. 현재 고유정은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 중인데요. 검찰은 계획 범행을 주장하고 있고 고유정과 변호사 측은 우발 범행을 주장하면서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엽기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살인 수법이나 사체 훼손 방식 등이 끔찍한 것으로 잘 알려졌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황색 저널리즘의 민낯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고유정 재판이 열리는 날엔 굳이 알릴 필요가 없는 자극적인 사실들을 낯뜨거운 제목으로 포털 사이트를 도배하는 경우를 쉽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정에서 고유정 측이 전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도한 기사들을 보면 기자인 저조차도 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또 살인 수법이나 사체 훼손 방법에 대해 불필요하게 상세하게 보도하는 것은 모방 범죄의 우려까지 있는 상황입니다.
윤/ 얼마 전 소위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도 황색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죠. 언론 매체들이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올해의 10대 키워드 중 다섯 번째 키워드까지 알아봤는데요, 잠시 후에 나머지 다섯 개 키워드 내용 확인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라디오제주시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1부 끝
윤/ 다사다난했던 2019년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지금 스튜디오에는 매주 화요일 키워드 뉴스를 담당하는, 제주투데이의 김재훈, 조수진 기자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올해 10대 키워드를 알아보고 있는데요, 이제 여섯 번째 키워드를 알아봐야겠죠.
김/ 크루즈와 신항만
제주 신항만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또 한번 환경 문제와 제주의 가치에 대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초대형 사업인데요. 제주신항만 건설 사업이 '제2차 신항만건설기본계획'에 포함됐습니다. 제주도는 제주신항을 동북아 최대 크루즈 및 여객항만으로 건설해 '크루즈 허브항만'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런데, 크루즈가 과연 서민들의 삶에 어떤 도움을 주었나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리잖아요?
윤/ 면세 쇼핑만 한다?
김/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기 이전에 면세점 앞 도로에는 크루즈 전세버스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대규모 크루즈 관광객들이 어디 몸국을 먹으러가겠습니까, 시장에 가서 회를 한 접시 먹겠습니까. 단체 관광인 만큼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관광을 하게 될 텐데요. 제주도는 대형 크루즈 여러 척을 동시 접안 할 수 있는 제주신항만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를 시키는 방법을 마련한다 하지만 크루즈 관광의 현실 여건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또 현재 탑동 앞바다에 길게 방파제가 공사중인데요.
윤/ 탑동 앞바다 방파제... 월파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건설했잖아요?
김/ 월파 피해 예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신항만 사전 작업이라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기본계획도 나오지 않았는데, 신항만 설계방안에 따라 이 방파제를 건설했다는 겁니다. 제주신항 개발은 오는 2040년까지 총 2조8661억7500만원을 투입해 제주시 삼도동, 건입동, 용담동 일대에 외곽시설(방파제 2.82km, 호안 2.09km)과 접안시설(크루즈 4선석, 여객 9선석), 항만 배후부지(82만3000㎡)와 도로 등을 확충할 계획인데요. 크루즈항은 22만톤 1선석과 15만톤 3선석, 여객은 4만톤급 1선석, 2만톤급 1선석, 1만톤급 7개 선석이 만들어집니다. 사실상 제주 신항만은 ‘크루즈 기지’인 셈인데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단, 결국 토목기업과 대기업의 면세점만 배불리는 그런 사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또 대형 크루즈에서 버리고 가는 쓰레기들은 어떻게 처리하게 될지도 의문입니다.(내용 정리하고..)
윤/ 일곱 번째 키워드, 뭘까요..
조/ 제주용암수... 퍼갈 거니, 입니다.
윤/ 네. 오리온이 이달 초에 출시한 제주용암수 말씀이시군요.
조/ 네. 오리온은 제주 염지하수로 만든 혼합음료 제주용암수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요. 혼합음료라곤 하지만 생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음료이다 보니 제주도개발공사가 제조하고 판매하는 제주삼다수 영업이익에 타격을 미치지 않겠냐는 뉴스가 많이 나왔죠.
윤/ 네. 좀 다른 얘기지만 제주도개발공사는 창립 24년 만 첫 노조 총파업이라는 사태까지 맡고 있는데. 오경수 사장도 며칠 전 사임하구요. 이래저래 올해 악재 요인이 많았습니다. 다시 돌아와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된 건 국내시장 판매 여부 때문이었죠.
