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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8월 30일(금) 과학탐험가가 본 화산섬 제주의 지질학적/생태학적/인류학적 가치(국내 1호 과학탐험가 문경수)

■ 방송 : 제주MBC 라디오 <라디오제주시대> 제주시 FM 97.9 서귀포시 FM 97.1 서부지역 FM 106.5 (18:05~19:00) 

■ 진행 : 윤상범 아나운서

■ 일시 : 2019년 8월 30일(금)

■ 대담 : 문경수 탐험가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윤상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탐험’에 대한 동경이나 꿈을 갖고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 만나 볼 분은 그 어린 시절에 누구나 꿨던 꿈, 그렇지만은 누구나 이루지는 못했던 꿈을 이룬 분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국내 1호 과학탐험가라고 합니다. 문경수 선생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안녕하세요?

○문경수> 네. 안녕하세요? 문경수입니다.

●윤> 예. 제가 ‘과학탐험가’라고 소개를 드렸습니다.

○문> 네. 맞습니다.

●윤> 그리고 지금 딱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마 우리 청취자분들께서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혹시 그 예능에 나오셨던.

○문> 아, 그렇죠. 몇 년 전에 그 (효리네) 민박집에 나왔던.

●윤> 그렇죠. 그 민박집

○문> 그 사람 맞습니다.

●윤> 제가 다른 방송사라서 소개를 안 할까 하다가. 과학탐험가라고 소개를 드렸는데 과학탐험가가 과연 무엇인가라고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문> 네. 사실 탐험가라는 직업도 되게 낯선 직업이잖아요. 근데 이제 그 앞에 과학이 붙어 있다 보니까 그냥 말 그대로 풀이를 하면은 과학적인 주제들로 탐험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린 시절에 다 좋아했던 우주, 공룡, 오로라, 화산, 이런 것들을 주제로 과학적인 탐험들을 한다고 보시면 되죠.

●윤> 과학 전 분야에 걸쳐서.

○문> 네. 그렇죠.

●윤> 저는 처음에 과학탐험가라고 그래서 인디아나 존스의 과학 판인가 이렇게 좀 생각도 했었는데.

○문> 뭐, 그것도 틀린 건 아닙니다.

●윤> 근데 가서 총 쏘고 그러시진 않잖아요.

○문> 그렇죠. 저희도 채찍도 필요 없고.

●윤> 저희가 모신 게, 문경수 탐험가께서는 제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크시고 방송에 출연하셔서도 그 애정을 굉장히 좀 많이 보이셨었단 말이죠.

○문> 네. 맞습니다.

●윤> 책도 내셨고. 제주가 왜 이렇게 탐험가 입장에서 매력이 있었을까요?

○문> 사실 제가 지난 10년 넘게 탐험을 하면서 저 같은 경우도 원래 탐험이라고 하면 이렇게 외국에 나가서 좀 커다란 협곡이라든지 그런 곳을 가는 게 탐험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가 외국의 탐험을 다니면서 제가 한국에서 왔다라고 소개를 하면 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이 저한테 제주도 가봤냐고 질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윤> 제주도를 얘기를 해요? 그 사람들이?

○문> 제주말로하면 ‘제주도 가봔?’ 물어봤더라는 거죠.

●윤> 아, 그래요?

○문> 네. 그래서 열심히 자랑을 했죠. 여기 저기 갔고 또 중문관광단지 가면 또 재미난 게 많이 있다라고 했더니 이 과학자들이 저한테 하는 얘기가 너는 한국에도 제주도처럼 과학적인 가치가 어마어마한 보물섬이 있는데 왜 거기를 탐험 안하고 이렇게 남에 나라만 탐험을 다니냐 그랬어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나 싶어서 하나둘씩 차근히 알아보다 보니깐 정말 충격을 받았죠. 정말 제주도가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 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섬이구나라는 걸 알게 돼서 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윤> 네. 사실 최근에 제주도민들도 제주도가 지질학적 가치라던가 여러 과학적인 가치가 높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지만은 그래도 우리가 보통 제주도 생각하면 수려한 자연경관, 휴양지, 이렇게 생각을 하지, 과학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은데 외국인들이 오히려 관심을 더 갖고 있군요.

