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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 05분

인터뷰 전문보기 (2019년3월28일~ 2023년7월10일)

2022년9월19일(월) <로스쿨> 경찰관 및 보호관찰관의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건 (최호웅 변호사)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월요일에 만나는 시간. 생활밀착형 라디오 법률서비스 <로스쿨>!

오늘은 최호웅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최> 네. 안녕하세요. 최호웅 변호사입니다.

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요.

최> 오늘은 최근 선고된 대법원 판결 중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판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합니다.

윤> 대법원 판결이라고 하면 뭔가 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하니 이야기를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어떤 사건인가요.

최> 강간살인 피해자의 유족이 경찰관들 및 보호관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을 이유로 국가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윤> 국가배상 청구사건이라면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이네요.

최> 네. 그렇습니다. 강간살인을 당한 피해자의 남편과 자녀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사건인데요. 2017년에 항소심 판결이 있었는데 원고들이 패소했었습니다. 그런데 5년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에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 아. 언론에서 ‘중곡동 전자발찌 살인사건’이라고 불렀던 사건 이야기이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먼저 좀 해주시죠.

최> 먼저 범죄자 A씨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A씨는 성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을 받은 사람으로 200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강도강간등) 등의 범죄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A씨는 형 집행 종료를 앞두고 전자장치부착법에 따라 7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하는 결정을 받았고 2011.11. 9. 형집행을 종료하면서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2012. 7. 21.경 거주지 근처인 서울 중랑구 부근을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피해자가 자신의 집 현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발견하고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A씨는 2012. 8. 7. 11:30경 피해자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간 다음 미리 준비한 과도로 피해자를 위협하고 운동화 끈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묶고 강간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우리 사건 바로 직전에 일어났던 사건인데 ‘직전 범행’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범인의 음모 등을 채취하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감정을 의뢰하였고 A씨를 포함한 인근 지역 우범자들의 사진을 피해자에게 제시하여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였으며 범행 장소 주변 CCTV 녹화자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하였으나 A씨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직전 범행 당시 범행 장소에 접근한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있는지 위치정보를 조회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우리 사건 이야기가 나옵니다. A씨는 직전 범행으로부터 13일이 지난 2012. 8. 20. 09:20경 과도와 테이프 등을 준비하고 서울 광진구 주택가를 배회하며 강간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원고의 배우자를 발견하고 이 사건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였습니다. A씨는 이 사건 피해자를 폭행, 협박하면서 강간을 시도하였고, 피해자가 저항하자 주먹과 발로 구타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웃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이 사건현장에 도착하고 이 사건 피해자가 현관문 쪽으로 도망가자, A씨는 준비한 과도로 이 사건 피해자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였습니다.

윤> 강간죄로 7년간 복역하고 나온 사람이 출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차례에 걸쳐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던 사건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유족들이 경찰관이 직전 사건에서 제대로 범인을 검거했다면 이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열하고 했던 장면이 기억이 나네요.

최> 그렇습니다. 실제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업무처리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경찰은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한 후 피의자로 A씨를 체포하고 나서야 그가 전자장치 피부착자임을 알게 되어 2012. 8.22. 비로소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에 직전 범행 무렵 범행 장소 근처에 전자장치 피부차자가 존재하였는지 조회하였고,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는 직전 범행 무렵에 범행 장소 반경 300m 이내에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있었음을 회신하였습니다. 이후 직전 범행의 현장에서 채취된 범인의 DNA가 A씨의 DNA와 일치함이 밝혀졌고, A씨는 직전 범행 역시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인정했습니다.

A씨는 2011. 11. 9. 형 집행 종료 시 전자장치를 부착함에 따라 보호관찰 대상자가 되었는데요. 담당 보호관찰관이 2012. 7. 16. 변경되었는데, 전임 보호관찰관은 2012. 7. 중에 세 차례 A씨와 대면접촉을 하였지만, 후임 보호관찰관은 그 이후부터 직전 범행과 이 사건 범행이 발생할 때까지 A씨에 대한 대면접촉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윤> 유족들 입장에서는 경찰이 직전 범행 범인을 검거했다면, 보호관찰관이 A씨를 제대로 관리했다면 이 사건 범행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네요. 그런데 항소심에서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인가요.

최> 항소심에서는 이 사건 범행의 발생과 관련된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수행이 다소 미흡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은 했습니다. 하지만 국가배상책임을 져야 할 정도로 객관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범죄 수사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은 원칙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초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 있다. 직전 범행의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관은 범인 검거를 위해서 피해자의 진술 확보, 현장 감식을 통한 DNA 채취와 감정 의뢰, 현장 주변의 CCTV 열람, 탐문과 잠복 등을 통한 거동수상자 조사 등 일반적인 수사방법에 따른 모든 조치를 하였으므로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위치정보를 조회, 활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여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요. 담당 보호관찰관이 일정 기간 A씨에 대한 대면접촉을 소홀히 하고 법무부 지침에 따른 일일감독 소견의 입력을 지연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보호관찰관들의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여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해서 현저히 불합리한 것은 어떤 것이냐 의문이 드는데요. 그만큼 공무원들의 불성실한 업무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윤>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는지 궁금합니다.