조/ 네. 지금 오리온은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제주용암수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어젠 SNS 카카오톡 가장 상단에 광고 배너가 있더라구요. 정기배송 신청하면 60병이 무료라면서요. 상당히 제주에서 나는 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요.
윤/ 누가 들어도 제주삼다수와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네. 오리온이 이달 1일 국내 판매를 시작하자 제주도는 애초에 오리온 측으로부터 제주용암수를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염지하수 공급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엄포까지 놓았습니다. 제주용암수를 취수량을 관리하는 기관이 도 산하 제주테크노파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제한이 가능하다면서요.
윤/ 오리온도 곧바로 반박 입장을 냈죠.
조/ 네. 허인철 오리온 그룹 총괄부회장은 예전에 도지사와 관계 공무원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시판을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있었으나 단번에 거절했다고 하는데요. 오리온 측은 중국이나 베트남 판로 개척을 통해 국내 시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윤/ 그 문제는 추이를 두고봐야 할 것 같구요. 환경단체는 이 사태를 지하수가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지적하고 있죠.
조/ 네. 지하수는 공공재인만큼 공공 관리정책이 후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실 염지하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의해 자연 여과돼 땅 속으로 스며든 물인데요. 우리가 식수로 이용하는 담수 지하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갈될 우려가 적다고 보는데요. 이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009년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서 염지하수를 이용해 음료나 주류를 제조·판매하려는 경우에는 지하수 개발·이용의 허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용암해수산업단지가 조성됐고 단지 내 입주한 기업들이 취수를 하고 있습니다.
윤/ 현재 먹는샘물을 제조하고 있는 곳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한진그룹 두 곳뿐이죠.
조/ 네. 그런데 이번 오리온의 경우처럼 민간 사업자에게 먹는샘물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음료를 만들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지적입니다. 제주도엔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공수화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이를 퇴색시킨다는 겁니다. 그리고 담수 지하수에 비해 여유가 좀 있다고는 하지만 염지하수 역시 많은 양을 뽑을 경우 일시적 고갈 피해가 없지 않습니다.
윤/ 오염 피해 가능성도 있고요.
조/ 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가 이런 공수화 정책을 무시하고 개발과 산업 위주의 관점 때문에 이번 사태를 불어왔다고 질타하고 있습니다. 이번을 계기로 제주도의 지하수 관리 정책을 점검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윤/ 그럼, 이번에는 8번째 키워드..
김/ 8번째 키워드는, 유투번이, 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실 텐데요, 정확히 말씀드리면 사자성어입니다.
유투번이.. 있을有/구차할偸/무성할繁/상처痍
윤/ 들어 본 적은 없는 사자성어 같습니다?
김/ 네. 그렇습니다. 사실 한자사전을 펼쳐놓고 새로 만든 사자성어입니다. 구차해서 상처가 무성하다. 그런 의미를 담아봤는데요. ‘유튜버니?’ 라고 묻는 중의적 의미입니다. 원희룡 지사의 유튜브 방송이 세간에 됐습니다. 도지사로서 개인방송에 올인하면서 도정운영보다 중앙정치에 대한 말들 때문에 논란이 종종 일고 있죠. 제주도를 대표하는 도지산데, 유튜브에서 구독자수가 천명이 넘어갔다면서 막춤을 추는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도민들도 많이 계시죠. 방송을 재미있게 만들려는 의지는 이해하지만 도지사의 무게감을 생각하자면 아쉽기도 하고 보면서 민망하기도 한 그런 장면이었습니다.
윤/ 만명도 아니고, 구독자 천명에... 국감에서 이미지 정치를 한다 그런 지적이 제기됐죠?
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수차례 방송한 데 대해 “이미지 정치”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경기 남양주시갑) 의원은 원 지사의 유튜브를 이용한 정치 행보를 비판했는데요. 조 의원은 “조국 장관과 절친한 사이라 안타까움이나 답답함이 많으실 거로 알고 있는데 조 장관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느냐”며 직접 전화로 얘기하는 게 낫지 않았겠냐는 거죠.
윤/ 그러게요. 친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화가 아닌 유튜브로...