○문> 네. 그래서 저한테 제주도 가봤냐고 물어봤던 이 과학자들의 의견을 좀 종합을 해보면 크게 3가지였는데요. 첫번째는 뭐냐하면 이를테면 제가 하와이에 가서 하와이에 있는 과학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하와이와 제주도가 형제 섬이라는 겁니다.

●윤> 형제 섬이요?

○문> 네. 뭐 이를테면 형성 기원이 비슷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장 표면적으로 보시면은 한라산도 마찬가지고 하와이에 있는 화산들도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서 측면에서 보게 되면 마치 방패를 뒤집어 엎어놓은 것처럼 경사가 완만합니다.

●윤> 아, 그렇죠. 이게.

○문> 네. 그래서 그런 화산을 방패화산 혹은 순상화산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경사가 완만한 화산이 만들어지려면 용암의 성분이 죽처럼 묽어야 됩니다. 그래야만 높이 쌓이지 않고 넓게 퍼져서 굳어지니까 경사가 완만해지는 거고요. 그러고 또 이제 제주도 같은 화산섬 같은 경우에는 화산 지형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독특한 생태계가 있는데 그게 바로 곶자왈이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되게 의외의 포인트였는데, 이렇게 화산지형과 화산 생태환경을 거점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제주 사람들의 삶의 이면을 한번 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즉, 정리를 해보면 이 사람들은 제주도를 한 번도 와보진 않았지만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인 다양성, 곶자왈이라는 생태학적인 고유성 그리고 제주 분들의 삶이라는 인류학적인 다양성의 관점으로 이 제주라는 섬을 보고 있었다라는 거죠.

●윤> 예. 굉장히 흥미 있는 사실입니다. 사실 제주인들의 삶이라는 것이 이 제주의 환경에 적응하는 그런 삶 아니였겠습니까?

○문> 그렇죠. 맞습니다.

●윤> 그러니까 단순한 지질적이라든가 과학적인 가치만을 넘어서 그 환경에 살고 있는 제주 사람들의 인문학적 가치까지도 관심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문> 맞습니다. 그렇죠.

●윤> 정작 우리는 무심했는데.

○문> 그렇죠.

●윤> 굉장히 흥미 있는 얘기들이 되는 거 같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충격을 받고 나도 제주도에 대해서 좀 잘 알아야 되겠다?

○문> 네. 그래서 언제고 시간이 되면 제주를 좀 입체적으로 봐야 되겠다라고 이제 계속 준비를 하고 있다가 아까 말씀하신 그 몇 년 전에 민박집에 출연하게 되면서 저도 이제 이 제주에 계시는 화산학자분들이나 그 자연과학자분들하고 일주일동안 제주를 심도있게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저 또한 그때 제주의 모습을 보고서 거의 충격을 받았죠. 생각을 해보니까 내가 그동안 봤던 제주의 모습은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봤던 카페와 바다 밖에 없구나. 내가 한 번도 내 등 뒤에 있는 이 제주도의 속살을 본적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거를 좀 많은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다라는 계기를 좀 갖게 됐던 것 같습니다.

●윤> 예. 지금 제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와중에 한 번씩 눈을 보기가 무섭습니다. 워낙에 지금 선생님이 초롱초롱하게 눈빛이 빛나셔 가지고, 그만큼 제주에 굉장히 흥미를 갖고 있고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볼 수가 있는 부분들이죠. 오늘 제주의 천연동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시고 싶다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

○문> 네. 맞습니다.

●윤> 천연동굴, 제주도의 천연동굴 유명한 곳들도 많이 있고 아직 사실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도 많이 있는데 왜 여기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문> 일단 그 많은 분들이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라는 거는 다 알고 계시잖아요. 근데 그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그 결정적인 의미가 뭐냐면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입니다.

