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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9월26일(월) <로스쿨> 노동자 동의 없는 지역농협 간 전적 명령의 효력 (김혜선 노무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김혜선 노무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 : 네. 안녕하세요. 김혜선 노무사입니다.

윤 : 오늘 무슨 얘기를 나눠볼까요?

김 : 노동자 동의 없는 지역농협 간 전적 명령에 대한 효력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나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윤 : 도내 사건으로 언론에서도 많이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선, 전적이란 게 뭔지부터 얘기해볼까요.

김 : 전적이란 노동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기존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해지하고 이적하는 기업과의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방법으로 이뤄지고 보통 계열사 사이에서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윤 : 그런데, 말씀하신 전적의 의미대로라면,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가 단절되고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되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건 그냥 노동자가 새로운 직장을 구한 것이 아닌가요?

김 : 보통 인사명령이라고 하면, 동일한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전직, 전보 발령을 생각하는데, 오늘 말씀드릴 전적은 말 그대로 기존 근로계약의 해지가 전제되고 노동자의 기본적인 신분의 변경이 초래되기 때문에 일반 인사명령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단, 노동자가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과 달리 이미 내가 갈 직장이 예정되어 있다는 점과 기존 사용자와 새롭게 계약할 사용자 사이에 이미 노동자의 이동이 예정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 : 하지만, 전적은 말 그대로 나의 소속을 바꾸는 것인데, 이것도 사용자의 인사명령으로 가능하다는 건가요? 그렇다면 노동자가 너무 불리할 것 같은데요.

김 : 맞습니다. 민법은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이런 법 내용에 따라 전적은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만 유효하다고 봅니다.

윤 : 그러니까 무조건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다른 기업으로 전적할 것을 강요하거나 일방적으로 명령할 수는 없고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야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김 :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전적에 대한 노동자의 동의를 전적처분이 있을 때마다 해야하는지, 아니면 사전에 포괄적으로 동의를 받아두면 문제가 없는 지 여부인데, 이번 사건에서도 노동자들이 전적에 대한 포괄적 동의를 했는지 여부, 개별적 동의를 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가 쟁점이었던 사안이었습니다.

윤 : 그럼, 사건 내용을 살펴볼까요.

김 : 구체적 내용을 말씀드리기 전에 배경설명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주지역에는 10개의 지역농협이 채용, 인사 등에 관한 업무협의를 위해 조직한 협의체인 제주시지역농협 인사업무협의회가 있습니다. 이 협의회에서는 매년 2~3월 경 10개 농협의 신규채용, 승진, 인사이동, 인사교류 등에 대해서 협의하고 협의회의 의결로 인사를 실시하는데, 이 때, 인사교류라고 하는 것이 바로 지역 농협 간 노동자를 전적명령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2020년 한림농협 4명의 노동자가 협의회 의결로 고산, 김녕, 한경농협으로 전적된 것에 대해 노동자들이 부당전적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윤 : 지역농협에 채용될 때 혹시 제주시 관내 다른 농협으로의 전적에 대해서도 사전에 동의를 하고 채용이 되나요?

김 : 재판부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았는데, 이 사건 근로자들이 2014년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인사교류에 대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2017년 개정된 한림농협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인사교류에 따라 임용되는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고 정하고 있고 그 근로계약서에는 2014년 계약서에 있는 인사교류와 관련된 내용은 삭제되어있고 오히려 ‘사업주는 인사교류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해당 근로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림농협은 현재 개정 인사규정에 따라 소속 노동자들과 변경된 근로계약서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으며 농협중앙회에서 안내하는 ‘농축협 인사운용 지도’에서도 인사업무협의회에 인사교류 시 노동자로 하여금 ‘인사교류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지도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한림농협이 노동자들로부터 사전에 전적에 대한 유효한 포괄적 사전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계약서 내용 외 구체적인 운영 실태를 살펴서 판단했군요.

김 : 그렇습니다. 나아가 법원은 한림농협이 뒤늦게 노동자들에게 ‘인사교류 동의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한 점, 2014년 체결한 근로계약의 내용은 2017년 개정된 인사규정 내용의 기준에 미달해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한림농협은 노동자 4명이 인사교류 명령 후 아무런 이의 없이 퇴직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전적 명령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했습니다만, 이 역시 노동자들이 전적명령 시 퇴직금 수령을 거부했던 사실이 있고 퇴직금 수령을 거부했음에도 한림농협 측에서 퇴직금은 유보나 이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해서 어쩔 수 없이 수령한 것으로 보이고 노동자들이 전적된 지역농협에서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하지 않은 점, 소송 전에 이미 전적효력정지가처분과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점을 보면 전적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그런데 말씀하시는 내용을 들어보니, 이미 제주시 내 지역농협들 간에 이런 인사교류(전적)이 많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아닌가요?