김/ 조응천 의원은 “오히려 친구의 힘든 상황을 이용해서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최근 유튜브에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느라 도정에 소홀하신 거 같은데 본질은 외면하고 이미지 정치만 추구하면 조국 장관의 이중성을 나무랄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갈등이 첨예한 제주도인데, 원 지사가 오락프로그램과 유트브를 통한 개인정치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또 이를 통해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와 함께 태풍 ‘링링’ 상황 판단 회의에서 보고를 받는 도중에 원 지사가 자신의 휴대폰을 통해 포털사이트에서 ‘조국’과 ‘원희룡’ 등을 검색한 것을 두고 “태풍으로 인한 도민들의 피해 최소화에 골몰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원 지사의 마음이 콩밭에 가있다”며 “도정을 제대로 못 챙기면서 다른 데 신경쓰지 말고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달라”는 따끔한 당부를 받기도 했죠. 국감 현장에서 직접 듣는데 제가 다 얼굴이 빨개지더라고요. 그런데 총선이 다가 오면서 원 지사가 더욱 유튜브 정치에 힘을 쏟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총선 때는 유튜브를 자제하고 제주도에 집중하는 도지사를 기대합니다.
윤/ 9번째 키워드까지 왔네요.
조/ 오라관광단지...한여름밤의 꿈?, 입니다.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검증이 사실상 ‘부적격’으로 결론나면서 제주도 개발사상 최대 규모로 추진하려던 이 사업의 한여름밤의 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산간 일대 환경과 경관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제주도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자본검증위원회는 “사업자인 제이시시㈜는 2017년 기준 자산 1320억원(토지 1135억원 포함) 및 부채 550억원의 재무상태로 사업 수행을 위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지 못했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모회사인 중국 화융그룹의 자금 확충을 받거나 외부로부터 자금조달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화융그룹의 해외 투자사업은 1건에 불과하고 해외 직접투자사업 경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이시시의 자본 조달 능력이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윤/ 좀 의아한 부분입니다.
조/ 앞서 자본검증위는 지난해 12월 총사업비 5조2180억원 가운데 예정 분양수입 1조8447억원을 뺀 금액의 10%인 3373억원을 제주도가 지정하는 계좌에 입금하도록 요구했는데요. 사업자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본검증위가 요구한대로 3373억원을 예치했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본검증을 쉽게 넘어갈 수 있었죠. 그런데 이 길을 마다한 겁니다. 좀 납득이 되지 않았는데요. 대신 사업자 쪽은 사업허가를 전제로 1억 달러를 시중은행에 예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자본검증위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았죠. 제주도는 제주도의회의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처리와 제주도 개발사업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자본검증’에 실패한 사업을 승인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결국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무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윤/ 이제 마지막 열 번째 키워드만 남았네요..
김/ 비자림로 확장 공사 중단... 시민의 힘, 입니다.
시민들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도로 1위로 뽑혔던 비자림로. 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지난해 8월 시민사회의 문제 제기 이후 중단된 후 현재까지 추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나무 벌채 보완 대책을 마련했으나 공사 구간에서 법정보호종 동식물이 확인됐죠. 이후 정밀 조사와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공사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비자림로 추진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저력이 드러났습니다. 비자림로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떤 특정 시민단체가 아니라 비자림로 삼나무숲 파괴에 놀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직접 관련 자료를 공부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항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윤/ 전문가들이 수행한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한 멸종위기종 동식물들도 발견했죠?
김/ 그렇습니다. 비자림로 도로 공사에 대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멸종 동식물이 없다고 했는데, 시민들이 ‘그래? 이게 사실인가 한 번 찾아보자’ 하면서 직접 찾아본 겁니다. 그랬더니 며칠 만에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애기뿔쇠똥구리 등이 발견된 거죠. 이에 생태 정밀조사를 추진하게 됐고요. 이런 부분들... 그동안 환경영향평가를 얼마나 졸속으로 해왔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제주 시민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행정과 ‘전문가’라는 집단에 의해서 추진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들의 이면을 여실하게 들여다 보게 된 계기가 됐죠. ‘요식행위’처럼 처리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고요. 또 제주도의 도로 포장률이 전국 1위라는 점도 부각되었습니다. 자동차의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를 망가뜨리는 제주 행정.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윤/ 오늘은 김재훈, 조수진 기자와 함께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올해 10대 키워드로 정리해 봤습니다. 두 분 수고 많으셨고요. 올 한해 키워드 뉴스를 함께 해 주신 제주투데이 김재훈 기자, 조수진 기자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