●윤> 그렇죠. 타이틀이 그렇죠.

○문> 그렇죠. 타이틀이 그렇게 됐죠. 즉, 그 얘기는 이 제주라는 화산섬을 이루고 있는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중에 하나가 용암동굴이라는 얘기인데요. 우리가 보통 제주의 용암동굴을 떠올리면 수학여행의 단골 코스였던 만장굴을 많이 꼽잖아요. 근데 만장굴이 사실 규모도 크고 여러 가지 과학적 가치가 많이 있긴 하지만, 사실 저는 제주를 약간 탐험하면서 가장 만장굴을 포함해서 이 용암동굴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의미가 바로 이 만장굴 같은 용암동굴을 발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간단하게 만장굴만 좀 말씀을 드리면은 이 만장굴도 지금으로부터 약 75년 전에 해방 직후에 제주 김녕 초등학교에 초임교사로 부임하셨던 부종휴 선생님이랑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 30명이 짚신 신고 횃불 들고 들어가서 이 만장굴을 발견한 거거든요.

근데 저는 왜 이 만장굴을 발견한 이야기가 또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냐라고 생각해보면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지난 인류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위대한 발견을 했던 탐험가, 과학자가 많이 있는데요. 그런데 이 분들은 전부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 집단이었습니다. 배울 만큼 배웠고 또 정부와 귀족의 막대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건데 제가 생각한 것도 아니고요. 저도 이제 전문가 분들에게 들은 얘긴데 인류역사를 통틀어서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될 정도의 아주 세계 최대 규모의 용암동굴을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짚신 신고 횃불 들고 들어가서 밝히는 경우는 인류역사에 없다라는 거죠.

그래서 이거를 굳이 의미를 뽑아내 보자라면 지금도 이제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평가를 하시더라고요. 물론 그런 과학적인 발견도 중요하지만 그 당시의 부 선생님이랑 아이들이 함께 했던 이런 어떤 교육 형태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교육 형태의 전형이라는 거죠. 즉, 자연과 분리되지 않은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상상력과 호기심을 발산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 우리가 또 지금 이렇게 너무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까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는 것. 또 자연과 더불어 교육한다라는 게 도대체 우리한테 어떤 의미인지 저는 만장굴의 발견 사례를 보면서 좀 가슴 깊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윤> 제주도 김녕의 톰 소여들이 발견한.

○문> 맞습니다.

●윤> 만장굴. 자꾸 제가 얘기를 하면 반성하게 되는데 만장굴은 제주도민들은 누구나 다 잘 알고 있고 한 번씩은 가본 곳이고, 특히 저만해도 가끔씩 갑니다. 이제 여름에 더위 피하러 가는 곳인데 그 이면에 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사실 그렇게까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어서. 왜냐하면 우리 제주도민들에게는 그냥 항상 거기에 있었던.

○문> 그 자리에 있는 거죠.

●윤> 예. 하지만 그 가치를 잘 몰랐던, 지금이라도 더 가치를 잘 알고 그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간다면은 아까 인문학적 가치 얘기 하셨습니다. 그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거잖아요?

○문> 그럼요. 제주가 세계 자연유산이라고 해서 이 자연학적 가치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결국 그 자연에서 얻은 영감들이 이제 여러 가지 컨텐츠로도 확장도 되고 그런 상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저는 그런 부분이 더 제주의 어떤 부가가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윤> 어디선가 이 얘기를 듣고 있는 분들 중에서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도 있어요.

○문> 누군가 지금 기획을 하고 계실지도 모르죠.

●윤> 제가 보니까 탐험가님께서 지금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문> 아닙니다.

●윤> 그런데 이렇게 알아가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고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잘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주면서 이야기를 점점 늘려나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작업 아니겠습까?

○문> 그렇죠.

