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11월 19일(화) [키워드뉴스] 오전 6시45분/하루 2천톤, 새벽에 배출하면 OK?(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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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조/안녕하세요.
윤/네. 그럼 오늘의 키워드를 알아보겠습니다.
1. 오전 6시 45분.
조/오전 6시 45분,입니다.
윤/오전 6시 45분... 상당히 이른 시간인데요. 이 시간에 어떤 일이 있길래 키워드로 가져오셨나요.
조/매일 아침 6시 45분이면 제주시 화북동우체국 앞에서 집회가 열립니다. 집배노동자로 구성된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가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지켜달라고 요구하며 1년 전부터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건데요. 수능 다음날이었죠. 지난주 금요일이었던 15일, 딱 365일차 집회를 열던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윤/집배 노동자라면 우편을 배달해주시는 분들이잖아요. 일단 본격적인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집회를 여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그 시간대면 일반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이르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도 잘 없을 것 같거든요.
조/네. 저도 그날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출근한 셈인데요. 우체국 앞에 6시30분이 좀 넘어서 도착했는데 해도 뜨기 전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시간에 나서기가 쉽지는 않았는데요. 시민과 언론에 자신들의 부당한 처지를 알리기 위해 집회를 열지 않습니까.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직접 가보니 너무 이른 시간이라 지나가는 시민은 두 분인가 본 거 같고요. 우체국 앞에 도로를 지나는 차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윤/네. 그래도 제주도엔 집회나 기자회견 하기에 좋은 장소가 있잖아요. 제주도의회가 의사당 1층에 있는 도민의 방을 그런 분들에게 내어주고 있지 않습니까. 시간만 조금 늦추면 그곳을 이용할 수도 있을 텐데요.
조/네. 오늘 하려던 이야기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집회를 열려면 어쨌든 사람이 필요하잖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체국엔 따로 시간을 내서 집회를 진행할 인력적인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김용국 집배노조 제주본부장이 예전에 대규모 집회에 참여하려고 딱 한 번 연차 휴가를 낸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우편 배달은 밀리면 안 되니까 베테랑급 직원에게 부탁을 했는데. 그 직원이 휴식시간까지 줄여가며 일을 했는데도 등기우편물만 100통이 밀려서 퇴근을 못할 뻔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집회를 열고 이게 끝나면 바로 출근을 해야 하는 건데요. 집배 노동자들은 오전 8시부터 우편물 분류 작업 등 업무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업무 준비하기 위해선 통상 오전 7시에서 늦어도 7시 반까진 출근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집배 노동자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벽 6시45분에 집회를 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윤/네. 그렇군요. 인적이 드문 시간에 아침잠을 포기해가며 1년째 집회를 이어가는 데엔 그만큼 절실한 이유가 있다는 건데요. 시작하면서 이분들이 최소한의 노동조건을 요구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조/네. 방금 집회에 참여할 인력도 없어서 출근 시간 전에 집회를 연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가장 첫 번째로 요구하는 사항이 바로 인력 충원입니다. 작년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 중인데요. 여기에 맞추기 위해선 2천명을 늘려야 한다고 합니다. 이 기준은 작년 10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 내놓은 권고안에 따른 것입니다.
윤/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이면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 집배노조,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죠.
조/네. 그렇습니다. 집배 노동자들이 장시간 근무로 인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니까 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그래서 정부가 주도해 지난 2017년 기획추진단을 출범시켰고요. 기획추진단은 집배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7대 정책권고안을 내놨는데요. 그 중 하나가 아까 말씀드린 정규직 집배원 2천명 증원하는 내용이고요. 또 토요일 근무를 폐지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의 구축, 집배업무강도 진단시스템의 개선, 수평적 조직문화 구현, 집배원 업무 완화, 우편의 공공성 유지와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재정 확보 등이 포함됐습니다.
윤/네. 그렇군요. 기획추진단에 사측인 우정사업본부가 들어가 있으니까 당연히 노사 합의가 이뤄진 사안일 텐데... 이게 아직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거죠?
조/네. 집배노조는 집회에서 “정부가 노사가 함께 합의해서 나온 안이라서 사업본부가 이걸 지키지 않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토요일 근무를 폐지하는 권고안과 관련해서 사업본부가 우편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토요 택배 근무를 재개한다고 하는데요. 우체국 택배 한 통당 10원도 안 남는데 사업본부가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집배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택배 한 건 배달에 수익이 10원도 남지 않는다구요... 어쨌든 우정사업본부 입장에선 10원이라도 수익이 생기니까 토요 택배를 재개하려는 거구요. 씁쓸합니다.
조/네. 그래서 토요 택배를 반기는 이는 홈쇼핑 관계자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또 집배 노동자의 업무량을 산출하는 근거도 문제입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집배부하량 산출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초 단위로 처리할 수 있는 총물량을 뜻하는데요. 일반우편 1통은 2.1초, 등기우편은 2.8초, 소포나 택배는 30초입니다. 그런데 감사원의 감사 결과 이 처리시간에는 여유시간이나 휴식시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그런 것들이 다 장시간 근무로 인해 숨지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겠군요.
조/권고안 중 하나인 집배 업무강도를 진단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근무하는 집배 노동자의 조건은 열악합니다. 제주도는 다른 육지부에 비교해 인구 밀집도가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집들이 모여 있으면 배달할 때 이동 거리와 시간은 비교적 짧고 집이 띄엄띄엄 있으면 배달 건수가 같아도 이동 거리와 배달 시간이 더 길어지잖아요. 이런 점이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기준 전국 집배 노동자의 연평균 근무 시간은 2천700시간인데 비해 제주지역 집배 노동자의 근무 시간은 200시간이 더 많은 2천900시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윤/우편 배달 건수가 같아도 제주지역의 집배 노동자의 업무 시간이 더 긴 이유가 거기 있었군요. 참고로 OECD 가입국 중 근로시간이 길다는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무 시간은 2천52시간으로 알고 있는데요. 제주지역 집배 노동자는 900시간을 더 일한다는 거군요. 수치만 봐도 집배 노동자의 과로 문제는 명백해 보입니다. 또 작년에 본격적으로 릴레이 아침 집회를 시작하게 된 배경에 장시간 업무 환경 개선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면서요.