김 : 네, 사용자도 이 부분을 주장했습니다. 이미 약 20여 년 간 시행되어왔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로부터 사전 동의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사실상 제도로 확립되어 운영되고 있었다는 주장인데, 법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의 경우 인사교류의 관행이 있었던 것은 인정되지만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타 조합으로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었다거나 지역농협들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 사실로 명확히 승인되었거나 노동자들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사실상 제도로 확립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윤 : 아까 이미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이 동일한 내용에 대해서 전적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하고 노동위원회에 부당전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제기했었다고 하셨는데, 이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김 : 이 소송의 원고 노동자들은 이미 인사교류(전적) 명령 직후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건 원고 중 3명이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한림농협지회 조합원들이었는데 조합원들은 부당전직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도 제기를 했었던 상태였습니다. 효력정지가처분은 인용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제주시 인사업무협의회는 노동자 4명에 대해 다시 한림농협으로 ‘재전적’을 하는 방식을 사용해서 한림농협으로 복귀를 시켰습니다.

윤 : 그럼, 다시 원상태로 복귀된 것 아닌가요? 왜 이런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이죠?

김 : 앞서 말씀드린 노동위원회 사건을 제가 담당했었는데, 노동위원회에서는 협의회가 노동자들에게 행한 한림농협으로의 재전적으로 사실상 노동자들이 부당 전적을 다툴 실익이 없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만을 인정하고 부당전적 부분은 각하 처분을 했습니다. 하지만, 전적 취소와 재전적은 엄연히 다른 것이거든요. 그래서 노동자들이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입니다.

윤 : 어떻게 다른가요? 다시 한림농협으로 돌아왔으니 문제되는 것이 없지 않나요?

김 : 아닙니다. ‘전적 취소’라는 것은 기존 전직명령 즉, 인사교류 명령 자체가 취소되는 것이므로 내 인사기록 상 전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삭제되는 것이고 따라서 전적 기간 동안 받은 불이익들이 모두 해소되게 됩니다. 하지만 ‘재전적’이라는 것은 이미 ‘전적’이 된 사실을 기정사실로 인정한 상태에서 두번째 전적을 하게 되는 것이므로 노동자들의 부당전적이라는 주장과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타 농협에서의 전적 근무 기간 중 발생한 불이익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법적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윤 : 그럼, 재전적으로 될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뭔가요?

김 : 가장 큰 것은 퇴직금 문제였는데, 재전적이라고 하면 한림농협과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되고 이전 한림농협에서 근무한 기간은 타 농협으로의 전적 당시 이미 퇴직금을 지급받았으므로 퇴직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게 됩니다. 물론 타 농협에서 근무한 기간도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무기간이 축소되므로 퇴사 당시 평균임금으로 산정, 지급하는 퇴직금액에서 상당한 손해를 보게 됩니다. 두 번째로 이 사건 노동자들이 타 농협으로 전적되어 근무한 기간 동안 지급받은 임금과 한림농협에서 지급받아 온 임금과 성과급 사이에도 일부 차이가 있었는데 ‘전적 취소’가 되는 경우 이 임금 차액도 모두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윤 : 그럼 이번 판결에서는 노동위원회가 노동자들이 다시 한림농협으로 왔기 때문에 타 농협으로의 전적명령을 다툴 실익이 없다고 각하했던 부분을 다시 판단했다는 것이네요.

김 :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제적 불이익을 이유로 노동자들이 이미 ‘재전적’되어 한림농협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최초 전적에 대한 무효를 주장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보았고, 당사자 동의가 없어 무효인 전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윤 : 그럼 재전적으로 노동자들이 겪은 금전적 불이익에 대한 부분도 지급 판단을 한 것인가요?

김 : 맞습니다. 원래 노동자들이 전적되지 않고 계속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상여금 차액을 지급하면서 소장 송달일까지는 연 5%, 이후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최초 전적 당시 일방적으로 지급받은 퇴직금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다시 피고에게 지급하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더불어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조합원들에 대해 사용자인 한림농협이 위자료도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윤 : 어떤 부분에 대한 위자료 청구였나요?

김 :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은 한림농협의 이번 인사교류(전적)를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행위이자 노동조합의 조직, 운영에 지배․개입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이 부분은 노동위원회에서도 인정되었던 부분인데, 민사소송에서 이런 부당노동행위라는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노동자들이 노동조합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노동조합 역시 조직 및 활동에 방해를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림농협이 노동조합에는 위자료 300만원, 조합원인 노동자 3명 중 지회장이었던 노동자에 200만원, 조합원이었던 노동자 2명에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윤 : 이번 사건은 한림농협에서 일어난 사안이지만, 아까 말씀하신 대로 제주시 인사업무협의회라는 제주시의 지역농협들이 모인 협의체에서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면 큰 문제 아닌가요?

김 : 농․축협 내에서 인사교류라 불리는 전적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매우 오래전부터 운영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한림농협의 노동자들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이 전적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은 전적이 인정되어 부당 전적으로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농협을 지도, 감시하는 농협중앙회에서도 인사교류 시 해당자의 사전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고 그렇게 규정도 정비해 온 과정이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런 절차를 전혀 준수하지 않았고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사교류를 시행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 :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김혜선 노무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