●윤> 그런데 그 부분에 사실 우리가 좀 약한 것 같아요.

○문> 그렇죠. 사실 이거의 문제점이 어디부턴가 찾아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요. 결국 이런 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보통 우리가 문과, 이과도 많이 나누고 있는데 사실 지구상에서 문과, 이과를 나누는 나라가 몇 군데 없다라고 얘기 했잖아요.

●윤> 문송한 나라들이 사실 별로 없어요. (문송: 기업에서 이과의 채용을 늘리면서 문과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의미로 만든 신조어)

○문> 그렇죠. 사실 그 특정 대상이나 특정 장소도 마찬가지지만 그 지역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측면만으로는 보기 어려운 거거든요. 생태학적인 관점, 지리학적인 관점, 인문, 역사학적인 관점들을 같이 봐야만 그 지역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건데 좀 우리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 그냥 내 분야만 알고 또 내 고향, 내 땅이니까 내가 아는 선에서만 너무 이렇게 알고 있다 보니까 그런 것들을 조금 하모니를 이루지 못하는 것 같은데요. 조금 더 내 생각도 생각이고 내 관점도 있지만 다른 관점을 좀 받아 들여서 우리가 몰랐던 그런 가치와 부가가치를 끄집어내는 작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윤> 제주도 곳곳을 많이 다녀 보셨을 테니까. 다녀 보시면서 좀 안타까운 부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최근에 동굴 얘기라든가 숨골 얘기, 제주 환경에 대한 얘기들이 참 많이 나오잖아요.

○문> 사실 제가 대표성을 띄진 않지만 어쨌든 다른 육지 분들보다는 제주에 많이 오기 때문에 그런 현장들을 많이 목격을 하고 있죠.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지금 제주 환경문제의 가장 중심축이라고 보면은 중산간에 위치한 곶자왈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곶자왈이 사실 몇 십년 전에 비해서 지금 제주 전체 면적의 일부분만 차지를 하고 있어서 아주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보통 흔히 곶자왈을 가보신 분들은 많이 계실 거예요. 그런데 그곳의 가치와 의미들은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산책하기 좋은 길이네. 경치 아름답네. 이렇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곶자왈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제주 지하수를 함양하는, 그 함양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거구요.

또 제주 곶자왈에는 돌과 돌 사이에 구멍의 틈이 많기 때문에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가서 땅 속 지열을 덥혀 주고 또 따뜻한 바람이 돼서 천연 공기 순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지역의 생태학적으로도 지구상에서 아주 중요한 그런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건데. 그래서 정리해보면 결국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저는 최선이자 최대의 방법은 내가 먼저 자연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나랑 가장 가까운 가족 혹은 친구한테 정확히 알려주는 것부터가 내가 내 자리에서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윤> 곶자왈 얘기 하셨지만 사실 최근 한 20년 사이 같아요. 골프장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섰군요.

○문> 그만큼 사라진 거죠.

●윤> 예. 그 필터들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말씀이 될 수도 있는 거고.

○문> 그렇죠.

●윤> 그 주변부터 정확하게 알려주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역으로 얘기한다면은 그 가치를 그만큼 몰랐기 때문에.

○문> 그렇습니다.

●윤> 파괴를 그만큼 해왔다. 그 해외 과학자들은 그렇게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고 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 예전에 비해서는 그 가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기는 했지만은 그 높아진 관심만큼 그렇다면 잘 보호를 하고 있는가. 그 부분은 좀 생각해 볼 문제가 있고요.

○문> 그렇죠. 그 부분은 생각해 볼 문제가 있는데, 제가 얼마 전에 한 식물학자 분을 만났는데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만약에 10년 정도만 제주도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라면 제주 전체가 곶자왈화 될 거라고. 그만큼 자연의 회복력은 뛰어난데.

●윤> 10년이면 됩니까?

○문> 우리 인류문명이 자연한테 10년이라는 휴식기간을 주기에도 쉽지 않은 지금 상황에 놓여 있는 거죠.