최> 대법원에서는 경찰관들과 보호관찰관들의 직무수행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데요. 먼저 경찰관들의 직무수행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경찰관들의 직무수행과 관련해서는 확립된 대법원 판례 법리를 먼저 제시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와 함께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직무로 하고 직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하여 경찰관 직무집행법,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령에 의하여 여러 가지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구체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으로서는 여러 상황에 대응하여 자신에게 부여된 여러 가지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러한 권한은 일반적으로 경찰관의 전문적 판단에 기한 합리적인 재량에 위임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정에서 경찰관이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는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권한의 불행사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 라고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경찰관이 어떤 방식으로 수사하는지는 원칙적으로 재량이지만,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게 불합리하다면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죠.

이러한 원칙 속에서 대법원은 전자장치부착법의 입법취지를 지적합니다. 전자장치부착법은 범행 전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재범을 방지하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피부착자가 범행에 나아갔을 경우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여 신속하게 범인을 검거함으로써 추가적인 범죄의 발생을 막으려는 목적도 갖고 입법되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경우 A씨의 직전범행만 놓고 보더라도 대담하고 흉악한 수법의 범행인데 직전 범행을 수사하게 된 경찰관이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직전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신원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윤> 직전 범행을 수사하면서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신원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본 것이군요.

최> 그렇습니다. 직전 범행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위치정보 확보는 가장 효과적인 수사방법일 수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전자감시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성폭력범죄자의 재범의 위험을 배제함으로써 성폭력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에 대한 강한 사회적 요구도 있었기 때문에 담당 경찰관으로서는 이를 선택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사용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생각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윤> 보호관찰관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했나요.

최> 보호관찰관들의 직무에 대해서도 먼저 기본적인 원칙을 설명합니다. 보호관찰관의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한 지도, 감독과 원호 업무는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전자장치 피부착자가 재범으로 나아가지 않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일반 국민이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재범에 따른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한 지도, 감독이나 원호 업무를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보호관찰관의 전문적, 합리적 재량에 위임되었지만,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재범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자장치 피부착자의 성향이나 환경 및 개별 관찰 결과에 맞추어 재범 방지에 유효한 실질적인 조치를 선택하여 적극적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만약 보호관찰관이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렇게 기본 원칙을 세운 다음 이 사건의 경우에 이 원칙에 맞는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 A씨의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았음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A씨의 경우에 서울보호관찰소 관내 보호관찰대상자 1165명 중 재범위험성평가 순위가 9위에 해당할 정도로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게 평가되었고, 평소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소급입법에 따라 전자장치를 부착하게 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으며 면담 과정에서 “사람을 칼로 찌르거나 성폭력을 하는 등 사고를 치고 교도소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하는 등 강한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담당하는 보호관찰관으로서는 재범에 나아가지 않도록 잘 관찰하고 그의 특성에 맞는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보호관찰관들은 형식적, 기계적인 조치만 취했을 뿐 적극적인 지도, 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인데요. 사건 발생 당시 1개월 이상 A씨에 대한 대면접촉을 하지 않았습니다. 전자장치 피부착자에 대한 보호관찰관의 지속적인 대면접촉은 전자장치 피부착자로 하여금 자신이 사회에서 계속 재범 방지를 위한 관찰을 받고 있음을 인식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 중 하나라 할 수 있는데 대면접촉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윤> 보호관찰관들이 대면접촉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을 문제삼았던 것이군요. 결국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사건 범행이 일어났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최> 그렇습니다. 직전 범행의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은 직전 범행의 특수성과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통상적인 조치만 하였고 전자장치 위치정보를 수사에 활용하지 않았다는 점, 보호관찰관은 A씨의 높은 재범의 위험성과 반사회성이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적극적 대면조치 등 이를 억제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은 범죄를 예방하고 재범을 억지하여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부여된 권한과 직무를 목적과 취지에 맞게 수행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수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상 의무위반은 이 사건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서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실 경찰관과 보호관찰관의 직무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은 항소심에서도 인정한 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느냐 이 부분이 핵심적인 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윤> 어떤 이유에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본 것인가요.

최> 직전 범행의 담당 경찰관이 자신의 직무상 의무를 다하여 전자장치 위치정보를 조회하였다면 신속히 A씨를 수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자장치 피부착자인 A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과 함께 자신의 위치정보가 전자장치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해 감시되고 있음을 인식하였다면 이 사건 범행처럼 대담한 범행을 연달아 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고 있구요. 또한 담당 보호관찰관이 수시의 대면접촉 등을 통하여 A씨를 지속적으로 지도, 감독하였다면 A씨도 국가기관으로부터 계속 관찰을 받고 있다고 인식하여 함부로 재범으로 나아갈 마음을 가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윤> 공무원들의 업무처리와 관련해서 비판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많은데요. 그 중에 상당수가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지 않고 수동적, 소극적으로 한다.’ 이런 비판이 많은 것이 사실인데 이번 판결이 공무원 사회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최> 네. 사실 판사들도 큰 틀에서 보면 공무원이기 때문에 어떤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편인데요. 이번 사건에서는 전향적으로 공무원들의 직무 수행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이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 (마무리)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최호웅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네. 감사합니다.