조/김용국 본부장에 따르면 처음엔 자기신체사고 보험 가입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집배 노동자는 업무 특성상 교통사고가 잦을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정사업본부는 대부분의 차량에 대해 자동차 보험 보장 종목 중 대인과 대물만 가입하고 있습니다. 작년 감사원 감사 결과 우정사업본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차량은 총 1만9천410대이며 이 중 오토바이는 0.7%, 자동차는 18.1%만이 자기신체사고 보장에 가입돼 있었습니다. 사고가 날 경우 상대방의 피해만 물어주고 정작 사고 위험에 노출된 집배 노동자의 피해에 대해선 나몰라라하는 겁니다.
윤/배달이라는 업무 시간 중 일어나는 사고이니까 어떻게 보면 산업재해에 해당할 수도 있는 건데요. 다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치료비까지 본인이 부담하라는 거군요. 정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조/그야말로 집배 노동자들은 죽지 않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건데요. 한 사회에서 우편 배달은 꼭 필요한 노동이지 않습니까. 그런 관점에서 이들의 투쟁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윤/네. 지난달 키워드 뉴스에서 청년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이야기를 다루면서 배달 업무가 급증하는 데 비해 배달 업무를 하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집배 노동 여건이 개선된다면 한국 사회 내 만연한 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구요.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2. 하수 2천톤, 새벽에 배출하면 OK?
조/하수 2천톤, 새벽에 배출하면 OK?,입니다.
윤/하수를 새벽에 배출하면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떤 얘긴가요.
조/제가 한 말은 아니고요. 어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도정질문에서 한 답변인데요. 제주도의회는 1년에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도정질문을 벌이는데요. 도의원이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도정 전반에 대한 질문을 하고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올 하반기 도정질문은 어제, 오늘, 내일 총 사흘간 이어집니다. 그런데 어제 더불어민주당 문경운 의원이 드림타워의 하수 처리 대책을 질의하니까 원 지사가 “배출 시간을 조정해 하수 처리 부담을 분산하면 된다”는 식으로 답한 겁니다.
윤/드림타워라면 제주시 노형동에서 올라가고 있는 건물 말씀하시는 거죠. 내년 3월이 준공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원 지사의 답변은 하수가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서 배출하면 어느 정도 처리 부담이 줄어든다는 거 아닙니까.
조/네. 맞습니다. 우선 드림타워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지하 6층, 지상 38층 건물로 높이가 169미터 규모입니다. 제주지역 내 최고층 빌딩이죠. 객실수 1600실의 호텔과 레스토랑, 바,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복합리조트 시설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오폐수 처리가 문제입니다. 드림타워가 개장되면 1일 평균 4900여 톤의 오폐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사업자는 이 중 2700톤은 자체 중수도 시설로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수도는 이미 사용한 수돗물을 처리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신체에 닿지 않는 물, 그러니까 수세식 화장실이나 청소에 사용되는 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윤/하루에 발생하는 오폐수가 4900톤. 그 중에서 2700톤은 중수도로 이용하고. 그럼 나머지 2200톤은 어떻게 처리하는 건가요.
조/하수처리장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데요. 드림타워의 하수관과 연결되는 하수처리장은 도두동 하수처리장이라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여기가 이미 시설용량이 포화된 상태입니다. 원 지사는 부하가 많이 걸리는 시간대에 제주하수처리장으로 드림타워의 하수가 배출되는 일이 없도록 부담을 분산하는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그 대책이란 게 드림타워 내 1325톤 규모의 유량조정조를 설치해 낮 동안 발생한 오·폐수 일부를 저장했다가 밤 12시부터 오전 7시 사이에 배출한다는 겁니다.
윤/도두하수처리장은 최근 처리량이 시설 대비 100%에 가까운 상황이지 않습니까. 참고로 도두하수처리장의 시설 용량은 1일 13만톤이구요. 그런데 특정 시간대에만 포화 상태가 되는 게 아니라 총량 자체가 이미 처리 용량을 넘어서는 건데. 배출 시간을 조정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조/환경단체 관계자 역시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이미 시설 용량이 포화인 상태에서 일부 오·폐수가 제대로 정화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나가는 상황”이라며 “하수를 모았다가 새벽 시간대 내보낸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실상 하수 처리 시설이 늘어나지 않는 한 오폐수 대부분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거죠.
윤/도두하수처리장 시설을 증설하는 현대화사업이 계획돼 있긴 한데요. 그런데 증설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5년 아닙니까. 드림타워 완공은 내년 3월이고. 5년이 넘는 기간 드림타워에서 발생하는 하수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보이는군요.
조/네. 그렇습니다. 김정도 팀장은 “현재 하수처리장 시설 자체도 제대로 운영이 안 되고 있고 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준공 시기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폐수 배출 시간 조정으로 드림타워의 하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문제가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월에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봉 의원이 이 점을 지적했는데요. 당시 원 지사는 드림타워가 완공될 때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윤/지난 6개월간 검토한 대책이 배출 시간을 조정한다는 거다... 충분치 않아 보이긴 합니다. 하수는 특히 지역주민은 물론 도민 전체의 삶의 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문제 아닙니까. 해양 환경오염까지 유발하구요. 사업자가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도정도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키워드 뉴스>, 제주투데이의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