●윤> 예. 제가 어느 해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인류가 지구상에서 갑자기 어느 순간 싹 사라져 버린다면은 한 50년이면 다 회복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 네. 맞습니다.

●윤> 제주도는 10년이면 또 회복이 될 정도로. 참,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인간이 해악만 끼치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만은. 얘기를 하면서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우리 문경수 탐험가님께서는 전공이 뭡니까?

○문> 저는 전공이 이렇게 과학을 주로 탐험을 하고 있지만 전공은 컴퓨터 공학입니다.

●윤> 책상 앞에 앉으셔, (연구를 하고) 있으셔야 되는 분이 지금 탐험을 하고 다니시는 거네요.

○문> 네. 그렇죠.

●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신 겁니까?

○문> 네. 그런 계기는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과학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었고요. 약간 정말 전형적인 과포자(과학 포기자).

●윤> 과포자가 지금 과학탐험가를 하고 있는 거죠.

○문> 네. 근데 그 시절을 떠올려 보면 막연하게 그런 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골에서 저도 컸다보니까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저걸 좀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막연하게 조금 천문학과에 가보고 싶다라는 그런 생각은 갖고 있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죠. 성적도 안 되고 하니까. 근데 그 당시에 저희 동네에 살던 형이었는데 그 형도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야, 사람이 우주에 갔는데 천문학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거죠. 이 사람들은 우주에 가서 밥을 안 먹냐? 그러면 우주식량을 연구하는 식품전문가도 필요할 텐데 왜 굳이 천문학 성적도 안 되는데 천문학만 갈려고 하냐. 그러니까 저는 그래서 그 당시에 좀 컴퓨터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뭔가 우주개발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해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을 했구요. 또 운이 좋게 처음으로 입사했던 회사에서 했던 일이 우리나라에 있는 아리랑이라는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관제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했기 때문에 나름 좀 우회를 했지만 그게 또 단초가 돼서 계속 관심을 쌓다 보니까 이렇게 전혀 다른 탐험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윤> 예. 참, 이게 개인적이 얘기인데 저도 어릴 때 꿈이 천문학자였었거든요.

○문> 아, 그러세요?

●윤> 예. 근데 선생님이 안 돼 그러더라고요.

○문> 아, 그렇죠. 보통 안 된다고 하시죠.

●윤> 너 수학 못하니깐 안 돼, 그래서 그냥 마음을 접었었는데. 그것을 우회해서 갈 수 있는 방법,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그런걸 보면 우리 교육이 참 하나에만 너무 이렇게 집중시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 그렇죠. 이제는, 이제는 조금 열려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윤> 얘기 듣다보니까 영화 <마션>이 생각이 나는데, 갑자기 화성에 가서 생존해서 돌아오는 화성판 로빈슨 크루소 얘기 아니겠습니까?

○문> 네. 맞습니다.

●윤> 그런데 그 영화의 주인공도 사실은 천체학자라든가 우주 관련된 부분이 아니라 식물학자였어요.

○문> 그렇죠. 맞습니다.

●윤> 그러니까 이것이 다 융합 돼 있는 부분인데. 우리 어린 학생들이 있는 집에서도 지금 선생님 하시는 말씀을 굉장히 좀 잘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문> 네. 그렇죠. 사실 우리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나 공룡을 좋아하면 칭찬받지, 이게 중고등학교까지 가서 공룡을 좋아하면 사실 주변의 시선이 조금 별로 안 좋잖아요. 근데 저는 이제는 우리 기성시대 때는 안됐지만 정말 요즘에는 남들이 보기에는 하찮고 작더라도 그 분야에 오랜 시간 동안 집중을 하게 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잖아요. 이제는 부모님들께서 아이들의 호기심에 투자를 좀 하셔도 되는 시대가 아닌가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윤> 뭐예요? 이거 지금. NASA랑도 일을 하셨습니까? 혹시.

○문> 네. 몇 번 같이 탐험을 했었죠.

●윤> 제가 지금 이력서를 좀 보다 보니까.

○문> 아, 이력서가 있나요?

●윤> 예. NASA와 아시아인 최초로 서호주 탐험을 하셨다? 이건 무슨 내용입니까?

○문> 네. 바로 그 영화 <마션>의 지구 버전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이렇게 과학자들이 화성에 가기 전에 지구상에도 화성이랑 지질학적인 구조가 비슷한 곳들이 몇 군데 있습니다. 그런 곳에 가서 우주복의 프로토 타입 모델이나 여러 가지를 만들어 와서 시뮬레이션을 하는 그런 탐사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곳에 운이 좋게 2년에 한번씩 같이 NASA팀이랑 탐험을 하고 있습니다.

●윤> 근데 선생님 이력이, 전공이 컴퓨터 공학과라는 것은 그 사람들도, NASA에서도 알고 있을 거고.

○문> 그럼요.

●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일원으로서 참여를 하게 해줬다는 것은 그 사람들도 굉장히 좀 열린 생각을 갖고 다양하게 바라본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문> 맞습니다. 제가 NASA를 만나게 된 계기도 제가 사실 탐험가를 하기 전에는 과학 기자를 잠깐 했었는데요. 기자를 하고 호주에 가서 탐험을 하려고 여행사에서 취직해서 일하다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NASA 과학자가 쓴 책을 보고서 마침 호주에 있길래 만나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게 됐는데 그렇게 돼서 만나게 됐죠.

●윤> 경력도 굉장히 많으신 거 같습니다.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이력이 굉장히 독특하시면서 참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그런 이력인 거 같기도 하구요. 지금 탐험가로써 세계 여러 곳을 탐험하고 또 특히 우리 한국에서는 제주도에 관심을 갖고 좀 많이 오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주도에서는 앞으로 또 어느 곳을 찾아가서 연구를 하고 좀 탐험을 해보고 싶으세요?

○문> 사실 제가 오늘 아마 오전인데요. 천연동굴에 관련된 전문가 토론회를 잠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한 제주에 계시는 동굴전문가 분께서 하신 얘기가 제가 너무 지금 가슴에 울림이 오고 있는데. 그 분이 어떤 얘기를 하셨냐면 지하 세계를 제대로 알아야 지상을 지킬 수 있다.

●윤> 지하를 알아야 지상을 지킬 수 있다?

○문> 네. 즉, 제주에 빗대서 말씀을 드리면 제주에 있는 지상 밑에는 정말 수백 개의 용암 동굴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용암 동굴이 물론 자연사학적으로 보면은 가치가 있는데. 그렇다고 가치만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이것만 보존만은 또 할 수 없잖아요. 사람이 사는 터전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사실 우리가 늘 뭔가 개발을 하던, 아니면 사람인과 자연이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지하의 세계까지도 다 이해를 해야만 조금 더 뭐랄까요? 지속 가능한, 자연을 보존하면서 계속 사람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그런 게 되지 않나 싶어서 조금 더 기회가 된다라면 제주의 용암 동굴들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구요. 좀 더 나간다라면 바로 제주 인근 연안바다 안에 있는 해저 분화구들도 많이 좀 탐험해보고 싶은 게 개인적으로 소망입니다.

●윤> 앞으로 자주 출연을 하셔야겠습니다. 가치를 아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구요. 소수만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를 하게 됐을 때 진정한 가치를 발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이야기들을 가끔 오실 때마다 출연하셔서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저희 집이 그냥 민박을 하겠습니다. 다음엔 저희 집 오셔서 출연까지 같이 패키지로 하시는 걸로 그렇게 하도록 하죠.

○문> 네. 알겠습니다.

●윤> 오늘 굉장히 재미있는 얘기 많이 들어봤습니다. 국내 1호 과학탐험가 문경수 씨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문>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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